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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judgment 18

※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이거 휴방이 계속되는 3주동안 이놈의 형제들이 왕왕 우는 걸 곱씹으면서 지내야 되는 건가요. 으앗?! ※


딘이 스케치북에 그린 성냥곽 소녀와는 어디를 봐도 닮지 않았다. 아니, 그걸 닮으면 오히려 큰일이다. 자로 잰 듯한 네모난 몸통과 젓가락을 닮은 팔 다리라는게 인류에게 가능하다면 화성인의 조상이 문어라는 주장도 신빙성을 얻게 된다. 샘은 맘 편하게 Delete 키를 눌러「네모네모 스펀지송」이미지를 삭제했다.
그렇다면 오겐 맥콰드가 만든 예술적 카메오 조각과는 닮았던가. 샘은 냉정하게 이 또한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동차 뒷자석으로 기절해 누운 여자 아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노틀담 성당 담벼락으로「숙명」이란 단어를 낙서하게 만든 집시 여자 에스메랄다의 비극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헐렁한 점퍼 차림새에 진 바지, 할인 판매점 바구니에서 건져올렸을 면 블라우스, 대충 묶은 머리 고무줄 장식, 파란색 스니커즈 신발. 지금의 이 아이는 엄마에게 호되게 꾸중을 듣고 가출을 결행한 비행 청소년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말라붙은 코피와 볼록 튀어나온 혹까지 더해져「아주 막 나가는 중입니다」라는 훌륭한 광고판이 되어 주었다. 이마에 생긴 생채기에 일회용 반창고를 붙여주자 배경음으로 껌을 짝짝 씹는 소리가 들려왔을 정도다.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는 탓에「불량」의 이미지는 곱절이 되었다.
오겐이 지금의 그녀를 봤다면「나의 천사를 돌려줘! 이건 배반이야~!」를 외쳤을지도.
샘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 받침 대용품으로 사용할 목욕 타올을 세 번 반복하여 접었다.

『으으...!!』
베개를 깔기 위해 머리를 살짝 들어올리자 헤더가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걸 조심스럽게 도로 누이며 자세를 편하게 바로잡아 주었다.
어쨌든 가벼운 뇌진탕을 일으켰을게 분명하다. 남이 애지중지하는 귀한 자동차에 손가락 사이즈의 구멍을 뚫어놓았다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할지언정, KO를 당한 아픈 사람에게 더 이상 잔인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가 한참을 아래를 내려다봐야 하는 사이즈의 소녀라는 점이 - 호적상 실제 나이는 그렇다치고 - 샘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그래서 목이 아프지 않도록 만들어주고, 가방에서 꺼낸 옷을 이불처럼 덮어주었다. 그녀가 권총을 들고 덤볐다는 사실은 이미 흐릿해졌다. 대신 가출한 이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했다가 집으로 무사히 돌려보내야 한다는 어른의 의무감이 무럭무럭 솟구쳤다.

『누가 가출을... 아이고, 머리야. 했다는 거냐.』
헤더가 투덜거리며 한쪽 눈을 빼꼼 올려떴다. 그러다 기운이 다했나 보다. 맥 풀린 소리와 같이 하여 떠진 눈이 도로 감겼다.
『너... 바보라는 소리를 곧잘 듣곤 하지? 내 추측이 맞지? 윈체스터.』
바보라니. 억울한 오해다.
『설마. 스탠포드 대학에서 전액 장학금까지 받았는 걸.』
『그래? 요즘 대학엔 바보를 응원하기 위한 장학금이라는 것도 있는가 보군.』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묘하게 딘을 닮았다. 그래서 샘은 화를 내기는커녕 빙긋 웃었다. 이건 흡사 열 네 살의 형과「누가 내 티셔츠를 입었어!」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는 기분이다.
『왜... 웃어?』
킥킥 소리에 헤더가 어렵게 다시 눈을 떴다. 그녀는 내심 불안한 눈치다. 도발은 자기가 먼저 해놓은 주제에 겁 먹은 여자들이 흔히들 그러듯 시트에 누인 두 무릎을 단단히 붙였다.
뭡니까, 누가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있기라도 합니까. 딘이라면 짜증스럽다는 식으로 냉큼 이렇게 쏘아붙였을 거다. 브래지어도 착용 안 한 아이에게 무작정 덤빌 만큼 나는 안 굶주렸다고.
하지만 샘은 딘이 아니다. 그래서 화를 내는 대신 농담을 따먹었다.
『글쎄. 내가 받은 장학금이「포레스트 검프*」재단에서 나왔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님 나만 모르고 있었나?』
나치 헌터도 영화는 본다. 상냥함을 품은 이 농담엔 헤더도 픽 소리를 내고 웃었다.

그래도 여전히 머리를 움직일 수 없었던 것 같다. 목소리도 잔뜩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멍했다.
『어째서...』
『응?』
『사람이 총으로 쏜다고 하면 잠자코 만세를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너처럼 대책 없이 구는 건 처음 본다.』
『미안.』
『나에게 사과할 일은 아니지, 윈체스터.』
『뒷자석에 숨어있던 사람이 갑자기 덤비면 그렇게 하라고 아버지에게서 배웠어.』
『뭐? 일부러 자동차 사고를 내라고 배웠다는 거야? 잘못 배웠어. 그랬다간 다치기 쉬워. 무모한 사내였다고 진작에 소문은 들었지만 존 윈체스터라는 사람을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군. 아들을 어떻게 가르친 거야. 그치만... 뭐, 인정을 안 할 수는 없겠어. 아주 쓸모 없는 것도 아니야. 실제로 멋지게 적을 제압했으니까.』
샘은 무어라 대꾸할지를 몰라 마냥 어색한 손바닥만 비볐다.
그런 샘을 꿰뚫어 본 것처럼 헤더가 뒷말을 덧붙였다.
『나를 다치게 만든게 정답인 거야. 너는 잘못하지 않았어. 머뭇거리는 1, 2초에 목숨이 좌지우지 되는 법이니까. 네 아버진 널 자랑스러워 할 거야.』
『그래도 여자를 때렸는데...』
샘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미안. 그 머리의 붓기는 모르긴 몰라도 쉽게 안 가라앉을 거야.』

그 어색한 사과를 일부러 한쪽 귀로 흘려 듣고 헤더가 다시 질문했다.
『그런데 왜 혼자서 있는 거니? 네... 파트너는? 딘 윈체스터는 어딨어?』
파트너라는 단어의 맛이 대단히 멋졌다. 동시에 듣는 순간 기운이 좍 빠졌다.
『저어, 형은 단독 행동에 들어갔어.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몰라. 연락도 되지 않아.』
『설마.』
『놀란 것 같은데 진짜야. 그러니까 말인데, 총을 들고 위협해봐도 나에게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어.』
샘은 더러운 머리를 긁적였다.
『네 추측과는 달리 딘은 날 파트너라고 생각을 안 하거든.』
그렇고말고. 파트너로 생각 안 한다. 공짜로 부려먹을 수 있는 부하, 내지는 짜증나는 심부름꾼, 신통치 않은 조수, 말썽쟁이 동생, 젖 먹여 키워야 하는 아기... 마침내 키가 쑥쑥 자라 같은 눈높이로 서게 되었을 적부터 샘은 딘과 나란히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늘 앞장 서서 걸었고, 동생의 키가 훨신 커졌다는 걸 깡그리 무시했다. 그런 딘의 등을 눈으로 쫓을 적마다 샘은 늘 커다란 벽을 느끼곤 했다. 아무리 바둥거려도 딘의 눈에 비친 샘은 여전히 어린애다.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받을 날은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아, 하고 탄식 섞인 굵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딘이 보기엔 내가 영 믿음직스럽지 않은가봐.』

확실히 그럴지도.
하지만 본인에게 그 말을 했다간 마음에 상처를 받을 것이다. 헤더는 속으로만「맞아. 넌 믿음직스럽지 않아」라고 긍정했다. 그리곤 자신의 몸을 덮은, 어쩐지 홀애비 냄새를 풍기고 있는 남성용 겉옷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보통은 권총을 들이대고 죽이겠다고 위협한 상대에게 이런 식의 친절은 베풀지 않는다. 밧줄로 꽁꽁 묶거나, 수갑을 채워 아무렇게나 던져놓는 법이다. 때로 어떤 자들은 비닐 봉지를 씌워 뒷 트렁크에 감금하기도 했다.「어지럽거나 토할 것 같진 않아?」라고 물어보면서 오랜 여행에 지쳐 멀미를 일으킨 어린 조카 대하듯 이러는 건 처음 겪는다. 그것이 어쩐지 한심스러워 헤더는 끙 신음했다.

『내가 무섭지는 않나.』
일어나 앉으려 해봤다. 욱씬, 머릿속으로 둔한 통증이 내달렸다. 그 감각이 너무나 강렬해 도로 무너져 내렸다. 조금은 더 쉬어야 한다는 걸 마지못해 인정하며 이마를 짚었다.
『내가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잖아, 윈체스터. 나는 살인자야. 몬스터야.』
샘의 눈이 커졌다.
『저어... 그래도 코피는 잘도 터지던 걸.』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괴물이라는 사실이 겨우 코피가 터졌다는 정도로 뒤집어졌다는 건가. 이건 걸작이었다. 하여 헤더는 시트 쪽으로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샘은 위가 무거운 돌로 꾹 눌리는 기분을 맛보았다. 간헐적으로 짧은 경련을 일으키는 좁은 어깨만 보고는 그녀가 울고 있는 건지, 아니면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는 건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뭐, 좋게 그녀가 웃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도 바보 취급을 당한 것 같아 썩 유쾌하지 않았다. 풀 죽은 소리를 내며 샘은 콧구멍을 벌릉거렸다.
『그래, 맘대로 비웃어. 이런 나를 바보라고 신나게 비웃으라고.』
『틀려... 비웃고 있지 않아, 윈체스터.』
『좋아. 그럼 확인해보게 고개를 돌려 나에게 네 얼굴을 보여봐.』
헤더는 얌전히 시키는대로 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 샘을 똑바로 응시했다.
아이고. 괜히 이쪽을 보라고 그랬다. 샘은 자신의 실책을 저주하며 혀를 깨물었다.

그녀의 눈은 창백한 달빛처럼 보였다. 동시에 검은 구름처럼도 보였다.
속삭이는 목소리는 너무나 작아 샘은 이 모든게 혹시 환청이 아닐까 염려되었다.
『그거 알아? 필사적으로 기도해도 하느님은 너무 바쁘신 분이라 이쪽의 간절한 목소리를 쉽게 알아듣지 못 하셔. 대신 그 두려움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악마가 응답하지. 그리고 상투적인 목소리로 이러는 거야.「네, 유료 상담 서비스 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댓가로 제일 소중한 것만 내놓으세요. 그럼 무엇이든 기꺼이 처리해드리겠습니다.」싫든 좋든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선 물불을 가릴 형편이 아니잖아? 그래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정말로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거예요?」라고 확인하여 물어보게 되는 거지.』
한 방울의 맑고 투명한 눈물이 다시 뺨을 적혔다.
『나는 우리를 살려달라고 했어. 너는 이게 뭘 의미하는지 잘 알겠지?』
악마와 계약했구나.
샘은 켜지도 않은 라디오 채널을 만지작대는 시늉을 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녀가 눈을 깜빡일때마다 먼 바다로까지 떠밀려간 구명정에서 조난 신호등이 하얗게 점멸했다.
『죽고 싶지 않았어. 그때까지도 난 그게 무서운 죄라는 걸 몰랐어... 정말 몰랐어.』

꿈을 꾸었다. 환상인지 착각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생생한 꿈이었다.
『숙소로 전염병이 돌고 있었어. 엘리베스는 열이 심했어. 키마야는 기침을 멈추지 않았고. 그들은 그게 다 우리가 더러워서 그런 거라고 단정을 지었고, 다 같이 샤워를 해야 한다고 했어. 몸을 정결하게 만들면 나면 앓던 병도 깨끗이 사라질 거라고 큰소리를 쳤어.』
여러 번 반복해서 꿈을 꾸었다.
일렬로 서서 이동했다. 명령대로 옷을 모조리 벗고 발가벗은 채로 뛰었다. 창고 같은 커다란 방으로 몰려갔다. 노인과 어린이, 여자애들이 추위에 벌벌 떨며 시린 팔꿈치를 비볐다. 무척 추웠기 때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느낄 짬도 없었다. 어서 모든 일이 끝나 숙소로 돌아갔으면 하고 바랬다. 이가 딱딱 소리를 내며 맞물렸다. 어린 마리아가 울음을 터뜨리며 손을 잡아왔다.
어른들이 웅성거렸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불안한 눈초리로 사방을 살폈다. 천장에는 샤워 꼭지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고, 바닥엔 거칠거칠한 촉감의 타일이 깔려 있었다. 눈을 아래로 내려 아무 무늬 없는 회색의 타일을 보았다. 물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 짐짐했다.
철문이 굳게 돌아가는 소음이 들리면서 밖에서 독일군이 무어라 외쳤다.
1월 17일이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거라곤 한 줌의 신선한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마시기 위해 기꺼이 마리아의 연약한 몸을 밟고 올라탔다는 거였다.

『독가스는 일반 공기보다 무거워서 바닥에 깔려. 키가 작은 순서대로 죽어갔지. 우아한 죽음이라는게 있었을 것 같아?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 밟고, 또 밟고 올라섰어.』
찢어지는 비명이 심장을 갈가리 헤집는 가운데 출입구쪽에 난 조그만 유리창을 통해 누군가 샤워장 안을 들여다 보았다.
화사한 꽃과도 같은 연보라색이었다.
웃고 있다.
재미있어 한 것도 같다.
그제서야 헤더는 자신이 마리아를 발로 밟아 죽였음을 깨달았다.
절망에 빠져 목 놓아 울었다.
그런 그녀를 누군가 다시 밟았다.
뺨이 찢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수 차례 밟힌 머리가 마침내 와지끈 부숴졌다.
눈과, 코와, 귀와, 입으로 피를 뿜으면서 헤더는 생각했다.
죽고 싶지 않아. 이렇게는 죽고 싶지 않아.

『서른 다섯 번이나 반복해서 그 꿈을 꾸었어. 그래서 나는... 나는...』
샘은 자학적인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으니까 더 말 하려 하지 마.』
『제 정신이 아니었다는 걸로는 변명이 되지 않아. 역시 난 심판받아야 마땅해.』
『헤더.』
『나는...!!』
『헤더.』
당혹스러워하는 샘을 향해 그녀는 눈물로 애원했다.
『죽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 죽고 싶지 않다고 했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아! 부탁이다. 오쿠림바의 주문을 나에게 넘겨줘! 나에게 줘! 부탁할게, 부탁할게! 이렇게 빌게! 난 이제 죽고 싶어! 부탁해! 부탁할게! 이제 죽어도 된다고 해줘!』
그녀는 필사적이었다. 덜덜 떨리는 여섯 개의 손가락이 샘을 붙잡았다.

Posted by 미야

2007/03/24 23:34 2007/03/2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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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judgment 17

※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2007년이면 극중 딘의 나이가 27세가 아닌 28세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에이, 몰라... 1시즌을 한꺼번에 몰아서 봤기 때문에 착오가 있었습니다. ※


콘택트 렌즈가 빠졌다며 손바닥으로 오물 투성이의 더러운 바닥을 더듬거렸다. 하지만 샘은 원래부터 시력이 좋은 편이라 안경을 쓰지 않는다. 당연히 콘택트 렌즈를 잃어버린 일이 없다. 떨어뜨린 적이 없으니 사방을 휘젖는다고 손가락에 투명한 작은 조각이 잡힐 까닭 또한 없었다.
『딘, 딘!』
게다가 그의 형은 콘택트 렌즈 사이즈가 아니다. 평소에 알라스카 불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을 뿐, 문설주에 대고 키 높이로 선을 그은 뒤에 한 뼘, 두 뼘, 이런 식으로 헤아리려면 시간이 꽤 걸릴 만큼 신장도 큰 편에 속한다. 따라서 와이셔츠에서 떨어져 나간 단추를 줍는 듯한 행동을 하면서 딘을 찾는다는 건 완전히 바보 짓이었다.
그래도 번쩍 형을 들어 올렸던 자세로 바닥을 뒹굴었다고 생각한 샘은 당황하여 딘을 계속 찾았다. 설마, 칸막이가 있는 곳까지 굴러가버린 건가. 납작 엎드려 동전을 찾는 시늉을 했다. 흘린 고무 지우개를 주우러 가는 어린애처럼 구석을 기웃거렸다.
『빨리 나와, 형. 여기 있어?』
청소 도구를 보관하는 창고의 문을 강.제.로 뜯고 안을 살폈다.

그러다 퍼득 깨달았다.
망가졌다고 생각하여 줄을 풀러 호주머니로 집어넣은 손목시계를 여전히 차고 있다. 내려다보니 밤 10시 20분... 일부러 흔들지 않아도 째깍 소리는 잘 들렸다. 소동 와중에 유리 커버로 새로운 기스가 생긴 것이 전부,「고물이긴 해도 아직은 끄떡 없다오」라며 은색의 시곗줄이 하얗게 불빛을 반사했다.
순간 샘은 몽둥이로 뒷통수를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건 꿈이다. 꿈이었다. 그치만 한편으론 납득할 수 없다. 그렇게까지 현실과 구분이 가지 않는 꿈이 가능한 건가. 촉감이 있었고, 질감이 있었으며, 냄새가 있었다. 방금 튀겨낸 팝콘의 고소한 버터 냄새를 분명히 맡았다. 어디 그뿐이던가. TV에서 흘러나오던 뮤직 비디오의 노랫 가락이 꽤나 시끄러웠다는 것을 기억한다. 싸구려 조명등의 불빛, 그리고 넘어졌을 적에 통증은 어디까지나 가짜가 아니었다.
그럼 뭐냐. 꿈이 아니다?

손을 올려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헤집...으려다 코를 찌르는 지린내에 질겁하여 팔을 도로 내렸다. 변기에 빠져 허우적대다 겨우 빠져나온 듯한 악취가 소매에서 풀풀 풍겼다. 청소 상태가 불량한 화장실 바닥을 몸통으로 직접 쓸고 다닌 주제에 뭘 바라겠느냐만은, 곳곳에 남은 얼룩의 정체가 무엇일지는 감히 상상하기가 끔찍했다.
세탁 자체를 포기했다. 맨 위에 걸친 겉옷을 벗어 둘둘 만 다음, 아낌 없이 쓰레기통에 넣었다. 할 수만 있다면 바지도 버렸다. 하지만 침팬지 치타가 옆에서 맛있게 바나나를 먹고 있는 것도 아닌데 차마 타잔 흉내는 낼 수 없었다. 무릎에 남은 갈색 얼룩이 배설물이 아니길 빌며 얇은 셔츠 한 장 차림새로 에취 재채기를 했다.
으아, 꼴불견.
어쨌든 평생을 화장실에서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딸딸한 코를 문지르며 결심했다. 밖으로 나가자. 또 아나, 아까의 상황이 고스란히 반복될지. 그렇다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예의 장면들은 샘이 가진 예지의 능력으로 투시한 가까운 미래일 것이다.
그렇다면.
딘을 만날 수 있다.
보자마자 둘러 메고 뛰어야지.
설레여 살짝 흥분했다. 준비 운동 겸 제자리 걷기를 두어 번 하고 출입구 손잡이를 잡았다.
크응 힘 주어 목을 가다듬고.
찰칵.

『여기예요! 저 사람을 잡아! 잡으라고요! 저놈도 가게 집기를 때려 부쉈어요!』
아이쿠, 이런 초 난감한 일이.
얼굴에 시퍼렇게 멍자국이 남은 사내가 화장실에서 나온 샘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부랴부랴 손가락질을 했다. 그리고 박살난 테이블의 잔해 옆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아는 얼굴이었다. 주정뱅이들끼리 패싸움이 벌어졌을 적에 이걸 뜯어말리겠다고 참견했다가 아마겟돈 대 참사를 맞이했던 가엾은 가게 종업원이었다.
『빌어먹을 호모 자식! 야! 물어내! 내 얼굴도 같이 물어내란 말이야!』
입고 있는 근무복이 성질 고약한 강아지가 입으로 물고 좌우로 마구 흔들어댄 모양새다. 점점이 뿌려진 빨간 얼룩은 아마도 사람의 피일 게다. 절반은 남의 것이고, 그 절반은 본인의 것이다. 다행히 코피는 진작에 멎었지만 말라붙은 피딱지는 입술 위로 여전히 검은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맞은게 억울하기도 했거니와 장사를 망친게 분했던 모양이다.
『저놈 잡아요!』
『빨리 경찰에다 신고해!』
『여보세요, 여기 웨스턴 퍼블릭 빌딩 3층에 있는「바빌로니아」술집인데요, 방금 개 망나니가 우리 가게에서 행패를 부려놓곤... 앗! 도망간다!』

살 길은 오로지 36계 줄행랑이다. 샘은 그때까지도 찌꺼기처럼 달라붙어 있던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 걸 느끼며 곧장 뒤돌아 비상구를 향해 전력질주 하기 시작했다.
도주로를 눈치껏 가로막고 선 장정 셋을 몸통 박치기로 밀어붙였다. 볼링 핀이 날아가는 경쾌한 효과음과 같이 하여 두 사람을 쓰러뜨렸다. 미안합니다. 눈짓으로만 사과하고 홀로 남은 가냘픈 체구의 사내를 무천도사의 에네르기 파로 날려보냈다. 희생자는 윽, 소리를 내고 통증을 호소하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거듭 사과하며 한 걸음에 다섯 계단씩 뛰어 내려갔다.
악어의 이빨 가득한 주둥이와도 흡사한 어둠이 팔을 벌렸다. 궁창은 큰 소동과 같이 하여 물과 뭍으로 갈라졌다. 죄책감과 민망함을 각각의 징검다리로 밟고, 진흙밭과도 같을 도망자의 인생을 향하여 기꺼이 점프했다.
나중에 병원으로 꽃다발을 보내드릴게요.「쾌유를 빕니다」라는 카드도 같이 넣어드릴게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걸 참아가며 쓰레기통이 늘어선 좁은 골목으로 쏜살같이 뛰어들었다. 이미 따라오는 기척은 없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뛰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배고픔에 썩은 생선 토막을 입에 가져가던 도둑 고양이가 갑작스런 인기척에 반응, 경계심을 드러내며 목을 그릉거렸다. 흠칫 놀란 샘은 벽쪽으로 바짝 붙어 주제에 인간을 위협하는 고양이의 버르장머리를 꾸짖었다. 뭐, 그래봤자 샘이 그 고양이보다 낫다고 할 것도 없다. 자신이 왜 야단을 맞아야 하는지를 수긍하지 못한 고양이는 꼬리를 세우고 야옹 울었다. 둥근 얼굴이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너나 잘 하세요」하는 몸짓으로 담을 넘어갔다.
구름 속에 숨었던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공기 너머로 입김이 하얗게 번져나갔다.
아아, 살았다? 가쁜 호흡은 이내 가라앉았지만 가슴이 윽죄는 느낌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달리기를 하면서 흘린 땀이 식으면서 순식간에 체온이 내려갔다. 모든게 지랄 염병맞다.

『엣취!』
여기다 욕지기 나오는 상황 한 가지 더.
어쩌면 좋냐. 임팔라를 어디에 세워두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샘은 스스로를 잔뜩 패주고 싶었다. 자동차에서 내려 술을 마셨다가,「잡아가고 싶다면 맘대로 잡아가라지」봇장을 부려가며 운전대를 잡았다가, 미친 척하고 술을 마시기를 반복했던 걸 떠올렸다. 덕분에 기억은 엉킨 실타래 그 자체이다. 술이 샘을 잡았고, 다시 샘이 술을 잡았다. 이 와중에 뇌는 원심분리기처럼 고속으로 회전하여 기억의 파편을 좌우로 마구 흩뿌려 놓았다.
쓴 웃음을 지으며 뺨을 문질렀다. 딘이 이 사실을 알았다간 생매장을 결행했다. 베이비의 뒷 트렁크를 찌그러뜨린 것만으론 성이 차질 않아 감히 음주 운전이라는 걸 했다 이거지. 거기다 길바닥에 흘리고 잊어먹기까지. 어쩜, 유언장은 다 적었냐. 샘은 근엄한 자세로 삽을 들고 위협하는 형을 상상했다. 그리고 구덩이 바닥에 얼른 누우라고 턱짓하는 딘의 얼굴을 떠올렸다.
절대로 모르게 해야 한다. 추긍을 하면 증거 있느냐고 무조건 발뺌하자.
그 최초의 증거 인멸을 위해 샘은 손바닥으로 하아~ 입김을 분 다음 자신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지를 확인했... 겍. 진저리를 치며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저주했다. 술주정뱅이의 입냄새라는 건 바로 이런 거였다. 불쾌감을 떨어내려 애쓰며 손바닥을 가슴팍에 문질러 닦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바지 주머니로 자동차 열쇠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다는 것.
고개를 푹 숙인 샘은「잘 하면 새벽까지 무작정 돌아다니게 생겼군」툴툴거리며 시린 옆구리로 팔을 끼었다. 그리고는 대략 이쪽이겠거니 생각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숨을 쉴 적마다 뽀얀 김이 밥 짓는 농가의 굴뚝 연기처럼 솟아올랐다. 그래도 차가운 밤공기는 오히려 약이 되어주었다. 머리가 제법 맑아졌고, 그저 죽고만 싶던 마음이 가라앉았으며, 마비가 되었던 이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나는 이곳에 무사히 있습니다」라고 신호를 보내주었다. 차분해지고 있다. 이래서 편두통을 앓는 환자들이 한밤의 산책을 즐기는 모양이다.
석고 붕대를 감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한 시린 손을 비비며 왕래가 완전히 끊긴 한적한 도로를 따라 동네를 돌았다. 속눈썹이 얼어붙고 있다. 불 꺼진 건물들을 올려다보며 무의식중에 그 수를 헤아렸다. 창문이 하나, 창문이 둘...
가까운 곳으로 작은 개울이 있는 모양이다. 하천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귀에 익었다. 끊겼던 필름이 셀로판 테이프로 붙여졌다.

다리.
교각을 지나자마자 차를 세우고 구석진 곳에서 소변을 봤다.
다행이다. 임팔라는 근방에 있다.

샘은 자리에 멈추어 서서 자동차 열쇠를 영험한 부적인양 손에 꽉 쥐었다.

이참에 돌아가는 일의 순서와 내용을 곱씹어보자.
1942년 태평양 전쟁 시절에 토마스 스테이플러는 죽어가는 일본군 포로로부터 오쿠림바의 주문이라는 걸 빼앗았다. 그것을 소리내어 읽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스테이플러는 그것을 성경책 속에 숨겨놓고 두려워했다.
정말로 그런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윈체스터 형제는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것만 믿는다.
그래도 아주 가짜는 아니었는지, 헤더라는 이름의 나치 헌터가 이걸 노리고 접근해선 형제들의 수중에서 멋지게 채갔다.

여기서의 문제. 샘은 콧물이 나오려던 코를 만지며 눈썹을 찡그렸다.
1. 몸싸움 와중에 주문이 적힌 종이가 일부 찢어졌던 모양이다. 그 찢어진 조각을 딘이 갖고 있다. 샘이 이 사실을 추궁했을 적에 딘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2. 헤더가 무슨 목적으로 오쿠림바의 주문을 소유하려고 하는 건지 아직 그들은 모른다. 통신 판매원 흉내를 내고 전화를 걸어 목소리로만 나치 전범을 죽이기 위해? 샘은 슬슬 이러한 가정이 웃긴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3. 이번 일에 초현실적 존재가 개입된 것이 확실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일 이후로부터 헤더가 나이를 전혀 먹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머리에 심각한 총상을 입고도 잘도 떠들어대던 여자,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꿈...
이래저래 상식의 선에서 설명되어질 수 없는 일들 투성이다.

바로 이거다. 딘이 샘을 배제하고 혼자서 움직이자 결심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딘은 일찌감치 괴물의 존재를 눈치챘고, 때문에 동생을 이번 일에 가급적 얽히게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노란 눈의 악마가 샘을 위해 준비한 계획이라는 것도 있겠다, 눈덩이에 눈을 붙이면 눈사태가 일어나는 법이라고 속으로 많이 걱정을 했나 보다.
바보, 바보, 바보! 차가워진 손으로 열심히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래봤자 보라색으로 변한 손톱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놈의 형은 왜 이다지도 아버지 존과 똑같이 구는 건지. 멍청이 같은 짓이다. 샘은 입술을 핥으며 어둠 너머를 노려봤다. 악마가 얽혔다면 딘 혼자서 이번 일을 해결하기란 사실상 벅차다. 제3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걸 알면서도 혼자 움직이자고 결정했다면 진짜지 딘은 구제 불능이다!
불안한 시선으로 이리저리 살피며 언덕 아래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전문적 방면의 도움이 필요한 건 그 또한 마찬가지다. 일단 엑소시즘에 대한 책을 다시 찾아 읽어보고... 아, 저기 있다. 드디어 찾았다. 소변을 봤던 장소에서 10미터. 홀로 덩그마니 놓여져 있던 임팔라를 마침내 발견했다. 빠르게 뛰어가 훅 하고 숨을 몰아쉬며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샘은 제일 먼저 누구에게 손을 내미는게 좋을지를 궁리하며 차 안으로 몸을 빠르게 구겨넣었다. 앨런? 아니면 바비?

바로 그때. 등줄기에 오싹 한기를 느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지금을 기다렸다는 식으로 뒷자석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꼼짝 마, 윈체스터.』
『와앗?!』
번쩍이는 총구를 봤다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위협을 느낀 샘은 엑셀레이터를 힘차게 밟았다. 차가 급발진하자 관성의 법칙에 의거, 몸이 자연스럽게 뒤로 젖혀졌다. 샘 말고 몰래 차안에 타고 있던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짤막한 비명을 지르며 균형을 잃고 팔을 허우적거렸다.
눈을 부릅뜨고 백미러를 쳐다봤다.
양 갈래로 땋은 머리, 작은 얼굴과 체구... 맙소사. 잘못 판단한게 아니다. 그.녀.다.
더욱 기겁하여 이번엔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
『제기랄! 귀가 먹었어?! 꼼짝 말라고 했잖아!』
몰래 숨어들어 기회를 엿보고 있는 주제에 안전벨트로 몸을 고정하고 있을 리 없다. 열 세 살짜리, 아니. 열 네 살짜리의 작은 몸뚱이는 단박에 앞으로 튕겨나왔다. 샘은 그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팔꿈치의 각을 세워 다가오는 소녀의 얼굴을 정통으로 찍었다.
『으악!』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며 얼굴을 감쌌다.
지금이다! 재빨리 팔을 뻗어 총신을 붙잡았다.

『놔!』
코피가 터졌음에도 헤더가 앙칼지게 고함을 질러댔다.
『너라면 놓겠냐?!』
샘도 지지 않고 고함을 질러댔다.
『놔라, 놓으라고! 쏜다! 쏜다니까!』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둘 것 같아?! 이 마당에 자동차에 총알 구멍까지 뚫리면 난 진짜지 형에게 맞아 죽어! 그러니까 너야말로 놔!』
『이게!』
『항복해!』
『즈히루트! (조심해!)』
원하지 않던 탕- 소리가 두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화들짝 놀라 쳐다보니 천장으로 손가락 크기의 구멍이 났다.

샘은 펄쩍 뛰며 울부짖었다.
『빌어먹을! 정말로 쐈어!』
『맞은 거냐. 맞았느냐고, 윈체스터! 다쳤어?!』
『쏘고 나서 걱정을 왜 해! 안 맞았어! 하지만 그게 다행인게 아냐! 맙소사. 이걸 어쩌면 좋아. 딘이 저걸 보는 날엔 날 멸치 국물로 만들 거야~!!』
『그러기에 내가 뭐랬어. 놓으랬잖아, 윈체스터! 얌전히 있어!』
『너야말로 가만히 있어!』
이성이 뚝 소리를 내며 끊어지려 했다. 샘은 괴력을 발휘해 헤더의 목덜미를 잡았고, 하나, 둘, 셋 신호하고 앞으로 끌어당겼다. 엇 하는 사이에 소녀의 몸이 가볍게 위로 들렸다. 들리기만 했던가. 앞좌석으로 날아왔다. 계기판으로 이마가 쾅 하고 부딪쳤다.
『끗...!!』
그대로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잠잠하다 싶더니 헤더의 목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Posted by 미야

2007/03/22 16:52 2007/03/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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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judgment 16

※ 그렇습니다. 이 글에서「심판」당하는 인물은 나치 할아범이 아니었던 겁니다. 와하하~!!
러브리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딘의 얼굴이 최소한 두 살은 어려보였다는 것, 흡사 면도기로 밀어버리기라도 한듯한 짧은 머리가 지금은 길게 자랐다는 것, 그리고 골동품이나 마찬가지인 오래된 가죽 재킷을 뺀 나머지 옷들이 전혀 못 보던 종류였다는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샘의 눈을 가득 채운 건 전혀 엉뚱한 것들이었다. 반가움을 담아 어깨를 툭툭 치는 친근한 동작, 그리고 병뚜껑을 대신 따주는 친절함, 손가락으로 등허리를 쿡 찌르는 짓궂은 장난, 진심이 되어 활짝 웃을 적에 보이는 귀여운 송곳니... 아주 그냥 불을 지르고 있다. 산등성이로 업화의 붉은 화염이 치솟는 가운데 샘은 딘의 목을 분지르고 싶다는 욕구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것도 모르고 딘은 샘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검정 머리카락의 사내와 정겹게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많이 기다렸냐.』
『아니. 나도 방금 왔어. 땡큐, 맥주 고마워. 잘 마실게. 그런데 손에 엔진 오일이 묻어 있네. 에이, 지저분하게스리.』
『어... 이런. 급하게 오느라.』
『바지에다 문질러 닦지 말아, 딘. 얼룩이 지면 빨아도 안 지워져. 이리 줘봐. 내가 손수건으로 닦아줄게. 하여간 우리 형은 보기와는 달리 야무지질 않아요.』
『이눔이! 자동차 정비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온 형에게 못 하는 소리가 없다!』
『헤에, 아무리 그래도 사실이잖아. 형은 칠칠맞아.』
『그러는 넌 안 칠칠맞고?』
『딘보단 훨씬 꼼꼼하지. 주머니로 깨끗한 손수건도 이렇게 잘 챙기고 다니잖아.』
『그래, 너 진짜 잘났다. 누구 동생이 이리도 잘났을까. 으이그.』

영양가 없는 가벼운 말다툼을 지켜보던 샘은 모세혈관이 확장된 된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살폈다. 속성 콘크리트가 발리워져 위가 굳었다. 누가 동생이고 누가 형이냣! 순식간에 샘의 키가 석 자나 자라나 천장을 뚫게 생겼다. 아니, 이미 비료까지 뿌려진 재크의 콩나무는 지붕을 꿰뚫고 하늘을 향해 굵은 가지를 뻗은 뒤였다.
『딘~!!』
그 커다란 외침에 딘이「아이쿠, 깜짝이야! 어디서 지진 났네」하고 뛰었다.
『어... 샘, 네가 아는 사람이냐?』
그는 엉뚱하게도 검정 머리카락의 사내를「샘」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슬쩍 목소리를 낮추어「어쩐지 저 덩치의 눈치가 우리들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은데... 네 친구니?」라고 귓속말로 물어봤다.

이런 망할. 킹콩은 가슴을 부풀리며 바보를 위협했다.
『이 웬수야! 그쪽이 아니고 이쪽이 샘이다!』
『뭐?』
『머리가 고장났냐?! 도대체 지금 무슨 장난을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샘이야! 딘의 동생은 나야! 저 괴물이 아니라 바로 나라고!』
의자를 뒤로 빼고 앉은 딘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귀찮은 일에 당면했거나, 싫은 소리를 들었을 적에 보이는 그만의 독특한 버릇이다. 불만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추가 걸린 입술이 아래로 처진다. 아니나 다를까, 딘은 이마에 굵은 주름을 지어가며 같지도 않은 농담은 하지 말라고 냉정한 말투로 일갈했다.
『지금 누가 내 동생이라고? 댁이? 그거 싫다. 이봐. 난 댁처럼 귀엽지 않은 동생을 둔 기억은 없어. 부탁이니 그런 끔찍한 농담은 하지 말아줘.』
그 말에 샘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새빨간 스포츠 카가 굉장한 속도로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로마의 병정이 모는 4인용 전차였다. 바퀴살이 짜부라지는 굉음과 같이 하여 뽀얗게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바보 같은 소리! 저 자식보다 내가 훨씬 귀여워~! 내가, 내가, 내가! 훨~씬 귀.엽.다.고!

어쩌면 자살 행위였을지도.
푸웃, 하고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가 나 죽는다 비명까지 질러대며 배꼽을 쥐었다. 호흡 곤란까지 일으키며 테이블을 주먹으로 팡팡 때렸다.
그러고보니 대단히 낯뜨겁다. 자신이 뭔 소리를 지껄였는지를 깨달은 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사내 자식이, 그것도 키가 197cm에 육박하는 놈이「내가 더 귀엽다」고 주장하다니.「귀엽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남자는 눈물이 차오른 눈가를 손등으로 훔치며 계속해서 깔깔거렸다.
『급했어, 진짜 급했어. 샘 윈체스터. 말하고 나니 엄청 후회스럽지?』
『시, 시끄럿!』
『와하하하!』
『웃지 마!』
『미안, 미안. 내가 너무 버릇 없이 굴었군. 사과하리다. 아무튼 이 남자의「소원」은 정정할 필요가 있겠어. 귀.여.운. 동생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무리야. 그러니까 무난하게「형의 말 잘 듣고, 속 안 썩히는 동생」이 좋겠다. 고집도 덜 피우고, 같이 어울려 술도 마실 수 있고, 여자 취향도 비슷하고, 짖궂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가벼운 풋볼 게임도 하고, 형이 엎드리라고 하면 죽는 시늉도 할 수 있는 그런 동생... 누구처럼 대학에 가겠다면서 갑자기 뛰쳐나가선 전화 한 통 걸지 않는 섭섭한 녀석 말고.』

예의 크림색 메모지가 다시 꺼내어졌다. 또다시 글자들이 지네처럼 왔다갔다 움직이는게 보였다. 남자는 촛불 아래서 국가의 흉조를 예언하는 점쟁이처럼 음습한 표정을 하고는 쥐고 있던 종이를 눈가로 가까이 가져갔다.
『똑 부러지게 말해 댁이 너무 한 거야. 앞으로 남남으로 살자고 아버지 앞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며? 이런 집구석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대들고? 엄마가 그렇게 죽은 건 나랑 상관 없다는 말까지 했다며? 존경스럽다. 네 녀석의 이기적인 면은 나 같은 악마도 흉내 못 내겠다. 그걸 부엌에서 몰래 엿듣고 있던 네 형이 식탁에 엎드려 울었다는 건 알고 있냐? 진짜지 언제나 자기 사정, 자기 감정, 자기 생각대로만 행동하는 녀석이구나. 다른 사람은 배려하지 않는 놈이야. 이거 알어? 넌 주변 사람을 차분에게 돌아다보지 않아. 그리고 고슴도치마냥 뾰족한 가시를 세우지. 건드리지 마세요, 상관하지 마세요, 댁들이 없어도 난 진짜 잘났어요.』
위하여. 맥주병이 허공에서 챙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네 형은 그런 너에게 쌓인 감정이 대단히 많아. 입버릇은「왜요?」내지는「왜 안 되요?」인데다, 신용카드 사기는 안 된다, 내기 당구는 나쁜 짓이다, 여자랑 잘 때는 꼭 콘돔을 껴라... 잔소리에, 잔소리, 잔소리.』
책망은 비수가 되었다. 눈을 가늘게 뜬 사내는 하얗게 질린 샘을 위 아래로 흘겨봤다.
『네 녀석이「보스처럼 굴지 마. 명령하지 마」라고 짜증을 부릴 적마다 저 남자는 골백번 생각하곤 하지.「그럼 내가 애원이라도 해야 한단 말이야?」그리고 잠자리에 들면서 쓰라린 속을 몰래 어루만지곤 해. 아버지 존은 죽었고, 동생은 신경질적으로 굴기만 하고, 피곤하고, 지쳤고, 쓸쓸하고, 어깨가 무겁고, 춥고... 이럴 바엔 차라리...』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샘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귀를 막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퉁명스럽게 툭 말을 뱉었다.
『이럴 바엔 다 때려 치우고「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내심 바라지.』

감정이 북받친 샘은 얄미운 남자의 목을 조르려 했다.
『그만~!! 제발 그만해! 너 따위가 뭘 안다고?! 아니야! 딘은 그런 생각 절대 안 해!』
『절대로? 장담할 수 있어?』
『장담할 수 있어! 장담해! 딘은 그런 생각 안 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절대로 안 해!』
샘은 방향을 돌려 딘을 잡았다.
『가자. 똑바로 일어서! 나랑 같이 돌아가자! 여긴 나쁜 장소야. 딘? 딘! 일어나, 딘!』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딘은 술병을 절반쯤 기울인 상태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초능력자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겨 시간을 멈추기라도 한 모양새다. 속눈썹도 절반쯤 감겨 있다. 삐죽거리는 입매가 아까와 똑같다. 허리를 잡고 위로 들어보았다. 마네킹도 아니면서 다리를 구부리고 앉은 자세 그대로 들려 올라왔다. 이집트의 람세스 석상을 박물관으로 옮기는 것도 아닌데 이래선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가 없다. 끙 소리를 내고 돌덩이처럼 무거운 딘을 다시 의자에 앉혔다.

『이 자식! 우리 형에게 무슨 마법을 부린 거냐!』
『그다지. 난 마법사가 아니라네, 막내 윈체스터. 단지 시간이 서로 엇갈렸을 뿐... 자네의 시간은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이곳에서의 딘의 시간은 살짝 멈춰있는 것뿐일세.』
남자는 잘 다듬어진 자신의 손톱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딴청이었다.
『그리고... 샘? 이곳에 머물고 싶어하는 것이 댁의 형님의 의지라는 걸 아셔야지?』

남자는 입맛을 다셨다.
은밀한 소원을.
램프의 요정에게 빌어라.
꿈꾸던 것이 현실이 되게 해달라고.
마술을 부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자에게 빌어라.

왕은 웃었다.
『그의 갈망이 짐의 마음에 들었다. 너무나 조촐하고 시시해서 눈물이 다 나왔거든. LA 도심 한복판으로 핵폭탄이 폭발하게 해주세요~ 수준의 드라마틱한 소원이었으면 어쩌나 괜히 고민했다.』

아버지 존은「쇼님* (히브리어로 반역자, 정도의 어긋난 길을 걷는 자, 신의 섭리를 부정한 자라는 의미)」과 싸우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다. 허나 사랑하던 부인의 원수를 제대로 갚았으니 억울함은 품지 않았을 것이다. 존은 쇼님을 죽이고, 그의 조무래기 악마들까지 모조리 처단하는 일에 성공했다.

『쇼님?』
『아아. 그렇게 말하면 잘 모르려나? 우리는 편의상 그를 그렇게 부른다네, 샘 윈체스터. 하지만 그것이 그의 진실된 이름은 아니지.』
『그러니까... 그 노란 눈의...』
『예스.』

헌터 일을 관둔 동생은 대학에 다시 편입했다. 허나 예전과는 달리 공부하는게 시들했던지 금방 때려치우고 작은 사업체에 취직했다. 걱정이 된 딘은 혹시 등록금이 모자라서 그러느냐 넌지시 물어봤다. 샘은 정색하며 아니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 시무룩한 표정이 어쩐지 마음에 걸려 딘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직업을 구했다.
일은 쉬웠다. 그리고 손재주가 좋은 탓에 수입도 짭짤했다. 생활은 안정되었다.
어느 정도의 은행 예금이 생기자 딘은 동생에게 공부를 계속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샘은 계속해서 거절했고, 대신 침실이 두 개인 집을 사자고 졸라댔다. 딘은 좋아서 - 날뛰며 - 당장 그러자고 했고, 다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집을 은행 융자를 끼고 구입했다.

폐차 직전의 자동차도 고치는데 그깟 집 수리는 눈 감고도 뚝딱이다. 시간이 걸린다는게 좀 흠이긴 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목공 일에 취미가 붙어 힘들지는 않았다. 물론 망치로 엄지손가락을 때렸을 적엔 죄다 불질러버리고 싶었다. 성질이 나 발길질을 했더니 엄지발톱이 와지끈 부러졌다. 산재보험 청구가 되지 않는 사고였다. 화장실 배관을 뜯어고칠 적엔 그래서「참아야 하느니라」주문부터 외우고 들어갔다.

매일이 기쁘다. 동생과 늘 아침과 저녁을 같이 먹는다. 요리는 번갈아서 하는데 딘은 늘 꾀를 부리고 샘에게 떠넘긴다. 샘은 가끔 그 일로 폭발한다. 정해진 순서를 지키라며 목의 핏대를 세운다. 그때마다 딘은 형님의 위엄을 부리며 느긋하게 동생의 불만을 진압한다. 대신 세탁기는 딘이 곱절로 돌리는 것으로 눈치를 살핀다. 사실 딘은 요리를 못 한다. 야채를 칼로 써는게 아니라 도륙하는 수준이다. 그래봤자 입으로 삼키면 거기서 거기.
인생이 바로 이거다 싶다. 주말마다 술을 마시러 나가서 사이좋게 여자도 꼬시고, 드라이브도 즐기고, 낚시도 한다. 힘들게「사냥」을 하러 나갔던 옛날 일이 그저 꿈만 같다. 고무줄처럼 늘어지는 일상에 아랫배가 볼록 나온다는게 걱정이지만... 괜찮다. 사는게 즐겁다. 옆을 돌아보면 웃는 낯을 한 귀여운 동생이 있다. 죽을 위기에 빠질 것도 없고, 피가 나오는 상처를 꿰매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 일도 없다. 걱정이라면 두 사람이 나란히 노총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그래도 머지 않아 동생에게 괜찮은 색시감이 생길 것 같은 눈치다. 언제부터인가 녀석은 얼굴이 벌개져서 몰래몰래 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그게 누구냐 물어보면 직장 동료라고 변명하지만 형님의 안테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명예를 얻은 존 윈체스터.
행복한 집에서 살게 된 딘 윈체스터.
누구보다 안전한 샘 윈체스터.

『이것이 그가 원하는 진정한 말쿠드*, 꿈에서 그리던 행복일세.』

자! 그러니 램프에 대고 소원을 빌어라. 요술쟁이 지니에게 숨겨진 비원을 고백하라.
어둠에 속한 왕은 손을 깍지끼고 미끼를 던졌다.
댓가로 그대에게서 무엇을 요구할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인생은 모험 아니더냐. 룰렛은 돌고 돌아 죽음과 행운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샘은 찢어서 살을 먹겠다는 식으로 남자를 노려봤다. 주먹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서 뭐. 그게 어쨌다는 거야.』
『응?』
『어차피 우리 아버진 악마를 죽이지도 못 하고 돌아가셨어! 그걸 네놈이 바꿔놓을 수 있냐?!』
남자는 움찔했다. 저울질을 아무리 해도 그건 무리다.
『어... 쇼님과 다투는 건... 에고. 아무리 나라도 그건 좀 어렵겠는데.』
『흥! 겨우 꿈만 꾸게 해주겠다는 거냐! 바뀌는 건 전혀 없는데!』
『전부는 힘들겠지. 그래도 일부는 바꿔줄 수 있다.』
그가 딘의 뺨을 쓰다듬었다.
『착한 동생, 귀여운 동생, 언제까지나 같이 있어줄 동생... 나에게 협조하면 가능해. 약속해줄 수 있어. 그에게 새로운 동생을 줄 수 있다.』

그는 격분했다.
『개 자식! 만지지 마! 그건, 그건...!! 내 형이야. 내 거라고! 내가 동생이다!』
늘 자기가 형이라고 했다. 그게 정 억울하면 4년 먼저 태어나라고 혀를 낼름거렸다.
오늘에 이르러 그걸 고스란히 되돌려 주겠다.
『싫든 좋든 내가 동생이야! 나보다 4년 먼저 태어난 딘은 선택할 권리가 없다고! 저리 떨어져! 저리 가! 딘! 같이 나가자. 제발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딘!』

힘이여 솟아라. 샘은 의자 채 딘을 번쩍 들어올렸다.
무시무시하게 무거웠다. 다리가 후둘거렸다.
『여기서 나가는 거야! 나랑 같이 나가자!』
그걸 짐짝처럼 들고 두어발자국 걸었다.
무리였다. 시야가 핑글 돌았다. 다리가 꼬이면서 몸이 앞으로 기우뚱 기울어졌다. 넘어진다!
『와앗?!』
데굴렁 구르면서 격심한 고통이 찌르르 하고 올라왔다.

『딘...』
울음을 삼키며 가까스로 눈을 떠보니.
얼씨구나.
생판 모를, 지린내 진동하는 더러운 화장실에서 저 혼자서 뒹굴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07/03/19 14:42 2007/03/1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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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anaasazi 2007/03/20 00:34 # M/D Reply Permalink

    '많이 기다렸냐?'
    '아니, 나도 방금 왔어' 라고 하기엔 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꺙아..감동감동!!!

  2. 미야 2007/03/20 08:42 # M/D Reply Permalink

    주말에 저축해둔 분량이 있어서 그렇죠, 뭐... 저도 워낙에 느린 속도라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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