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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류를 뜯어고쳐야 할 것 같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설마, 노가다인가.
* 태그 입력을 원천적으로 하지 않다보니 이제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건 무슨 의도로 작성된 글이지, 이러면서 한참 들여다보고 있자니 한심해서... 정리따위 알게 뭐야.
* 전국 미사교 신도들이 합심하여 퍼오인 찬양으로 돌아선 건 아니겠지... 덜덜. 포털에서 검색하고 클릭하자 보이는 건 미샤 씨 얼굴이었다. 누님 월드는 무섭다. 아? 그러고보니 나도 누님 월드 소속이다. 이런.
* "49" 를 써보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머리는 "존 리스~ 존 리스 찬양~" 모드로 들어갔다.

* 본인이 생각하는 퍼오인의 브로맨스는 섹슈얼 요소는 전무인 그런 관계다. 소설 "치명적인 은총" 에서 언급된, 가마슈 경감과 부하 보브아르와 비슷하다. 보브아르의 "사랑합니다" 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진지하고 무섭다. 혹시라도 가마슈 경감이 (총에 맞아) 죽을까봐 두려워하고, 위기 상황에서 제일 먼저 구해야 할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자신의 마누라가 아닌 가마슈 경감을 떠올린다. 경감이 부인에게 시시콜콜 사건 이야기를 털어놓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고,  가마슈 경감이 다른 사람들을 보살펴줄 적에 (배반감으로) 그가 상처받을까봐 그러지 말라고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말린다. 이, 이런 거 너무 좋다!
피닉스 아프리카에 출판사에서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더 내줬으면 좋으련만.
음? 그런데 이야기가 왜 이렇게 옆으로 샜지?

Posted by 미야

2012/04/25 09:23 2012/04/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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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lice 2012/04/26 09:54 # M/D Reply Permalink

    미야님 안녕하세요! (암시장시절의) 엘리스입니다.

    무척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매번 폐만 끼쳐드리는 것 같고.... 안 좋은 기억만 남아 있으실 것 같아, 가끔 발도장 남기려다가 돌아가고 있었는데요. 맘 먹고 인사남깁니다. 별 다른 일은 없고요.;;

    저도 이 나이까지 사회(부)적응자로 살아가다 보니, 옛날부터 함께 해주셨던 분들이 종종 그리워서 아직 웹에 계신 분들과는 인연의 끈을 유지할 수 있음 좋겠다는 욕심을 자제하지 못하고 글 남깁니다. 날씨가 겨울과 여름을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봄을 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괜찮으시면 종종 인사드리겠습니다. 저야 십수년 전부터 쭉 미야님 팬이니까요. :)

    엘리스 드림

    1. 미야 2012/04/26 10:21 # M/D Permalink

      엘리스양, 그간 건강하셨어요. >_< 많이 놀랐어요.
      저도 어제 암시장 게시판에 한번 들어가 보았어요. 포털에 나온 주소로는 접속이 되지 않아 당황했는데 어쩌면 린젤에는 기록이 있을지 모르겠다 싶어 우회하여 들어가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잘 계시겠지요.
      남겨주신 주소가 트위터라서 "엉-" 해버렸네요. 시간이 흘러가니까 참 많은게 변해요. 저는 여전히 2G 고물딱지 애용자라서 팔로윙이니 트위터니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렇게라도 소식이 닿으니 참 기쁩니다.

  2. alice 2012/04/26 14:16 # M/D Reply Permalink

    와,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트윗외에 블로그(http://hwasa.tistory.com/)도 있긴 있습니다. 일상에 쫒겨 2년 정도 방치하다가 최근에 다시 꺼내보긴 했는데.... 확인을 거의 안해서요. 사실 저도 트윗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어요. 스마트폰 덕분에 항상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인데, 별로 좋은 것 같진 않습니다. 제 애정결핍 증세가 더 심해지는 것 같고.......

    암시장! 전 어째서인지, 전에 시기님 이글루 통해서 알고 있던 새주소로 어느날 접근이 안되어서 결국 웹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알려주신 덕분에 암시장에 오랜만에 다시 들러봤습니다. 옛날 글들 정말 반갑고.... 제 글은 정말 부끄러운, 복잡한 심정입니다.;;

    도나님이나 시기님 전화번호는 몇 년 전에 시끄러웠을 때 받아 놓은 것이 있는데 모두 2G번호라서 지금도 연락이 될지 모르겠네요. 저 또한 극도로 은둔형외톨이 체질이라 먼저 연락드린 일이 없고요.;; 막상 핸드폰으로 연락은 못하면서 웹에서 열심히 흔적을 찾는 것도 좀 우스운 생각이 들긴 합니다.

    종종 인사 남기겠습니다! :D

  3. 비밀방문자 2014/01/19 01:53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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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2)

일반인들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한다. 세탁소 방문이나 마트 방문 또한 비교적 정기적이다. 하루의 일정, 일주일의 일정, 그리고 한 달의 일정은 대동소이하다. 정해진 요일에 쓰레기를 배출하고, 정해진 장소에 차를 주차하고, 정해진 날짜에 신용카드 대금을 지불한다. 어쩌다 달라지는 것은 금요일 밤에 목구멍으로 처넣는 종류가 버본이냐 데킬라냐 하는 정도, 그리고 원 나잇 스탠딩의 상대가 검정색 속옷을 입었느냐 흰색 속옷을 입었느냐 정도의 차이밖엔 없다.

하지만 리스의 삶은 규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에게는 정해진 출근 시간이라는 것이 없었고, 퇴근 시간이라는 것 역시 없었다. 심지어 그가「임무」에 임하는 날조차 들쑥날쑥이었다. 핀치가 만들었다는 기계는 하루가 멀다하고 숫자를 뱉어내기도 했고, 지금처럼 일주일 가까이 침묵을 지키고 경우도 허다했다.

『기계의 현 소유자인 미국 정부가 정기 점검이랍시고 파워 버튼을 내렸겠습니까. 염려 마세요. 오히려 세상이 조금이라도 평화로워졌다고 생각하면 기쁜 일이죠, 미스터 리스. 』
핀치는 집중하고 있던 모니터에서 잠시 얼굴을 들고 아무런 할 일도 없이 방치된 채 빈둥거리고 있는 리스를 흘깃 쳐다보았다.
『리~~스?』
글쎄올시다. 그는 아까부터 책상에 놓여진 낡은 정장본 책을 별 의미 없이 들었다 놓았다 하는 중이었다.
빅토르 위고는 분명 그가 좋아할만한 분야가 아니다. 핀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전문 딜러를 통해 15,200 유로화(한화 약 2천2백만원)를 주고 구입한 그 책은 어디까지나 뇌를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 팔 근육을 단련하라고 만들어진게 아니다.

그렇다고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는 건 나쁘다. 통제력은 권력과 마찬가지.
핀치는 말하기에 앞서 가만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만하면 사무적으로 들리겠지. 그럼 시작.
『앞서 언젠가 말씀드렸던 것 같지만, 미스터 리스. 번호가 도착하면 제가 신속히 연락을 드릴 거에요. 일이 없을 적엔 굳이 이곳으로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침내 빅토르 위고로부터 흥미를 잃어버린 리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저런. 제가 여기에 그냥 한가하게 놀러온 거라고 짐작하셨습니까? 이봐요 핀치...』
『네?』
『시간이 날 적에 이곳에 숨겨놓은 무기고를 정리하라고 요구한 건 그쪽입니다. 쓸데없이 빈둥거리고 있는 거냐는 식의 책망을 들은 것 같아 슬프군요.』
『오우.』
『물론 제 관심사의 전부가 무기인 건 아니니 그렇게 인상 찌푸릴 건 없습니다. 150시간 가까이 얼굴을 보지 못한 핀치 씨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했었고요...』
탁 소리를 내며「노틀담의 꼽추」커버가 덮였다.
『아무튼 그 갈색 곱슬머리 여자의 시건방진 말은 신경 쓰지 말아요, 핀치.』

어째서 이야기의 끝이 그리로 튀는 건데? 핀치의 눈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뭐요? 곱슬머리?』
『당신더러 절름발이라고 욕한 그 말라깽이 여자요. 카트를 밀면서 손에는 커다란 기름 걸레를 쥐고...』
『지금 달튼 양을 말하는 거예요?!』
『그 미화원의 이름까지는 모르겠군요, 핀치.』
리스는 능슥하게 시치미를 떼었고, 핀치는 더욱 초조해졌다.
『리스 씨. 진지하게 질문 드리는건데 제가 달튼 양과 싸우는 걸 봤어요?!』
『싸움? 아뇨. 일방적으로 핀치 씨가 야단을 맞고 있는 걸 봤죠. 바닥에 물기가 흐른 건 핀치 씨 잘못이 아닌데도요. 달튼 양은 백합과 난꽃으로 장식한 꽃바구니를 배달하면서 부주의하게 움직이던 남자를 혼내켰어야 해요. 제 말이 틀린가요.』
이제 핀치의 눈은 반대로 가늘어졌다.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면서 대신 당혹감이 자리를 대신했다.
『뭐예요. 절 쫓아다닌 거예요?! 이봐요, 존!』

핀치는 비밀스러운 남자다. CIA 국장보다 더 비밀스럽다. 그는 사생활이 외부로 공개되는 걸 원치 않는다. 공개된 약간의 사생활이라는 것이 진짜가 아니라 정교하게 꾸며진 위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따라서 핀치의 자제심은 살짝 망가졌다. 다시 말해 씩씩거렸다는 얘기다.
『제발... 정중히 부탁드리는데, 제 사생활을 존중해 주셨으면 고맙겠군요. 그리고 리스? 지금 눈웃음 치면서 제가 좋아하는 색이 뭐냐 질문하려는 것도 그만두세요.』
『어... 파랑 아닌가요?』
『아니예욧!』
한 호흡 건너뛰고.
핀치는 작성 중이던 보안 코드 작업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판을 두둘기는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 * * 오랜만의 글쓰기 작업입니다. 즐겁네요.  그치만 퍼오인 팬질은 어려워서 못 하겠습니다. 제 취향은 귀신을 잡는 거지, 강도나 마피아가 아니니까효. ^^

Posted by 미야

2012/04/24 15:20 2012/04/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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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마리에 2012/04/25 19:01 # M/D Reply Permalink

    오랜만에 미야님 픽!

    귀신 잡고 늑대인간 잡고 하는 게 글쓰기 진짜 편한 거 같아요. 으흐흐흐
    저는 덱스터 픽을 한번 써보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마이애미 경찰이 어떻게 범인 잡는지.. 도통 아는게 없어서 시작도 못 해봤던 기억이 나네요. ^^*

    1. 미야 2012/04/26 08:57 # M/D Permalink

      오오오오~ 안녕하세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몇년 만입니다. (뻘쭘-) 건강하셨나요.
      꼭 마이애미가 아니더라도 이게 실제 상황이면 어떻게 돌아가는지 민간인은 잘 모른다는 거죠. ^^ 덱스터...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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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1)

「핀치가 만들었다는 그 기계엔 확실히 문제가 있어」

거칠어진 호흡을 가파르게 몰아쉬던 리스는 그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달랑 SSN(사회보장 번호) 하나만 내뱉고 그 다음의 일은 일절 나 몰라라 하는 건 지구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기계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그 번호의 주인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정도는 구분을 해줘야 맡은 바 임무를 잘 처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예금 기록도 인출과 입금으로 나뉘어져 구분되는 법입니다, 핀치. 숫자만 나열된 상태에서 이게 계좌로 돈이 들어온 건지 나간 건지 한 번 알아 맞춰 보라며 고객을 기만하는 은행은 없습니다.」
이쪽에서 나름 불만을 토로하자 핀치는 불편한 기색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아들놈의 성적표가 바닥을 기고 있다 지적을 받으면 대다수의 아버지들은 얼굴색이 달라지는 법이다.
「그거야 예금 잔고가 얼마 남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핀치는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고용인에게서 짐짓 등을 돌렸다. 백 도어로 기계에 몰래 접근해서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에둘러 설명한 그는 사서 전용 등받이 의자에 구부정히 앉은 자세 그대로에서 천천히 손가락을 깍지 꼈다.
자세만 봐선 느긋하게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것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일단 표정을 봐야 한다. 19세기에 유명 장인이 제작된 가구를 고양이가 발톱으로 긁어버렸다는 식인데 스트레칭 어쩌고는 말이 되지 않는다.

「100만 달러가 입금된 계좌의 잔액이 10 달러로 표기되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죠?」
짐작한 바 그대로다. 리스로부터 억지 동의를 구하는 걸 보아 핀치는 자신이 만든 기계가 살짝 모자른 반푼이라는 걸 죽을 때까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핀치...」
「내가 뭐 틀린 소리 했나요?」

리스가 넌더리를 내든 말든, 반푼이 기계는 반복하여 특정 번호를 뽑아내리라.
그 숫자가 말해주는 개인은 지극히 피상적이다. 조만간 위기에 처할 - 혹은 위기를 조장할. 젠장맞을. 미국 전역에서 CC-TV 녹화 확보, 전화 감청, E메일 및 트위터 검열 등등으로 천문학적인 정보를 수집했으면 거기에 걸맞게 최소한「이쪽이 골칫덩이」라고 정확히 찝어주는 수고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지금처럼 헷갈려선 죽도 밥도 되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마누라 죽이러 간다던 사내가 왜 사제 폭탄 옆에 기절한 채 누워있는 거지.』
아파트 현관의 잠금 장치를 두 서너차례의 가격으로 가차없이 뜯어내고 재빠르게 내부로 진입한 리스는 이를 갈았다.

애덤 캔들러. 45세. 백인. 전자 제품 물류 운송업에 종사. 쉽게 말해 트럭 운전사. 미국 전역으로 에어컨이니 냉장고니 하는 것들을 배달하는 일을 한다.
부인은 헬렌 캔들러, 38세. 슬하에 6살 아들이 있고 얼마 전까지 마트에서 시간제로 근로. 본인의 주장대로라면 계단에서 넘어지는 나쁜 버릇이 있음. 3개월 전 2층에서 굴러 왼팔 상완부 골절. 전치 6주. 16개월 전에는 안면부 협근 타박상 및 광대뼈 골절. 9개월 전에는 갈비뼈에 금이 갔고 액와에 주먹으로 맞은 것이 뚜렷해 보이는 상처가 남음. 구륜근 손상과 치아 일부 손실... 성 카트리나 병원에서 찾아낸 기록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전형적인 매 맞는 아내였다.

《미스터 리스? 그 부인이 남편에게 습관적으로 폭행당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온라인 상태로 대기하던 핀치가 커다란 의문형 부호를 그려냈다.
리스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랬죠.』
《아들과 같이 짐을 꾸려 달아난 부인을 캔들러 씨가 추적해 곧 살해할 것 같다고 했죠?》
『맞습니다.』
《그 남편이 며칠 전 등록되지 않은 길거리 총기를 구입했고요.》
『그랬죠.』
《그런데 지금 그 남편이란 작자는 부인을 죽이러 외출하기는커녕 폭탄 위에 방석을 깔고 앉아 있고요?》
리스는 테가 두꺼운 안경을 고쳐 쓰는 간략한 동작만으로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핀치를 떠올렸다.
실제로도 그는 모니터 앞에서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뭐랄까... 음. 틀려요, 핀치. 이 사람은 앉아 있는게 아니라 그 옆에 기절해서 누워 있어요.』

빠르게 대꾸하며 휴대용 알루미늄 캔에 둘둘 걸쳐진 전선을 흝었다. 캔에는 디젤류와 질산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콜라캔처럼 생긴 그것은 모두 세 개였다. 이 정도의 질량이라면 건물을 붕괴시킬 정도의 위력까진 갖추지 못하겠으나 캔들러의 머리를 몸통에서 분리해 내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다. 가정용 인터폰 따위의 일반적인 통신장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섯 가닥의 구리선이 덜 다듬어진 새둥지의 조잡한 모양새로 일회용 선불폰과 연결되어 있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엉성하다. 그냥 기폭장치에서 잡아뜯어도 될까, 머뭇거리던 리스는 흰색의 선에서 도로 손을 거두어 들였다. 비전문가의 조잡함은「범인의 의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결말로 치달을 때가 많다. 무선 신호를 받고도 작동하지 않기도 한다. 때로는 누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터지기도 한다.
안 되겠다. 리스는 관찰을 위해 굽혔던 무릎을 도로 폈다. 이런 건 군용 C-4보다 더 흉폭하다. 핸드폰의 전원을 차단하는 것조차 모험에 가깝다. 만지지 말자.

『토론은 나중으로 미루고 캔들러를 서둘러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겠어요.』
목덜미 맥이 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걸 봐선 아직 죽지는 않았다. 누군가 둔기를 들어 뒷통수를 세게 가격한 모양새로 짧게 다듬은 머리카락에 피가 묻어 있다. 의식이 없어 목덜미를 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웠을 적에도 사내는 앓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댁은 체중을 좀 줄여야겠어, 친구.』
던지다시피 해서 폭력 남편을 밖으로 끌어냈다.
위험, 위험, 위험.
머릿속에서 사나운 말벌떼가 광분하며 날갯짓했다.

《그럼 이제부터는 폭탄 테러리스트인 부인의 행적을 추적해야 하는 건가요.》
뒤집어 쓴 파편을 툭툭 털어내던 리스는 핀치의 질문에 짧게 코웃음쳤다.
『양복이 불길에 그슬렸으나 저는 무사해요, 핀치. 물어봐줘서 감사해요. 아, 그리고 캔들러 씨도 죽지는 않았어요. 병원에 가서 몇 군데 꿰매긴 해야 하겠지만요.』
물론 이 정도 핀잔을 듣고 귀가 가려울 핀치가 아니다. 직구를 사랑하는 이 남자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어느 부분을 놓쳤던 걸까요, 리스?》
예민한 리스의 귀로 발을 바닥에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핀치는 아마 인상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사소한 동작만으로도 그는 못 견디게 허리가 아픈 것이다.
《세상에, 여섯 살 아들이 있는 애 엄마가 폭탄을 쓸 생각을 하다니.》
이어지는 짧은 신음은 남편의 폭력을 더 무서운 폭력으로 갚으려 한 여자에 대한 비난인지, 아님 아픈 허리에 대한 호소인지 구분이 모호했다.
어쨌든 존 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을 죽이려 한 헬렌의 행동도 유감이고, 낫지 않는 핀치의 허리병 역시 유감이었다.

《소방차와 경찰차가 출동했습니다, 미스터 리스. 서두르는게 좋겠군요.》
『압니다.』
그의 귀로도 앵앵거리는 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있었음이다.
리스는 대자로 뻗은 캔들러를 아스팔트 바닥에 그대로 방치한 채 재빨리 골목 어귀로 몸을 숨겼다.
그렇게 현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전, 어쩐지 불편한 기분에 흘깃 뒤를 돌아다 보았다.
괜찮을 거다. 불을 끄러 온 소방차가 그를 보지 못하고 실수로 깔아뭉개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왜냐하면 캔들러는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흰색 팬티를 입고 있었고,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속옷 한 장만 입고 있었다. 그리고 캔들러는 125kg의 거구였다.

Posted by 미야

2012/04/23 21:01 2012/04/2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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