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궁금해" 책의 제43장입니다.

"고양이에 미친 여자들"이라, 맞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며, 강박성 인격장애의 일종인 수집증을 앓고 있다.
물론 종을 안 가리고 집 없는 동물들을 구하려다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이들은 꽤 있다. 하지만 수집증 환자들은 결국 너무 많은 고양이들을 기르게 되고 만다. 아마 처음에는 집안에 고양이들을 숨겨두는게 어렵지 않고, 집 없는 고양이들이 워낙 많아서 수집하기도 쉬운데다가, 중성화 수술을 안 받았을 경우 고양이들의 번식력이 너무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수집증 환자들은 대부분 고양이가 끔찍한 과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이웃들이 자주 혹은 아예 청소도 안 하는 2,00평방피트짜리 고양이 변기 옆에 살다 지쳐 신고를 해 버린다.
그래도 수집증 환자들은 구조원을 자처하면서 계속 더 많은 고양이들을 불러들인다. 고양이가 유기묘 센터에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양이들 사이에서 병이 퍼지면 이들은 현실을 통제할 힘을 완전히 상실해 버리고, 때로는 죽은 고양이 시체와 헤어지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래서 관계 당국이 이들을 발견했을 때 보면, 집안에 오물이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쌓여 있는 경우가 흔하고, 병들거나 죽어가거나 이미 죽은 고양이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래도 이들은 이런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전혀 자각을 못한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도 희망은 있다. 최근들어 수집증을 정신병의 일종으로 인정하게 되면서 인간적인 중재나 법적 규제로 이런 상황을 동물이나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결하게 된 것이다.



제가 요즘 자주 마실을 나가는 카페에서 근일에 날카로운 주제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책에서 언급된 "끔찍한 상황" 은 아니지만 비슷한 면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걱정되더군요.
뭐, 당사자분이 이미 카페를 탈퇴하신 상태라 더 이상 이야기가 계속될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보호하던 고양이가 자주 죽어간다면 슬프다고 통곡하며 울기 전에 뭐가 문제인지 돌아보는게 먼저일 것 같습니다.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온다고 끝이 아니니까요.
능력이 되지 않으면 보호소에서 동물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내용의 댓글도 달렸던데 감정적인 부분만 빼자면 전 전적으로 그 주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먹이를 주고, 똥간을 치워주는게 반려인의 "능력" 전부는 아니잖아요. 특히나 고양이는 몸이 아파도 그 사실을 잘 감춥니다. "아프다" 라는게 눈에 보이면 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다음이지요. 그만큼 관심이 필요합니다. 열 마리 이상을 키우면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건 불가능하죠. 그렇기에 "능력껏" 아이들을 구조해서 데려다 키우다보면 방치하기 쉽습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그렇게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종일 "과유불급" 이란 단어를 입에 담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책의 내용은 외국의 경우이니 슬프게도 국내에선 인간적인 중재나 법적 규제를 바랄 수 없습니다.

Posted by 미야

2008/12/09 19:16 2008/12/09 19:16
Response
No Trackback , a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108

Comments List

  1. 테리온 2008/12/11 16:40 # M/D Reply Permalink

    흠..작가의 말에 격하게 동감합니다.
    저도 고양이를 기르기 전부터 동물이라면 환장을 할 정도로 좋아했습니다만,
    일단 기르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더라구요.
    예전보다 동물 문제에 대해선 좀더 냉철하게 생각하게 된거 같아요.;;
    길가다가 불쌍해 보인다고 무조건 데려올 생각하는 일도 없어지고..
    일단 동물에게 가장 필요한건 사랑과 애정이라기 보단 이해와 존중이라고 생각하게 됬습니다.

Leave a commen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끗.
이럴 수는 없겠죠.
표지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나름 충동구매를 한 책인데요,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저 여자가 쥐고 있는 초에도 피가 흐르고 있어효. 그렇다면 이 책은 호러물인가. 아쉽지만 그건 아니예요.

어릴 적 기억이 없는 여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오래된 열쇠와 낚시 배낭 속에 들어가 있던 손으로 그린 지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도를 따라가 열쇠를 사용해야죠?
"나" 와 사야카는 집을 찾아가 그곳에서의 일을 추리하고 어릴적 기억이 상실된 그녀와의 연관성을 추적합니다.

뭐랄까, 잘 짜여진 어드벤처 추리게임 같아 단번에 몰입하게 되더군요.
"책상에 오래된 책이 보인다" "꺼내어 읽어본다" "인쇄일이 20여년 전의 것이다" "테이블에 커피잔이 놓여있다" "옷걸이에 양복이 걸려있다"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다" "갑자기 사람이 떠난 듯한 냉기" "미쿠리야 유스케 군의 일기장" ... 호기심이 자극받습니다. 그리고 감춰진 비밀을 캐는 (감자도 아닌데) 쓴 맛이 강렬합니다. 이대로 영원히 덮어두어야 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파헤치고 싶어하는 욕망이랄까, 그리고 작가는 정말로 "끝까지" 파들어 갑니다.

작위적인 구석이 좀 있지만 그래도 빠르게 읽었습니다.
단,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이 대를 이어 계속된다는 점은 찝찝하군요.

Posted by 미야

2008/12/09 18:34 2008/12/09 18:34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107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4821
Today:
172
Yesterday:
286

Calendar

«   2008/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