« Previous : 1 :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 24 : Next »

나는 볼 것이다. 반드시 본다. 혹시 산속에 잠들어 있는 초록의 어둠 속에서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다 해도, 나의 어둠 속에 꽃피우게 하겠다.
벚나무 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나의 어둠 속 나무 밑에는 여러 사람이 묻혀 있다. 나의 아이들, 여자들이. 그들은 분명 화려하게 꽃을 피울 것이다.
어둠에 지고 어둠에 빛나는 벚꽃 꽃잎을 생각하면서, 아직 보이지 않는 새벽을 향해 우리는 달려간다.


3장 마키오의 장 맨 마지막 부분이다.
묘비에 적고 싶은 문구라 생각한다. 취향이 좀 그런가. 그래도 내 납골함 위에 저 글귀를 적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졌다. 가능하다면 훌륭하게 생긴 벚나무 가지도 하나 잘라서 같이.
어둠에 지고 어둠에 빛나는 분홍의 꽃 잎사귀를 생각하며 보이지 않는 새벽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이세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마키오는 나를 많이 닮았다. 이기적이고, 혼자 있어 하고 싶어하고, 결정적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솔직히 나는 안심했다. 소설에 나올 정도니까 현실에도 이런 사람은 있다는 것이고, 나 혼자만 나사가 빠진 것이 아님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다. 그치만 한편으론 무섭다. 아마도 나 또한 마키오처럼 자식마저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벚나무 아래로는 세 명의 시체가 묻혀 있다.
그들은 화려하게 꽃을 피울까.
언젠가 나는 초록의 어둠 속에서 그 꽃을 찾아낼 수 있을까.
훌훌 던지고 새벽을 향해 달려가는 내 뒷모습을 상상해본다.

Posted by 미야

2007/05/27 10:14 2007/05/27 10:14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440

Leave a comment

한 사건으로 한 권을 줄곧 이끌어갔던 1권 <도련님은 가출쟁이... 헉! 이것은 손안의책 편집부가 장난으로 붙였던 가제가 아니었던가!> 과는 달리 여러 단편들이 모인 책이다.
과자가 맛이 없어 사람이 심장마비로 죽은게냐 - 죽쑤는 과자 장인 에이키치의 살인범 누명 이야기는 이미 블로그에서 맛보기로 소개가 되었던 것이고... 사스케와 니키치의 도련님 김밥을 말아 화재를 피해 강가로 피신 등등 (사실은 멍석이지) 이라던가 하는게 참 재미있었다.
허약체질 도련님이 이불가게 사장님의 고함소리에 기절하는 건 끝장이었고... 아쉽다면 <너무 짧아!> 라는 걸까.
책 포장을 뜯고 히히덕거린지 1시간만에 즐거움이 끝났쪄. 히잉.

살짝 가벼운게 약점이라면 약점.
아울러 만사가 딘과 연관되는 나의 콩깍지는 니키치의 묘사에서조차 딘을 발견한다.

" 도련님, 저는 에이키치 씨 일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데요. "
혼자 남은 니키치가 싱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 끝을 살짝 올려 웃는 모습은 엄청나게 남자답다. 쇠주전자의 더운 물로 끓인 뜨거운 차가 도련님 앞에 내밀어진다.
키워준 부모이고 형님이기도 한 니키치가 이런 식으로 웃으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았어도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게 된다.
" 글쎄, 생각 안 나는데. 뭐지? "
" 오늘은 간식을 조금도 드시지 않았지요. 또 몸이 안 좋으십니까? "
한껏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도련님은 당황해서 만주에 손을 뻗었다.

으아, 으아, 으아아아아~!! 입 끝을 살짝 올려 웃는 딘~!! 좋지.
이 장면에서 나는 구미구미 내지는 왕꿈틀이 사탕을 내밀면서 샘을 먹이려 하는 딘을 상상하곤 침대를 뒹굴었다...;;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 제 정신을 찾도록 하자. 릴렉스.

Posted by 미야

2007/04/26 21:28 2007/04/26 21:28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392

Leave a comment

본문을 읽고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아쟁은 1680년 2월 22일 그레브 광장에서 화형당했다. 세비뉴 후작부인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자신의 딸에게 이렇게 썼다.
<어느 관사가 내게 말하더구나. 피고가 여자일 때는 어느 정도 부드럽게 대한다고. 내가 물었지. 어떻게요? 불을 붙이기 전에 목졸라 죽이나요? 그가 답했어. 아니오. 머리에 나무토막을 던지지요. 아니면 형리의 부하들이 여자의 머리를 쇠갈고리로 내리치지요. 알겠니? 아가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지독하지는 않단다.>


1. 후작부인이나 되는 사람이 화형 장면을 목격?! 공개처형이 아무리 일반적이라지만 이건...;; 참수형을 당한 머리를 마을 입구에 장식하던 시대와 뭐가 다르다는 거야, 정말!
2. 머리를 쇠갈고리로 내리치는데 그게 지독하지 않다는 거냐?!

17세기면 그래도 이성이 깨어났을 시기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진짜지 시대와 장소를 잘못 만나면 죽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을 거다.

Posted by 미야

2007/04/22 10:12 2007/04/22 10:12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385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 2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9995
Today:
1701
Yesterday:
133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