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안 죽게 생겼으니 다행?
상대가 마족임을 전혀 모르는 발란틴은 뜨악한 표정이 되어 입을 벌렸다.
거기다 기운을 잃고 쓰러졌던 사람의 뒷통수를 사정 안 봐주고 찰싹 후려갈겨?
탕약을 가져와 입에다 떠 넣어주지는 못할 망정, 내일 모레까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며 막 말을 한다.
당사자인 가우리는 그런 제로스의 행동거지가 익숙한지 별 반응이 없었으나 제3자에게 있어 그 장면은 적응 불가능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하지만 납득 불가 행동에 쇼크를 먹은 건 결계 밖 사람이나 안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
그 옆방에 자리하고 리나 또한 이놈의 결계 밖 사제들의 행동거지를 머리로 납득할 수 없었다.
머리에서 찌잉- 소리를 내며 스팀 올라온다.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을 해달라고 하지 않았소, 인버스씨.』
『맞아요. 최대한 간결하게 30초 안에 설명을 해달라 요구했어요. 하지만 난 바짓가랭이 사이에 달린 물건을 만지라는 말은 안 했다구!』
야, 이 X자식아 - 라는 욕말을 가까스로 삼키고 리나는 눈을 부릅떴다.
엘프가 족족 죽어 나가는 사태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짧게 해달라 요구했더니 미친 놈의 사제 자식은 자신의「거시기」를 잡고「이것 때문이오」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성희롱이냐! 음란한 저 제스츄어가 다 뭐라냐. 덕분에 어투가 자동 함악해졌다.
『거기서 당장 손 떼지 못하겠나!』
『저어, 30초로 설명하려면 이 재주 밖엔...』
불 같이 화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여성 앞에서 요세이는 잡았던「물건」을 슬그머니 놓았다.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다. 뺨이 붉지도 않았고, 겸연쩍은 표정과도 거리가 멀었다. 되려 깨끗하게 반문한다.
『이만하면 설명이 되지 않았나요.』
『뭘 반문하는 거얏! 당연히 되지 않았지!』
의자를 통째로 집어 던지려던 걸 가까스로 참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자, 그럼 천천히 숫자를 1부터 100까지 세어보도록 하자. 리나는 후우, 하고 숨을 불었다.
이 모든 건 문화적 차이다, 문화적 차이.
『알았습니다. 30초는 좀 그런 것 같으니까 3분으로 설명해봐요.』
『무리요! 그게 가능할 리 없잖소.』
『어허! 노력해봐요. 혹시 또 알아요? 될련지.』
요세이는 불만스런 표정을 했다. 이게 무슨 3분 카레 만들기라도 되나.
입술을 삐죽 내밀고 킁 소리를 냈다.
『좋소. 시도는 해보지. 알 투아의 국왕이 홀딱 반한 신족에게 구애하다 딱지를 먹었소. 이에 포기 않고 강간을 시도했는데 일이 잘 안됐지. 덕분에 홀딱 망했소.』
건너뛰는 내용이 너무 많다보니 과격 수준을 넘어 대포동 미사일 발사 수준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리나는 절규했다.
『그게 뭐야아아~!』
『왜 목 놓아 울고 그러오. 내 미리 말 했잖소. 3분 카레는 안 된다고.』
그러면서 요세이는 구운 벽돌을 나란히 세 개를 포개어 놓은 듯한 분량의 대형 서적을 책상에 올려 놓았다. 무게 때문에 책상이 다 휘어지려 한다. 팔뚝에 힘 주고 양쪽으로 펼치니 책상 다리가 우직 소리를 내었다. 그 막대한 크기와 무게에 리나는 목이 졸린 표정을 지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요세이는 책의 낱장을 넘겨가며 강의를 시작하려 했다.
『지금으로부터 638년 전, 신 세르베라 왕이 둘째 공주 조나스의 열 다섯 생일을 기념하여 궁중 무투회를 열었는데 모두 49명의 용사가 이에 응하여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자...』
『우왁!』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만?』
『그 책을 처음부터 읽으려는 거예요?! 안돼. 제발 부탁이니 최대한 간결하게...』
최대한 간결하게?
그렇담 이 방법 밖에는 없다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만 다시금 생식기를 만지작대는 요세이를 보며 리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안 되겠다. 날리고 보자.
연속 펀치를 휘둘러 못 말리는 성희롱자의 양쪽 눈자위를 시퍼런 너구리 가면으로 만든 뒤에야 리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신족을... 강간할 수 있나?
일단 신족도 여성과 남성이 있는 듯하다. 여기서 추측성 문장을 사용하는 까닭은 그게 정말인지 아닌지 본인들에게서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가 없어서 그렇다. 그치만 뭐, 이쪽 기준으로 봐도 여자 남자 구분은 쉽게 되니까 이 점에 대해선 그리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단, 여기서의 문제는 성별이 아니다.
얘기를 바꿔 상대가 마족이라고 해보자.
아무리 꼭지가 돌았다고 해도 말이다... 마족을 쓰러뜨려 옷을 벗기곤... 응응응을 시도한다?
그게 가능은 할 것 같니.
옷이 찢긴 채 바닥에 깔.린. 제로스를 상상하자 머리에 과부하가 걸리려 한다.
어린애처럼 촐싹거리고 돌아다녀도 마왕 다음 랭킹이다. 쓰러뜨리면 쓰러뜨렸지, 깔리진 않을 거다.
등이 추워져 그 상상의 대상을 급히 피리아로 바꿔보았다.
피리아의 옷을 벗기고 강제로... 머리를 흔들었다. 이것도 안된다. 그놈의 모닝스타가 먼저 머리를 두쪽내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피리아는 외칠 것이다. 이 썩은 부엌 쓰레기 같은 놈아.
『하아.』
그 대상을 닭 마족까지 확대해봐도 강간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 사람이었네, 그 알투아의 국왕이었다는 남자.』
『실제로도 대단했던 사람이었소.』
멍이 든 눈자위를 어루만지며 요세이가 긍정했다.
『알 투아의 다섯 번째 왕자로 태어나 내란을 진압하고 자기 스스로 왕위에 올랐소. 그것만으론 성이 차지 않았던지 14년만에 레 진크부터 요모, 보이라, 젠티부토라까지 점령했소. 신 세르베라 왕의 목도 이「철의 황제님」께서 잘라 가셨지. 알 투아에선 지금도「최강」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아요.』
『이상한 여성편력만 빼고 말이지. 세상에... 신족 강간이라니.』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강간이... 가능한 거예요?』
요세이는 하아 -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시도해보지 않아 모르겠소.』
시도를 하지 않아도 그런 거야 제꺽 판단이 서는 일이지!
리나는 고추 범벅 수준으로 눈을 야리고는 벽돌 같은 커다란 책으로 손을 가져갔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