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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2 [S☆N-fanfic] A signal for Help 01 by 미야

※ 뱀파이어 루더의 가족 이야기는 지금 다루지 않아요. 쥰쥰이 좋아하는 고딕풍 내장 파이 이야기가 될 예정입니다.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근육통에 좋다는 약을 다리 종아리에 바르면서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맨날 저지른다고 그게 쉬울 성 싶냐. 신용 카드 사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자 신분을 속이고 단순 물류 운반 일용직 잡부로 취업한지 이제 만 일주일.
잔뜩 뭉친 살덩이들이 쇠심을 넣은 가죽 채찍에 맞았다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죽을 맛이다.
야밤에 삽으로 무덤도 파고, 유령에게 당해 벽 한가운데로 내던져진 적도 있고, 돌진하는 자동차를 피해 다리 위에서 번지 점프를 한 적도 있다. 힘든 일에 어려운 상황을 어디 한 두 번 겪어봤던가. 몸뚱아리는 누구보다 튼튼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반복하여 무거운 상자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나는 누가 뭐래도 통뼈랍니다」신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솜바지를 겹겹이 입고 풍랑 높은 바다에서 미친 듯이 헤엄을 치는 기분이다. 오른팔을 좌우로 돌리자 오래된 나무 문짝이 결이 어긋나 좌우로 뒤틀리는 우득 소리가 났다. 닌자 거북이가 곤봉으로 때렸다. 비명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5m 깊이로 땅 파기는 식은 죽 먹기라고? 미안하다. 5m가 아니라 5cm였다.

이렇게나 힘든데 8년 전에 멕시코에서 건너왔다는 푸에타리코는 불평도 없이 하루 10시간이나 현장에서 일을 한댄다. 몸집도 작은 사내가 얼마나 바지런하게 움직이던지 옆에서 딘은 저 혼자서만 슬로우모션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을 할 지경이었다. 여기서 봤다 싶으면 어느 틈엔가 반대편으로 이동해 다시 상자를 굴리고 있다. 축지법을 쓰는 홍길동이다. 누구는 꼼짝 없이 엎어져「다리가 움직이질 않아요」라고 울상인데 누구는 흥분 상태의 다람쥐처럼 쌩쌩하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건가. 듣자하니 푸에타리코는 양파를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성격 좋은 그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딘이 불쌍하다며 짧은 영어 실력으로「이렇게 하면 허리를 다치지 않아」,「배가 고픈 듯한데 이리 와서 집에서 만든 샌드위치를 같이 먹겠어?」라며 호의를 보이곤 했다. 임신한 아내 사진도 보여줬다.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좋은 아빠가 될 것이다.

멍한 표정으로 전원이 꺼진 새카만 TV를 응시했다.
아버지라...
고개를 흔들며 다시 아픈 다리로 눈을 내리깔았다. 침을 바르면 낫는다는 통설이 있던데. 진짠가 싶어 입에 넣고 쪽 빨아댄 손가락으로 무릎을 문질렀다.

『아빠가 우리들에게 위조 지폐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셨으면 참 좋았을텐데.』
딘의 불평에 저편에서 압박 붕대를 챙기던 샘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평소라면「진짜로 범죄자가 되고 싶은 거냐」냉정한 목소리로 면박을 주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그 바른 생활 사나이조차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고백을 하겠다. 사실 샘도 속으로 은근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법의 복사기로 돈을 품팡품팡 찍어내면 얼마나 편할까.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가난과도 안녕이다. 구멍난 자동차 지붕만 고치는게 아니라 우주인 암스트롱이 달에 깃발을 꽂은 것처럼 신형 포르쉐 스포츠카를 구입할 수도 있다. 뭐, 그 전에 스포츠카가 형제들 취향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긴 하지만.

딘과는 달리 공사장 인부로 취업을 나간 샘은 무거운 나무 자재를 나르느라 어깨가 바스라졌다. 그 까짓 것 이러고 콧방귀를 뀐 어리석은 나를 마음껏 꾸짖어 주십시오. 막판엔 시야가 마구 흔들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달팽이 껍질은 빙글빙글」이러고 노래를 불러댔었다. 어디 아프냐며 인부 책임자가 달려와 그의 안색을 살폈을 정도다.

『힘들어... 우리도 이제 나이를 먹었나봐, 딘.』
슬퍼하는 샘의 말에 딘은 강력하게 반박했다.
『너나 그렇겠지. 난 아직 청춘이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왜 아이고 아이고 신음하며 다리를 주무르고 계십니까?』
『틀려. 내가 지금 하는 건 지방 분해를 도와 아름다운 각선미를 갖게 만드는 피부 마사지야.』
『그랬어? 그 심오한 뜻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 미안해. 그런데 말 나온 김에 그 훌륭한 다리 각선미를 한 번 뽐내어보면 안 될까.』
『뭐냐. 그러니까 나더러 지금 모델처럼 워킹을 하라고?』
『역시 이해가 빠르군, 딘. 바로 그거야.』

이 얘기인 즉, 모텔 방문을 누군가가 쾅쾅 두드리고 있으니 누군가는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이 오밤중에 뭔 일이오. 아래층에 불이라도 났소?」라고 대꾸를 해주어야 한다는 거다.
다친 어깨를 토닥거리던 샘은 턱짓으로 손잡이 쪽을 가리켰다.
형이 열어.
당연히 딘은 고슴도치처럼 두 다리를 안으로 오므리고 앉아 완강한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동생이 하는 거다.
샘은「정말로 그러기야?!」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그래봤자 딘은 손가락으로 양쪽 귓구멍을 틀어막았다.

『이봐요, 문 좀 열어보라니까. 이봐요!』
『쳇. 잠시만요, 곧 엽니다. 연다니까요.』
형의 권리증서 및 연장자 우대의 법이라는 걸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고된 육체 노동으로 파김치가 된 건 둘 다 똑같은데 이럴 때마다 딘은 혼자만 편해지겠다고 같지도 않은 고집을 부린다.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출입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싸구려 과일향 코롱 냄새를 풍기는 관리인을 내려다 보았다. 바나나에 살구향, 그리고 홀애비 냄새가 교묘하게 뒤섞였다.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급한 일입니다.』
마흔이 넘은 것이 분명한 이 사내는 키가 대단히 작아 그 얼굴을 보려면 한참을 고개를 숙여야 했다. 목덜미가 아파 죽겠는데 156cm의 사내와 마주보라는 거냐. 차라리 날 죽여 소리가 혀 끝에 걸렸다.

『무슨 일인데... 읏. 그러죠.』
『할 말이 있으니까... 읏. 그럽니다.』
관리인 또한 한참 높은 곳에 있는 거인을 올려다 보느라 고개를 뒤로 꺾다 못해 벌러덩 넘어질 지경이었다. 전구를 갈아끼우기 위해 사용하는 접이식 사다리가 창고에 있다. 그걸 꺼내와야 하나 고민하며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최소한 사과 궤짝은 필요하겠다. 샘의 얼굴이 멀어도 너무 멀다.
음, 옆에서 보니 아픈 목을 손으로 문지르는 두 사람의 행동이 거울을 마주하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다.

『나쁜 소식이오. 형씨. 말썽을 부려대던 보일러가 드디어 맛이 갔소.』
『에... 그래서요.』
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쯧쯧! 뭘 모르니까 저런 태평스런 소리가 나오는게지. 하루치 요금을 환불을 해줄터이니 여기서 빨리 나가슈. 밤새 떨다 얼어죽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새벽엔 제법 쌀쌀해요. 난방이 꺼지면 견디기 힘들어지지. 수리공은 해가 뜨고 나서나 올 수 있으니 오늘 밤은 북극 곰과의 댄스요.』
『예?!』
『이 사람이... 영어 몰라? 쿠바 사람이야? 영업 중지라는 것이외다. 당장 체크 아웃 하세요.』
벼락을 맞았다고 해도 이렇진 않다. 갑작스런 비보에 샘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치만 너무 늦은 시간이고요, 지금 가방을 싸서 당장 나가기엔 상황이...』

잠든 척하고 있어도 귀는 활짝 열려 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딘은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놀라 어버버 입 벌리고 선 동생을 옆으로 밀었다.
『무리한 주문입니다. 피곤해서 못 움직여요. 게다가 이런 밤중에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이보쇼. 그럼 나더러 동태가 된 시체를 두 구나 치우라는 거요?』
남자가 손가락 두 개를 세워보이며 눈빛을 번득였다.

이미 다른 방 손님들은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 철새들의 대 이동을 시작했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모퉁이를 도는 흑인 남자의 등이 보였다. 짜증이 난다고 악을 쓰며 그 뒤를 나이든 여자가 따라갔다.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갑작스런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건물 자체가 소란스러웠다. 동작이 시원찮은 승강기 포기하고 계단을 통해 걸어 내려가는 사람도 있었다. 희미하게 욕설이 들려왔다. 좀 떨어진 곳에서 직원이 잠긴 문을 또 두드려댔다. 숙면을 방해받은 트럭 운전사가 신경질을 부려댔다. 여차하면 멱살을 붙잡을 기세다.「어쩌라는 거야?!」라며 누군가 버럭 고함을 질러댔다.
자, 이제는 당신들 차례요. 엑소더스 영화 감상은 끝났느냐며 팬티 차림새의 딘을 흘겨봤다.

『시체는 치울 일 없어요. 3월 초에 얼어죽는게 이상한 거지.』
『몰라서 하는 소리. 이 지역에선 4월에도 눈이 내린다오.』
『그래봤자 얼마나 내린다고. 추위 같은 건 근성으로 이겨낼 수 있어요. 내 말이 맞지? 새미.』
춥다 불평하지 않을 터이니 자신들을 그냥 내버려두라 했다. 내친 김에 하루치 방세를 딱 절반만 받으라고 하면서 웃음을 팔았다.
『근성이면 되고 말고. 우린 아직 젋거든요. 그러니까 쉭쉭. 얘기는 이걸로 끝.』
『어허라, 나중에 후회할텐데.』
『후회가 뭐죠. 후후후 하고 웃다가 회반죽에 걸려 넘어지는 건가요.』
『알았소. 얼어서 죽던지 말던지 자네들 소원대로 하시오.』
힘에 붙여 말리고 싶지도 않은 눈치다. 관리인은「명복을 빕니다」라는 재수 없는 소리를 하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임팔라 지붕을 고치느라 거액을 지출하면서 세 개 먹던 샌드위치를 한 개로 줄이고 있는 판국이다. 식비마저 위협받는 마당에 - 샘이 빈혈을 일으킨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싸구려 모텔의 난방 장치가 고장났네 불평을 할 처지가 결코 아니다. 발 뻗고 누울 침대만 있으면 만족. 화장실에서 바퀴벌레 떼거리가 분노의 대탈주 영화를 촬영하는 걸 목격했어도 아무 말 안 했던 그들이다.
가방을 꾸려 여기서 얼른 나가라고? 웃기지 말라고 그래.
더 얘기할 것 없다며 딘은 서둘러 침대로 돌아갔다. 정상적으로 움직이려면 가능한 최대한 숙면을 취해주어야 한다. 끙 소리를 내며 이불을 끌어당겼다. 내일은 신축 주택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인부들 집합 시간은 오전 7시다. 물론「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면」이란 가정이 붙긴 하지만.
엉금엉금 기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졸음이 달라붙은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자, 그럼 신사 숙녀 여러분? 싸게 취침이라는 걸 해봅시다.

『차라리 내기 당구를 하는게 낫겠어.』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이는 샘의 혼잣말에 딘이 한쪽 눈을 슬그머니 올려떴다.
『어엉... 네가 참말로 내 동생 새미가 맞는 겨? 혹시 껍데기만 새미고 내용물은 구멍이 퓽퓽 뚫린 모짜렐라 치즈라던가 하는 거 아냐?』
『뇌에 구멍 안 뚫렸으니 안심해, 딘.』
『너라면 안심이 되겠니? 네 입으로 내기 당구가 낫겠다는 문제성 발언이 나오고 있는데. 내가 아는 새미는 절대로 그런 말은 하지 않아. 반대로「흘리는 땀의 보람이 있어 내일도 션샤인!」이딴 소리를 읊지.』
『그런 계집애 같은 말을 잘도 하겠다.』
『녹음기 가져다 코앞에서 틀어주랴.』
『음..........』
『됐어. 잠이나 자. 몸이 피곤하니까 신념이 막 흔들리는 모양인데 네가 방황한다고 지구가 거꾸로 돌거나 하진 않을게다.』
여기까지 말하는 동안 이미 의식이 절반은 달아났다. 베개를 껴안고 황홀경에 빠진 나머지 맨 마지막 문장은「거우로 돌거나 하이 앙거든」이라 발음되었다.
생이 불만을 담아 무어라 중얼거렸다.
『지금 뭐라고 말을 하는 건지 못 알아 듣겠어, 딘... 딘?』
『옹, 형은 널 마이 살랑... 푸우.』
채 끝맺지 못 하고 딘은 곧 인사불성이 되었다.

Posted by 미야

2007/04/12 15:58 2007/04/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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