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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벨로 삼륜자전거 모델 "케리올" 제품으로 2년 전에도 눈여겨 보았던 녀석인데... 당시에는 적정하중 70KG이라는 설명이 붙어 손가락을 여러 번 헤아린 뒤, 구입을 깔끔하게 포기했었다.
업그레이드 모델은 아닐텐데 여기선 90KG까지도 오케이, 동지들 선글라스 착용하시라우요! 외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고싶어졌쪙... 그런데 판매처가 마포야.
곰이 타는 미니벨로. (고개를 돌려 벽을 쳐다본다)

Posted by 미야

2015/09/14 16:40 2015/09/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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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미친 바다가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흡사 거대한 벽처럼 보였다. 하늘을 가리는, 단단하고 거대한 물로 이루어진 벽.
밀려드는 물보다 더 높은 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언덕 위에 세워진 왕성의 지붕도 그보다는 훨씬 낮았다.

활을 접은 궁사들이 파랗게 질려 무어라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한다.
해가 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주변이 어두컴컴해진다.
바다가 굉음을 내며 심해에서 두 다리로 일어난다. 사람들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쪽을 돌아보곤 눈을 휘둥글 떠보인다. - 해일이다.

종말을 예감하고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넋이 절반은 나가 있다.
「저런 것과 어떻게 싸우라고.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그것으로 끝이다. 집채만한 무거운 돌로 가슴을 후려치는 통증을 느끼고 시야는 이내 검게 변한다. 고요함과 적막이 그 뒤를 따르고 뒤죽박죽이던 세계는 하늘의 주먹으로 주물러져 기괴한 덩어리로 뭉치기 시작한다. 사람들도, 나무도, 새도, 짐승도 전부 한 덩어리가 되어간다. 그 위로 쏟아지는 건 몰타르처럼 걸죽해진 진흙으로 그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게 살아있던 것 전부를 쓸어버린 뒤에야 신왕의 죽음으로 촉발된 재해는 마침내 가라앉았다.

『으으.』
파묻혀진 석화된 뼈들의 무게에 압사당하며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당겼다.
『다들 그만혀. 아직 졸리단 말이야.』
누군가 방문을 두들기고 있다. 고함도 질러대는 것 같다. 좋지 않은 꿈을 꾼 탓에 소동을 무시하고 싶었지만 사나운 기척에 반응하여 서서히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다. 짜증을 내며 베개를 끌어안았어도 잠자리는 더 이상 달콤하지 않다. 욕지기 비슷한 걸 중얼거리며 누운 자세를 바꿨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한층 선명해져「손님, 빨리 방을 빼주셔야죠!」내지는「지금 당장 정리를 해주시지 않으면 곤란하다고!」식의 내용으로 떠들어대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말과 존댓말이 반쯤 섞였다. 외치는 목소리도 여자와 남자가 반반씩이다.

방을 빼라니. 분명 사흘치 선불이었는데. 오남은 속으로 이상하다 여겼다.
「충분히 경고했다고요. 그럼 문을 열겠수다.」
크게 숨을 몰아쉬며 베개에서 얼굴을 뗀 순간 잠가두었던 문을 따고 여관 주인이 직접 등장했다.
허락도 없이 방안에 들어온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뱃가죽에 기름 낀 남자는 옷장을 열어 짐 가방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혹시라도 떨어져 있을 옷가지를 찾아 서랍도 멋대로 열었다.
『거 참... 무슨 일이오. 불이라도 난 게요, 아님 지난 밤 도둑이라도 들었소.』
『손님? 아침 7시가 넘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둘 다 아니라는 거군.』
이제 겨우 아침 7시다. 지끈거리는 두통을 느끼며 오남은 다시 푹신거리는 베개에 머리를 박았다.
『그럼 용건은 없는 거지? 다들 썩 나가. 나는 저혈압이란 말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나가는 건 그쪽이우.』
『응?』
『시간이 되었으니 방을 빼달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겠수. 아침 7시라니까!』

1층 복도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이미 싸움이 붙었다.
『사흘의 방값을 미리 계산했잖아!』
『그건 댁의 착각이지. 숙박부에는 하루라고 적혀져 있는 걸. 봐요, 여기에. 이렇게.』
『이 좇밥아, 그쪽에서 멋대로 숫자를 지우고 고쳐 썼잖아!』
『허어, 그 무슨 실례되는 말씀을. 실수로 생긴 얼룩일 뿐이오. 펜촉이 많이 낡았거든.』
『이 사기꾼이! 사흘치 방값을 이미 다 받아놓고서!』
『글쎄, 그게 하루치였다니까.』
『뭐야?! 이거 완전 도둑놈이잖아!』
『거 듣기 민망하구랴. 아까는 사기꾼이라더니 이번엔 나더러 도둑이라는 거요?』

목청이 그다지 크지 않은 김가의 태영이 악을 쓰고 있다.
끼걱대며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음도 들렸다. 약간의 몸싸움도 벌어졌다는 얘기다.
그제야 오남은 졸린 머리로 돌아가는 사정이 약간만 이해되었다.
「이거, 이거.」
바가지 상술에 도가 튼 여관 주인이 요금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기고 싶은 욕심에 정식으로 계산을 치룬 투숙객을 제멋대로 내쫓기에 들어갔다.
최근 주변으로 유행하는 수법으로 일명「장부 조작」이다. 사흘 치나 일주일 치 방 값을 선불로 내면 5% 깎아준다고 속이곤 그 다음날엔 두꺼운 낯짝으로 딱 하루치만 계산하지 않았느냐 우기며 나가라고 하는 것이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젊은이들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다. 이곳의 상인들은 전장에서 뼈가 굵은 용병보다 더 악마 같아서 뺨에 십자 흉터가 진 근육질의 사내조차 파자마 차림새로 쫓아버린다.

수법에 당한 검은 머리카락의 청년이 삿대질을 하며 화를 냈다.
『네놈들~!! 망할 것들~!!』
핏대를 세우며 억울함을 토로한들 이미 틀렸다. 얼씨구나 해가며 가게 종업원들이 가방이니 외투니 하는 것들을 길가로 던지기 시작했다. 주인이 악마라면 그들은 파리떼다. 양말과 구두가 마지막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마무리로는 예쁜 아가씨가 용용 죽겠지 표정을 지으며 침대 시트까지 걷어 탈탈 털었다.

『오호라, 텐이 당했으니 그럼 다음은 내 순서라는 거군.』
졸린 얼굴로 머리를 긁고 있자니 여관 주인이 헤헤 소리를 내며 손바닥을 비볐다.
『역시 이해가 빠르십니다. 그럼 밖으로 모시겠습니다. 에스겐? 가방을 들어라.』
『어... 기다려. 나 아직 옷도 안 입었는데.』
『의복은 나가서 찬찬히 입으시면 됩니다. 구두는 여기. 베개는 침대 위로 내려놓으시고요.』
『거 무지 야박하구먼.』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팁은 10세겔입니다.』
『여기서 팁을 왜 받아!』
버럭거려 보았자 살아있는 곰의 생 껍질까지도 벗겨낸다는 비타아른의 타고난 돈귀신 - 요괴들은 가차 없었다.
거기다 이미 다음 희생자가 성격도 급하게 방이 비어지길 기다리며 밖에 서있었다.
『......』
물론 그 본인은 또다른 희생자가 될 거라 전혀 생각하지 않겠지만 - 레이스로 장식된 부채를 쥔 소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나이는 열 여섯, 아니면 열 일곱...? 쳐다보는 오남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기교를 부려가며 부채를 펼쳐 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후후 웃는 소리만큼은 부채로 가려지지 않아 짙게 뿌려진 고약한 향수처럼 공중을 맴돌았다. 덕분에 그 웃음소리를 듣자 악취를 맡기라도 한 것처럼 어쩐지 코를 쥐고 싶어졌다.

『아가씨, 그럼 방을 곧 준비하여 드리겠습니다. 이 남자는 곧 떠날 겁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소녀가 은전이 든 작은 주머니를 들어 공손히 내밀어진 여관 주인의 손에 얹었다.

당황하여 부정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봐, 난 아직 방을 비어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에스겐? 뭐하냐. 손님 가신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출구까지 안내해드릴게요.』
『망할 것들아~!! 어이! 밀지 마!, 어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셔츠 한 장만 걸친 흉한 모양새로 길거리 한 가운데 서있었다.
다행히 슬리퍼를 신어 맨발은 아니었는데 그래봤자 바지를 입지 않았으니 경범죄 처벌 대상이었다.
『다 나왓! 베어버리겠다~!!』
아울러 마을 한 복판에서 칼부림을 선언한 김가의 태영 또한 마찬가지로 경범죄 처벌 대상이다.

셔츠에 속옷 차림새로 가방 위에 엉거주춤 앉은 오남은 잔뜩 흥분한 일행이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는 모습을 졸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혈압인 관계로 찢어져라 하품만 터져 나왔다.

Posted by 미야

2015/09/14 15:14 2015/09/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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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급자족용 글입니다. (한숨-)


사무월 축제는 분명 과열되고 있었다.
「일상적안 장기자랑에 불과할 터인데 어쩐지 다들 목숨을 걸고 있군.」
수업은 중지되었다. 그런데도 다들 평소보다 곱절로 바쁘다. 들려오는 악기들의 음색이 서로 얽혀 듣기 싫은 불협화음을 자아내는 가운데 노래 연습을 위한답시고 목청껏 악을 쓰는 이까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바람에 가끔씩 손바닥으로 귀를 막아야 했다. 시를 읊는 좋은 글월도 저마다 떠들어대니 참기 힘든 소음이었다.
화려한 장신구라던가 이상한(?) 옷을 반입하려는 자들도 늘어났다. 내재원이 자리한 곳이 이름만 황궁 안이라 해도 외궁의 문을 통과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텐데 금전과 권력으로 얼마나 밀어붙였던지 각지에서 내놔라 하는 장사치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몰려들었다. 완전히 난리법썩이다. 난색을 표하는 문지기들의 호주머니로 뭔가가 계속 찔러 넣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러는 쫓겨나고, 일부는 뜻하는 바를 이루었다.

『올해의 유행은 동대륙풍이라고 하더군. 저런 옷을 워닝 드레스라고 한다지.』
『워닝 드레스?』
그건 이브닝 드레스를 잘못 말한게 아닐까 싶다. 사전통보 여성복이라니. 동대륙어가 서툰 린청이 사촌누이의 설명을 아무래도 잘못 기억한 듯 싶다. 아니, 것보다 허리를 잘록하게 과장한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치마는 주름을 잔뜩 넣어 부풀게 만든 동대륙풍 의상 자체에 거부감이 드는 모양이다. 엄청난 고가의 수입품을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는데 신기하다거나 마음에 든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뭐랄까, 저건 비웃음을 닮았다.

『정신이 썩은 거야.』
부채를 탁 소리가 나게끔 접으며 린청이 쓴 어조로 말했다.
『이국의 옹주인 휘사가 행여라도 우승을 하면 곤란하다며 가락지를 훔쳤다 도둑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파렴치한 것들이... 그런 주제에 자신의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다른 나라의 옷을 가져다 입는다. 이게 말이 된다고 보나.』
어차피 세상은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이다.
자포자기한 나와는 다르게 소년은 조용히 분노했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가위를 들고 따라다니며 나에게 이사실의 관습을 강요하던 것들은 다 어디로 갔나.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기라도 했나. 짜증스러운 것들.』
쯧, 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리는데 꼭 더럽고 부정스러운 걸 봤다는 투다.

『짜증스런 것들이라는 말에 찬성. 하지만 이해해줘야 할지도 몰라. 자기네들 몇 년치 봉록을 전부 털어 저런 사치스런 의상을 닥치는대로 사들이는 것도 전부 다 나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 거니까. 그래봤자 천박한 돼지들 얼굴에 하얗게 분칠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린청의 이해를 구했다.
그런데 린청은 그걸 내가 말한 것으로 착각했다. 왜냐하면 주변엔 우리 두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뭐라고?』
나는 아니라는 의미로 세차게 도리질했다.
『방금 뭐라고 말했잖아, 안즈.』
『아냐. 걔는 아무 말도 안 했어. 말한 건 나.』
부드럽게 울리는 성인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린청의 주의를 끌었다.

『푸커억!』
화들짝 놀란 린청의 얼굴이 삽시간에 빨갛게 물들었다가 곧바로 창백해져 빛을 잃었다. 일단은 흉한 소리를 냈다는게 창피스러웠던 거고, 그 다음으로는 바로 옆까지 사람이 접근했는데도 그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에 경악한 나머지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 거였다. 어떻게 까마득히 모를 수가 있지. 설마, 대낮에도 유령이 나타날 수 있는 건가 - 의심하며 소년이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유령치고는 웃는 얼굴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지나치게 선명하다. 신발도 제대로 신고 있다. 하여 유령이 아님을 확신하자 린청은 더욱 기겁했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하늘에서 사람이 예고도 없이 뚝 떨어진다며 감탄하지만 일정 수준의 무예를 익힌 자는 압도적인 실력 차이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을 느낄 터다. 이해한다. 아마도 송곳니를 드러낸 호랑이 앞에서 몸에 고소한 참기름 바르고 선 기분이겠지.

『여어~』
발자국 소리는 고사하고 마음만 먹으면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남자다. 나는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
『이게 누구야. 보리쌀이구나. 잘 있었어?』
밤톨, 도토리, 콩알에 이어 이번에는 보리쌀이다. 어쩐지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예를 올렸다. 이 상태라면 다음으로 불릴 내 이름은 분명 좁쌀이다. 어쩐지 우울해진다.
『천세, 천세, 천천세. 빈사국에서 온 지리가 가의 안즈가 위대하신 무한권능으로 하늘보좌에 올라 온 산하를 지배하시는 위대하신 적룡신의 만세자손 님을 뵈옵니다.』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데 인사가 그따위야.』
『나물반찬에 소고기를 끓여 만든 따뜻한 무국을 먹었습니다.』
술술 나오는 대답에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마를 찌푸렸다.
『영문을 모르겠네. 어째서 화를 내고 있지? 꼬맹아.』
『화를 내다니오.』
『시치미까지 잡아떼니 누구랑 똑 닮았네. 하지만 됐어, 아니라고 했으니 그만두자. 그래도 꼬맹아. 내 앞에서 그런 식으로 빈정거리는 건 그만두는게 좋아. 나는 그다지 아량이 넓지 않은 사내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물방울에서 헤엄치는 이끼벌레 정도 크기야.』
『빈정거리지 않았습니다.』
『정정할게. 내 아량의 크기는 물방울에서 헤엄치는 이끼벌레의 심장 정도 크기야. 어느 정도인지 알겠어?』
그런 까닭에 나는 내 머리 위로 얹어진 손바닥을 치우지도 못하고 네, 네 공손히 대답만 해야 했다.

그런 식으로 우리 둘이서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가까스로 침착함을 되찾은 린청은 자세를 가다듬고 자손을 향해 예를 올리려 했다. 제국을 혐오하더라도 입장 상 제국의 황족에 대해 존경심을 보여야 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예당국 연 가의 장남 ㄹ...』
『너는 남자면서 머리카락이 무척 길구나.』
린청의 얼굴이 콰직 구겨졌다. 인사를 올리는 도중에 윗 사람이 아랫사람의 그 말을 끊은 건 너를 무시하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거기다 하필이면 소년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린청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고함을 지르고 싶지만 참고 있는 것이다.
『자르라고 하셔도 자르지 않을 겁니다.』
『누가 뭐라고 했느냐. 그냥 길다는 내 감상을 언급했을 뿐이야.』
머리를 쓰다듬는 것에서 하던 행동을 바꿔 내 뺨을 쭉쭉 잡아당기던 자손이 목소리를 낮춘 채 린청의 흉을 봤다.
『혹시 네 친구니? 친구를 잘 사귀라던 내 말은 흘려들었구나. 저런 성격 급한 녀석을 친구로 삼고.』
지금 남의 흉을 보고 그럴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만.
한숨을 내쉬며 이번에도 네, 네 성의 없이 대답했다.
이끼벌레의 심장 크기의 아량을 가진 이를 상대로 누가 잘 했고 잘 못했고 따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다못해 내 이름조차 귀찮다며 기억을 안 하는 남자다. 방금 전 자신이 린청의 인사를 도중에 싹둑 잘라 먹었다는 것도 이미 기억 속에서 놓아버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린청더러 성격 급하다 나무란다. 참으로 제멋대로다.

『그나저나 여기엔 무슨 일이십니까.』
『여긴 내 집이야, 땅콩. 내가 어디로 가든 그건 온전히 내 자유야.』
이와 비슷한 말을 예전에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황제가 아닌 황족의 남성이 황궁을 일컬어「여기는 내 집」이라 주장할 수 있을까.
이 궁궐에서 어디를 가든 그건 온전히 내 자유 - 그런 말을 황제가 아닌 황족의 남성이 쉽게 입에 담을 수 있을까.
그냥 단순히 여기가 외궁이라서?
마음 구석에서 조그마하게 의문이 솟았다.
그게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다. 돌연 자손이 불쾌해했다.
『뭐냐, 지금 그 표정은.』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방금 이상한 생각했지.』
『그럴 리가요.』
『아니야, 분명 이상한 생각했어.』
『별 생각 안 했는데요.』
『별 생각을 안 했다라... 그럼 달 생각을 했다는 거냐, 해 생각을 했다는 거냐.』
들판에 핀 꽃이 시들어 꼬부라질 지경으로 곱게 미소를 지으며 그가 내 코를 부러져라 비틀어댔다.

Posted by 미야

2015/09/11 22:14 2015/09/1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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