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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짧은 습작. 그나저나 요즘 갑자기 새미 괴롭히기 운동본부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드네요. ※


시야가 온통 붉다. 아니 파란 것도 같다. 해석하기 힘든 색이 어지럽게 뒤섞여 순식간에 암전된다.
이것은 비명인가. 통곡을 닮은 침묵... 듣는 기능을 상실한 귀가 쑤시듯 아파온다.
기진맥진한 몸으로 내 것이 아닌 토막난 다리를 베고 가프게 호흡한다.
이곳은 정글이다.
그러나 하늘에서 쏟아지는 건 폭우가 아닌 살점, 핏덩이, 오물, 그리고 놈이 내는 웃음 소리.
기어서라도 도망쳐야 하지만 슬프게도 바닥을 휘저을 팔이 없다. 버둥거리고 싶어도 허리 아래로 감각이 없다. 결국 춤추며 내려오는 거대한 낫을 무기력하게 쳐다보며 이를 악다무는 것밖에는...

『후욱!』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꿈을 꿨다. 그리고 굉장히 놀랐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뭘 봤는지도 상세하지 않다. 요컨대「블로우잡을 해주던 창부가 갑자기 광분해선 남의 귀한 똘똘이를 물어뜯었다」라는 줄거리였다고 해도 그런가보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어쩌면 상어가 헤엄치는 바다에서 조난을 당한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쥬라기 공원에서 긴박감 넘치는 티라노사우르스 투어를 즐기던 내용이었을지도. 하여간 땀이 많이 났고, 시체 썩는 악취가 희미하게 남았다. 실제로 그런 냄새를 맡은 것도 아닌데 불가사의한 뇌는 사실도 아닌 정보를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그의 판단력을 교란시켰다. 귓속에서 파리가 앵앵거리는 감각이다. 딘은 구역질을 참으며 숨을 헐떡였다.

샘도 덩달아 잠에서 깨어났다.
『딘.』
작게 속삭이던 동생은 날렵한 동작으로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다. 그리곤 불도 켜지 않은 채 순식간에 벽 반대 편까지 이동했다. 딘은 순간 당황해서「그게 아냐, 임마!」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주변을 살피던 샘의 동작이 어찌나 날카롭던지 그 소리가 목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다. 동생의 움직임은 흡사 먹이를 추적하는 육식 동물과도 같았다. 천천히, 동시에 확실하게 기척을 읽으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등 근육이 덩어리지며 단단하게 뭉쳐졌다.

『괜찮아.』
여전히 창밖을 응시하며 샘이 말했다.
『괜찮아, 딘.』
그제야 동생은 꼭 쥐고 있던 권총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원래 잠이 짧은 녀석이다. 신경이 예민해서 조그만 소리에도 반응하여 깨어났다.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는 이러한 증상을 악화시켜 눈자위를 붉게 충혈시키기도 했다.
뭐, 그걸 모르는 바 아니긴 한데...
지금의 건 오버 아니야?
딘은 손가락으로 콧망울을 긁었다.
그걸 엉뚱하게 오해한 모양이다. 샘은 빠르게 다가와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 딘의 어깨를 툭 쳤다.
안심해도 된다고, 수상한 건 없다고, 절대로 지켜줄테니 마음 놓고 계속 잠들어 있어도 된다는 뜻이리라.

딘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투로 엄마 오리처럼 행동하는 샘을 올려다 보았다.
나는 네가 돌봐야 할 어린애가 아니라고!

아무래도 불빛 한 점 없는 어두운 방안에선 표정을 읽기 힘들다.
동생은 다시 딘의 어깨를 힘 줘서 툭, 툭 쳤다.
마침내 입이 풀려 꿀 먹은 벙어리 신세에서 해방된 딘은 버럭 외쳤다.
『무섭다, 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말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샘은 흠칫해서 딘에게서 재빨리 멀어졌고, 그는 곧바로 자신의 방정맞은 주둥이를 저주했다.
징그럽다, 웃기게 논다, 같지도 않게 유세를 떤다, 그 외 다른 표현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무섭다」라는 말을 했고, 그 표현은 지금의 그들에겐 일종의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젠장, 그게 아니라.』
동생의 얼굴이 어떤 식으로 일그러지는지 딘은 알 수 있었다.
『알지? 내 말은 네가 무섭다는게 아니라...』
그래봤자 이미 늦어서 샘은 자기 침대로 되돌아가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버렸다.

우는 것도 아니다.
눈을 감은 것도 아니다.
단지... 뭐랄까, 단지.

그저 뼛속까지 안타까울 뿐.

Posted by 미야

2008/12/10 11:26 2008/12/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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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비 2008/12/10 17:53 # M/D Reply Permalink

    저도 뼛속까지 안타까워지는 느낌입니다. 아니 누가 뼈를 긁어주는 듯한 느낌인거 같기도 합니다.

  2. 야금 2008/12/10 23:50 # M/D Reply Permalink

    딘은 평생 저기억을 갖고 살아야한다니..ㅠ
    그걸또 초조하게 지켜보는샘도..ㅠ 이넘들은 언제 행복해질까요..

  3. 슈뇌 2008/12/11 11:42 # M/D Reply Permalink

    혹시나 하고 들어왔더니 글이 올라왔네요 ...에혀..근데 너무 안타깝다는거...
    둘이 걍 행복하게 해주세요~~~~~~~~~

  4. 쥬레스 2008/12/12 15:03 # M/D Reply Permalink

    어흐흑ㅠㅠㅠ 진짜 ...ㅠㅠㅠㅠㅠ

    안타까울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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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궁금해" 책의 제43장입니다.

"고양이에 미친 여자들"이라, 맞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며, 강박성 인격장애의 일종인 수집증을 앓고 있다.
물론 종을 안 가리고 집 없는 동물들을 구하려다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이들은 꽤 있다. 하지만 수집증 환자들은 결국 너무 많은 고양이들을 기르게 되고 만다. 아마 처음에는 집안에 고양이들을 숨겨두는게 어렵지 않고, 집 없는 고양이들이 워낙 많아서 수집하기도 쉬운데다가, 중성화 수술을 안 받았을 경우 고양이들의 번식력이 너무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수집증 환자들은 대부분 고양이가 끔찍한 과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이웃들이 자주 혹은 아예 청소도 안 하는 2,00평방피트짜리 고양이 변기 옆에 살다 지쳐 신고를 해 버린다.
그래도 수집증 환자들은 구조원을 자처하면서 계속 더 많은 고양이들을 불러들인다. 고양이가 유기묘 센터에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양이들 사이에서 병이 퍼지면 이들은 현실을 통제할 힘을 완전히 상실해 버리고, 때로는 죽은 고양이 시체와 헤어지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래서 관계 당국이 이들을 발견했을 때 보면, 집안에 오물이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쌓여 있는 경우가 흔하고, 병들거나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고양이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래도 이들은 이런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전혀 자각을 못한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도 희망은 있다. 최근들어 수집증을 정신병의 일종으로 인정하게 되면서 인간적인 중재나 법적 규제로 이런 상황을 동물이나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결하게 된 것이다.



제가 요즘 자주 마실을 나가는 카페에서 근일에 날카로운 주제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책에서 언급된 "끔찍한 상황" 은 아니지만 비슷한 면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걱정되더군요.
뭐, 당사자분이 이미 카페를 탈퇴하신 상태라 더 이상 이야기가 계속될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보호하던 고양이가 자주 죽어간다면 슬프다고 통곡하며 울기 전에 뭐가 문제인지 돌아보는게 먼저일 것 같습니다.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온다고 끝이 아니니까요.
능력이 되지 않으면 보호소에서 동물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내용의 댓글도 달렸던데 감정적인 부분만 빼자면 전 전적으로 그 주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먹이를 주고, 똥간을 치워주는게 반려인의 "능력" 전부는 아니잖아요. 특히나 고양이는 몸이 아파도 그 사실을 잘 감춥니다. "아프다" 라는게 눈에 보이면 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다음이지요. 그만큼 관심이 필요합니다. 열 마리 이상을 키우면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건 불가능하죠. 그렇기에 "능력껏" 아이들을 구조해서 데려다 키우다보면 방치하기 쉽습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그렇게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종일 "과유불급" 이란 단어를 입에 담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책의 내용은 외국의 경우이니 슬프게도 국내에선 인간적인 중재나 법적 규제를 바랄 수 없습니다.

Posted by 미야

2008/12/09 19:16 2008/12/0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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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테리온 2008/12/11 16:40 # M/D Reply Permalink

    흠..작가의 말에 격하게 동감합니다.
    저도 고양이를 기르기 전부터 동물이라면 환장을 할 정도로 좋아했습니다만,
    일단 기르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더라구요.
    예전보다 동물 문제에 대해선 좀더 냉철하게 생각하게 된거 같아요.;;
    길가다가 불쌍해 보인다고 무조건 데려올 생각하는 일도 없어지고..
    일단 동물에게 가장 필요한건 사랑과 애정이라기 보단 이해와 존중이라고 생각하게 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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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끗.
이럴 수는 없겠죠.
표지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나름 충동구매를 한 책인데요,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저 여자가 쥐고 있는 초에도 피가 흐르고 있어효. 그렇다면 이 책은 호러물인가. 아쉽지만 그건 아니예요.

어릴 적 기억이 없는 여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오래된 열쇠와 낚시 배낭 속에 들어가 있던 손으로 그린 지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도를 따라가 열쇠를 사용해야죠?
"나" 와 사야카는 집을 찾아가 그곳에서의 일을 추리하고 어릴적 기억이 상실된 그녀와의 연관성을 추적합니다.

뭐랄까, 잘 짜여진 어드벤처 추리게임 같아 단번에 몰입하게 되더군요.
"책상에 오래된 책이 보인다" "꺼내어 읽어본다" "인쇄일이 20여년 전의 것이다" "테이블에 커피잔이 놓여있다" "옷걸이에 양복이 걸려있다"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다" "갑자기 사람이 떠난 듯한 냉기" "미쿠리야 유스케 군의 일기장" ... 호기심이 자극받습니다. 그리고 감춰진 비밀을 캐는 (감자도 아닌데) 쓴 맛이 강렬합니다. 이대로 영원히 덮어두어야 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파헤치고 싶어하는 욕망이랄까, 그리고 작가는 정말로 "끝까지" 파들어 갑니다.

작위적인 구석이 좀 있지만 그래도 빠르게 읽었습니다.
단,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이 대를 이어 계속된다는 점은 찝찝하군요.

Posted by 미야

2008/12/09 18:34 2008/12/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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