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일상생활42

※ 날 잡아서 수정 작업 들어갑니다. 맞춤법 틀림 이런 건 애교로 넘기는 거예요. 돌아가서 읽어보니 부끄러워 미치겠네. 미드 Person Of Interest 팬픽입니다. 상식이 부족한 관계로 잘 모르는 건 대충 지어냅니다. 팬픽 쓰면서 취재 다닐 순 없잖수. 그러니 이게 진짜야? 이러지 말긔. ※


풀을 먹인 제복을 입은 두 명의 교도관이 창살 앞으로 다가갔다.
등을 구부정히 하고서 독서 중이던 죄수는 책을 내려놓은 뒤 규칙대로 침상에서 일어나 벽으로 가서 섰다. 하지만 다른 죄수들처럼 벽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다며 다가오는 두 명의 교도관과 정확히 눈을 맞췄다.
쓰고 있는 안경알이 형광등 불빛을 반사하여 번들거렸다.
공손히 일어서 고객을 맞이하는 증권사 직원과 흡사한 분위기라고 하면 될까, 다니엘 서튼은 오른손을 내밀어 그에게 악수를 청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물론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았다. 죄수의 이름은 카 일라이어스. 알 카포네 급의 거물이다. 여차하면 휘두르기 위해 밸트에 찬 검은색 방망이로 손을 대고 절차에 들어갔다.
『변호사가 면회를 왔다. 두 손을 앞으로 내밀도록.』
한 명이 여차하면 죄수를 제압할 준비를 갖춘 사이, 다른 한 명이 수갑을 채우는게 관례다.
서튼은 동료인 제임스에게 죄수를 면회실로 데려갈 차비를 하라며 눈짓을 했다.
『서두르게.』
제임스 역시 눈짓을 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그 상대는 다니엘 서튼이 아니었다.
미안함, 난처함, 그리고 두려움.
굳이 혀를 움직여 말하지 않아도 사람은 시선만으로도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일라이어스는 죄수 답지 않게 수갑을 채우는 자를 향하여 빙긋 미소를 지었다.

문제의 사내가 입감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이 돌았다.
교도소 직원들을 상대로 엄청난 규모의 매수 움직임이 있었노라고.
단순한 뜬소문이 아닐 거라고 서튼은 직감했다. 감옥 분위기가 갑자기 돌변했는데다 교도소장의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타고 다니는 출근 차량이 고급 승용차로 바뀌었다. 월급이 적다 불평하던 소리가 쏙 들어갔다. 연휴 무렵의 느긋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렇다면 죄수들마저 통제를 잃어 교화의 분위기가 흐트러졌느냐, 헷갈리게 그건 또 아니었다. 오히려 각이 잡혔다. 처치가 곤란한 아리안 순혈주의 문딩이들마저 질서정연한 움직임을 보였다. 속칭 빵이라 불리우는 각 파벌의 두목들은 저마다 동맹이라도 맺은 듯했다. 이러한 상황은 수치로도 증빙되었다. 자기들끼리 치고 싸우는 단순 폭력사건 숫자 자체가 줄어 독방이 텅텅 비었다. 이러다간 조만간 모범적인 교도소 운영으로 표창장을 받게될 거다.
그런데도 서튼은 늘 등골이 서늘했다. 빨랫감을 가득 안고 세탁기 뚜껑을 열었는데 그 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한 마리 뱀을 본 기분이다.

『복도 한 가운데로 걷도록.』
서튼은 계속해서 규정대로 움직였다.
일라이어스는 아장아장 걸으며 순종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뒤를 돌아보거나 좌우를 살피지도 않았다. 천박하게 욕설을 퍼붓지도 않았으며 침을 뱉지도 않았다. 적당한 보폭으로 쉬지 않고 걸어 이중 쇠창살이 있는 곳까지 다가가서는 다음 절차를 기다리며 숨을 골랐다.
서튼은 다시 밸트에 찬 검정색 몽둥이로 손을 댔고, 바짝 긴장했다. 매일 빼먹지 않고 연습을 한 탓에 1초면 몽둥이를 꺼내 휘두를 수 있다.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기도 했다. 2009년에 한 흑인 죄수가 숟가락을 갈아 만든 흉기를 휘둘렀을 적에 번개보다 빠르게 몽둥이를 들어 무기를 든 죄수의 손목을 후려친 적이 있다. 조금만 늦게 반응했더라면 숟가락에 찔려 애꾸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문을 열게.』
반질거리는 일라이어스의 대머리를 응시하며 생각했다.
이렇게 보면 하나도 안 무서운데 말이지.
문지방을 넘고 일행은 다시 멈춰섰다.
『문을 닫게.』
신호에 맞춰 두 명의 제복 교도관이 더 따라붙었다. 그렇게 하여 죄수를 가운데 두고 동서남북으로 에워싼 형국이 되었다. 글쎄... 과연 그럴까. 서튼은 쓰게 웃었다. CCTV로 보면 철통과 같은 보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감각은 완전 달랐다. 죄수는 글로벌 기업의 회장과도 같았고 호위하는 직원은 그 높으신 양반의 졸개이자 보디가드였다.

『그럼 수갑을 풀겠습니다.』
면회실 앞에 이르자 제임스 폴란코는 아예 굽신거렸다.
규정이고 나발이고 이미 다 무너진 판국이라는 걸 알기에 서튼은 이게 다 무슨 짓이냐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 서튼을 제외한 세 명의 교도관들은 공범자의 눈빛을 교환하곤 자리를 비켰다. 면회를 온 자는 변호사가 아니다. 조직의 중간보스로 눈밑으로 인상적인 흉터가 있는 백인이었다. 그러든 말든 기록으로는 풋내기 변호사가 방문한 것으로 남을 것이다.
면회실 문을 닫기 전 제임스 폴란코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마침 감시 카메라가 고장났습니다.』
『그렇습니까.』
『용무를 다 마치면 신호하세요.』
웃을 수도 없는 광경에 서튼은 가장무도회의 가면이라도 뒤집어쓰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무표정의 하얀 가면을 쓴 그는 동료들과 움직임을 같이하며 악당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아! 서튼 씨는 잠시 남아주시죠.』
일라이어스의 요청에 서튼은 기겁했다. 오늘이 내 제삿날이었단 말인가.
『오해가 있는 눈치인데... 이봐요. 내가 당신 돈을 거절했다고 해서 당신과 앞으로 적대적 관계로 나아가겠다는 뜻이 아니오.』
서튼의 해명에 일라이어스는 싱긋 웃었다.
세탁기 뚜껑을 열자 뱀 머리 튀어나왔다 - 서튼은 겁이 났다. 진실로 겁이 났다.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름도 알지 못하는 중간보스에게 힐끔 시선을 던졌다. 오랫동안 범죄자들을 보아온 탓에 반 점쟁이가 되어버려 상대가 도둑인지, 강간범인지. 살인자인지 순식간에 파악이 된다. 흉터의 사내에게선 비릿한 피냄새가 풍겼다. 좋지 않은 신호다.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의 옆구리를 칼로 찌를 것 같다는 무서운 예감이 들었다.
아플까? 당연히 아프겠지. 그럼 출혈과다로 죽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10분은 걸릴까. 그보다 더 오래 걸릴까. 서튼의 얼굴색이 점차 하얗게 질려갔다.
생각하고 있는게 훤히 보인다며 일라이어스가 쯧쯧 혀를 찼다.
『우리가 드린 돈을 받지 않았다고 무어라 하는게 아닙니다, 미스터 서튼.』
일라이어스의 말투는 학교 선생님을 연상시킨다. 사용하는 단어는 교양 넘치고 발음은 정확하다. 어조는 부드럽고 설득력 강하다. 그래서 방금 전 말한 내용이「과제를 왜 해오지 않았니, 얘야. 어제까지 다 해오기로 약속했잖아」로 들렸다. 야단을 치면서 동시에 격려하고 있다. 묘한 뉘앙스다.
『전 그저 돈을 거절한 까닭이 궁금했어요, 서튼 씨.』
『그건...』
제임스 서튼은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 한 번 중간보스를 훔쳐봤다. 흉터의 사내는 두목의 명령이 없었다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그는 비웃음도 아니고 재밌어서 그런 것도 아닌 묘한 미소만 흘렸다. 그렇다고 해도 간과할 수 없는게 두 손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채였다. 서튼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난 복잡해지는게 싫소.』
『복잡할게 없는데요.』
『그건 머리 좋은 사람들 이야기고. 나에겐 단순할 거라는 생각이 되질 않았소. 그리고 그 많은 돈의 출처를 아내에게 잘 숨길 자신이 없었소. 아내가 나를 의심하면 무어라 설명하라는 거요.』
당국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아내라니. 그런 자존심 파먹는 솔직한 고백이 나올 거라고는 짐작을 못했다는 눈치다. 눈이 동그래진 일라이어스가 정신과 상담의처럼 손가락을 깍지 꼈다.
『뇌물을 받은 거라 솔직하게 설명하면 아내가 화를 낼 것 같나요.』
『화를 내지 않고 나를 경멸할 거라고 생각하오. 그러니까...』재빨리 덧붙였다.『그 경멸이라는게 당신을 경멸한다는게 아니오. 기분 나빠하지 마시오. 다만 아내가 꽤나 보수적인 사람이라서...』더하여 읍소했다.『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니오. 동료들도 잘 알아요. 나는 당신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소, 일라이어스. 그냥 공돈 생기는 걸 싫어하는 꽉 막힌 사람이구나, 이러고 넘어가면 안 되겠소?』
『재밌군요. 돈에는 관심이 없다라.』
일라이어스가 손으로 턱을 괴였다.
영리하고도 냉혹한 뱀의 시선이 제임스 서튼의 얼굴을 요리조리 훑었다.

Posted by 미야

2012/12/14 12:03 2012/12/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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