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풀풀...

그럼 이제 <내 돈 돌려줘!> 이러고 두 사람을 침대 위에서 뒹굴게 하면 대망의 엔딩이... 일 리 없잖아! (버럭!)
거 참. 옛날보다 증상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왜 이렇게 길어지지? 더블 스페이스 500라인에 정확히 맞추어 단편 글들을 토해내던 하이텔 시절이 그립군. (긁적긁적-) 그래도 20번대는 안 넘긴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안 넘긴다!
조금은 줄이도록 하자 - 몸무게만 줄일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 작금이다.

그나저나 샤바케는 왜 안 오는 거샤. 나에게 행수님을 보여줘어~!!

Posted by 미야

2007/04/25 19:27 2007/04/2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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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리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곳곳에 지뢰밭처럼 깔린 설정 오류 발견시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레드 썬을 외쳐주기 바람. 그나저나 요즘 쥰쥰은 맛있는 햄버거를 봐도, 고소한 아몬드를 봐도, 잘 빠진 나이프를 봐도, 썩 괜찮아 보이는 부적을 봐도, 눈치껏 딘의 호주머니에 챙겨주고 싶다는 욕구에 떨고 있습니다. 맛 갔어, 간 거야! 크앙~! ※


요람에 누운 아기가 위험에 처할 일은 없다. 천장에 매달린 채 피를 흘리던 엄마 메리가 비명과 함께 불에 타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동생을 안고 집밖으로 무작정 뛰어나가지 않아도 된다. 치솟던 화염, 뜨거운 열기, 그것은 이미 일어났던 일이고, 결코 바뀌지 않을 과거이다. 오래 전에 불은 꺼졌고, 악마는 커다란 상흔을 그들 가족에게 남긴 채 떠났다.
『형?』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그의 약해빠진 마음이다. 딘은 까칠하니 짧은 수염이 돋아난 뺨을 미친 듯이 문질러댔다. 정말이지 우습지 않은가. 페인트 냄새가 진동하는 새 집에서 오금이 저려 움직일 수가 없다니. 계단을 절반만 올라간 동생이 근심에 젖어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니, 비난하고 있다. 연약한 그를, 어리숙한 그를, 듬직하지 못한 사내를, 전혀 형 답지 않은 그를 냉정한 눈초리로 뜯어보고 있다. 아버지 존을 빼어닮은 눈으로 꾸중하고 있다.
 가슴이 욱씬거렸다.
나는 바보다. 이곳은 켄자스의 그 저주받은 집이 아니다.
한참만에야 체념하고 샘을 향해 어서 위로 올라가라 손짓했다.

『뭐 하냐, 동생아. 2층 침실을 확인해 본다며.』
여전히 움직이려 하지 않는 샘을 다그쳤다. 아직까지도 차가운 눈으로 위 아래를 죽 훑어보는 동생의 시선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실험대 위로 올라간 개구리를 해부하는 거냐 - 힐난의 빛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버럭 화냈다.
『샘!』
『그 전에... 딘도 이리로 올라와서 보겠어? 내가 발견한 걸. 여기서 보니까 여기 마루는 무지 이상해.』
오해였다. 샘은 딘이 아니라 마룻바닥을 지긋이 관찰하고 있었다.

가까이선 내용을 결코 볼 수 없는 그림이 있다. 한참을 떨어지고 나서야 그림 한 가운데에 칠해진 갈색의 얼룩이 사람의 코였음을 깨닫게 된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 눈이 보이고, 다시 입이 보인다. 내가 뭘 잘못 보았나 싶어 반대로 가까이 다가서면 사람의 이목구비는 어느새 마법처럼 사라지고 캔바스 위로 두껍게 칠해진 투박한 물감 덩어리들만 남는다.
마찬가지였다. 기구를 타고 하늘로 높이 올라가고 나서야 나스카 대 평원에 그려진 인류 문화 수수께끼가 나타났다. 동생의 말대로 계단으로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화가가 몰래 숨겨둔 그림이 바닥에서부터 떠올랐다.

둥그런 원이다. 그것도 일부러 자를 대고 오려낸 듯한 완전한 모습이다. 그러나 인테리어 업자가 그렇게 하는게 예뻐보이겠거니 싶어 처음부터 색을 달리하여 바닥을 깐 것이 아니라는 점이 바로 문제였다. 딘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결의 방향과 미묘한 변색의 결과로 이러한 효과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웃기지 말라고 해라. 그런게 가능하다면 원숭이가 실수로 자동차를 분해한 뒤에 다시 그 부품으로 비행기를 조립해낼 수 있다.

『카펫을 깔아서 전에 살던 세입자들은 이걸 미처 몰랐던 모양이군. 봤다면 난리발리 쳤겠지.』
얼룩 부위를 발로 쿵쿵 찍으며 딘이 말했다.
『혹시 바닥에 깔린 배관이 잘못되어 저 부분만 물에 젖었던 건 아닐까.』
그래도 만사가 조심스러운 샘은 제일 그럴 듯한 이야기를 꺼내며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리하여 이 모든 건 죄다 우연이다? 샘... 자연에선 콤파스를 대고 그린 듯한 모양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네가 더 잘 알잖아. 삼각형 모양의 산이 있기를 하냐, 정육면체 모습의 바위가 있기를 하냐. 정말로 네 말대로 배관 문제였다면 얼룩이 찌그러진 타원 모양이어야 맞지. 어쨌든 확인해볼 방법은 딱 하나야.』
『켁!』
『저 속으로 뭐가 있는지 보게 뜯어보자.』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새로 수리를 끝낸 집안에 몰래 들어와 마룻바닥을 마구 뜯어낸다? 지하실 바닥을 삽으로 파헤치는 것과는 수준이 달라도 끝장으로 다른 일이다. 흙이야 도로 덮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강제로 깨부순 거실 바닥은 집주인이 돈을 들여 고쳐야 한다. 뻥 뚫린 구멍을 보고 마구 비명을 질러댈 사람들 얼굴이 훤하다. 아이고, 맙소사.
『있잖아, 딘. 우리 이렇게 갑자기 막 나가도 괜찮은 거야?』
쪼그리고 앉은 샘은 신고를 받은 경찰차가 출동했다는 투로 근심에 젖었다.
나이프를 꺼내 각각의 나무판의 이음새 부분으로 칼집을 넣으려는 딘은 콧방귀를 뀌었다.
『아서라. 너나 나나 진작부터 막 나가고 있었어. 몰랐어?』
딘이 보기엔 마룻바닥을 뜯는 일이나 지하실 바닥을 삽으로 파는 일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그렇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칼집을 넣었다고 그게 자리에서 쉽게 떨어질 것 같으면 인테리어 업자는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고 사기를 친 거다.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힘을 주었지만 나무판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칼날을 비틀어 보았다. 살짝 위로 들렸다가 도로 원위치.
약이 바짝 오르려 한다. 좀 더 강력한 도구가 필요하다. 곡괭이라던가, 드릴, 그것도 아니면 손도끼, 정 뭐하면 총이라도 한 번 쏘아서... 애 낳는 감각으로 끄응 소리내어 힘을 주었다. 순간 칼날의 끝부분이 따악 부러졌다. 제기랄 욕하고 벌떡 일어나 얄미운 바닥을 발로 쾅 찍었다.

일 하는 도중에 성질을 부리지 말라고 얼마나 귀 따갑게 주의를 들어왔던고. 냉정함을 잃으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면 지도나 나침반 없이 산에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그 결과야 뻔하다. 조난당해 꼴 사납게 죽게 된다. 존은 아들에게 이 점을 반복하여 말했다. 화가 나도 화를 내지 말라고. 감정을 제어하지 못 하는 자는 사냥꾼의 총을 잡을 자격이 없다고 늘 강조에 강조를 더하곤 했다.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아버지.」
대포 터지는 굉음과 같이 하여 꺼진 바닥 아래로 와당탕 굴러 떨어지면서 딘은 아버지 존이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로웠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뭡니까, 정말. 이렇게 허망한 죽음이라니.
새카만 암흑의 바다에 빠져 엉덩이부터 휩쓸리면서 딘은 흐릿해진 눈을 감았다.

『우와앗?! 디, 디인~!! 딘!』
워낙에 순식간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미처 보지도 못 했다. 투명한 팔이 형의 바지를 붙잡고 잡아챈 것도 같다. 중력이란 것이 사람을 아래로 끌어내린 거라고 하기엔 시야에서 사라진게 너무나 갑작스럽다. 보통 바닥이 꺼지는게 이런 식은 아닐 터인데?! 썩지도 않은 나무판이 성인 남자의 발길질을 견디지 못 하고 꺼진 것도 대단히 수상쩍거니와, 무슨 수챗구녕으로 물이 빠져나가듯 사람 몸뚱이가 빨려 들어간 것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일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샘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형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하느님, 맙소사! 디인~!!』

저 위에서 말벌에 쏘인 곰이 나 죽는다 울부짖고 있다. 그 소리가 대단히 성가셔서 - 구덩이에 빠진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니까 제발 조용히 하란 말이닷 - 딘은 의식의 가장자리에서 가까스로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았다. 그렇다고 해도 고맙다 인사를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코앞에서 큰 북과 작은 북을 동시에 팡팡 두드려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음이다. 샘의 목소리는 원래 조곤조곤하다. 밤중에 불 꺼놓고 시시콜콜한 주제로 잡담을 나누다보면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다. 내 목소리는 자장가가 아니야 - 라고 항의하지만 그건 본인이 몰라서 하는 소리. 그런 주제에 흥분하면 300년간 전문가로부터 조율을 전혀 받지 못한 금관 악기로 돌변한다. 그 끼꺽대는 소음이 얼마나 대단한지 완전히 사람 미치게 만든다. 그래서 딘은 동생이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는 걸 매우 싫어한다.
『혀엉~!! 제발 대답해, 무사해?! 형~!!』
귀가 아팠고, 머리가 울렸고, 앞 뒤를 구분할 수 없었다.
딘은 빌었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저 망할 곰의 주둥이에 손수건을 틀어 넣어라.
속이 울렁거렸다. 아니, 그보단 팔과 다리가 송두리째 떨어져 나간 것 같아 무서웠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기도하며 손가락을 까닥 움직여 보았다. 다행이다. 격렬한 통증이 뇌를 후벼팠지만 정상적으로 움직여 주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최소한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신음하며 무릎을 구부렸다. 몸에 걸쳐져 있던 판자 조각 때문에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동작이었다.

『움직일 수 있어? 괜찮아? 내가 곧 내려갈테니까 조금만 참아!』
위로부터 한 줄기 밝은 빛이 내려와 시야를 교란했다. 손전등으로 아래를 비춰보고 있는 모양이다. 잔해들의 더미 한 가운데서 널브러져 있을 몸뚱이의 무사 여부를 확인하느라 램프의 빛은 좌로, 우로, 그리고 위 아래로 계속하여 움직였다. 거실 바닥으로부터 3m 아래로 떨어진 딘은 덕분에 멀미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여기다 맹렬한 전자 음악만 더해지면 나이트 바가 따로 없겠다. 엑스타시를 복용한 것도 아닌데 위장이 부글 끓었다. 이렇게 애원할테니 제발 손전등은 그만 흔들어라.

『딘~!! 내 목소리가 들리면 움직여. 제발 움직여줘. 아니다, 혹시 머리 다쳤어? 그럼 내가 갈 때까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해, 자식아! 움직일까, 아님 움직이지 말까.』
짜증 섞인 형의 목소리에 샘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다행이다. 말투로 보아 크게 다치지 않았다. 신께 감사를 드리며 손전등을 움직여 딘의 얼굴을 비췄다.
그것이 눈부셨던지 잔뜩 찡그린 그가 손바닥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며「컷!」을 외쳤다.

『차로 돌아가서 밧줄을 가져올게.』
『그러지 말고 손전등부터 던져.』
『응?』
『손전등! 귀 먹었냐! 손전등 내놔!』
 
샘은 일단은 형이 시키는대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조준해서 던졌다고 해도 벌러덩 누운 자세로 떨어지는 손전등을 두 손으로 받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주변이 어두운 것도 감각을 둔하게 하는데 일조했다. 게다가 부러진 판자 조각이 피부를 쏠아대고 있어 방해가 되었다. 오로지 감각만으로 내려오는 문명의 선물 - 손전등을 낚아채는데 성공은 챘지만 덕분에 팔뚝으로 없던 생채기가 하나 생겼다. 활활 달아오르는 쓰라림에 딘은 아뜨뜨 소리를 내었다.

『제기랄, 못에 긁혔잖아. 재수 없게 파상풍에 걸리면 큰일인데.』
『아래는 어때, 딘?』
『독촉 좀 하지 마!』
훅 숨을 들이마시고 좌우로 손전등을 비췄다.
좋다. 흐릿하게 보이는 건 네모 반듯한 나무 기둥이고... 반대편으로 보이는 건 대들보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몸을 추스린 딘은 2차 붕괴를 걱정하며 - 그것이 비록 쓸데없는 염려라고 할지라도 - 머리를 움찔움찔 가슴팍에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했다. 다행히 윗층 마루는 더 무너질 기색은 아니다. 애시당초 바닥이 꺼진게 비정상이다.
머리 위의 안전부터 확인한 그는 버릇처럼 손전등의 건전지 넣는 부분을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그럼 오른편으로는... 옳거니. 용도를 파악하기 힘든 가느다란 파이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왼편으로는... 공간이 제법 넓다. 전반적으로 무슨 창고나 와인 저장실 같은 분위기다. 금주법 시대에 밀주를 만들어 보관했을 법한 그런 음습함이 뇌리를 스쳤다. 어쩌면 진짜로 술통이나 유리병 같은 물건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무판을 옆으로 치우고 더 먼 곳을 보기 위해 쥐고 있던 손전등을 어깨 높이로 올렸다.

『아이고.』
그리고 딘은 신음했다.
『침대잖아!』
금주법 시대의 갱들이 지하실에서 밀회를 즐겼던 건가.
상상하던 술통은 간곳 없고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건 다름 아닌 침대였다.

Posted by 미야

2007/04/25 12:51 2007/04/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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