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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judgment 12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라고 해도 피갑칠 유령은 좀처럼 나와주질 않아 하나도 안 무서운, 타이틀만 호러이고 실상은 엉뚱한 것이 분명한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휴방이 길어 이러다 발광하겠습니다. ※


샘은 운전을 그리 잘 하는 편이 아니다. 오냐, 오냐 막내 취급에 직접 운전대를 잡아본 일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거니와, 망할 집구석으로부터 독립하겠노라 뛰쳐나온 이후엔 늘 생활비 부족에 허우적거렸던 그다. 걸어서, 내지는 뛰어서 갈 수 없는 거리는 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정 뭐하면 약소한 기름값을 지불하고 친구들 차를 얻어탔다.
하지만 샘의 운전 실력이 서투른 건 순전히 경험부족 탓만은 아니다. 성격 탓도 크다.
지정 속도로, 차선을 잘 지켜서, 신호등은 확실히 살피고. 속칭 바른 생활 사나이.
누구처럼 화려한 코너링이라던가, 급발진, 급회전, 상황 무시하고 역주행 등등의 위험천만한 운전솜씨는 기대할 수 없다. 60대 영감님이 시골길을 달리는 느긋함으로 브레이크 패달과 엑셀레이터 패달을 밟았다. 그래서 딘은 어쩌다 동생이 운전대를 잡기라도 하는 날엔 답답하다느니, 졸리다느니, 지루해서 미친다느니 식의 감상을 늘 입에 올리곤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병든 닭이 되어 꾸벅꾸벅 졸았다.

그런 마당에... 아무리 옆에서 속도를 올리라고 아우성을 쳐봤자...
샘은 세기말 멸망 교향곡을 작곡하고 싶어졌다. 게다가 그들이 자리한 곳은 40분 간격으로 다른 차량의 번호판을 기적처럼 발견할 수 있는 한산한 외곽 도로도 아니다. 상점가가 좌우 일렬로 늘어선 2차선 도로다. 도보로 사람도 걸어다니고, 양 차선을 오가는 자동차 숫자도 제법 된다.
이런 곳에서 밟으라는 거냐. 완전히 미친 짓이다. 단속 경관이 발급하는 과속 딱지를 걱정하기 전에 대형 추돌사고의 가능성이 그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뭐 하냐, 새미! 지금 달팽이가 친구들과 같이 마실 나가냐?!』
임팔라의 차체가 실수로 긁히기라도 하는 날엔 곰국으로 만들어 먹을 거면서 그의 잘난 형은 속도를 안 올린다고 손짓에 발짓까지 섞어가며 역정을 내었다.
이 상황에서 자리를 맞바꾸자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억지로 속도를 올렸다. 허나 계기판의 눈금은 두 사람 모두 만족스럽게 여길 숫자가 아니다. 으아, 거기다 신호등 불빛이 바뀌었다!!

주춤거리며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걸 눈치챘다. 깍듯이 신호를 지켜 뭘 하겠다고? 딘은 차가운 얼굴로 쏘아붙였다. 여차하면 멱살이라도 움켜쥘 기세다.
『샘? 여기서 멈추어 서면 이 형은 네게 무릎까지 오는 흰색 타이즈에 짧은 치마를 입혀 기념 사진을 찍을 거야. 계집애처럼 떨지 말고 밀어 붙여!』
『말은 쉽지!』

교차로 측면으로 다가오던 냉동 탑차가 미사일처럼 날아오는 임팔라를 보고 빠앙 경적을 울려댔다. 놀라 눈을 휘둥글 뜨고 있는 운전자의 얼굴이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다가왔다. 모든게 슬로우 모션이다. 샘은 사내의 턱 아래로 아침 면도의 훈장과도 같은 작은 반창고가 붙여져 있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는 입을 벌리고 외쳤다. 하느님! 그리고 샘도 외쳤다. 주여!
빨간 신호를 무시한 채 직진하던 임팔라도 덩달아 술 취한 주정뱅이 걸음질을 했다. 좌로, 우로 미친 듯이 핸들을 돌려댔다. 충돌의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차체가 서로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구로 똑바로 돌진하던 혜성은 극적으로 방향을 돌려 우주를 향해 튕겨나갔다. 성경에 묘사된 아마겟돈의 참사가 찰나로 비켜갔음을 인식한 나사의 과학자들은 만세를 불렀다. 물론 완벽한 행운은 아니어서 냉동 탑차의 범퍼가 살짝 닿았다. 닿기가 무섭게 타앙- 하고 쇠붙이가 고온으로 튀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가슴팍으로 목이 움츠러들었다. 이크, 뒷 트렁크가 찌그러졌다.
이걸 워쩐다. 오늘 저녁, 그는 분명히 곰국이 될 것이다.

『형. 저기, 있잖아... 방금 내가 말이지...』
『괜찮아, 새미. 네가 걱정하는 것처럼 생으로 파묻어버리진 않을게. 나는 대단히 자비로운 인간이니까 여벌 건전지 두 개랑 손전등 정도는 같이 넣어주마.』
심기가 불편해진 것이 분명한 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살벌한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구덩이에 플레이보이 과월호 잡지도 하나 던져주지. 그러니 넌 묘비에 뭘 새길지 말해봐.』
묘비? 묘비?! 샘은 미워 죽는다는 식으로 딘을 쏘아봤다.
『알았어. 대리석에 금박으로, 가장 비싼 걸로《사흘만에 부활했도다》라고 적어줘.』
『네가 예수냐!!』
『근성으로 부활해선 형에게 멋지게 복수할테야. 어디 두고 보라지!』
『허어... 좀비가 되고 싶으시다? 입안에 짜디 짠 소금을 꽉꽉 채워주랴? 말만 해. 당장 서비스 해줄게. 뒤쪽 트렁크로 뜯지 않은 소금 봉지가 세 개나 있다는 거 아니?』
『재고 파악은 똑바로 좀 해. 세 개가 아니라 다섯 개다!』
거기까지 말싸움한 형제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정색하고 뒤쪽을 확인했다. 샘은 백미러를 쳐다봤고, 딘은 고개를 돌렸다.
『어때, 딘. 아직도 따라오고 있어?』
『제기랄, 못 따돌렸어! 거기다 늘었어!』
딘은 절망적인 어조로 부르짖었다.

추적자는 이제 둘이 되었다. 흰색 애벌런 차량 바로 뒤로 진파랑 렉서스가 바짝 따라붙었다.
렉서스는 모텔에서부터 뒤를 밟아오던 차량이다. 샘은 파랗게 질린 형을 다시금 곁눈질했다.
『어떻게 생각해. 경찰... 아님 FBI인 거 같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하여간 왼쪽! 왼쪽으로 가!』
차량이 거꾸로 뒤집어지진 않을까를 걱정하며 딘의 지시에 따라 왼편으로 급히 핸들을 꺾었다. 타이어가 찢어지려 했다. 마찰음은 그렇다치고 고무 타는 역겨운 냄새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너만 가냐, 나도 간다. 흰색 애벌런도 그들 형제를 따라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핸들을 조작했다. 미끌어져 빙글 돈다 싶더니만 순식간에 인도를 덮쳤다. 길거리 노숙자임이 분명한 늙은 여자가 전 재산을 쇼핑 카트에 싣고 가다 덕분에 커다란 재앙을 만났다. 뻥 하는 굉음과 같이 해서 물건이 잔뜩 실린 카트가 건너편 가게 지붕까지 날아갔다. 망연자실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노인네는 바닥에 엎드려「지금 이슬람 과격단체가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킨 겁니까?」식의 표정을 지었다. 죽지 않아 천만 다행이라는 건 아직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놀라기도 했거니와, 멋지게 부러진 팔의 모습이 워낙에 충격적이었다. 카트를 밀다 세게 부딪친 팔은 기괴한 각도로 꺽여져 있었다. 자신이 뭔 사고를 당했는지를 깨닫고 노인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러댄 것은 그로부터 정확히 15초 뒤였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흰색」은 다시 도로로 내려와 창을 들고 들판을 가로지르는「영양」을 추적하는 아프리카의 사냥꾼이 되었다.
한층 더 빨리 달리는, 먼지 속에서 두 눈동자를 노랗게 희번득거리는 새카만 피부의 전사를 상상하자자마 샘은 당장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동생이 대단히 초조해한다는 걸 깨달았다. 손을 잡아줄 수는 없지만 옷자락 정도는 잡아줄 수 있다. 딘은 슬그머니 팔을 뻗어 운전석에 앉은 샘의 셔츠를 쥐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해 다독(?)거렸다.
『네놈이 여기서 오줌을 지리기라도 하는 날엔... 대리석에 금박으로, 가장 비싼 걸로...』
『안 싸!』

샘은 눈을 질끈 감고 두 번째 교차로의 신호등을 무시했다.
보행자 신호를 믿고 착실하게 길을 건너려던 사내가 자칫하다 깔려 죽게 생겼음을 깨닫고 허겁지겁 인도 위로 다시 올라섰다. 그러다 다리가 엇갈려 넘어졌다.
『이 멍청이들아~!! 운전 똑바로 하란 말이닷! 사람을 죽일 작정이냐?!』
날씨도 추운데 욕 봤다. 만장하신 가운데 뒹군 것이 창피한지라 사내는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대로 임팔라를 향해 던졌다. 그래봤자 목표물은 이미 대기권을 돌파했다. 과녁을 잃은 작은 조약돌은 얼마 날지 못하고 텅 빈 도로 한 가운데로 툭 떨어졌다.
마음으로 미안하다 서른 여섯 번을 사과한 샘은 어쩔 줄 몰라하며 백미러를 확인했다.
넘어졌던 남자가 바지를 털며 일어났다.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딘! 이러다 생으로 사람 잡겠어!』
『나도 알아!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잖냐!』

샘보다 운전 실력이 월등히 괜찮은 것이 분명한 흰색의 애벌런과 진파랑의 렉서스는 계속해서 임팔라의 뒤를 따라붙었다. 아까보다 오히려 거리가 더 좁혀졌다.
이제 그들과의 간격은 겨우 100미터.
그런데 어랍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렵게 따라붙은 진파랑의 렉서스가 흰색 애벌런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바짝 붙었다 싶더니만 앞 범퍼로 쾅 하고 밀어붙였다. 덕분에 흰색 애벌런이 차선을 넘어 맞은편으로 튕겨나갔다. 저녁에 먹을 반찬거리를 사러 나왔다가 졸지에 정면충돌의 상황에 처한 빨간색 소형차가「저는 운전대를 놓고 기권하겠습니다」를 외치고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마찬가지로 흰색 애벌런도 S자의 스키드 마크를 그리며 요란한 타이어 긁는 소음을 냈다.

『딘, 저거 봤어?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있어.』
『나도 봤어, 새미. 그래봤자 좋아하기는 일러. 둘 다 우리에겐 아군이 아니야.』

빨간색 소형차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제자리로 돌아온「흰색」은 덕분에 몸도 마음도 누더기인 듯 했다. 조수석 창문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번쩍이는 총구가 나타났다. 맛 좀 보라는 건가.「흰색」이 선제공격을 시도한「파랑」을 향해 모두 다섯 발의 총알을 날려보냈다.
난데 없는 총격전에 딘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윗입술을 안쪽으로 빨아들이며 이로 잘근잘근 씹었다. 제기랄, 길바닥 한 가운데서 무작정 총을 갈기다니. 룰도 모르고 양심도 없다. 제정신을 가진 녀석들이 아니다. 도대체 마이클 프레데닉은 어떤 녀석들을 길거리로 내보낸 거냔 말이다. 멍청한 짓을 곧잘 저지르는 거리의 갱들도 이런 바보 짓은 안 한다.

기백으로 보나, 난폭함으로 보나「흰색」이 압도적이다. 무거운 쇳덩이가 거대한 압력을 받고 찌그러지는 굉음이 들렸다. 총알을 날리는 것으로도 성이 차질 않았던지 아예 몸통 박치기를 시도하며「파랑」에게 본때를 보였다. 좌측으로 틀었다가 머리를 들이밀고 쿵쿵, 충격으로 타이어 휠이 날아갔다. 문짝이 종이처럼 구겨져 나갔다. 그래도 그놈의 미친 짓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겨드랑이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렉서스 차량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던지 항복을 표현하며 속도를 눈에 띄게 줄였다.
I'm Winner!
경쟁자를 물리쳤음에 의기양양해하며 흰색 애벌런이 일직선으로 곧장 돌진해왔다.
딘과 샘은 바짝 긴장했다.
『온다!』

흰색 차가 조수석 쪽으로 가까이 접근해왔다. 딘은 심호흡하며 총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이거 뭐냐. 딘은 깜짝 놀랐다. 여자다! 젊은 여자가 차를 운전하고 있다. 그것도 가슴 빵빵에, 다리 쭉쭉 걸이시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과 샹들리에형 귀걸이가 기가 막히다!
『헤이~ 핸섬 보이~!!』
금발의 여자가 딘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아는 체를 해왔다.
『자기, 내가 누군지 알아 보겠어?』

웃어야 하나, 아님 말아야 하나.
딘은 잠시 갈등했다. 게다가 저 질문엔 뭐라고 대답을 하면 좋단 말인가. 날 알아 보겠느냐고? 미친다. 지금 나더러 언제, 어디서, 무슨 가명을 대고 만났던 상대인지를 기억해내라는 거냐. 얼굴 자체는 어쩐지 익숙하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디테일은 흐릿하다. 흥분한 페니스를 죽죽 잡아당기며 흥미롭게 감상하던 싸구려 도색 잡지의 여자가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는 느낌이다. 이래선 정말로 살을 섞었던 사이인지 확신할 수 없다. 뭐랄까. 낯설지 않으면서 동시에 생소하다. 딘은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저런,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네. 재미없게스리.』
그녀는 매우 실망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딘은 덩달아 멎적어 했다.
『힌트를 줄게. 나그네들의 오아시스, 술집 바빌로니아!』
여자가 쓰고 있지도 않은 챙 넓은 모자를 들었다 놓는 시늉을 했다.
『이래도 전혀 생각이 안 나?』
아주 생각이 안 나는 건 아니다. 딘의 얼굴색이 확 하고 달라졌다.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하, 하지만 그건... 꿈이었어.』
그녀가 화사하게 웃었다. 웃음을 짓자 뺨으로 보조개가 피어났다.
『맞아. 그건 꿈이지. 하하하! 동시에 꿈이 아니고. LACRYMOSA DIES ILLA! 눈물의 그 날이로다!』

자신이 더러운 진흙밭에 빠졌음을 깨달은 딘은 흘끔 눈동자만 돌려 샘을 봤다.
하지만 앞뒤 문맥을 전혀 모르는 동생의 눈빛은 그야말로 집채만한 호랑이였다.
『딘. 도대체 나 모르게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길래... 저런 여자가 죽이겠다고 따라오고... 총질을 하고...』
『워워! 오해야, 새미. 그러니까 진정하고... 진정하고!』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 내려! 당장 여기서 내려! 진짜지 같이 못 있겠어!』
『그렇다고 날 달리는 차 밖으로 내던지려는 거냣?! 임마! 난 억울하다고! 제발 진정해!』
이래선 진퇴양난이었다. 새미는 달리는 차에서 빨리 뛰어내리라고 종용하고 있었고, 건너편의 여자는 총을 들어 그의 이마를 조준했다.

『미안해, 윈체스터. 개인적으로 악의는 없거든? 하지만 친구가 하도 부탁을 하는 바람에... 원망은 하지 말아줘. 사실 난 자기 머리를 날려버리고 싶진 않았어. 그러니까 이건 내 본의가 아니라는 거야. SUPPLICANTI PARCE DEUS. 용서를 바라며 읍소하는 바입니다. 자, 준비 되셨죠?』
『이봐! 뭐가 준비가 되었냐는 거냐!』
『죽을 준비지 뭐. 동석한 자는 안 건드릴게, 핸섬 보이. 내가 노리는 건 오직 너야. 헤더가 네놈을 찾아내기 전에 우리가 널 죽여야겠다.』

딘은 훅 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반사적으로 자세를 낮추려 했... 아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그랬다간 운전하는 동생이 대신 맞는다. 딘은 꼿꼿히 허리를 펴고 앉은 키를 최대한 크게 하는 것으로 적의 시야로부터 동생의 머리를 가렸다.
『샘! 네놈이 앙앙거리는 건 나중에 다 들어줄테니 지금은 시트 좌석에 최대한 바짝 붙어.』
딘이 무얼 하는지를 깨달은 샘은 경악하여 자지러졌다.
『딘!』
『나더러 네 조각난 머리통을 본드를 써서 하나하나 이어붙이라곤 하지 마! 죽어도 그 짓은 못 해! 그러니까 닥치고 브레이크나 밟앗!』

샘은 반사적으로 다리를 뻗어 패달을 밟았다. 끽 소리를 내며 임팔라가 애벌런 뒤로 빠졌다.
이때다, 딘은 맞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열려친 창문을 통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이어를 맞출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자세도 나쁘고 차의 흔들림도 너무 심하다. 솔직히 딘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하느님이 보우하사, 운이 너무 좋았다.
화약이 폭발하는 세 번째의 진동과 같이 하여 애벌런 차량으로 새빨간 피보라가 팍 일었다.
샘이 기겁을 하고 핸들을 틀었다. 딘 또한 억 소리를 내며 팔을 움추렸다.
그러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정통으로 맞췄다, 이런 제길.

누런 뇌수와 핏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운전석에서 총알 구멍이 뻥 뚫린 여자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리고 악에 받쳐 살쾡이처럼 외쳤다.
『이 망할 자식아! 이 몸뚱이에 구멍을 내면 어떻게 하냐! 그것도 머리를 정통으로 망치다니! 어렵게 구한 내「누다보트(*희생제물)」를 단박에 쓰레기로 만들어?! 야! 윈체스터!』
깨어진 두개골 사이로 뇌조각이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여자는 발작적으로 움직였다. 그 눈으로 빛이 사라지고 없어졌음에도 원망에 사무쳐 저주의 말을 외쳐댔다.
『제기랄! 이번 누다보트는 겨우 8년밖에 못 썼단 말이다! 물어내, 물어내라고! 젠장! 젠...』
건전지가 닳는 소리를 내며 여자의 고개가 별안간 아래로 뚝 떨어졌다.

운전대를 놓아버린 것이 분명했다. 순간 속도를 못 이긴 차가 기우뚱 회전했고, 바나나를 밟기라도 했다는 식으로 미끌어져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멋지게 가로수를 들이받았고, 미사일이 폭발하는 듯한 쾅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샘!』
겁에 질린 딘이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샘!! 제발 부탁이니 크게 대답해! 샘!』
샘은 땀으로 축축해진 형의 손을 얼른 잡았다. 그리고 그의 부름에 답했다.
『여기에 있어. 난 옆에 있어, 형.』
『새미! 새미잇~!!』
『나 여깄어. 여기 있다니까.』
그제서야 딘은 동생과 손을 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후, 하고 참았던 호흡이 겨우 터져나왔다. 동시에 왈칵 하고 아침에 먹은 음식물이 벌려진 입을 통해 쏟아졌다.

Posted by 미야

2007/03/07 21:04 2007/03/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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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2007/03/08 17:04 # M/D Reply Permalink

    이런 귀여운 샘딘이 있습니까!!! ㅋㅋㅋㅋ

  2. anasazi8 2007/03/09 02:53 # M/D Reply Permalink

    하하하..정말 원작의 샘, 딘 을 그대로 재연하셨군요..
    티격태격하는게 몹시 앙증맞는거이 정말 탁월한 재주를 지니셨나봅니다.
    두 부라덜스의 개그행보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헌팅을 하는거이 아니라 헌팅을 당하는거 같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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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judgment 11

※ 가끔은 죽어라 싸워도 주고, 찰떡이 안 부럽게 사이도 좋은, 훈남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재방은 물럿거라~!! 울음으로 애원한다~!! ※


아직 1월이다. 춥다. 쌀쌀한 바깥 공기에 닿은 호흡이 금방 하얗게 변했다.
시린 손을 양쪽 겨드랑이에 끼운 채 종종 걸음으로 인적이 없는 2차선 도로를 건넜다. 이래선 자동차에 치어 죽는게 아니라 쌩쌩 부는 바람에 치어 죽을 지경이다. 체감 온도가 어림짐작으로 영하 12도는 되겠다. 남자답게「이까짓 것, 마음을 비우면 불조차 시원하고 얼음이라도 따뜻하다!」소리를 질러대고 싶었지만 신체 반응은 대단히 정직해서 이가 딱딱 소리를 내며 맞물렸다. 입안에서 들리는 정신 사나운 타악기 연주 소리 탓에 귀가 시끄러웠다. 이건 흡사 해골 잭이 침몰한 해적선을 조롱하며 울려대는 캐스터네츠 연주곡이었다.
『얼어서 돌아가시겠구먼.』
딘은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고 있다며 현대판 종말론을 부르짖는 환경주의자들을 붙잡아 놓고「정말로 당신네들 의견대로 지구가 따스해진 거 맞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다. 그리고 딱 10분만 자신과 같이 길을 걷자고 그 얄미운 팔을 잡아당겼으면 좋겠다. 녹아내리는 빙산 좋아하네. 따스한 사무실 의자에 죽치고 앉아있으니까 지구가 더워졌다고 다들 착각하는 거다. 딘이 느끼기엔 여전히 지구는 빙하기였고, 멀잖아 모든 생명체가 동태로 변할 지경이었다. 얼어서 딱딱해진 귓바퀴가 금방에라도 떨어져나갈 지경이다. 호호 입김을 불어 손등을 녹여봐도 언제 그랬느냐며 도로 차가워졌다. 온기를 잃은 청바지가 나무망치로 얇게 두드려 편 철판처럼 뻣뻣해졌다. 덕분에 걷는 동작이 쇠막대기로 만든 로봇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샘의 말대로 중국 음식을 전화로 주문할 걸 그랬나... 밖으로 나온지 3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후회막급이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 속으로 엉겨붙은 얼음 알갱이가 사각거렸다.

온기를 머금어 유리창이 뿌옇게 변한 전자용품 상점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며 걷는 속도를 더 올렸다. 바람이 더욱 거세어져 이제 곧 눈바람이라도 날리게 생겼다. 서류봉투를 쥔 뚱뚱한 중년 사내가 질세라 빠르게 스탭을 밟으며 반대편에서 걸어왔다. 날카로운 창으로 엉덩이를 찔렸다는 투로 뒤뚱거리고 있어 보기가 안스러웠다.「어서, 어서!」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그렇다고 해도 마찬가지의 몸짓을 보이고 있는 딘의 입장에선 왜 저렇게 품위 없게 구느냐 흉을 볼 여유는 없다. 머플러를 목에 둘둘 감은 여자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손으로 빨갛게 변한 코를 쥐었다. 그녀 또한 바닥만 쳐다보며 허겁지겁 걷고 있다. 모양만 보자면 보도블럭의 개수가 모두 몇 개인지를 조사 중인 것 같다. 수첩에 그 숫자를 기록하지 않았을 뿐이지 바닥에서 눈을 떼지 않는 걸 봐선 확실하다. 딘은 그런 그녀의 조사 작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알아서 구석으로 피하고 보았다.

오호라. 오른편으로 한 명, 왼편으로 다시 한 명...
슬그머니 눈동자만 옆으로 굴려 골목 어귀로 숨은 그림자를 눈여겨 살폈다. 인조털이 부착된 후드가 달린 평범한 외투에 검정색 모직바지, 겉가죽만 보자면야「빨리 나를 안락한 난롯가로 보내주시오」노래를 불러대는 우리네 선량한 이웃이다. 하지만 귀신은 속아도 그는 안 속는다. 그들의 귓구멍으로 꽂혀진 것이 아이팟 MP3 플레이어 이어폰이 아니라는데 1달러를 건다. 강추위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길바닥 위를 어슬렁거린다는 것도 우습거니와, 간혹가다 입으로 짤막하게 끊어지는 단어를 중얼거리는 모양새가 유행가의 후렴구라고 하기엔 너무 딱딱하다. 아무리 3류 가수라고 해도「옛설, 라저, 카피」라는 세 단어로 노랫말을 지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말로 그런 단어로 음표를 찍었다면 그놈의 가수는 일찌감치 은반 데뷔의 꿈을 접고 가방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거리는 30미터로 고정.
뭔가를 두리번거리며 찾는 시늉을 해가며 사내들은 자기들끼리의 은밀한 신호를 주고받았다.
유리창에 비친 사람 그림자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딘은 가식적인 엣취, 재채기를 하고 보았다.
『이거, 이거... 마이클 프레데닉 영감이 멋지게 이중 플레이를 하시는구먼.』
딘은 쓰게 웃으며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대단한 영감이다. 자기가 소개해서 요원을 내보내놓고, 그 사실을 딘에게 고자질한다.
「미리 말해주는 거지만 정보국 신참내기들이 훈련이나 한답시고 달라붙을 걸세. 자네들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내 명령에 따라 추적할게야.」
이미 오래 전에 전화로 영감은 그 사실을 단단히 주의시켰다.
「풋내기들 손에 잡히기만 해봐. 두고두고 골려줄테다. 그러니 뿌리치고 멋지게 달아나게.」
그러면 그놈의 풋내기들을 애초부터 안 보내면 될 거 아닌가.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 물까지 틀어놓고 전화를 받았던 딘은 어이가 없어 대꾸도 못 했다.
「미안하지만 나는《헤더의 자녀》야. 자네 뒤를 밟으라는 어머니의 부탁을 거부할 수 없어.」
마이클 프레데닉은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목소리를 위장하며 자신의 행동을 변명했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 헤더가《죽음의 주문》이라는 걸 소유하길 원치 않아. 듣자하니 아직 손아귀에 그 일부를 쥐고 있다며? 계속해서 쥐고 있게. 가진 걸 절대로 헤더에게 주지 말게. 그걸 손에서 놓기라도 하는 날엔 내 힘으로 자넬 30년 콩밥을 먹게 만들어주지. 알겠나.」

점심을 사러 간다는 계획은 사실상 뿌리부터 망했다고 봐야 한다. 지금 밥이 문제냐. 콧물이 흘러나온 코를 훔치고 가까운 잡화점 문을 열고 아무렇게나 안으로 들어갔다.
딸랑거리는 종소리를 두 귀로 흘려듣고 맨 앞에 놓여진 초컬릿바 두 개를 손으로 집어들었다.
무스를 지나치게 덧바른 탓에 샴푸를 안 한지 30년은 지난 것처럼 지저분한 꼬락서니가 되어버린 애띈 얼굴의 종업원이 버릇처럼 바코드 인식기를 들어올렸다. 청년은 웃지도 않으면서「어서 오세요」를 심드렁하게 외쳤다.
바지 뒷주머니를 뒤져 꾸깃꾸깃 접혀진 현금을 찾아 계산대 위로 올려놓았다. 동시에 어깨와 귀 사이로 핸드폰을 끼었다.

《새미? 형이다. 내가 놀라운 얘기를 해줄게. 방금 전에 마릴린 먼로를 봤어.》
이런 건 하나도 안 반갑다. 샘은「얼씨구?」하는 표정이 되어 쥐고 있던 자신의 전화기가 무슨「사탄의 인형」이라도 되는 것인양 쏘아봤다. 방금 누굴 봤다고. 마릴린 먼로라고? 그럼 1962년 8월 5일에 발견된 여자의 시신은 마릴린 먼치킨이었던가. 샘은 이게 형이 걸어오는 신종 장난인 건지, 아님 다른 뜻이 있는 건지를 두고 잠시 갈등했다. 장난이라고 하기엔 그들이 오전 무렵에「다퉜다」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화해의 제스츄어로 이따위의 같잖은 장난을 걸어올 만큼 딘은 그렇게 무드 있는 남자가 아니다.

『먼로라고... 했어?』
《응! 마릴린 먼로야.》
사전에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암호문의 메뉴얼에는「마릴린 먼로」는 쏙 빠져 있다. 샘은 꺼끌해진 눈을 깜빡거렸다. 역시나 장난... 틀리다! 얼굴색을 달리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십대 시절에 딘이 장난삼아 만든 암호 중엔「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 다리에 힘이 빠지네 = 난 망했어!」라는 것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전 과목 낙제 점수를 받고 망연자실하여 고개를 푹 숙였던 형이「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라고 중얼거렸던 것이 기억났다. 최선을 다해 딘의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샘이 형을 위로하자「너나 잘 하세요」라고 구박을 받았던 것도 생각났다. 왜 그걸 진작에 눈치 채지 못한 걸까. 영화「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주인공이 바로 마릴린 먼로다.

샘은 바짝 긴장하여 목소리를 낮추었다.
『형이 봤다는 먼로가 입은 드레스의 색깔이 뭐지?』
목소리 톤으로 동생이 숨은 뜻을 알아차렸음을 알아차린 딘은 기뻐하며 이에 주저없이 답했다.
《불타는 빨강.》
안 좋은 소식이다. 상당히 위험하다는 얘기다. 일어선 샘은 빠른 속도로 방안을 서성였다.
추가로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단, 넌지시 상황을 암시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존 F 케네디는 옆에 없고?』
《왜 없겠니. 둘은 세트 메뉴잖냐. 하지만 극작가 아서 밀러*(마릴린 먼로의 전남편)까지 세트인지는 확실하진 않아. 모르지. 어쩌면 조 디마지오*(야구선수, 역시 전남편)까지 볼 수 있을지도... 그치만 내 눈엔 잘 안 보이네.》
여기까지 말하고 킬킬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오랫동안 같이 붙어다니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가 숨 죽여 웃고 있다고 착각할 법했다. 하지만 샘은 형의 웃음에서 가시돋친 무언가를 느꼈고, 그래서 자신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형 혼자서만 보면 나만 억울하잖아. 나도 먼로를 보러 갈 거다. 우리, 어디서 만날까?』
《먼젓번에 자동차에 기름을 채워넣었던 주유소... 가 적당하겠지?》
『오케이. 거기서 만나자.』
걱정이 되었는지 딘은 할 필요가 없는 다음의 한 마디를 덧붙였다.
《서둘다 넘어지면 안 된다, 아가. 무릎 깨졌다고 울어도 호호 입김은 불어주지 않을 거야.》
폴더를 닫으면서 샘은 이를 으득 씹었다.
『형이나 넘어지지 마.』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이미 짐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는 상태다. 펼쳐놓은 옷가지 몇 개를 가방에 집어놓고 서둘러 손수건으로 핑거 프린트가 남았을 법한 곳들 - 텔레비전 전원 버튼 같은 곳을 닦아냈다. 이미 사전에 충분한 주의를 해두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땀을 뺄 필요는 없었다. 간단하게 방 정리는 20분 안으로 완료되었다.
가방 두 개와 자동차 키만 챙기면 나면 달아날 준비 끝.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미스터 버그네픽스 씨.』
모텔 직원은 그 이름이 가명인지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샘은 웃는 얼굴로 현금을 들이밀고 체크 아웃, 부랴부랴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차갑게 언 공기 탓에 숨을 들이킨 폐가 찌르르하니 아파왔다.
머리를 흔들지 않고 요령껏 주변을 관찰하며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형이 언급한 조 디마지오가 가까이 있지는 않은지, 백미러의 각도를 조정하는 척하고 뒤편을 확인했다. 있다, 있어. 조용히 따라붙는 진파랑 렉서스 차량이 한 대.
FBI일까?
남들이 그의 혼잣말을 들으면 경악할게다. 그래도 샘은 차라리 저들의 정체가 FBI였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같지도 않은 살인범 누명을 뒤집어쓴 딘의 의견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일단 악령은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지만 사람은 그 예측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사람의 공권력이라는 건 악령이 뺨을 긁어대며 무안해할만큼 무자비해질 수 있다. 멋지게 제압당해 땅바닥에 엎드린 딘을 상상하자 가슴 깊은 곳이 파랗게 식어갔다. 샘은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악령과 싸우는 건 도와줄 수 있지만 FBI가 잡아가려고 하는 거면 샘의 힘으로는 그를 도울 수 없다. 형이랑 같은 감옥에 들어가주는 것 이외엔 딱히 할 일이라는 것이... 흠, 같이 탈옥해주는 방법도 있긴 있다.

운전대를 손바닥으로 툭 하고 치고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꾸짖었다.
자동차의 속도를 낮추고 다시금 백미러를 살폈다. 문제의 렉서스 차량은 천천히 뒤따라오고 있으시다. 교본과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상대가 윈체스터 남자들에게 원한을 가진 헌터라는 식의 가정은 지워버렸다.
그렇다면 아예 엔진이 고장났다는 식으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저들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자.

『......』
차에서 내려 멀쩡한 타이어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 샘을 먼 발치서 지켜보던 두 명의 남자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식으로 검은색 쉐비 임팔라를 지나쳐갔다. 오히려 친절하게 생긴 60대의 사내가 운전하던 픽업 트럭을 멈추고 서서「자동차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소, 젊은이?」라고 관심을 보여주었다. 축복 받으시라, 아메리카 최고의 친절남을 향해 샘은 괜찮다고 짤막하게 대꾸해주곤 싱긋 웃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타이어에 문제가 있나 했는데 괜찮네요.』

그럼 다시 운전석에 올라타 신나게 달려보도록 하자.
목적지는... 그들이 마을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렸던 공중 전화기가 있던 서점이다.
당연히 주유소가 아니다. 딘이 행여 커피숍으로 나오라고 했어도 그곳으로는 가지 않는다.
사전에 그들 형제가 한 약속은 이렇다.
동네에서 처음으로 공중 전화기를 찾았던 장소.
그러니까 렉서스 차량이 왼편으로 사라졌어도 샘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헤이~!!』
브레이크가 끼익 울리는 것과 동시에 추위에 파랗게 질린 딘이 기다리다 죽을뻔 했다는 식으로 뛰어나왔다. 샘은 재빨리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것과 동시에 주변으로 수상한 움직임은 없는지를 살폈다. 형이 시트에 엉덩이를 내리는 걸 보자마자 총알처럼 급발진, 엑셀레이터를 밟은 다리로 힘을 꽉 주었다.
『어때, 딘. 미행 붙었어? 존 F 케네디는 어딨어?』
『어랍쇼, 샘. 넌 마릴린 먼로보다 케네디가 더 신경 씌여? 취향 한 번 고약하네. 그러니까 네가 자꾸 가는 곳곳마다 바텀 취급을 받는 거란다.』
새하얗게 변한 손가락을 부지런히 비비며 딘이 쓰게 웃었다. 얼어붙은 그의 몸에서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와 샘은 덩달아 추위를 느꼈다. 아무래도 히터의 온도를 더 높이는게 좋겠다.
『딘! 이 마당에 그런게 중요해?! 게다가 게이로 착각당하는 건 내가 아니라 형이잖...』
『알았어, 알았다고. 그것에 대한 토론은 나중으로 미루자. 여하간 성공적으로 떼어놓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젠장이다. 이번엔 장담 못 하겠다. 뭔가 틀려. 프레데닉 영감 말처럼 한 팀이 아니었어!』
『틀리다니? 딘? 게다가 뭐? 프레데닉 영감?』
『속도 올려!』
눈동자만 옆으로 돌려 딘을 보았다. 그리고 덜컥 겁을 먹었다. 잔뜩 굳은 표정이 되어버린 딘이 총을 꺼내들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와 동시였다.
타이어가 터지는 끼익 소리를 내면서 흰색 애벌런 차량이 그들을 향해 돌진하듯 다가오기 시작했다.

Posted by 미야

2007/03/03 20:06 2007/03/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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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judgment 10

※ 으아아!! 어서 빨리 심즈 해야 하는데 아직 택배 포장도 못 뜯고 이게 뭐야~!!
건전을 지향하는 (농담인게지)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이런 지렁이 토악질하는 속도라면 20번대 진입은 숙명일 듯... 망했다.
귀찮기도 하거니와 제가 워낙에 컴맹이라 왼쪽 마우스 버튼 사용 금지 어쩌고 등등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아무나 다 가져가쇼~ 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


생긴 건 투실한 곰인 주제에 사고방식은 계집애 같은 자식.

코인 세탁장에서 막 건져올린 온 푸른색 셔츠에 팔을 꿰어 넣으면서 딘은 바가지로 욕을 퍼부어댔다. 그것은 용접기에서 발사되는 화염의 강도와 비슷했다. 최소한 불 뿜는 용의 콧김 정도는 되었다. 아무리 껍질이 두꺼운 타조알이라도 거기로 가까이 들이대기만 하면 5분 안에 완숙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거라 감히 자신한다.
『샘! 내 자동차 열쇠 돌려줘!』
『싫어.』
전설의 용사 지그프리드는 불사의 약을 온 몸에 발랐다고 한다. 그깟 화염이 다 뭐라냐. 공룡이 악을 쓰며 울부짖어도 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샘의 얼굴은 발그스름했다. 얼핏 보자면 인터넷으로 야한 그림을 들여다본 탓에 잔뜩 흥분한 것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무허가 의사로부터 지방제거 수술을 받은 여자 허벅다리에 반응하느라 그런 것은 아니었고, 실상은 스트레스를 너무 받은 나머지 열이 올라 그랬다. 바이러스나 세균 때문이 아닌, 순전히 긴장을 견디지 못한 신경줄이 무너진 탓이다.
새벽 무렵엔 37.1℃, 지금은 그보다 약간 더 올라 37.4℃다.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덕분에 모니터 속으로 떠오른「생략된 검색 결과를 포함하여...」라는 문장이 하얀 공백에 그려진 초현실적 그림으로 보였다. 그것이 글자라는 자각은 한참 후에야 머리를 노크했다. 이 말인 즉, 아침 나절에 삼킨 두 알의 아스피린은 결국 효과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꼼짝 앉고 바닥에 엎드린 어항 속 금붕어가 된 듯한 느낌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무채색의 감옥에 갇혔다. 샘은 자신이 뿌리부터 망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퀴살이 죄다 빠진 채 덜컹거리며 낭떠러지를 향해 질주하는 마차가 따로 없다. 조만간 가루가 되어 박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염세주의자의 종말적 예감이라니. 과장되게 인상을 찡그리며 땀투성이의 손바닥을 바지춤에 문질러 닦았다.

당연히 딘은 그런 샘을 잡아먹으려 들었다.
『멍청한 자식! 네가 지금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여덟 살 어린애냐?!』
이럴 적에 어른들은 답답한 맘을 견디다 못해 천장을 응시하며 다음의 고전 문구를 암송한다.
노트 페르, 키 에트 오 시외... 옮겨 적자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리고 이게 뭐야! 지금 나더러 걸어서 점심을 사가지고 오라는 거냐?!』
『운동도 할 겸 좋잖아. 그래봤자 왕복 20분인데 뭐.』
『캭! 내 자동차 열쇠~!!』
『못 줘.』
그렇게 대꾸한 샘은 쉐비 임팔라의 키를 안전핀을 제거한 수류탄인양 주먹으로 꼭 쥐었다.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걸 빼앗기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내려다보니 주먹쥔 손의 관절마디가 새하얗다. 그걸 깨닫자 허탈한 웃음이 나오려 했다. 지금의 자신이 구제불능의 의처증에 걸린 못된 남편처럼 굴고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이건 완전히 젖먹이 자식놈을 무기삼아「네년이 바람이 나서 가출해봤자지」협박하는 꼬락서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남편은 = 샘은 버리고 갈 수 있어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은 = 임팔라는 버리고 떠날 수가 없다. 무기물에 불과한 차가운 강철 쇳덩어리보다 자신의 가치가 형편없음에 눈물이 쏙 나왔지만... 그것이 진실로 사실일 거라 믿은 샘은 죽자 살자 자동차 열쇠를 사수했다. 잠자리에 들 적에도 딘이 몰래 가져가지 못 하게끔 은밀한 곳에 잘 숨겨두었다. = 그가 누운 이불 아래였다. 화장실에 갈 적에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딘이 눈물로 애원하고 협박해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른다고 대꾸했다.

참다 참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형이 팔을 들어올리고 손찌검 직전까지 간 것만 세 번이다. 그래도 샘은 눈 딱 감고 때리라면 때리라는 식으로 손바닥으로 귀를 막은 채 상체를 둥글게 구부리곤 했다. 폭력 남편에게 골백번은 맞아봤다는 그 모습에 차마 딘은 주먹질까진 하지 못했다. 만약 동생이 이참에 맞장 떠보자며 덤벼들었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망설이지 않고 멋지게 밟아댔을 거다. 그치만 바들바들 떨면서「칼로 찔러도 좋아요. 맘대로 하세요. 하지만 이혼 서류에 도장은 못 찍어요」라고 하는데엔 천하의 딘이라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 화상아! 이 형은 그저 밥 사러 나가는 것뿐이다! 누가 도망이라도 간다냐!』
벗어놓은 샘의 바지를 거꾸로 뒤집어 털면서 딘은 다시금 악을 썼다.
그래봤자 떨어지는 건 가벼운 먼지와 모래 약간 뿐이다. 원하던 열쇠는 나오지 않았다. 답답해진 딘은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동생이 벗어놓은 겉옷을 난폭하게 뒤지기 시작했다.

주머니란 주머니는 죄다 뒤져보라지. 그걸 고스란히 지켜보며 샘은 강경한 투로 도리질했다.
『그러지 말고 전화로 주문해.』
『피자는 물렸어.』
『중국 음식도 있잖아. 그냥 전화로 주문해. 나가지 마.』
『이놈! 지금 나에게 명령하는 거야?!』
『알았어. 그럼 다시 말할게. 부탁합니다, 딘 윈체스터씨. 방에서 나가지 말아주세요.』
샘은 들은 척도 않고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단순 공식에 의거, 이마에 총상 두 발을 입고 사망한 90대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봐야 이렇다 할 꺼리를 아직 찾지 못했다. 샘은 엄지 손톱을 가만히 입에 물었다가 몇 개의 단어를 추가로 검색창에 입력했다. 강도에 당하고, 암에 걸리고,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보험 사기를 당하고... 틀렸다. 모세가 예언했던 그대로 이집트로 재앙의 검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그 많은 사건과 사고 중에서 처형식으로 죽어 장례식장으로 옮겨진 노인의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
여기서 유추해낼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최근에 이와 같은 사건이 아예 없었거나, 아님 보도 제한에 걸렸거나.
어느쪽이든 샘에겐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다.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손가락을 움직여 자판을 눌렀다.
「미하일 요하넨버그」
헤더가 마이클 프레데닉에게 물어봤다던 이름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짓이다. 달랑 이름 하나를 갖고 뭘 찾겠다는 거냐. 이건 미국 전역에서 얼굴도 모르는 마리아, 내지는 안젤라라는 이름의 처녀를 찾는 식이다. 막막하다 못해 절망적이었다.

열이 나서 그런가, 불쾌한 욱씬거림이 양 어깨를 감싸쥐었다. 이런 걸 두고 혹자는 귀신이 어깨 위로 올라탔다고 한다. 틀린 표현은 아닌 듯하다. 식은땀으로 젖은 겨드랑이가 기분 나쁘다. 샘은 한층 더 초조해져 입술을 깨물어댔다.
이거고 저거고 도무지 감정 수습이 되지 않고 있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터질 것만 같은 예감에 입안이 바짝 말랐다. 불가항력적이고도, 운명적인 어떠한 일이... 몸부림쳐도 피할 수 없다. 흐르는 강줄기를 일직선으로 곧게 펼 수 없는 것처럼 아무도 그걸 막을 수 없으며, 순서를 밟아 온전히 진행되어질 것이다. 기껏해야 샘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 외엔 없다. 무기력감이 뼈를 흔들어댄 탓에 노트북을 만지는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열이 올라 몽롱해진 시야로 짜부라진 글자들이 춤을 췄다.

안 된다. 기억을, 그 모양을 떠올리지 마라.
샘은 까끌해진 눈을 질끈 감았다.

높다란 나뭇가지 위로.
딘이 올라가서.
산산조각난 몸뚱이로 새카만 까마귀가 앉아.
팔은 저리로. 뜯겨진 다리는 아래로.
주렁주렁 매달린 내장을 짐승들이 쩍쩍거리고 뜯어먹고.
그 흉측한 광경이 현실이 되는 날엔.
어쩌지, 어쩌지, 나는 어쩌면 좋지.

『네, 여보세요.』
진동모드로 돌려놓은 핸드폰이 윙윙 거리는 걸 깨닫고 딘이 바지춤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화들짝 놀란 샘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 욕실 입구부터 가로막고 섰다.
버릇처럼 화장실로 들어가 은밀하게 전화를 받으려던 딘은 당연히 놀란 표정이었다.
『아, 잠시만요. 아직 말하지 마세요... 샘? 지금 뭐 하자는 거냐.』
그리고 점잖치 않은 행동을 보이고 있는 동생을 꾸짖었다.
『비켜.』
『싫어. 내가 있는 곳에서 통화해.』
『샘!』
『내가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전화해.』
『나는 비키라고 말 했다.』
『못 비켜.』
이번에도 샘은「때리려면 때려」라는 의사를 분명히 하며 귀를 손바닥으로 막은 채 등을 구부렸다.

미칠 노릇이다. 이걸 어쩌면 좋사옵니까.
금방에라도 끊어질 것 같은 전화통과 몸을 웅크린 동생을 번갈아 쳐다보던 딘은 악 소리를 내고 제자리에서 펄펄 뛰었다. 그래봤자 곰을 닮은 몸뚱이가 옆으로 움직일 것 같진 않았다.
『야! 도대체 오늘따라 왜 이러니!』
『누구 전화야?』
『네가 알 바 아니야, 새미. 그것보다 내 질문에 아직 대답 안 했어, 너.』
『무슨 전화인데 왜 매번 숨어서 받아?』
『Shit! 제발 적당히 하자!』
『앨런 아줌마는 아니잖아. 바비 아저씨도 아니고. 이미 확인해봤어. 물어봤더니 두분 다 최근에 형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다고 하더라. 도대체 누구야? 왜 나에게 숨겨?』
『샘! 진짜 이걸...!!』
『때리려면 때려. 그치만 난 계속 물어볼 거야. 누가 그렇게 전화를 걸어대는 거야?』
이번에도 딘은 손만 올렸을 뿐이다.
고집불통에다 막무가내인 동생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충격에 대비하며 이를 꽉 다물었다.

그런 샘을 향해 대놓고 주먹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
남들보다 키도 커서 거인 같은 녀석이「매맞는 아내」흉내를 내는 건 진짜지 꼴불견이었다.
그것도「지금 불륜 상대와 전화하는 거죠, 그렇죠!」라고 닦달까지 해가면서... 살려달라.
『아이고, 내가 졌다, 졌어!』
울화통이 터져 울음소리를 낸 건 오히려 딘쪽이었다.
『누가 전화했느냐니까, 딘.』
『꽤액!』
『형, 나 말이지... 형... 형! 그러지 말고, 그러지 말고...!!』
어쩐지 정신이 불안해 보이는 동생의 상태가 염려가 전혀 안 된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성인이었고, 딘이 당장 걱정해야 할 것들은 과부하가 걸릴 만큼 산더미였다. 대놓고 말해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고래에게 집어삼키워진 요나에 대해서까지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외워야 할 수학 공식이 너무나 많은데 중국집 전화번호까지 외우라는 거냐.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샘이 그걸 보고 무의식중에 형을 따라했다.
동생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지켜보던 딘의 눈초리가 바늘처럼 가늘어졌다. 약간은 복잡하고, 약간은 미묘한 기분이었다.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동생의 귓볼을 만지려 했다. 느리게 뛰던 심장이 살짝 빨라지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받아들이기 싫고, 동시에 인정하기 어렵고, 위화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경고했다. 딘은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재빨리 질타하며 회색의 블라인드 창을 내렸다.

『가까운 곳에 가서 먹을 걸 사가지고 올 테니 넌 그동안 여기서 머리를 식혀.』
내쳐졌다고 생각한 걸까. 이가 시리다는 투로 샘이 어깨를 움추렸다.
그게 또 엄청 보기가 싫었던지라 딘은 서둘러 나갈 준비를 끝마쳤다.
『집 잘 보고 있어. 돌아올 적에 이 아빠가 인형 사가지고 올게. 오케이?』
일부러 장난처럼 말하며 끈끈이처럼 따라붙는 샘의 시선을 피해 등을 돌렸다.

Posted by 미야

2007/02/28 22:31 2007/02/2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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