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르르릉, 아 쉬파

전산코드 짜는게 쉽지 않다는 건 주변 지인들의 푸닥거리를 하도 봐서 잘 아는데요.
마감하고 사흘 뒤에 전화로 프로그램 에러 떴떠요 하고 알려오면 진짜지 우짜라는 거예요. 네?
이거 완전히 뒤집어 씌우는 거잖아. 우리가 떵꼬 닦기 전문으로 보여?

이봐. 현피 뜨자.
이대로 못 견딜 것 같어. 서로 머리끄댕이 잡자.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하자 선언하고 푸파푸파 웃으며 퇴근했지만 뒷수습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만 하면 하늘이 누래요. 제길슨, 그런데 죽일 놈의 천식 때문에 담배도 못 펴.

Posted by 미야

2008/12/10 19:20 2008/12/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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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짧은 습작. 그나저나 요즘 갑자기 새미 괴롭히기 운동본부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드네요. ※


시야가 온통 붉다. 아니 파란 것도 같다. 해석하기 힘든 색이 어지럽게 뒤섞여 순식간에 암전된다.
이것은 비명인가. 통곡을 닮은 침묵... 듣는 기능을 상실한 귀가 쑤시듯 아파온다.
기진맥진한 몸으로 내 것이 아닌 토막난 다리를 베고 가프게 호흡한다.
이곳은 정글이다.
그러나 하늘에서 쏟아지는 건 폭우가 아닌 살점, 핏덩이, 오물, 그리고 놈이 내는 웃음 소리.
기어서라도 도망쳐야 하지만 슬프게도 바닥을 휘저을 팔이 없다. 버둥거리고 싶어도 허리 아래로 감각이 없다. 결국 춤추며 내려오는 거대한 낫을 무기력하게 쳐다보며 이를 악다무는 것밖에는...

『후욱!』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꿈을 꿨다. 그리고 굉장히 놀랐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뭘 봤는지도 상세하지 않다. 요컨대「블로우잡을 해주던 창부가 갑자기 광분해선 남의 귀한 똘똘이를 물어뜯었다」라는 줄거리였다고 해도 그런가보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어쩌면 상어가 헤엄치는 바다에서 조난을 당한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쥬라기 공원에서 긴박감 넘치는 티라노사우르스 투어를 즐기던 내용이었을지도. 하여간 땀이 많이 났고, 시체 썩는 악취가 희미하게 남았다. 실제로 그런 냄새를 맡은 것도 아닌데 불가사의한 뇌는 사실도 아닌 정보를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그의 판단력을 교란시켰다. 귓속에서 파리가 앵앵거리는 감각이다. 딘은 구역질을 참으며 숨을 헐떡였다.

샘도 덩달아 잠에서 깨어났다.
『딘.』
작게 속삭이던 동생은 날렵한 동작으로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다. 그리곤 불도 켜지 않은 채 순식간에 벽 반대 편까지 이동했다. 딘은 순간 당황해서「그게 아냐, 임마!」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주변을 살피던 샘의 동작이 어찌나 날카롭던지 그 소리가 목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다. 동생의 움직임은 흡사 먹이를 추적하는 육식 동물과도 같았다. 천천히, 동시에 확실하게 기척을 읽으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등 근육이 덩어리지며 단단하게 뭉쳐졌다.

『괜찮아.』
여전히 창밖을 응시하며 샘이 말했다.
『괜찮아, 딘.』
그제야 동생은 꼭 쥐고 있던 권총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원래 잠이 짧은 녀석이다. 신경이 예민해서 조그만 소리에도 반응하여 깨어났다.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는 이러한 증상을 악화시켜 눈자위를 붉게 충혈시키기도 했다.
뭐, 그걸 모르는 바 아니긴 한데...
지금의 건 오버 아니야?
딘은 손가락으로 콧망울을 긁었다.
그걸 엉뚱하게 오해한 모양이다. 샘은 빠르게 다가와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 딘의 어깨를 툭 쳤다.
안심해도 된다고, 수상한 건 없다고, 절대로 지켜줄테니 마음 놓고 계속 잠들어 있어도 된다는 뜻이리라.

딘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투로 엄마 오리처럼 행동하는 샘을 올려다 보았다.
나는 네가 돌봐야 할 어린애가 아니라고!

아무래도 불빛 한 점 없는 어두운 방안에선 표정을 읽기 힘들다.
동생은 다시 딘의 어깨를 힘 줘서 툭, 툭 쳤다.
마침내 입이 풀려 꿀 먹은 벙어리 신세에서 해방된 딘은 버럭 외쳤다.
『무섭다, 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말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샘은 흠칫해서 딘에게서 재빨리 멀어졌고, 그는 곧바로 자신의 방정맞은 주둥이를 저주했다.
징그럽다, 웃기게 논다, 같지도 않게 유세를 떤다, 그 외 다른 표현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무섭다」라는 말을 했고, 그 표현은 지금의 그들에겐 일종의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젠장, 그게 아니라.』
동생의 얼굴이 어떤 식으로 일그러지는지 딘은 알 수 있었다.
『알지? 내 말은 네가 무섭다는게 아니라...』
그래봤자 이미 늦어서 샘은 자기 침대로 되돌아가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버렸다.

우는 것도 아니다.
눈을 감은 것도 아니다.
단지... 뭐랄까, 단지.

그저 뼛속까지 안타까울 뿐.

Posted by 미야

2008/12/10 11:26 2008/12/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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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달비 2008/12/10 17:53 # M/D Reply Permalink

    저도 뼛속까지 안타까워지는 느낌입니다. 아니 누가 뼈를 긁어주는 듯한 느낌인거 같기도 합니다.

  2. 야금 2008/12/10 23:50 # M/D Reply Permalink

    딘은 평생 저기억을 갖고 살아야한다니..ㅠ
    그걸또 초조하게 지켜보는샘도..ㅠ 이넘들은 언제 행복해질까요..

  3. 슈뇌 2008/12/11 11:42 # M/D Reply Permalink

    혹시나 하고 들어왔더니 글이 올라왔네요 ...에혀..근데 너무 안타깝다는거...
    둘이 걍 행복하게 해주세요~~~~~~~~~

  4. 쥬레스 2008/12/12 15:03 # M/D Reply Permalink

    어흐흑ㅠㅠㅠ 진짜 ...ㅠㅠㅠㅠㅠ

    안타까울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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