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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본문 중 * 표시는 원래 주석이 붙을 자리를 표시한 거지만 귀찮아서 모조리 패스합니다. 겔름병이 천장을 꿰뚫었음. 음화화. 그나저나 이 속도라면 베드씬까지 가는데 100만광년 걸리겠습니다. ※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딘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갔다.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사물의 모양새를 제대로 읽어내렸음에도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침대는 침대인데... 욕지기 나온다. 꽃분홍색의 하늘거리는 레이스가 달렸다.
그 고운 자태에 머리카락이 뿌리부터 곤두서는 기분이다. 그는 악 소리부터 질렀다.
『우라질! 이래선 마피아 조무래기들의 밀회장소일 리가 없잖아!』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소공녀의 방을 정성을 다해 재현해냈다. 금색의 술이 달린 쿠션이 있고, 리본을 묶은 인형이 있다. 공주님이 손수 사용할 옷장은 너무나 작아서 고급 미니어처처럼도 보였다. 서랍 손잡이가 은으로 만든 아기 딸랑이처럼 보이는 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다. 미치겠다. 책장으로 피노키오, 백설공주, 걸리버 여행기 같은 고전 동화책이 몇 권 꽂혀져 있다. 그 아래쪽으로는 진주 장식이 된 어린이용 슬리퍼가 물방울 무늬의 러그 위로 반듯한 모습으로 놓여졌다. 슬리퍼의 크기가 어찌나 작던지 눈물이 나오려 했다. 전신 거울은 또 어떻고. 그 작고 앙증맞은 물건은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딘의 허리밖엔 오지 않았다.
포도 덩굴이 장식된 문제의 거울 옆으로는 빈 꽃병과 스탠드가 있다. 혹시나 싶어 달각 소리가 나도록 스탠드의 갓끈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전기는 오래 전에 끊어졌는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엔 스탠드를 뒤집어 바닥 면을 살펴보았다. 제품의 라벨이 닳아 몇 개의 숫자를 빼곤 읽을 수가 없다. 아마도 7, 그리고 1... 제대로 읽어낸 것이 맞다면 1971년에 생산된 물건이다. 입술을 삐죽이며 스탠드를 도로 내려놓았다. 기분이 이상하다.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골동품이라니.
손바닥을 털며 눈을 돌리자 테디 베어의 새카만 단춧구멍 눈이 딘을 빼꼼 쳐다보았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뭘 보냐, 이눔 새끼야. 건방지게 굴면 이 형님이 눈깔을 확 빼버린다.
혼내키며 곰 인형을 손으로 밀어 쓰러뜨렸다.

어째서 이런 곳에 아이 방을 꾸며놓은 걸까. 햇빛 한줌 들지 않는 지하실에... 단순히 쓰지 않는 물건들을 모아다 이리로 옮겨놓았다고 하기엔 가구들이며 놓여진 소품들의 배치가 자연스럽다는게 마음에 걸린다. 청소를 좀 하고 먼지를 쓸어내면 당장에라도 이 안에서의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물론 그 이전에 니콜 키드먼이 열연한「디 아더스」영화가 되어버린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안절부절한 마음을 감추고저 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정말로「디 아더스」일까? 햇볕에 조금이라도 닿을라치면 치명적인 상해를 입고 마는, 자외선에 손상된 피부 세포가 정상으로 재생되지 않는 희귀 유전병에 걸린 가여운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방이다? 모르겠다. 손전등을 들어 다시 벽면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게 0.1%에 불과할지언정 그럴 가능성은 있다. 시력을 잃고, 외모가 망가지고, 신경마저 퇴화하여 인간 이하의 몰골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될 아이를 가여워한 그들 부모가 새카만 어둠으로 보호하려 한 것이다. 허나 설사 그랬다고 쳐도 이건 도를 넘었다. 환기를 위한 작은 구멍조차 없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바스티유 감옥에서의 종신 옥살이 이상으로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따스한 햇빛이 얼굴에 닿는 그 사랑스러운 느낌을 박멸하고 새벽 빛의 아름다움이 지워진 곳으로 아이를 밀어뜨리다니, 분명 자식을 애닳게 사랑하는 부모가 할 짓은 아니다.

등 뒤로부터 바스락 소리가 나면서 눈부신 불빛이 그에게로 쏟아졌다.
아이고, 귀신 나왔다. 흠칫 놀란 딘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다.
『놀라지 마. 진정해. 나야. 괜찮아, 형?』
밧줄을 타고 구덩이 아래로 내려온 샘이 제일 먼저 딘의 안부부터 확인했다.
『다친 곳은?』
『별 거 아냐, 샘. 조금 긁히기만 했어.』
『휴우... 다행이다.』
그럭저럭 형이 무사하다는 걸 알자마자 어린아이마냥 활짝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형의 표정이 썩 좋지 않음을 깨닫고 이마를 찌푸렸다.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이 믹스된 샘의 얼굴은 여느 코미디언 뺨치게 대단히 코믹했다. 그러니까 웃던지 찡그리던지 둘 중의 하나만 하란 말이다 - 동생의 팔꿈치를 툭 때리고 고갯짓으로 소녀풍의 침대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한껏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말고 저리로 가서 누워보지 않겠니? 샘.』
형의 제안에 샘은 당황했다. 말도 더듬었다.
『내, 내가 왜?』
『그냥. 레이스가 달린 저 침대가 어쩐지 너에게 퍽이나 어울릴 것 같아서. 부탁할게. 수줍은 얼굴로 저기에 누워「자기, 빨리 날 안아줘~」이러고 유혹하는 널 보고 싶어.』
한달 내내 큰 비가 내려도 이보단 덜 우울할 거다. 그의 눈썹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형! 큰일났어. 아무래도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나봐! 내가 지금 손가락을 몇 개 들고 있는지 알겠어? 이거 보여? 응?』
『이놈의 자식. 가운데손가락 하나만 치켜들고 누굴 엿 먹이려는 거냐.』
『흥! 시작은 딘이 먼저 했잖아.』

어쨌거나 샘 또한 지하실의 숨겨진 비밀,「옛날 옛적에 한 어여쁜 공주님이 바스티유 지하 감옥에서 살림을 차렸답니다」를 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형 못지않게 그 역시 대단히 놀란 것이 분명하다. 벌어진 콧구멍이며, 안으로 말려들어간 아랫입술 등등이 밧줄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린 해골을 봤을 적의 반응과 대단히 유사했다.
우물에서 사다코 나왔다. 그것도 머리 산발하고 각기춤 추는 사다코다.
리본을 목에 감고 있는 곰 인형을 발견한 동생의 얼굴 위로 생리적 혐오감이 떠올랐다.

『Sun of bitch... 아무리 봐도 이건 범죄의 현장인데.』
변호사가 되고자 법학을 공부하던 그에겐 이 모든게 다르게 해석되었다. 지금은 이곳에 없는 몇 가지의 물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캠코더, 인터넷, 겁에 질린 어린 소녀. 이 세 가지의 조합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의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아동 포르노를 촬영하는 현장이 이와 비슷하다는 걸 풍월에 들은 적이 있다. 자연광이라고는 요만큼도 들어오지 않는다. 잘 꾸며져 있으되 결코 사랑스럽진 않다. 바싹 말라있고 긁으면 부스러질 것 같다.
날렵한 동작으로 침대 커버를 들추고 혹시라도 핏자국이 있는가부터 살폈다. 다행이었다. 육안으로 보이는 수상한 얼룩은 일단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샘은 옷장을 열고 내부를 살폈다. 텅 비어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원피스가 세 벌, 치마와 바지, 그리고 셔츠와 블라우스가 차곡차곡 걸려져 있었다. 서랍을 열자 반듯하게 개켜둔 어린이 속옷도 나왔다. 단, 보관된지 오래되어 옷들의 상태는 대단히 좋지 않았다.
『어림 짐작으로도 10년은 확실히 넘었어.』
차마 손으로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아 손전등으로 내용물을 휘적거린 샘은 한숨과 함께 서랍을 닫았다. 캠코더 앞에서 맨살을 훤히 드러낸 채 속옷을 갈아입기를 강요당했다면 진짜지 죽고 싶었을 거다. 원피스의 사이즈는 기껏해봐야 여섯, 일곱 살 아동에게 맞는 크기였다. 옷만 가지고 추정하자면 피해자는 10대 미만의 어린이다. 불쌍해라... 샘은 눈가를 살짝 닦았다.

『넌 비약이 너무 심해, 샘. 변태 성욕자들이 여기서 애를 학대했다고? 그게 아닐 수도 있어.』
딘은 스탠포드 대학 중퇴자의 가설에 어쩐지 회의적이었다.
가까이 와서 이것 좀 보라며 침대 기둥으로 불빛을 비췄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허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뒤로 길게 뺐다. 샘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눈높이를 낮췄다는 걸 확인한 딘이 자신이 발견한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 이거 보여? 먼지가 끼어 지금은 자국이 희미하지만 침대 기둥에 문양이 있어.』
정말 있다. 원과 뒤집혀진 두 개의 정삼각형의 결합.
위에 있는 것은 아래에 있는 것과 같다. (* 에메랄드 타블렛)
여섯 개의 꼭지점을 알아본 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헥사그램이잖아.』
『맞아. 솔로몬의 인장이자 다윗의 방패인 헥사그램이야. 악마를 쫓아내는 강력한 심볼이지.』
『어째서 이게 여기에 있는 거지?』
『그러게 말이다. 아동 포르노와 헥사그램은 그렇게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 않냐?』
굳이 동의를 구하지 않더라도 딘의 의견이 옳다. 샘은 반론을 제시하는 대신 입을 다물었다.

침대 기둥마다 날카로운 칼로 그어서 만든 듯한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다. 영문을 모르겠다. 불편한 기분이 된 샘은 일단 EMF 미터기를 꺼내 눈금부터 확인했다. 기계는 건전지가 닳은 리모컨처럼 굴었다. 눈금은 요만큼도 요동을 치고 있지 않다. 고장을 의심하며 애꿎은 계측기를 흔들어봤다. 여벌의 EMF 미터기를 가지고 오지 않은게 후회스럽다.

엎드리다시피 해서 한층 더 자세를 낮춘 딘이 날카롭게 휘파람을 불어 고장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있는 동생의 주의를 잡아 끌었다.
『침대 모서리만이 아니야. 이곳 바닥으로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게 확실한 자국이 더 있어.』
『그것도 헥사그램 모양이야?』
『약간 달라, 샘. 이건 유니커셜 헥사그램*인 것 같다. 손전등 하나로 전부를 확인하기는 어렵군. 거기다 그려진 사이즈가 대단히 커. 지하실 방을 전부 커버하고도 남겠어.』
『아휴! 이거... 아동 포르노보다 더 나쁘잖아.』
『네 말이 맞아. 이건 하기아조 에마우톤*이야. 아동 포르노라면 경찰을 불러야겠지. 하지만 이거, 분명히 우리 일이다. 누군가 이곳에서 의식을 행했어. 그런데 이 형은 그게 그다지 썩 좋은 의도는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기아조 에마우톤.
단순히 번역하면「자신을 거룩하게 하다」라는 의미다. 문자적인 뜻은 그러하고, 업계(?)에선 강력한 부적과 상징의 힘을 빌려 나쁜 영향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여러 방마 방식들을 통칭한다. 결계를 만든답시고 문가에 소금을 뿌리는 행동도 하기아조 에마우톤이다. 수호 성인의 이름을 문신으로 팔뚝에 새기거나 성직자가 축성한 성스러운 물건을 소지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그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다.
단, 무슨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법.
보호가 지나치면 감금이 되는 것이고, 방어가 지나치면 공격이 되어버린다.
장소도 장소거니와 이곳에 그려진 보호의 문장들이 너무 크고 거창하다는 점에 형제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바비 아저씨가 이걸 보시면 무어라 하실지 궁금하군.』
퇴마꾼 바비는 자신의 은신처에 솔로몬의 진을 멋지게 그려놓고 있다. 그쪽으로 아는 바도 많다. 바비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겠다 생각한 샘은 핸드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구석구석을 찍기 시작했다. 해상도가 낮다는게 아쉽지만 그럭저럭 눈으로 알아볼 수는 있으니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릴 순 없다.
침대와 침대 모서리, 그리고 바닥. 천장도 한 컷 찍었다.
샘의 장난을 눈치채고 치즈를 외치며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딘도 한 장 찰칵.

『집주인이 이것에 대해 무어라 할지 대단히 궁금하군.』
『모른다고 딱 잡아뗄 수도 있지.』
『정말로 모르거나...』
『아님 뭔가를 숨기거나.』
『여기 집주인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딘.』
『캐빈 쉐퍼드.』
『만나봐야겠네.』
『두말하면 잔소리.』
딘은 슬슬 지상으로 올라가자고 하면서「섹시하게 사진 잘 찍어줘」어깨를 슬그머니 비틀었다.


※ 포옹씬 촬영따윈 기대 안 한다! 키스씬을 찍어라! 크립키~!! ※

Posted by 미야

2007/04/27 19:58 2007/04/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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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면서 놀지...

다운로드 완료까지 2시간 남았다. 속도 죽인다... 그동안 심심한데 뭘 할까. (궁시렁)
그나저나 다음 비공개 카페가 자꾸 리퍼러에 올라오는데 이게 뭐지.

Posted by 미야

2007/04/27 18:52 2007/04/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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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건으로 한 권을 줄곧 이끌어갔던 1권 <도련님은 가출쟁이... 헉! 이것은 손안의책 편집부가 장난으로 붙였던 가제가 아니었던가!> 과는 달리 여러 단편들이 모인 책이다.
과자가 맛이 없어 사람이 심장마비로 죽은게냐 - 죽쑤는 과자 장인 에이키치의 살인범 누명 이야기는 이미 블로그에서 맛보기로 소개가 되었던 것이고... 사스케와 니키치의 도련님 김밥을 말아 화재를 피해 강가로 피신 등등 (사실은 멍석이지) 이라던가 하는게 참 재미있었다.
허약체질 도련님이 이불가게 사장님의 고함소리에 기절하는 건 끝장이었고... 아쉽다면 <너무 짧아!> 라는 걸까.
책 포장을 뜯고 히히덕거린지 1시간만에 즐거움이 끝났쪄. 히잉.

살짝 가벼운게 약점이라면 약점.
아울러 만사가 딘과 연관되는 나의 콩깍지는 니키치의 묘사에서조차 딘을 발견한다.

" 도련님, 저는 에이키치 씨 일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데요. "
혼자 남은 니키치가 싱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 끝을 살짝 올려 웃는 모습은 엄청나게 남자답다. 쇠주전자의 더운 물로 끓인 뜨거운 차가 도련님 앞에 내밀어진다.
키워준 부모이고 형님이기도 한 니키치가 이런 식으로 웃으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았어도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게 된다.
" 글쎄, 생각 안 나는데. 뭐지? "
" 오늘은 간식을 조금도 드시지 않았지요. 또 몸이 안 좋으십니까? "
한껏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도련님은 당황해서 만주에 손을 뻗었다.

으아, 으아, 으아아아아~!! 입 끝을 살짝 올려 웃는 딘~!! 좋지.
이 장면에서 나는 구미구미 내지는 왕꿈틀이 사탕을 내밀면서 샘을 먹이려 하는 딘을 상상하곤 침대를 뒹굴었다...;;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 제 정신을 찾도록 하자. 릴렉스.

Posted by 미야

2007/04/26 21:28 2007/04/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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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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