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 of interes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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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에게는 과거 열 두 명의 아버지와 열 네 명의 어머니가 있었다. 물론 그들 전부가 자신의 DNA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아동 보호소에서 연계해 준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살아왔고, 약을 구하기 위해 함부로 몸을 팔았다던 친모는 미겔이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거리에서 감쪽같이 증발하고 말았다.
혹자는 갚아야 할 빚이 무서워 맨발로 달아난게 틀림없다며 입방정을 떨었지만 미겔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여자는 파리처럼 죽은 것이다. 시체조차 못 남기고.

누구에게도 정을 붙이지 못한 미겔은 잡초처럼 거칠게 성장했다. 열 두살이 되었을 적에 처음으로 사람을 위협해 현금이 든 지갑을 빼앗았다. 1년 뒤엔 편의점에 들어가 점원을 주먹으로 마구 팼다. 냉장고를 열고 한 다스의 맥주만 챙겨 나오면 되는 거였지만 미겔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일부러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구먼...」소년에게 맥주를 훔쳐오라고 시킨 스트리트 갱 패거리들은 혀를 내둘렀고, 미겔을 붙잡은 경찰관은 싹수 노란 물건이 튀어나왔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 에스컬레이터로 살인까지 하고도 남을 놈
추측은 그리 틀리지 않아 미겔이 사람을 총으로 쏜 건 열 아홉살 때의 일이다.

『그거 참... 그렇다면 지금은 미겔은 조직에서 중간급 간부쯤 되겠군요.』
리스는 핀치의 추측을 정면에서 부정했다.
『그럴 리 없습니다, 핀치.』
『에? 어째서요?』
『조직의 우두머리는 근육이 아니라 두뇌입니다. 여차하면 주먹을 날리는 행동 대장은 그들의 손이나 발에 불과한 거죠.』
그렇게 말하면서 리스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핏줄 도드라진 왼손을 가리켰다.
『손이나 발입니다. 심지어 몸통도 아닌 거예요.』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자는 성공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리고 인정도 못 받는다.
조회되는 그의 범죄 경력은 미겔이 분노 조절에 실패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주먹질하고, 부수고, 다시 주먹질... 딸각 소리를 내며 마우스를 클릭하자 기가 찰 정도의 몰골을 한 미겔의 얼굴 사진이 화면에 떴다. 실핏줄이 터진 왼쪽 안구는 퉁퉁 부어 절반은 감겨 있다. 입술이 찢어지고 코가 부러졌다. 여럿에게 둘러싸여 집단 폭행이라도 당한 듯하다. 핀치의 입이 헤 벌어졌다. 이건 흡사 할로윈 데이를 축하하며 좀비 분장을 한 사람 같다 - 그것이 핀치의 감상이었다. 그러면서도 턱을 바짝 당기고 사진을 찍어 나름 으스대려 노력하고 있으니 부조화도 이런 부조화가 없다.

『엄청난 싸움이었나 보군요. 이겼을까요, 아님 졌을까요?』
순수한 호기심에 다시 키보드를 두드려 몇 가지 다른 기록들을 찾아냈다. 약 30초 정도 뒤, 핀치는 감탄사로 여겨지는 짧은 숨을 내쉬었다.
『오, 꽤 선전했는데요. 세 명의 건달을 병원으로 보냈어요. 그 중 한 명은 불구가 되었고요.』

리스는 라이오넬로부터 전달받은 따끈따끈한 경찰기록 카피본으로 눈을 돌렸다. 1대 3으로 붙어 한 명을 불구로 만든 것 정도로는 선전했다고 하긴 어렵지 - 라는 속 생각은 조용히 삼킨 채 말이다.
『최소한 이 친구는 약물 소지죄로 체포된 적은 없군요.』
『네... 확실히-』핀치의 눈동자가 글자를 쫒아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그는 마약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미스터 리스. 약물 검사는 깨끗하군요. 그리고 감방에서 마약 밀거래를 하려던 동료 죄수를 보란 듯이 폭행하기도 했네요. 손가락으로 눈을 찔렀어요.』
눈을 찔렀다는 것은 미겔이 작정하고 선방을 날렸다는 의미다.
리스는 턱을 문지르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저울질했다.
『흠... 자기 구역에서 마약을 거래했다고 응징한 걸까요?』
『그건 모르죠. 어쨌든 덕분에 형기가 1년 늘어났어요.』
『그래서 출소일은 언제였죠? 핀치.』
『8개월 전입니다.』
그리고 그 8개월의 시간이 흘러 기계는 미겔의 아홉 자리 숫자를 인식했다.

순간 핀치는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리스의 분위기를 읽고 당황해버렸다.
이런 건 달갑지 않다 - 라고 해도 이미 저질러버렸으니 난감하다. 전직 특수요원답게 리스의 표정은 그리 풍부하지 않다. 적진에서 암약하는 요원들은 기쁨을 기쁨으로 여기지 않고 노여움을 노여움으로 여기지 않도록 자신을 단련한다. 적의 목을 단번에 비틀어 부러뜨리는 법을 몸에 익히듯 자신의 마음 역시 반으로 접어 부러뜨리는 법을 학습하여 배우는 것이다. 그들은 껄껄 웃지도 않으며, 통곡하며 우는 법을 잊는다. 희노애락이라는 걸 부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훈련을 받은 자의 감정 기복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사고 후유증으로 굳어버린 핀치의 목과 어깨가 한층 더 뻣뻣해졌다.

리스는 눈치가 빨랐다. 어색하고 애매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렸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뒷통수를 긁적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런. 이래서는 변명도 못 하겠군요, 핀치.』
『아, 아니...』
『솔직히 말하죠.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당신이 고집하는 규율을 존중하고자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피아든, 폭력배든 그들 역시 두 번째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도 고집하는 규율이라는게 있습니다. 나는 두 번 다시 일라이어스 같은 자를 돕지 않을 것입니다.』
강조하여 다시 한 번 더 반복하여 말했다.
『일라이어스 같은 자는 돕지 않을 겁니다. 혹시라도 미겔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면... 나는 방관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그러면 안된다고 주장해도요.』

기계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지 못한다. 위기에 처했거나 - 혹은 위기를 조성하거나.
다행스럽게도 대다수의 경우 악당은 악당답게 보였고, 선량한 시민은 선량한 시민으로 보였다. 그러면 리스는 악당의 무릎에 총알을 하나하나 박아 넣는 것으로 선량한 시민을 보호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기계는 그다지 똑똑한 편이 아니었고 - 핀치의 눈매가 거칠어졌다 - 더불어 사람 또한 흑백의 두 부류로 정확히 나뉘어지지 않았다.
오늘의 피해자는 내일의 가해자 - 총격 사건의 목격자로 알려져 목숨이 위태롭던 학교 선생님을 도왔는데 알고 봤더니 그 선생이란 작자는 교육자의 탈을 쓴 신흥 세력으로 떠오르던 조직의 보스 - 0과 1로 구축한 컴퓨터는 이러한 딜레마까진 계산하지 못했다. 판단하는 건 오로지 인간의 몫인데 여기서 실수하면 부수적인 피해가 감소하기는커녕 무슨 역병처럼 증가해버린다.

핀치가 두 팔을 벌리며「나도 일라이어스가 싫어요!」라고 외쳤다.
『그치만 미겔 이 친구는 척 봐도 말썽꾼이잖아요.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지게 만들 거라고요.』
『아마도요.』
『어딘가에서 강도질을 꾸며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여성을 다치게 만들지도 몰라요.』
『십중팔구 그럴 겁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요.』
『만의 하나라는 것 때문입니다, 해롤드.』
리스는 진심으로 근심하며 이마를 찌푸렸다.

그 미겔의 뒤를 밟은지 그리하여 사흘 째.
리스는 미겔이 임신한 어린 창부와 같이 합심하여 자신의 머리를 의자로 가격하려 한다고 알려왔다.
《포주의 아이를 가진 동양인 여잡니다.》
핀치는《지금 뭐라고요?》라며 정신없이 소리를 질러댔다.
왜냐하면 무선 통화기 저편에선 문짝이 부러지는 굉음과 같이 해서 격정적인 몸싸움을 벌이는게 분명한 기척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덧붙여 쿠바 이민 3세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에스파냐 어는 잘 모르지만 욕설인 건 확실했다. 그리고 간간히 여자는 내버려 둬, 영어로 외쳤다.
《미겔은 그 창부를 죽이라고 고용된 입장이었습니다. 지금은 마음을 바꿨지만요. 덕분에 선약금을 떼먹고 계약을 깨뜨린 거냐며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난 포주가 미겔의 목에 현상금을 건 상태입니다. 아, 미겔? 지금 건 자네에게 말한게 아니야. 그 여자랑 같이 달아나면 안 된다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나. 그러니까 내가 지금 내 고용주와 통화중이라서... 아니라니까! 내 고용주는 매춘업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 응? 진심이야? 날 주먹으로 이겨보겠다고? 농담이겠지.》
이어서 와지끈, 우당탕.

『허.』
핀치는 두 눈을 꿈뻑꿈뻑 움직였다.
악!, 악! 이러는 비명 소리가 규칙적으로, 그리고 끊이지 않고 들리는데 그게 리스가 내는 소리가 아닌 건 분명했다.

Posted by 미야

2012/04/26 14:36 2012/04/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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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접니다...

다음 사이트에서 검색어로 "퍼오인" 치면 몇 블로그 사이트 및 해당 글이 보입니다.
음... 최근 주의해서 읽고 스토킹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유입자 수가 늘었다고 어느 분이 당혹감의 오라를 뿜으며 글을 적으셔서 뻘쭘했습니다.
범인은 접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그건 그거고 블로그나 트위터에 대한 핀치의 반응은 무척 부정적이었지요.
저야 뭐 핀치처럼 비밀스러운 사람도 아니고  밖으로 드러내놓을 내용 자체도 없는 사람입니다만...
사생활 공개라는 부분에선 요즘 같은 시대엔 주의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일 전, 저희 동네 한 아파트 단지로 납치 피싱 전화가 돌았다고 하더군요.
자녀의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는 딸(아들)이 크게 다쳤다, 1천만원을 빨리 보내지 않으면 앞으로 영원히 보지 못할 것이다, 이러면서 협박을 했다네요. 황당한게 납치를 당했다고 주장된 자녀는 마침 단체 여행 중이었고요... 그렇게 여행을 떠난 학생 있는 집만 콕콕 찝어서 협박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전화번호나 이름 털리는 건 요즘은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요.
학생이 마침 단체 여행을 떠난다는 건 어떻게 알았느냐며 다들 혀를 내둘렀어요.
어딘가에서 "기록" 을 봤다는 거겠죠.
그런 부분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로 여행을 가효~ 다녀올께욤~" 이러고 블로그나 트윗터에 적는 것도 쉽게 하면 안되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참 무서운 세상이예요.

- 남의 블로그는 잘도 스토킹하는 주제에 -

Posted by 미야

2012/04/26 11:29 2012/04/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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