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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 202 감상

주의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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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볼릭님이 제작한 자막으로 열심히 감상한 퍼슨오브인터레스트 202화... 역시 불륜 드라마 기분.
당신의 최고 파트너가 될 수 있어염, 예쁘고 젊은 처자가 구애하는데 사장님 반응은 싸늘 그 자체.
이때 핀치의 "거절" 을 납득 못하는 루트 언냐 연기가 짱 좋았다.


202화는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좀 무너진 기분이 든다.
내용만 보자면 로앤오더-SVU 와 어울리는 줄거리가 베이스로 깔려 있는데 이게 빙글빙글 겉돈다.
왜냐하면 시청자의 관심이 리스와 핀치에게 쏠려버린 탓에
행방불명된 소녀, 무시된 증언, 남편을 의심했어도 고발하지 않은 여인, 용의자 소년을 폭행하여 눈을 멀게 만든 피해자의 아버지, 이런 싸닥션 내용들이 휙휙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어렸을 적에 경험한 사건들 탓에 천재소녀 루트가 소시오패스가 된 건 아니라는 거.
배드 코드는 애초부터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우리는 무참한 범죄를 목격하면 꼭 까닭을 찾는다. 하다못해 술이라도 끼어넣는다. 정 없으면 정신병 탓이다. 그런데 다수의 범죄는 "그렇게 하고 싶어서" 벌어지는 것으로 "어째서, 왜 그랬어" 라는 질문이 부질없다.
동기를 찾을 까닭이 없는 범죄가 사실상 거의 전부다.
어렸을 적에 학대를 받았다, 카드 빚이 많아서,  남편이 매일 술을 마시고 나를 때려서 - 모든 이유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가져다 붙이게 된다. 그렇게 해서 범죄가 발생한 까닭을 설명하며, 비일상적인 일탈을 해소하려 노력한다. 잘못된 원인이 있어 잘못된 결과가 발생하였다 -  그런 설명이다. 이것을 비틀면, 잘못된 원인이 없는 한 그런 잘못된 결과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자기 위안이 있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이것은 "범죄는 비일상이며 일탈" 로 치부하는 사회적 속임수와도 같다. 

루트가 말한 "배드-코드" 는 잘못된 원인으로 도출된 잘못된 결과가 아니다.
물 흘러가는 것처럼 애초부터 걍 그렇게 된 것이다. 1에 1을 더해 2가 된 것이다.
이것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종류이며, 그렇게 제작된 (혐오스런) 것들이다.
그러니 픽스할 수 없다면 삭제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걸 해나의 이야기와 연결시켜 " 루트는 그리하여 만들어졌다" 설명하면 전제 구조가 붕괴한다.
이 부분이 애매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배드 코드라는 제목 자체가 붕 떠버렸다.
아무래도 작가가 도중에 헷갈렸거나, 아님 생각이 다른 두 명이서 한 주제로 쓴 모양이다.

다 떠나서 좐 리스는 은근히 개그 캐릭터가 됨.
침대가 하나면 어때. 나는 잘 생각 자체가 없엉. 그런데 차렷 자세...;; 여기서 정말 배를 잡고 웃었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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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가 루트가 아니라는 카터 설명에 @_@ 이렇게 되신 좐 리스.
1시즌에서 "나는 능력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처럼 막 총 쏘고 그러지도 않죠" 카터가 말했을 적에 멍 때리던 바로 그 표정이다. "실패" 이러고 부저가 삐익 소리를 내면 리스는 이런 표정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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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껌이 된 책을 접하고 사장님은 울먹울먹. 아시모프가 시망했는데 이렇게 웃으면 어쩌려고...;; 월급에서 깎는다는 말이 나와야 정신이 번쩍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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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야

2012/10/07 22:45 2012/10/0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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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뭐지... 한편의 엉키고 꼬인 불륜 드라마를 시청한 듯한 이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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좐 리스 :  집사람에게 자꾸 전화 걸지 마라


영상을 봐도 뭔 내용인지 짐작만 하는 관계로 수다는 뒤로 미루겠습니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불만. 꼼꼼하게 하십셔. 베어가 책을 거꾸로 물었다 바로 물었다 하고 있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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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안 마라누아... 대략 비슷한 느낌의 어쩌고... 아놔, 진짜 이름이 뭐였더라. 매번 부를 적마다 틀려.
어쨌든 군용견, 양몰이견, 똑똑한 일하는 개, 그런 설명이 붙더군요.
주인과 협동하여 일하는 걸 매우 좋아한답니다. 시키지 않아도 "이건 내가 할 일" 각인하면 열심히 한다네요.
그런데 버릇이 잘못되어 말썽을 부리면 고치는게 쉽지가 않아 대형 사고를 친다고...;;
백과사전 읽고나서 이 장면 보니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Posted by 미야

2012/10/05 19:54 2012/10/0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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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드롭 2-06

※ 원숭이 예제는 교고쿠 나츠히코의「우부메의 여름」에 등장합니다.


질문.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는 어미 원숭이가 제법 자란 새끼 한 마리와 어린 젖먹이를 데리고 강을 건너려 한다. 도중까지는 별 탈이 없었는데 갑자기 상류로부터 큰물이 닥쳐 세 마리 모두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어미 혼자 헤엄을 치는 것도 힘들어 새끼들을 전부 도울 수 없는 상황이다. 가까스로 헤엄을 치고는 있으나 물을 먹고 있는게 분명한 어린 새끼와 스스로 걷지도 못하는 젖먹이 중 한 마리만 구할 수 있다면 이때 어미는 누구의 팔을 잡아야할까.

『이 질문을 접한 다수의 사람들은 어미 원숭이가 젖먹이 새끼를 잡는게 좋겠다고 대답합니다. 당장 손을 놓으면 젖먹이는 물에 빠져 익사합니다. 그보다 조금 자란 새끼 원숭이는 서툴기는 해도 아직은 헤엄을 치고 있으니 그보다 더 급한 상대를 돕는게 도덕적인 판단이라는 거지요.』
핀치가 신경질적으로 팽개친 바구니는 비스듬히 굴러가다 옆으로 빙그르 돌아 멈췄다.
리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바구니를 주우러 가야 하나 잠시 갈등했다.
하지만 핀치의 목소리가 그의 주의를 다시 끌었다.
『저는 지금 판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스터 리스.』
리스는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처럼 도로 주저앉았다.


『그런데 보다 자연에 가까운 모성은 전혀 다르게 반응합니다. 어미는 더 이상 새끼를 가질 수 없어요. 종족 보전의 이기적 유전자는 그래서 젖먹이를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생존율이 보다 높은 새끼에게로 온전히 매달리게 만듭니다. 어쩌면 운이 좋아 두 마리 전부 살릴 수 있을 것이다 - 희망이 담긴 가정 자체를 하지 않아요. 물에 빠진 원숭이 어미는 그래서 젖먹이를 포기합니다. 대신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는 새끼를 돕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연민이라는게 없지요.』
그것이 바로 인간과 짐승의 차이점이다.
하지만 인간의 판단이 올바른 것일까? 이와 반대되는 자연의 판단은 그저 난폭하고 이기적인 것에 불과한 걸까? 여기에 과연 정답이라는게 존재는 하는가.
이마를 찡그린 핀치는 손바닥을 펼쳐 무언가를 호소하려 했다. 그러나 적당한 어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주먹을 꼬옥 쥐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말입니다, 미스터 리스. 꽤 오래전 이야깁니다만, 궁금한 마음에 예비 시스템에 같은 질문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전 매우 심플한 대답을 얻었지요.』


- 연산 수식 오류

이번엔 리스가 이마를 찡그렸다.
『어떻게 된 답변이 그따위입니까.』
『시스템이 판단을 유보한 거예요. 쉽게 말해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하여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 저렇게 하는게 좋겠다 가정을 해봤자 쓸데없다는 거지요. 흐르는 물의 유속, 건너야 하는 강의 너비, 원숭이의 건강 상태 등등의 정보가 주어지면 그 즉시 분석에 의거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겁니다. 하지만 그 직전까지 이렇게 해야 옳다는 식의 정답은 없다는 겁니다. 젖먹이를 포기하고 강물에 빠뜨리는게 선인지 악인지, 다 같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품에 안고 계속해서 헤엄을 치는게 선인지 악인지, 시스템은 원론에 입각한 판단을 하지 않아요.』
『그런 겁니까.』
『그런 거예요.』


리스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손가락을 접어가며 정리를 해봤다.
『알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도덕적 판단은 모두가 위기에 처하는 일이 있더라도 젖먹이 원숭이를 구하려 하는 것이다. 반면 본성에 가까운 판단은 어쩌면 내지는 아마도 라는 가정을 일체 하지 않고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가장 안정적이고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시스템은 - 주어진 정보 없이는 일절 판단을 하지 않는다. 제가 알아들은 내용이 이게 맞습니까?』
핀치가 고개를 들어 리스를 응시했다. 기묘할 정도로 유리알 같은 눈동자였다. 색은 어두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편이 훤히 비쳐 보일 것만 같았다. 그러자 뭔가 뻐근한 느낌- 불쾌하지는 않은 기이한 감각이 리스의 눈썹을 흔들어댔다.
『그래서 당신은 이곳에서 물에 빠진 원숭이 세 마리를 보고 있었던 거군요.』
『아하하... 비유하자면요.』
그렇게 말한 핀치는 짧게 삐져나온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그는 한 가지 다른 가능성을 빼먹고 있었다.
어미 원숭이는 저 혼자만 살겠다고 죽어가는 새끼들은 나 몰라라 외면할 수도 있었다.
핀치가 고민하는 여러 가정들 속에선 그 경우가 아예 쏙 빠져 있었지만 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어쩐지 핀치의 내면을 살짝 들여다본 기분이다.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서 물에 빠진 원숭이는 어떻게 되었습... 아니, 됐어요. 짐작이 갑니다. 그러니 말하지 말아요. 제가 맞춰보죠. 당신은 사실에 입각한 정보들을, 그것도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거예요. 그래서 이곳으로 왔군요.』
뒤편이 훤히 비쳐 보이는 투명한 눈동자가 다시금 리스에게로 향했다.
예, 아니오 대답은 없었으나 그의 눈빛이 말했다.「그렇습니다.」
그래서 리스는 다시 금줄 너머의 벼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서 찾아낸 시체 두 구요.』
이번에도 예, 아니오 대답은 없었다. 대신 핀치는 입술을 얇게 일그러뜨려 안으로 말았다.

『카터나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여기에 더 있다고 보는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미스터 리스.』
핀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걸리는게 있어요. 그래서 답답합니다.』
핀치는 자신의 집에 무단침입을 했던 움무 상인을 반복하여 떠올려봤다.
남자는 글자를 알았다. 책장에 꽂혀진 책들의 제목을 읽고 그것들을 핀치 앞에서 읊었다.

「오랫동안 기다려도 늦길래 여기에 있는 책들 제목을 잠시 살펴봤지. 헨리 아일랜드의 문학 이해, 고전주의 소네트 전집, 정통 신미학주의 도해... 원래 하던 일이 뭐였나?」

리스의 키는 크다. 그의 얼굴을 마주보려면 필연적으로 뒷목이 땡긴다.
『리스 씨는 소네트가 뭔지 압니까.』
『전 시를 안 좋아합니다, 핀치.』
『바로 그겁니다.』
소네트는 14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다.
『제가 후스코에게 소네트가 뭔지 알겠냐고 질문하면 그 아이는 무어라 할까요.』
꿀단지를 노리던 통통한 몸집의 소년을 떠올린 리스는 쓰게 웃었다.
『비하하는 건 아닌데 녀석이라면 그건 맛있는 거냐, 아님 맛 없는 거냐, 이렇게 물어볼 것 같군요.』
『비슷할 겁니다. 아마도요.』

핀치의 책장엔 서적들이 많다. 거기엔 순서따윈 없다. 내키는대로 꽂혀져 있다. 핀치는 지난 월요일, 전등을 들고 책장에 불빛을 비춰보았다.「헨리 아일랜드의 문학의 이해」옆으로는「식용버섯 도감」이 자리를 잡았다.「정통 신미학주의 도해」옆에는 낚시와 퀼트, 뜨개질에 관한 실용도서가 있었다.「고전주의 소네트 전집」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은 구석에 꽂혀져 있었는데「헨리 아일랜드의 문학 이해」로부터는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다. 다시 말해 움무 상인이 입에 올린 세 권의 책들은 등을 나란히 하고 있지 않았고, 글자를 읽을 줄 알았던 움무는「문학」이라는 개념에 입각하여 서로 떨어져 있던 세 개의 책 제목들을 연결시켰다.
『그 사람은 소네트가 시라는 걸 알았던 겁니다.』
핀치가 엄지손톱을 입술 가장자리에 물었다.
『그럴 수 없어요. 떠돌이 움무가, 글자를 읽고, 소네트의 개념까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정식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정식 교육을 받았다면 움무가 아닙니다.』
그걸 깨닫고 나자 견딜 수가 없었다.

Posted by 미야

2012/10/05 16:11 2012/10/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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