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술회전 설정을 가져온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주술회전은 애니 초반부만 감상한 상황이라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저승꽃 쓰다 탈주 비슷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완결 냅니다. 저승꽃도 쓰는 중이에요.
다케다 씨가 몸살로 뻗어 후로다니 료칸 출장의 건이 내 몫으로 떨어졌다. 불만은 없었다. 기차를 타고 왕복 이틀 일정에 주말이 온전히 날아간다고 해도 목적지가 고급 료칸이라 고즈넉하게 여행을 간다는 기분도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 그러니까 1950년대에는 문인들이 글을 쓴다며 통조림을 자처하는 장소였다는 설명을 사전에 들었기에 은근 기대도 컸다. 광고사진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흑백 사진과 벽에 장식된 설국 소설책이 배경으로 보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후로다니 료칸에 통조림이 되어 글을 썼다고 착각할 법한 연출이었다. 하지만 소설 설국이 사진에 나온 이유는 그 책의 줄거리가 시마무라라는 주인공이 설국의 한 온천장에서 아름다운 게이샤 고마코와 부엌에서 일하는 요코와 삼각관계를 이룬다는 줄거리 탓일 거다. 이렇게 말하니 책의 내용을 이상한 쪽으로 함축시킨 것 같다만... 여하간 료칸이었다. 그리고 그 료칸에서 사용할 손님용 그릇을 소개하고 주문을 받는 것이 내 일이었다.
약간의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 전문 카탈로그를 꿰차고 목적지에 도착한 건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였다. 온천장 주인과의 면담은 오후 7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예정대로 알맞은 시간이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서양식 인테리어가 된 사무실로 향했고, 소파에 앉아 숨을 고르는 동안 녹차를 대접받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케다 씨의 몸살은 순전히 핑계였고 그 양반, 아무래도 영감이 있는 쪽이 아닌가 싶다. 늦은 9시 27분, 몸이 갈기갈기 찢긴 상태로 널브러져 머리의 절반이 주령에게 씹히는 중이었다. 다케다 씨는 이 온천장에 주령이 나온다는 낌새를 챈 것 같다. 능력 좋다.
숨은 이미 끊어졌지만 어렵게 눈알만 움직여 날 씹고, 뜯고, 맛보고 있는 주령을 쳐다봤다. 2급 정도는 되어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 방향으로 전문가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 주령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기 때문에 – 아, 이미 죽었다. 궁지에 몰린 탓에 시각화된 형체를 볼 수 있는 거였다. 따라서 지금 내 입장에서 저놈이 2급이네 1급이네 따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 어. 어...》 색이 붉었다. 오니 같은 외견이다. 지옥에서 업보가 많은 혼령들의 사지를 찢는 오니처럼 생겼다. 웃기게도 에도시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촌마게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에게는 표정이 있었다. 전쟁터에서 어린애를 강간하는 눈빛을 하고 놈이 내 눈알을 삼켰다. 암전.
숨이 끊어져본 적은 오랜만이다. 도살장에 끌려간 돼지 수준으로 몸이 해체된 것도 진짜 오랜만이다. 1944년인가 대략 그 즈음에 수류탄을 정면에서 맞고 폭사당한 적이 있었는데 객관화를 하자면 그때보다 지금 상태가 더 나빴다. 아마도 간이었을 덩어리가 조각으로 천장에 이리저리 흩뿌려졌다. 응고하기 시작한 피가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해서 내장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살이 많은 허벅지부터 엉덩이 쪽은 침대 아래로 굴러갔기 때문에 주령의 눈에서 벗어났다. 대신 녀석은 가슴에 손을 넣어 심장을 후벼 파고는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아 갈비뼈를 좌우로 벌려 맨손으로 뜯어냈다. 아, 좀! 후룩후룩 국물 마시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이팔국수 먹어치우듯 하고 있다. 님아! 부탁이니 뼈는 남기 삼!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그때 물그릇 안을 가득 채운 물이 찰랑거렸다. 흠칫하고 깨닫고 보니 저승도 아니고 이승도 아닌 애매한 공간에 일명, ‘좌절은 금지’ 포즈로 엎어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듣기에도 얼빠진 엥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자 뼈로 이루어진 언덕이 보였고, 그 꼭대기엔 소매가 넓은 기모노를 입은 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렇게 앉으면 옷자락이 벌어져 남이 봐서는 안 되는 부분이 드러날 수도 있는데... 하찮은 생각을 하며 내 얼굴을 더듬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주령에게 뜯겨나간 머리가 제대로 잘 붙어 있었다. 턱을 좌우방향으로 움직여도 보고 뺨을 잡아당겨도 보았는데 정상이었다. 방금 전에 주령이 씹어 삼켰던 안구도 제 위치에 있었다.
엉거주춤 일어나 주변을 더 살폈다. 아무래도 이승은 아닌 듯하다. 일단 산처럼 쌓아올린 뼈만 봐도 이승 느낌은 아니었다. 뿔이 달린 짐승의 머리뼈부터 인간의 두개골까지 종류도 무궁무진했다. 하나같이 살이 깨끗하게 발라져 하얗게 반질거렸는데 덕분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 느낌도 없진 않았다.
그 해골의 꼭대기에 앉은 남자가 내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목소리를 냈다. 『저, 혹시 염라왕이십니까. 저는 이시야 히로시라고 하는 사람으로 어쩌다보니...』 말하고 보니 비즈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내심 당황했다. 실례지만 사장님 되십니까, 거의 그 느낌이었다. 8년 가까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가마에서 구워낸 그릇을 팔고 다녔더니 뼛속까지 세일즈의 향기가 스며들었나 보다. 나도 모르게 적당히 눈웃음을 쳐가며 상대의 비위를 맞추려 하고 있었다.
《이시야 히로시... 흐음. 그 이름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모노의 사내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나는 염라왕이 아니다.》 남자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도합 네 개의 눈이었다.
나는 바짝 엎드렸다. 이승이 아닌 곳에서 외눈박이 거인을 만나도 문제가 큰데 숫자가 더 많아져 네 개의 눈이면 제법 심각했다. 전자가 포세이돈의 아들이라면 후자는 무려 저주의 왕이다. 『거짓을 고한 것은 아닙니다. 이시야 히로시, 지금은 그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긴 시간이 제법 흐르긴 했지.》 『송구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나의 생득영역이다. 여기까지 무슨 행차이신가, 그대?》 『어. 그게 말입니다. 어쩌다보니.』
이것저것 상품 설명이 길어지면서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져 애매하게 되어버렸다. 가게 이미지와 맞지 않는 네덜란드산 수입품 화이트 본차이나 세트를 고집하던 주인을 만류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인의 뜻대로 일본식 도기가 아닌 네덜란드산 그릇을 주문하기로 결정을 봤다만... 버스는 4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고, 지금부터 번화가로 나가 숙박업소를 찾다 보면 까딱하다 노숙을 할 수도 있을 거라며 백발의 료칸 주인이 입을 가린 채 호호 웃었다. ‘어차피 이곳도 숙박업소잖아요?’ 료칸 주인의 호의에 제일 싼 가격의 1인 룸을 10% 할인된 가격으로 하루 머물기로 하고 여장을 풀었다. 식사는 미리 하고 왔기에 잠만 자고 아침 일찍 택시를 부를 생각이었다. 내 월급으로는 이곳에서 요리를 주문하는 건 무리다. 한 끼에 3만엔을 쓰는 사치를 부리기엔 지갑 사정이 좋지 않았다. 신축 빌라로 이사를 하면서 저축한 돈의 절반을 써버렸다.
기차를 타고 도쿄로 돌아가기 전에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침대에 누웠다. 피곤했는지 졸음이 오려 했다. 씻고 싶다 중얼거리며 습관적으로 리모컨을 조작하여 텔레비전을 켰다. 늦었지만 회사에 미팅 결과를 알리기 위해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고 – 순간 천장이 꿀렁거렸다. 『아니, 지금 생각해도 빡치네. 영업 중인 고급 료칸에 왜 주령이 돌아다니는 거냐고.』 긴장을 풀고 침대에 늘어져 있던 상황에서 공격당해 곧장 머리가 부서졌다. 『방 천장에 시체라도 숨겨놨나.』 주룩 흘러내린 그것이 한 입에 가슴 윗부분까지 씹었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뭐, 그렇게 해서 사고로 숨이 끊어졌습니다만.』
해골을 쌓아올려 만든 산의 높이가 제법 되는 관계로 이쪽에서 양면 아수라의 표정까지 읽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저주의 왕은 프라이드가 높아 함부로 용안을 쳐다보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빤히 쳐다보면 기분이 언짢아진 분이 손짓 하나로 2차로 내 목을 날려버릴 거다. 시선을 내리깐 모양새에서 다시 영업용 접대미소를 지었다. 사장님, 일부러 그런 거 절대 아니고요. 『폐를 끼쳤습니다.』 님의 생득영역에 제가 왜 들어왔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니다. 이건 내가 사과해야 할 부분 같군.》 저주의 왕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긋나긋했다. 하지만 나는 저 고양이를 어르는 목소리 너머로 부드러운 카스타드 크림이 아닌 맵고 톡 쏘는 고추냉이가 알차게 들어 있다는 걸 잘 안다. 맛있게 생긴 과자라며 덥석 베어 문 날엔 입안에서 붉은 지옥이 펼쳐질 거다. 1에서 10까지 번호를 매기면 9번 정도의 맵기다. 10이 아니라서 다행 아니냐는 한가로운 소리는 하지 말자. 저 양반, 지금처럼 섹시한 목소리로 ‘죽으렴.’ 소곤거리고는 해일처럼 밀려드는 주술사들을 가루로 빻은 경력이 있으시다.
《주물로서 료칸에 숨겨둔 내 손가락을 주태가 겁도 없이 집어삼킨 모양이야. 그대는 운이 나빴어.》 『에?』 《들은 적 있을 거야. 저주가 심한 장소에 저주를 물리친답시고 식을 써서 주물을 배치하는데 이곳에 자리 잡은 주물은 내 잘린 손가락일세. 가끔 실력 처지는 주술사가 게으름을 부리면 지금처럼 역효과가 나기도 하지. 아아, 진짜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라니까.》 투덜거리던 저주의 왕이 손가락을 딱 소리가 나게끔 튕겼다. 《벌레는 서비스로 내가 처리를 해줌세. 그러니 그대는 그만 현세로 돌아가 보아. 오랜만에 얼굴을 보아 반가웠네, 불생자여.》 『에?』 료칸에 주물이 안배되어 있었다던가, 그 주물이 아수라의 손가락이라던가 하는 건 스치고 지나갔다.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다. 아니, ‘서비스’ 라는 현대 용어를 천 년 전에 스러진 양반이 어떻게 알고 쓰는 거래? 실화냐.
Posted by 미야
2021/04/26 15:27
2021/04/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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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술회전과 백귀야행의 설정을 대충 가져와서 붙인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저, 근데 이거 피폐물입니다.
세 사람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휴지? 방금 쟤 휴지라고 말한 거 맞아?
반장을 알아본 스가와라 미즈키가 얼굴을 붉혔다. 집에 혼자 있는 줄 알고 가면라이더 주제가를 부르다가 동생에게 면박을 당했을 때처럼 큼, 이러고 헛기침도 했다. 엉덩이에 힘을 잔뜩 주고 코타츠 안에서 방구를 뀌다 들킨 것처럼 부끄러웠다. 방구 냄새 지독하다 세 사람이 동시에 인상을 찌푸리자 스가와라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어, 그게. 하나에 선배를 찾는 중이라서.』 『같이 있지 않았어?』 『도중에 엇갈렸어.』
집에 전화를 걸어야겠다며 이이지마 하나에가 유선 전화기가 있는 행정실로 들어갔다. 개인적인 통화를 옆에서 듣기 뭐했던 스가와라는 예의를 차려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기다리겠다고 말은 해놓고 얼른 화장실에 들어갔다. 장소가 교직원 화장실인 만큼 평소 학생 출입이 제한된 곳이었지만 서둘러 코피가 번진 얼굴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수도꼭지부터 열었다. 굳은 피를 지워내다 보니 다음에는 옷에 떨어진 피가 신경 쓰였다. 상의는 체육복으로 갈아입었지만 교복 스커트는 그대로였는데 방울방울 떨어진 피가 생리 혈을 연상시켜 보기가 흉했다. 하지만 피는 잘 지워지지 않는다. 물을 묻혀 첨벙거려봤자 지저분하게 얼룩이 번지기만 했다. 에라이 망했네 혼잣말을 하며 화장실에서 빠져나왔는데 당혹스럽게도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이이지마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쭈뼛거리고 선 스가와라는 잠시 생각하다 손에 묻은 물을 털면서 현관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갔다.
『뭐?! 밖으로 나갔어?!』 『아이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질러.』 그러다 실내화를 신은 채라는 걸 깨닫고 신발을 갈아 신기 위해 다시 안으로 향했다. 선생님에게 걸리면 혼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게 문제냐! 아니, 이 녀석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내가 방금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거지.』 『몰랐구나... 나카소네. 쟤 은근 블랙홀이었어.』 블랙홀이 뭘 말하는지는 모르겠고, 어쨌거나 신발장이 전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엄청 무거운 신발장을 혼자 일으켜 세운다는 건 불가능했기에 포기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엄청 큰 소리가 들려와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아마 신발장이 쓰러질 때 난 굉음이었나 봐.』 『미치겠다. 그보다 보이지 않는 그물 같은 거 안 느껴졌어? 투명한 막 같은 거. 물렁거리지만 절대로 뚫고 나갈 수 없는 거!』 『보이지 않는 그물? 그게 뭔데. 거미줄?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반문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스가와라 미즈키는 아무래도 나갈 수 있는 쪽이었던 것 같다.
혈압 상승으로 나카소네의 콧구멍이 커졌다. 콧쿠리님과 대화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진작 까먹었다. 『얘는 진짜! 나갈 수 있었다면서 왜 또 돌아왔는데!』 『나, 화장실 갈 거라고 선배에게 말 안 했거든. 하나에 선배도 내가 없어졌다며 나를 계속 찾고 있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일단 2학년 교실 쪽으로 가봤는데... 생각해보니 선배가 몇 반인지 들은 적이 없지 뭐야. 덕분에 좀 돌아다녔어.』 『아까 휴지, 휴지, 중얼거린 건 뭐야.』 『음, 일종의 주문 같은 거랄까. 안전기원, 만사형통, 운수대통, 이런 의미지.』
초등학교 시절에 메챠걸이 알려준 이야기가 있다. 애들을 잡아간다고 소문이 난 빨간 원피스의 귀신은 아이들에게 가위를 줄까, 풀을 줄까, 휴지를 줄까? 질문을 한다고 했다. 가위를 달라고 하면 입이 찢어지고, 풀을 달라고 하면 목소리를 빼앗긴다. 휴지를 달라고 하면 귀신이 화장실 쪽으로 몸을 돌린다. 이 틈을 타서 걸음아 나 살려라 달아나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그기 뭐꼬! 너 어디 초등학교 나왔는데. 원래 지우개를 달라고 하는 거잖아. 그러면 받은 지우개로 귀신을 슥삭슥삭. 내 말이 맞지? 루미.』 『유치원 시절에 들어봤어. 나도 지우개라고 들었는데.』 『가위를 든 빨간 원피스 여자 이야기는 잘 알아. 그런데 풀이나 휴지 준다는 건 들어본 적 없는데.』 『동네마다 버전이 달라?』 『어쨌든 휴지는 아니야, 진짜.』 실수로 사투리가 살짝 튀어나왔지만 나카소네와 이시즈미가 도중에 끼어들어 분위기상 잘 넘어갔다. 반장 하시모토 리코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가와라 미즈키는 슬그머니 자기 손등을 꼬집었다. 이상했다. 지금까지 반 아이들과 이렇게 길게 얘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똑바로 쳐다보기까지 하고 있다. 어쩐지 꿈이라는 느낌인데 꼬집은 부위가 통증으로 얼얼했다.
하시모토가 투덜거렸다. 『아무튼 이이지마 선배, 2학년 5반이야.』 『5반이었구나! 근데 반장... 예전에 내가 물어봤을 적엔 잘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 하시모토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동시에 써먹을 수 있는 몸짓을 해보였다. 그러니까 어깨를 으쓱였다. 그걸 스가와라가 어떻게 해석할지는 전적으로 상대방의 몫이어서 하시모토는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소리를 내어 말을 해야 비로소 거짓말이 되는 거다. 어차피 현 상황에선 2학년 5반 교실을 제대로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으니 적당히 넘겨도 되었다.
일단 몇 층으로 가야 하는지부터가 숙제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비슷한 내용의 외국 영화가 있었다. 폐쇄된 정신병원이 배경인데 출입구도 없어지고, 복도 끝도 없어지고, 문을 열면 다시 병실이고, 창문은 열리지도 않고... 그리고 정신병동 한 가운데로 환자복을 입은 유령이 -
『저기에 1학년이 있다!』 나카소네가 따돌렸다던 3학년 무리인 듯했다. 겁이 많은 이시즈미 루미가 얼른 하시모토의 등 뒤로 숨어 눈치를 봤다. 무리도 아니다. 일본에서 커터 칼은 누구나 필통 속에 한 개씩 넣고 다니는 평범한 학용품이지만 일부 국가에선 학교에 가지고 오면 안 되는 물건이다. 키티 그림이 그려진 분홍색 커터 칼도 써먹기에 따라 흉기가 된다. 그걸 쥐고 마법사의 지팡이처럼 흔들고 있으면 불쾌한 위협이 되고도 남는다. 해리 포터 원서 독해부에 소속된 하시모토는 마법사의 지팡이 대신 대나무 젓가락을 흔들며 책에 적혀진 마법 주문을 소리 내어 읽곤 했다. 익스펙토 페트로눔. 남들이 봤을 적에 상당히 꼴불견이었을 거라는 깨달음이 이제서야 왔다.
『칼은 치워주시죠.』 하시모토의 요구에 3학년 선배는 문구용 칼을 쥔 오른손을 일단 옆구리 쪽으로 내렸다. 칼날이 올라와 있는 걸 보고 하시모토 리코가 다시 요구했다.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칼은 치워주시죠.』 다행히 3학년은 하시모토의 요구대로 버튼을 눌러 칼날을 숨겼다.
『몇 반이야?』 『3반입니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3학년이 진위를 가늠하며 눈을 가늘게 떠보였어도 약 바른 혓바닥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명찰은 나카소네의 조언을 듣고 치웠고, 솔직히 같은 학년 얼굴도 잘 모르는 판국에 3학년이 1학년을 알아볼 리 만무했다. 하시모토는 두껍게 철판을 깔고 세기의 연기를 이어갔다. 나는 1학년 3반이다.
『1학년의 콧쿠리님이 2반이라던데 혹시 아니?』 『옆 반이니까 잘 알죠. 우리도 찾고 있는 중이에요.』 대답을 하면서 너는 입 뻥끗도 하지 말라는 의미로 스가와라의 발잔등을 지긋 밟았다. 불행하게도 스가와라는 눈치가 수수가루 부꾸미였다. 속된 표현으로 젬병이었다. 『저기, 우리 3반이 아니라 2반인데... 반장?』
100미터 달리기를 몇 초에 뛰었더라, 오른손으로는 이시즈미를 잡았다. 왼손으로는 스가와라를 붙들었다. 튀자. 『저것들 거짓말을 했어. 잡아~!!』 빠르게 달리기를 할 적에 숨을 참는 버릇이 있었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려면 산소가 필요하다고 배웠지만 입술을 오 모양으로 만들어 후욱후욱 짧게 호흡하는 건 어쩐지 임산부 호흡법을 연상시켰다. 그래서 하시모토 리코는 늘 숨을 가득 들어 마신 뒤, 호흡을 딱 멈춘 채 전력질주를 하곤 했다. 함께 뛰어나갈 타이밍을 놓친 나카소네는 3학년들에게 그대로 붙잡혔다. 얻어맞는 모양인지 악, 악, 이러고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뒤돌아보진 않았다.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은 건 아닌데 여유 같은 걸 부렸다간 그대로 머리채가 잡힐 거다.
이시즈미의 발이 꼬였다. 비틀거리는 친구가 나뒹구는 일 없도록 오른손으로 더 힘을 줘서 잡아당겼다. 『리코! 리코!』 손목이 나가는 기분이었다. 분수에 넘게 힘을 줘서 그런지 욱신거리는 통증이 송곳처럼 머리를 후벼 팠다. 그런데 복도가 너무 길었다. 100미터 전력질주 골인 점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나쳤다. 숨을 참은 지 이제 16초가 지났다. 얼굴이 검붉게 변했고 세포들이 산소, 산소 입을 모아 외쳤다. 견디지 못하고 입을 벌려 참았던 호흡을 토해냈다. 동시에 눈에 띄게 속도가 떨어졌고 따라오던 3학년이 하시모토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상의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여기까지였다. 하시모토는 쥐고 있던 손을 모두 놓았다. 『달려, 루미! 달려, 스가와라!』 뒤통수로 주먹이 날아왔고 충격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Posted by 미야
2021/04/23 15:03
2021/04/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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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술회전과 백귀야행의 설정을 대충 가져와서 붙인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어디까지나 완결까지 써보는 게 목적으로 내 글 구려병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지적은 반사합니다.
비술사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게토 스구루는 늘 본심을 가리고 웃는 낯을 하곤 했다. 그건 종이로 만든 가면 같은 종류였다. 술사로서의 자질이 개화하는 시기는 대략 다섯에서 여섯 살 즈음이다. 어린 아들이 괴물이 보인다며 울먹일 적마다 아버지는 허황된 이야기를 꾸며낸다며 체벌을 했다. 오해는 하지 말자. 아동학대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수준으로 회초리를 들었을 뿐으로 소금을 잔뜩 넣은 밥을 주거나 한겨울에 마당에 세워두고 찬물을 뿌리는 멍청한 짓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눈치가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징그러운 괴물이 보인다는 말을 더 이상 꺼내지 않았고,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기행도 더 이상 저지르지 않았다. 그간 거짓말을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자 양친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 기뻐하는 표정을 소년은 그대로 따라하며 흉내를 냈다.
『아, 신난다. 써먹기 좋은 부하 1호가 생겼네. 하기노츠키(※촉촉한 카스테라에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간 지역 과자) 사오라고 심부름을 보내면 딱 이겠다. 한정판 초코렛 맛은 하루에 50상자밖에 팔지 않는다고? 혼자 줄 서는 거 힘든데 잘 됐다. 아참! 스구루는 잘 모르지? 하기노츠키는 센다이 명물 과자야. 부드러운 촉감이 일품이지.』 잠자리 날개를 뜯으며 재밌어 하는 어린애 모습으로 고죠 사토루가 싱글벙글 좋아했다. 그 옆에서 게토 스구루도 사람 좋아 보이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반달모양으로 휘어진 눈매만 봐선 손톱이 두 개나 생으로 뽑혀나간 데다 아직 응급처치도 못한 상태라는 걸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심부름을 보내기 전에 우리 중학생에게 시킬 일이 하나 있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너, 몸에 새긴 봉인술식 풀어라. 다섯 개 중에 두 개라도 풀어. 사지 절단나지 않도록 이 몸이 알아서 컨트롤 해줄게. 잘 하면 아프긴 해도 죽을 정도까진 아닐 거야. 어때. 마음에 들지?』
간혹 어쩌다 종이가면 같은 미소가 지워지고 가감을 하지 않은 맨 감정이 얼굴에 드러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랬다. 수소원자 두 개와 산소원자가 극성 공유 결합하는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게토 스구루의 종이 가면이 벗겨졌다. 고죠 사토루가 힐끔거리자 언제 그랬느냐며 친절한 이웃 오빠 낯짝으로 돌아왔지만.
『싫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이이지마 하나에가 발끈하자 고죠 사토루는 손가락을 꾸물꾸물 움직여 물결치는 파도를 흉내 냈다. 『그렇게 하지 않음 뱀 대가리에게 잡아먹힐 테니까.』 『뭐?!』 『미완성 전개영역이 아까보다 더 커졌다고? 이 정도면 주물은 저쪽이 이미 흡수했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야. 물론 막연히 그럴 거다 짐작만 하는 거라 아직 주물을 흡수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말한 고죠 사토루는 고개를 들어 천장 너머 어딘가를 쳐다봤다. 대략 7층에 있는 9학년 7반 교실 어디쯤이었다. 미리 밝혀두지만 카제야마 중학교는 5층 건물이다. 그리고 일본의 다른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3학년제다.
『게임으로 치면 보스 몬스터는 어디에 있는지 지도에 표시가 안 되어 있고, 고블린이 입다 버린 팬티는 바닥에 깔렸고, 슬라임이 기어간 자국만 보이고, 0레벨 마을 주민들은 순진하게 버섯 따러 왔다가 동굴 안에 갇혔어. 초보 용사가 별 거 아니라고 판단해서 도전! 이러고 퀘스트를 받았는데 기절초풍하게 던전 레벨이 D가 아니라네? 자, 그러니 용사님. 싫어도 본인 레벨부터 올리셔야죠. 아님 모가지가 똑, 하고 날아가요. 버섯 따던 주민들도 전부 죽고요.』 전개영역이 완성되면 최악의 경우 내부에 있는 인원 전부가 몰살당한다. 아니, 무하한의 상전술식을 가진 고죠 사토루 본인을 제외하고 모두 죽을 거다. 아랫입술을 가만히 안쪽으로 빨아 당긴 모습으로 생각에 잠긴 게토 스구루도 속으로 승률을 계산해보더니 안색이 나빠졌다. 막연한 자신감 이전에 그는 아직 주술고전 1학년생으로 이런 위험한 현장에서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살아남을 확률... 그 이전에 시체가 온전히 남을 가능성부터 따져봐야 했다.
『따라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부 사용한다.』 고죠 사토루가 이이지마 하나에의 왼쪽 손목을 붙들고 힘을 줬다. 순간 뜨겁게 달구어진 냄비가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식의 굉음이 나면서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가 산산조각 났다. 동물의 뼈를 가공하여 만든 구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파공음은 피부를 타고 빠르게 올라가 어깨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회전하는 힘에 휩쓸려 팔이 360도 이상 돌아갔다. 아니, 아직은 돌아가지 않았다. 고죠 사토루가 아직 이이지마의 손목을 쥔 채로 좌로 회전하는 힘에 맞서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힘을 가해 폭발하는 힘을 상쇄하려 했다.
아니야, 이건 진짜 아니야. 이이지마의 눈이 휘둥글 벌어졌다. 산 채로 갈려나간다는 감각에 몸부림쳤다. 『야! 이거 놔! 당장 놓으라고! 아님 나 죽어!』 『안 죽어.』 믿어라. 제대로 살려놓고 하기노츠키 한정판 사러 심부름 보낸다. 새파랗게 겁에 질린 이이지마의 어깨 위로 다른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다급히 끼어들려 하는 게토 스구루에게 소리쳤다. 『제대로 하고 있으니 넌 보기만 하고 끼어들지 마!』 난폭하게 소용돌이치던 힘을 무하한을 두룬 자신의 팔로 옮겼다가 재빨리 땅으로 흘려보냈다. 그러자 무거운 철판이 곤두박질치는 굉음이 나면서 교장실 바닥으로 큰 구덩이가 파였다.
건물이 또 흔들렸다. 1학년 2반 반장인 하시모토 리코는 8층까지 걸어 올라가다 말고 중간에 멈춰 섰다. 도대체 학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현기증이 나려 했다. 더 위로 올라가고픈 마음도 이미 솜털처럼 녹아 사라졌다. 계단은 끝도 없이 위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 흡사 센다이 시내에서 가장 높은 30층짜리 빌딩 내부처럼 느껴졌다. 30층이 별 거냐 하겠지만 부근 지반은 암반이 없어 무르고 지진에 취약한 탓에 높은 건물을 짓지 않았다. 오르고 올라도 계단이 이어지는 풍경은 낯설었다.
단단히 뭉쳐 아파오는 종아리 근육을 문지르고 교실의 푯말을 확인했다. 9학년 2반이라 적혀 있었다. 만우절 장난은 아닐 테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떠보았다. 여전히 9학년 2반이었다. 『모르겠다... 나, 이미 죽은 걸까.』 어쩌면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중인 건지도 모른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다. 사고로 갑작스레 죽은 영혼이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 경계선에서 방황하는 거다. 손목에 찬 전자시계를 내려다봤다. 13분을 가리키던 숫자가 방금 전 12로 바뀌었다. 확실히 저승 언저리 어딘가로 떨어진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손목시계의 시간을 나타내는 숫자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리라.
『우리, 이미 죽은 거야?』 소꿉친구인 이시즈미 루미가 나, 를 우리, 로 고쳐 말하며 울먹였다. 그녀는 최후의 기억을 더듬으며 의심에 의심을 거듭했다. 언제 죽어버린 걸까. 새벽에? 아침에? 등교시간에? 그나마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사고가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눈물로 얼룩진 뺨을 문질러 닦고 기억을 더듬었다. 교통사고가 있었나?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이 인도를 덮쳐 하시모토 리코와 손을 잡고 나란히 죽어버렸다? 모르겠다. 떠오르는 일이 없었다. 점심시간에 허겁지겁 밥을 먹다 급체가 와 세상을 떠났을 것 같지는 않은데. 먹은 반찬은 가지무침에 소시지 볶음, 오이장아찌와 맑은장국이었다.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 종류라서 흡입하며 먹다 숨이 막히는 일은 없었을 거다.
『뭐?! 하시모토랑 이시즈미, 죽은 거야?! 언제?!!』 마찬가지로 8층까지 올라갔다 내려온 동급생 나카소네 키요타가가 그게 무슨 소리냐며 버럭 고함을 질러댔다. 『그럼 혹시 나도 죽은 건가?!』 나카소네의 외침에 울음이 나오던 게 쏙 들어갔다. 이시즈미는 헛소리 그만 하라며 화를 냈다. 『내가 왜 너랑 같이 죽어! 리코와 난 같이 죽어도 되지만 너는 아니야. 죽으려면 혼자 죽어!』 『너무해.., 이시즈미. 차별 쩔어.』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나카소네가 저승길에서조차 왕따가 되어 부모님 낯을 볼 면목이 없다고 중얼거렸다.
만담 개그를 펼치고 있는 두 사람을 짐짓 무시한 하시모토 리코는 창문을 열고 밖을 살펴봤다. 언제나의 바깥풍경처럼 보였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날아가는 새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보여야 할 태양이 위치를 이탈하여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공기가 기체가 아니라 고체로 변한 느낌이다. 만지면 두부처럼 포슬포슬 부서질 것 같았다. 창문을 도로 닫고 깊게 심호흡했다. 어쩐지 숨쉬기가 힘들었다.
『탈출 못한 3학년 선배들이 난리가 났어. 콧쿠리님 찾는다며 단체로 눈 돌아갔더라.』 마찬가지로 푹푹 숨을 내쉬며 나카소네가 말했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한 것치고는 호흡이 거칠었다. 『커터 칼 들고 나더러 1학년 2반 아니냐며 물어보더라고. 진짜 무섭더라. 그래서 3반이라고 거짓말했지. 2반이 맞다 사실대로 말했으면 계속 붙들려 있었을지도... 근데 웃긴 게 2학년들까지 학교에 내린 저주를 풀려면 1학년의 콧쿠리님을 잡아야 한다며 뭉친 눈치더라. 이이지마 선배는 무서우니까 대신 만만한 스가와라를 타겟으로 잡은 거지. 그러니까 반장도 그렇고 이시즈미도 달고 있는 명찰을 떼어서 버려. 우리가 1학년 2반이라고 들키면 좋을 거 없어. 선배들은 우리가 콧쿠리님을 따로 안전한 장소에 숨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숨기긴 뭘 숨겨. 기가 막혀서!』 화를 내면서도 일단은 조언에 따라 명찰을 떼어 얌전히 주머니에 넣었다. 『아니, 그건 그렇다고 치고. 콧쿠리님을 찾으면 어쩔 작정이래? 체육관 단상에 모셔두고 단체로 심신공경례라도 하겠데? 비나이다, 비나이다. 저주를 물리쳐 주시옵소서, 이러고?』 『몰라. 단체로 눈 돌았다고 했잖아. 이성적으로 대화를 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더라고.』 『미치겠네.』
세 사람이 저마다 머리를 끌어안고 끙끙 앓고 있는데 타박타박 이러고 계단을 밟는 기척이 들려왔다. 소스라치게 놀라 돌아보니 스가와라 미즈키, 그러니까 1학년의 콧쿠리님이 아무 고민 없어 보이는 맹한 얼굴로 휴지, 휴지, 이러면서 윗층으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Posted by 미야
2021/04/20 12:08
2021/04/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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