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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10 언제나처럼... by 미야

언제나처럼...

퇴근길 대로변에 옛날 신한은행 자리로 모 증권사가 이사를 해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나가는 길에 늘 용변... 어흠! 을 보면서 스쳐가는 곳이기도 한데 늘 조용하고 사람이 왔다갔다 하질 않아 마음에 들어하기도 한다. 눈치 안 보고 화장실 이용하는 입장에선 그 적막함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하지만 어제는 그 풍경이 대단히 달랐다.
논두렁에 쭈그리고 앉은 농부 아저씨들의 굵은 이마 주름을 그대로 복사해온 사람들이, 그 쭈그리고 앉은 자세마저 복사해가지고 와선, 줄담배를 피워물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둥글게 등을 구부리고 앉은 모습만 보자면 가운데 모닥불 하나 피워놓으면 딱일 듯한 분위기였지만 담배를 쥔 손가락이 위아래로 정신 없이 떨고 있는 걸 봐선 사실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증권으로 돈 벌어먹고 사는 사람 입장에선 어제는 대단히 힘든 하루였을 거다.
그치만 가난한 소시민의 어제는 언제나처럼 똑같았다.

TV를 틀어놓았더니 억센 동치미 맛의 [평양 뉘우스]만 나오길래 케이블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사과 한알을 저녁밥 대신 먹었다. 마침 개국 기념이라고 생방송으로 가수가 나와 노래도 불렀다. 덕분에 좋아하는 SVU 드라마가 결방처리되어 거실에서 후퇴, 컴퓨터를 틀어 E메일을 확인한 뒤,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광골의 꿈]은 잠시 치우고 슈카와 미나토의 [꽃밥]을 읽었다. 덤으로 [블러드 얼론] 2권도 읽었다.

무덤덤함을 넘어 범죄 수준이라고 해도 하는 수 없다.
죽으면 죽는 거지.
머리 나쁜 인간들 몇 명 때문에 내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건 용서하고 싶지 않아.
그치만 스탠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기 전, 그 [몇 명의 머리 나쁜 인간들]이 결국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흔들어 놓을 거라는 건 쉽게 상상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더 나빠졌고...
참담한 무기력증을 느끼며 소등, 취침, 꿈나라로 Go~를 외쳤다.

Posted by 미야

2006/10/10 12:51 2006/10/1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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