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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judgment 06

※ 제멋대로의 망상을 달리는,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이상하다 싶은 건 전부 패스해주세요. 현대물엔 쥐약...;; 아아, 어렵다. ※


말쑥한 수트 차림새의 남자는 기자로 변신한 그들 형제들과 가벼운 악수를 나눔과 동시에 찡그림인지, 아님 미소인지 모를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반갑다는 것과, 반갑지 않다는 뉘앙스가 각각 절반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함은 아마도 상류 사회 특권 계층을 수도 없이 접대하면서 터득한 자기 보호 본능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딱 잘라《싫습니다》내지는《좋습니다》라는 걸 주장하지 못하는 가엾은 중생이었다.

왕을 모시는 시종장인양 양 손바닥을 살짝 포갠 자세로 남자는 샘과 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제 전화 통화로 인터뷰는 곤란하다고 말씀을 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시기까지 하셨으니 기쁘기 그지 없군요. 이렇게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건 저희 선생님에겐 더할나위 없는 영광입니다. 자, 일단은 안으로 들어오시겠습니까. 밖은 춥습니다.』
남자의 말투에서 샘은「정중한 거절법」이라는 제목의 필수 교양 과목을 떠올렸다.
모르는 사람은 저 말에서「이얏호, 문턱 하나를 넘었다!」라며 좋아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그 모르는 사람 중에는 어린애처럼 방긋 웃는 딘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철 모르고 기뻐하기엔 너무 이르다. 십중팔구 저 사내는 빙빙 돌려 과장되게 말하는 것으로 약간의 시간을 허비한 뒤에,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미안합니다만」내지는「안타까운 일입니다만」이란 수식어구를 잔뜩 붙여선, 귀찮은 손님들을 도로 찬바람 몰아치는 문 밖으로 내칠 것이 뻔했다.
동의를 나타내며 살짝 끄덕이는 턱의 움직임이라던가, 반짝거리는 구두를 응시하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동작 전부가 꾸며진 연극이다. 애초부터 그 머릿속으로 저울질되는 건 없다. 그가 가지고 있는 메뉴얼엔《예정에 없는 손님들을 응접실로 안내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 무작정 현관문을 두들겨 가뜩이나 바쁜 사람을 귀찮게 만든 침입자들은 그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곧 처치되어 원래의 장소로 돌려보내질 것이다. 물론 그 침입자들의 직업이 외판원이 아닌 언론인이라는 점에서 평소때보다 곱절의 공을 들이겠지만 말이다.

『제 이름은 힐케마이어라고 합니다. 오겐 맥콰드 선생님의 개인 비서이지요.』
거기까지 말한 오겐의 비서는 안쪽으로 열 다섯 걸음만 움직이고 다시 동작을 멈췄다. 사내를 따라 움직이던 윈체스터 형제 또한 싫든 좋든 제자리에 멈추어 서지 않을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신호등에 불이 켜지면서「당신들이 가진 패스워드로는 여기까지만 진입이 가능합니다」라고 알려주고 있음이다. 딘은 손가락으로 콧망울을 만지며 소금에 절인 레몬을 혀 위로 올려놓았다는 식의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에게 집안을 보여달라! 아울러 집안 어딘가에 있을 당신의 주인을 만나게 해달라!
하지만 고개를 길게 빼고 안쪽을 살펴보려고 해도 악마와도 같은 미소를 띈 힐케마이어가 중간에서 이를 가로막아 그의 염탐을 교묘하게 가로막았다. 이거, 쉽지가 않다.

『혹시《헤더의 자녀들》재단 설립을 두고 취재를 나오신 건가요?』
지금은 법으로 제작 자체가 금지된 상아 세공의 초호화 흑단 테이블을 배경으로 하고 선 힐케마이어는 다시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무척 좋은 일이 될 겁니다. 1년에 2만달러씩, 뜻을 같이 하는 서른 아홉 분이 재단 기금을 후원하게 됩니다. 원래 헤더의 자녀분들은 모두 마흔 다섯분이 됩니다만, 지난해 또 한 분이 노환으로 세상을 뜨셔서... 그것으로 교육, 의료, 인권운동 등등을 돕게 되지요. 이미 전미 유색인 지위 향상 협회(NAACP)와도 긴밀한 협조를 맺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렇게 할 가치가 충분하며, 오히려 이 일을 시작이 늦었다고 생각하시고 계십니다. 아시고 계시겠지만 오겐 맥콰드 선생님은...』
성질이 나려 하고 있으니 어서 그 입 다물라.
딘은 펜과 메모지를 요구하며 블라블라 이야기를 늘어놓던 힐케마이어의 말꼬리를 잘랐다.
『길게는 부탁 안 드립니다, 힐케마이어씨. 제가 뭐 하나를 적어드릴테니 이 메모를 댁의 선생에게 보여드리고 우리와 만나줄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봐 주시겠습니까. 그걸 보시고 나서도 돌아가라고 하면 군소리 없이 돌아가겠습니다. 하지만 10달러를 걸고 장담하는데 선생님은 우리를 그냥 돌려보내려 하지 않을 걸요.』
『저어, 스탠리 플레니건씨? 무슨 메모를...』
『댁의 선생이 이 메모지를 들여다 보는 일엔 5초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손바닥을 펴보이며 딘이 강조에 강조를 더했다.
『5초, 딱 5초면 됩니다.』
딘은 비서를 쳐다보았고, 그와 눈싸움을 벌렸다.

헤에, 딘이 이겼다.
실수로 눈을 깜빡인 힐케마이어는 찜찜한 표정으로 딘의 위아래를 쳐다보았다.
패자는 말이 없다고 하던가.「잠시만요」를 말한 그는 이윽고 등을 돌리고 사라졌다.

샘은 불현듯 궁금해졌다. 그래서 작은 목소리로 살짝 질문했다.
『메모지에 뭐라고 적었어? 딘.』
『쉿! 누가 엿들을 수 있으니까 플래니건이라고 불러. 어쨌든 이 형은 글자는 적지 않았어.』
『뭐?』
『대신 간단한 그림을 그렸지.』
그리고는 오른쪽 손가락 다섯 개를 물고기 지느러미라도 되는양 팔랑팔랑 움직였다.

그것은 진실로 마법의 키워드였다. 안쪽에서 제법 커다란 쾅 소리가 나면서 사람이 빠르게 뛰쳐나왔다. 커다란 돌로 만들어진 전설의 입구가 활짝 열리면서 흥분한 백발의 마법사가 뾰족하게 생긴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맨발로 달려나왔다. 그런 마법사의 양편으로는 처녀 아닌 자가 부주의하게 손을 댄 유니콘이 반 광란하여 날뛰었다. 주의하라, 벼락이 일직선으로 내리꽂고 있음이다. 방어의 주문을 외울 줄 모르는 일반인들은 그래서 오딘의 아들이자 천둥의 신 토르의 분노 앞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당신들, 도대체 누구야!』
딘이 건낸 메모지를 구깃하게 쥐고 있는 노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혈색이 없어 손등이 파르죽죽하다. 덕분에 피부에 자라난 검버섯이 한층 더 눈에 들어왔다.
『만약에... 만약에... 단순히 장난을 치는 거라면 당신네들, 죽도록 후회하게 될 거요!』
오겐 맥콰드의 짙푸른 눈동자가 경고를 담아 번득였다.
『누구로부터 들은 거요, 젋은이. 헤더의 오른쪽 손가락이 여섯 개라는 건 비밀인데!』

딘은 시치미를 뚝 잡아떼고「주간 월드뉴스」신분증을 암행어사 마패처럼 들이밀었다.
『저희들은 기자입니다. 그리고 뉴스 소스는 언제나 비밀입지요. 잘 아시잖습니까. 자... 그러니까 오겐 맥콰드 선생님? 저희에게 잠깐 시간을 내어주시죠.』
발을 구르고, 외마디 분노의 외침을 토해내도 오겐은 그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골동품 경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침을 흘리며 환호성을 지를 것 같은 오겐의 초호화 응접실에는 이미 윈체스터 형제 말고도 선객이 두 명이나 있었다.
지팡이를 쥔 노부인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주색 가죽 소파에서 일어나려 했다.
『갑자기 시끄럽게... 무슨 일이야, 오겐?』
『무슨 일인지는 제가 묻고 싶습니다. 아아, 일어나지 마세요, 스텔라.』
그걸 만류하면서 맥콰드는 두통을 호소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뭔진 몰라도 좋지 않은 일인가 보군. 어떠냐, 오겐. 우리가 잠시 자리를 피해주어야 할까?』
노부인 뒤로는 고급 공무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짐짓 뒷짐을 지고 서있었다. 말쑥한 백발에 굳게 다물어진 입술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평생 남에게 굽신거리는 법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을 인상이다. 권력이 뭔지를 아는 눈빛이다.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는 것으로 사람 목을 여럿 다치게 했을 것 같다.

샘은 살짝 긴장했다. 두 사람 다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다. 노부인의 귀를 장식한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모르긴 몰라도 그들 형제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벌어들인 돈을 모두 모아도 구경도 못 할 비싼 물건임이 확실했다. 짧고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은 분명 유명 헤어 디자이너의 손길을 탔다. 입고 있는 옷은 또 어떻고. 어쩌면 신발 한 켤레의 가격이 자동차 한 대 가격과 맞먹을지도 모른다.
그걸 깨닫자 갑자기 말문이 막혀왔다.
단순히 장난을 치는 거라면 죽도록 후회하게 될 거라는 맥콰드의 발언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인 셈이다. 이들은 똑바로 선 삼각형의 맨 윗 부분을 차지한 꼭지점이다. 허튼 수작을 부리면 권력과 돈의 힘으로 묵사발을 내버릴 것이 뻔하다. 어떤 의미에선 그들 윈체스터 형제들이 다루는 유령보다 곱절로 무섭고 잔인할 것이다.

오겐 맥콰드가 피곤한 어조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텔라, 그리고 마이클. 미안합니다만 당신들도 같은 자리에 있어주어야 할 것 같군요. 이 친구들은 스탠리 플래니건, 제러미 도핀입니다. 두 사람은 월드뉴스의 기자들이고...』
기자라는 말에 고급 공무원의 냄새를 풍기던 마이클 프레데릭이 벌레 씹은 얼굴을 했다.
『기자들이 왜.』
『이 친구들은 헤더의 손가락이 여섯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것도 정확하게 오른쪽 약지가 하나 더 많다는 걸 메모지에 그림으로 그려 저에게 보여주더군요.』
소파에 파묻혀 있던 스텔라 패리니시가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
『거짓말!』
그리고는 흥분해서 검은색 지팡이로 대리석 타일이 깔린 응접실 바닥을 콕콕 찍었다.
『절대로 사실일 리 없다.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그 이야길 입밖으로 꺼낸 적이 없어! 헤더 언니는 자신의 손을 수치스러워 했어! 항상 감추려 했다고! 그걸 잘 알고 있는데 우리들 중 누가 감히 제3자에게 그 얘기를 떠벌린단 말이냐! 이건 말도 안돼!』
정체불명의 발광체가 서쪽 하늘을 일직선으로 날아갔다고 해도 덜 놀랐을 거다. 아니, 달의 뒷면으로 외계인이 세운 피라미드가 발견되었다고 하는게 차라리 나았다.
스텔라는 딘과 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이것들이 감히 내 앞에서 뭔 수작을 꾸미는 거야?!》라며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러든 말든, 딘은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가까운 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요구했다.
『헤더의 이야기를 해주시죠.』
그것이 요청이 아닌 요구였다는 점에서 오겐 맥콰드, 스텔라 패리니시, 마이클 프레데닉은 사이좋게 몸을 경직시켰다.
이런 시건방진 녀석을 다 봤나. 맥콰드의 눈썹이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

『무엇을?』
『아는 것 전부를.』
『뭘 위해서?』
『헤더를 위해서.』
『그것이 왜 헤더를 위한다는 거지.』
『진실이 뭔지를 알아야 그녀를 도울 수 있습니다.』
『그녀를... 도와? 이보게. 돕고 자시고 헤더는 이미 죽고 없다네.』
어이가 없어진 오겐 맥콰드는 고개를 흔들어댔다.

그렇다고 해도 딘은 평점심을 잃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질문 한 가지를 하지요. 헤더의 무덤은 어디에 있죠?』
오겐은 쉽게 대답을 못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음... 그건...』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이때 스텔라가 입술을 만지며 뭔가를 떠올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잠깐. 그러고보니 항상 그 점이 이상했었지. 오겐은 기억이 나니? 나는 그 부분에선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
『스텔라?』
『두 달 전에도 안나 로드리와 언젠가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헤더 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 그냥... 넴 나탁이라는 이름의 연합군 장교가 와서 슬픈 얼굴로 헤더 언니가 죽어 유감이라고, 하지만 고통은 없었다고 얘기해준 것이 전부야.』
『저런... 틀려, 스텔라. 그 장교의 이름은 넴 나탄이었어.』
『그랬던가? 난 분명히 넴 나탁이라고 기억하는데? 마이클.』
『어라. 넨 나르탁이 아니고?』
이들 대화로 오겐이 다시 끼어들었다.

딘은 쇠꼬챙이로 쑤시는 듯한 두통을 참아가며 끄응 신음했다.
넴 나탁도, 넴 나탄도, 넨 나르탁도 아니다.
영문도 모르게 입안에서 뱅뱅 도는 이름 한 가지.
『네마 나타스.』
손짓 발짓을 섞어 말하던 세 사람이 순간 입을 다물고 딘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잔뜩 찡그려져 있던 오겐의 눈이 반가움을 담아 환해졌다.
『이제 알았다! 당신, 넨 나르탁의 가족이었군! 그래서 헤더에 대해 알았던 거고.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리 가까이 오시게. 당신도 우리와 같은 헤더의 형제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같이 헤더의 만찬에 참석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그리고 젊은이? 우리들이 저지른 무례함과 실수를 정중히 사과하리다. 댁의 할아버지 이름을 잘못 기억한 우리들을 부디 용서해줘요. 하지만 당시 내 나이가 겨우 여덟이었거든. 그럴 수도 있다는 걸 꼭 생각해줘요.』
얼음은 녹고 꽃이 피어났다. 같지도 않은 오해를 했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한 맥콰드는 뛸 듯이 기뻐하며 딘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서 와요, 형제! 반갑소, 반갑소!』
노인의 손은 더할나위없이 따스했다.
그래서 딘은 후추통에 든 가루 전부를 일시에 삼키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의 통증을 느꼈다.

Posted by 미야

2007/02/19 14:53 2007/02/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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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judgment 05

※ Tall Tales 에피소드를 보고 마구 뒹굴었습니다. 형은 동생을 구제불능으로, 그 동생은 형을 말썽쟁이로 보고 있군요. 크아앙! 이거 무지 귀엽잖아! 샘이 심즈처럼 블라블라 대사를 퍼붓는 장면에서 웃느라 정신 없었어요. (동생의 잔소리는 알아서 블라인드 처리가 되는 거냐?) 덕분에 힘들었던 만두 빚기도, 화장실 청소도, 설겆이의 고통도 잊었습니다. ※


숨기고 있는 비밀이 서른 한 가지나 되면 무얼 먼저 실토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요컨대 골라 먹는 재미가 붙는다.
마음 속으로 모 유명 아이스크림 선전 문구를 무단 카피한 딘은 추위에 건조해져 딱지가 앉은 입술을 어루만지며 쓴 웃음을 지었다. 맙소사, 숨겨둔 비밀이 물고기 비늘 숫자만큼이나 되어 무엇부터 고백할지가 걱정이 될 지경이라니. 자신의 인간성이 어떻다는게 이참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어쩐지 슬퍼졌다.

『고백합니다. 전 세 살 적에 엄마의 분홍 립스틱을 훔쳐서 입술에 발라봤습니다.』
이제 그가 숨겨둔 비밀은 서른 개로 줄었다.
『또 한 가지를 고백할까요. 여섯 살 적에 실수로 침대에 오줌을 지렸음에도 동생인 샘이 쌌다고 아빠에게 거짓말했습니다. 반성합니다.』
다시 줄어 스물 아홉 개.
『보너스로 하나 더 불어보지요. 어젯밤 전 터미네이터와 섹스하는 꿈을 꾸면서 팬티를 더렵혔습니다. 웁스, 깨어나서 돌이켜보니 완전 미친 짓이었습니다.』
이제 스물 여덟 개.
딘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 난 숨기는게 진짜지 없습니다 -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당연히 고해성사실의 신부님은 냉정한 목소리로 신자를 야단을 치며 책상을 거꾸로 뒤집었다. 죄를 깊이 뉘우치는게 아니라 단순히 장난을 치고 있음이다. 부르르 고개를 흔들면서 창처럼 생긴 십자가를 높게 들었다. 회개하라, 신부는 울부짖었다. 심판의 날이 임박하였음이다.
『그 세 가지 중에서 영양가 있는 건 하나도 없잖아!』
남자애들도 종종 엄마를 흉내낸다. 거울 앞에서 화장품도 발라보고 팬티 스타킹도 신어본다.
오줌을 쌌다는 걸 동생에게 뒤집어 씌웠다? 누구라도 해봤음직한 여섯 살 어린애의 거짓말이다. 아빠가 속아 넘어갔다면 그걸로 끝이다. 그렇게 하찮은 것에 일일이 토를 달고픈 맘은 들지 않았다.
형이 꿈에서 터미네이터와 섹스했다는 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다만서도... 샘은 잠깐 반대편 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경직된 얼굴을 하곤 다시금 딘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형이 방금 말한 그거, T-X 모델*인 거지?』
반짝이는 금발에 기름을 발라 바짝 뒤편으로 빗어넘긴, 라이징 오브 머쉰 편에 등장한 무표정의 여성형 기계 전사를 떠올렸다. 몸매가 비록 환상적이라고 해도 귀엽다거나, 사랑스럽다는 단어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 눈꺼풀 하나 안 움직이고 남성의 고환을 잡아 뜯어버릴 것 같은 이미지다. 그런 여자를 바닥에 눕혀놓고 원초적 바디 토크를 즐겼다고? 순전히 꿈속에서였다지만 샘은 그의 형이 제국의 역습을 당해 되려 무참히 당했을까봐 걱정이었다.

딘은 여전히 시선을 피한 채 실실 웃었다.
멍청하니 강물의 흐름을 따라 표류하는 쓰레기 스티로폼 같은 가벼운 미소였다.
『걱정도 팔자다. 음... 그리고 넌 오해하고 있어. 실은 내 꿈에 나온 건 T-800 모델*이었어.』
패닉에 빠진 샘은 입을 쩍 벌렸다. 크리스티나 고켄이 아니라 아놀드 슈워제네거라고?
『잠깐, 잠깐!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딘의 취향이 아니잖아.』
『미안해, 새미. 어제부터 내 취향이야. 아무래도 네 형은 맛이 간 욕망의 덩어리가 되어버린 모양이야.』
동생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다 말고 주먹으로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분노가 치솟는다. 뭐야, 결국은 죄다 꾸며낸 거짓말이잖아. 차라리 콩으로 카카오 버터를 만들 수 있다고 할 것이지. 두개골을 둘러싼 가죽이 지나치게 팽창되어 팔뚝 아래까지 질질 늘어져버린 끔찍한 느낌이었다. 자동적으로 목소리가 올라갔다.
『제발~!! 병아리 눈물만큼이라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진지해질 순 없어?!』
『그 무슨 섭섭한 말씀! 이거 억울해 미치겠구먼. 나는 항상 진지해. 네게 감추는 것따윈 하나도 없단 말이다. 아, 물론 내가 머리가 나빠 본의 아니게 미리 말하지 못한 것들은 있어. 예를 들자면 엊그제 우리가 들렸던 식당에서 웨이츄리스가 네 전화번호를 살짝 물어봤을 적에 이 형은 네가 여자라면 질색인 게이여서 대쉬는 곤란하다고 말했어. 하지만 그렇게 한 건 널 물 먹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그 두꺼운 안경을 쓴 웨이츄리스가 너완 너무 안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 오케이?』
그리고는「동생이 이렇게나 착한 날 의심하다니. 이런 취급은 정말 억울해」타령을 반복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까지 억울할 것도 없다. 하얀 날개를 가진 가브리엘 천사가 지금의 딘이 하는 푸념을 들었다면 말도 안 된다며 팔을 엑스 자로 교차시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암반 3,000미터 아래로 파묻혀 있는 그의 묵직한 비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그럼 저것은 산타클로스의 선물 보따리라는 거냐?」하고 무서운 표정을 지었을 거다. 당연히 그것들이 선물 보따리가 아닌 만큼, 딘의 억울하다는 주장은 씨도 안 먹혀 들어간다. 그가 동생에게 숨기고 있는 진실은 모리아의 심연보다 더 깊었고, 모르도르의 용암보다 더 악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위선과 거짓으로 흐려진 자신의 어두운 눈동자가 방금 전에 비누로 세척한 유리보다 더 투명하다고 우겼다.
나는 형이다, 형은 동생을 보호해야 한다, 고로 약간의 거짓말을 해도 큰 문제는 없다.
동생을 위험한 지경에 빠뜨리게 될 정도라면 차라리 죽는게 낫다.
『진짭니다. 숨기는게 없습니다, 형사님. 제발 절 믿어주세요.』
취조실의 차가운 의자에 앉은 용의자는 손바닥을 펴보이며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혐의를 부정했다.

이쯤해서 베테랑 형사는 감히 부정 못할 명백한 증거물을 눈앞으로 흔들어보일 필요성을 느꼈다.
잠시 한 호흡 멈추고.
딘의 죄책감을 자극하기 위해 낮은 목소리로 후,후,후, 웃었다.
『저기 말이야. 형은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전등을 뒤로하고 선 샘은 흡사 소낙비를 뿌릴 검은 구름처럼 보였다. 어디선가 멀리서 우릉 하고 하늘이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딘을 영 불안하게 만들었다.
『마우스 버튼을 눌러 인터넷 창을 재빨리 닫았다는 것 정도로 안심하면 안돼. 그런 걸로는 증거 인멸이 되질 않아. 그거 알아? 컴퓨터에는《Temporary Internet Files》이라는게 있어서 인터넷으로 보여지는 문서나 그림이 임시로 저장되는 공간이 있어. 약간의 수고만 하면 열어본 페이지 목록도 너무나 쉽게 확인해볼 수 있지.』
『뭐얏?!』
『펄쩍 뛰어봤자 한참 늦었어. 그러니까 형은 범죄 현장에 발자국을 남겼다는 것도 모르고 도망쳤다는 얘기야. 알아 들었어?』
시퍼렇게 날이 선 얼굴로 샘은 딘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인터넷 페이지를 그대로 복구시켜 죄인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형이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낸 뉴스의 제목은《헤더의 자녀들,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소외계층을 돕는 후원회를 조직하다》이다. 그 기념비적인 결성일은 1월 26일이 될 거라고 적혀져 있었다.
오른편으로 한눈에 척 봐도 출중한 예술가처럼 보이는 백발의 한 신사가 팔짱을 끼고 이쪽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눈빛이 맑고 뚜렷해 칠순이 넘은 나이라는게 안 믿어진다. 지적이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사진 속의 남자는 마스키요트의 거장으로 이름은 오겐 맥콰드, 미국보단 유럽쪽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명한 보석 세공사라고 한다. 영국 왕실과 네덜란드 왕실로부터 주문을 받고 왕관을 제작한 적도 있다니 상당한 실력가인 듯하다.
기사의 하단부로는 그가 만들었다는 정교한 까메오 작품 사진이 첨부로 실렸다.
보석 전문가들 사이로 걸작으로 칭송되는 그의 기념비적인 까메오 조각의 제목은「헤더」다.

『마스키...요트?』
솔직히 보석이니 금조각이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입장인지라 그게 무얼 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발음을 해보려 해도 혀가 구제불능으로 꼬이려 했다.
친절하게 덧붙인 기자의 부연 설명에 의하자면 마스키요트는 히브리어로 쟁반, 장식, 조각을 뜻하는 단어란다. 그쪽 말로 미세 조각 장식을 뜻한다고 한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사람 손으로만 이런 걸 만들어낼 수 있음에 기가 막힌다. 누구는 동그라미에 겨우 점 두 개 찍고「이것은 사람 얼굴입니다」라고도 했는데, 누구는 길이 5cm의 갸름한 타원형 안으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을 마법처럼 묘사해냈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 양쪽으로 땋은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다. 꽃이 없어도, 나비가 없어도 우아하다. 금으로 만든 프레임 속에서 그녀는 홀로 아름다웠다. 다만 푸른 빛깔의 아게이드 위로 떠오른 그녀의 생생한 표정은 너무나도 슬픔에 잠겨있어 일반적인 장신구로의 기능은 사실상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죽음, 공포, 슬픔, 강제로 헤어짐,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제작자인 오겐도 모두 다섯 점에 이르는 그의 대표작인「헤더」연작을 남에게 팔겠다고 내놓은 적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외부에 노출시키는 것조차 싫어해서「헤더 - 강제로 헤어짐, 1971년작」의 공식적 사진 공개는 이것이 최초라고 한다.

1931.12.7 ~ 1945.1.26

헌신을 바쳐 모두 마흔 다섯의 아이들을 살려놓았으나 정작 본인은 열 네 살의 꽃다운 나이로 해방을 맞지 못한 채 유태인 포로수용소에서 비극적으로 사망.
덧붙이자면 아우슈비츠의 해방일은 1월 27일이다.

이쯤해서 샘은 다시 무릎을 구부려 의자에 앉은 딘과 눈높이를 나란히 했다.
『나는 바보가 아니야. 이걸 보고도 형이 뭔가를 알아차렸다는 걸 눈치 못 챘을 것 같어? 그놈의 바보 같은 스케치북 낙서도 그렇고, 형이 찾아낸 이 뉴스도 그렇고, 하나 같이 말이 안 되는 것들이면서 동시에 일관된 뭔가를 가리키고 있잖아. 답답해 미치겠어. 이제 눈 똑바로 뜨고 다시 말해봐, 딘. 나에게 숨기는 건 하나도 없다고.』
『어흠. 그러니까 이건 말이다. 자고 있는데 하늘에서 갑자기 계시가 뚝 하고 떨어... 으악!』
『나에게 거짓말은 하지 마.』
무섭게 다그치며 형의 손목을 꽉 움켜잡았다.
『나는 형이 유리겔라의 뒤를 잇는 초능력자가 되었다는 주장은 안 믿어.』
끔찍스럽게 아팠음이다. 새파랗게 질린 딘은 아가미를 파닥대는 물고기처럼 뛰기 시작했다.
『아파, 아파, 아파! 제발, 아파 죽겠어! 임마!』
『하늘에서 계시가 떨어져? 운석이 떨어졌다고 말하는게 더 신빙성 있어.』
『으갹! 진짜야! 아프다니까!』
『사실대로 안 말하면 더 괴로워질 거야. 내가 누르고 있는 건 제일 아픈 부위거든?』
『망할 새디스트! 이게 진짜! 으아, 으아~!!』

신경의 급소를 정확하게 눌러대는데 눈에서 불이 날 지경이었다. 기다랗고 굵은 손가락은 사정 안 봐주고 딘의 살갗 안쪽으로 갈고리인양 깊게 파고들었다.
『아프다니까! 당장 멈춰, 이 머저리!』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동생에게 박치기를 시도했다.
불꽃이 튕기면서 따악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딘과 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굵게 신음했다.
그리고 나란히 바닥에 넙죽 엎드린 채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에 몸서리쳤다.
동생이, 형이, 몰라도 사람 마음을 너무도 몰라준다.
『바보 동생.』
『얼간이 형.』
눈물을 글썽거리다 말고 두 사람은 코를 훌쩍이는 소리를 냈다.

그래도 오겐을 직접 만나보는게 좋겠다는 의견엔 두 사람 모두 반대가 없었다.
맨하탄에서 약 2시간 정도 거리.
조용한 전원 도시이면서도 품위가 있는 상류층 거주 지역이었다.
갓길에 차량을 세우면서 샘은 고개를 옆으로 길게 빼면서 빳빳한 50달러 지폐가 가로등마다 하나씩 붙어있다는 식으로 두리번거렸다. 아르데코 분위기의 지붕 처마가 시선을 끌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이 푸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면 딱일 듯한... 그러나 막상 그들 앞을 지나가는 건 헐렁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뱃살 가득한 사내였다. 그래도 후후 거칠게 숨을 불고 있는 사내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는 진품 롤렉스다.

추위를 느끼면서 샘이 질문했다.
『연락은 된 거야?』
『선생님은 무지무지 바쁘시댄다, 샘. 잠시 시간을 내달라는 요청을「정중히」거절하더군. 전화도 비서가 받았지, 본인은 코빼기도 안 비치더라.』
『후우... 그래도 여기까지 일부러 왔는데 문은 두드려 봐야겠지?』
『그래야겠지.』
거기까지 대답한 딘은 딘은 포장지를 벗기지도 않은 윈스턴 담배를 품속에서 꺼내들고 쓴 웃음을 지었다.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애지중지하는 임팔라의 열쇠를 동생에게 빼앗긴 딘은 지금 대단한 저기압 상태였다. 숨기고 있는 것 전부를 말해줄 때까지 자동차 키를 압수하겠다니, 그런 억지가 세상 천지 어디에 있느냔 말이다.

서둘러 엔진을 끄려던 동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담배 케이스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의 형이 품속에서 수류탄을 꺼냈다는 식이다. 익숙한 동작으로 그가 포장지를 벗기자 안전핀이 제거되기라도 했다는 식으로 움찔거렸다.
『아항...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냐. 이건 담배라고 하는 거란다, 아가.』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왜 놀라는 건데. 명색이 신문 기자라면서 담배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 상대방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 아니냐. 그러니까 적당히 꾸며줘야지. 어때, 너도 한 개피 피울래?』
달라고 해도 줄 것도 아니면서 딘은 격렬하게 쏘아붙였다.

대단히 화가 난 것이 분명하다.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다말고 조수석 앞 선반 뚜껑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벌컥 하고 헐렁한 커버가 입을 벌렸다.
잡동사니로 가득찬 선반 속에서 딘은「주간 월드뉴스 - 스탠리 플래니건 기자」,「주간 월드뉴스 - 제러미 도핀 기자」라 적혀진 위조 신분증 두 개를 꺼냈다.
『이거나 받으세요, 제러미.』
기자의 체취를 꾸며내기 위한 가식된 회색의 연기를 뿜으면서 동생을 향해 제러미 도핀의 신분증을 던졌다.
『자, 멋지게 사기나 쳐보자고요.』

Posted by 미야

2007/02/17 22:56 2007/02/1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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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l 2007/02/19 03:07 # M/D Reply Permalink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이런 미묘함 너무 좋아요^^. 수퍼내츄럴으로 검색하다가 이렇게 미야님의 서관까지 오게되었습니다. 즐거움을 만끽하고 그냥 가기 그래서 불쑥 글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2. 마리 2009/05/07 21:39 # M/D Reply Permalink

    오늘도 미야님글을 한바탕 읽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라니... 빵 터져버렸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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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judgment 04

※ 새미 윈체스터의 형님 잡아먹기 프로젝트,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2시즌 Hunted 에피소드를 보기 전에 모든 줄거리가 확정되었기 때문에 이 글에서 샘은「네 동생을 구할 수 없다면 죽여라」라는 파파 존의 유언을 형으로부터 전해듣지 못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


밥 생각이 하나도 없댄다. 그만 일어나라고 흔들어 깨웠더니 욕설일 거라 짐작되는 단어 몇 가지를 중얼거리며 그대로 뒤돌아 누워버렸다. 손가락으로 살짝 뺨을 찔러봤음에도 반응 무, 해가 중천에 떴음에도 딘은 시체 놀이를 그만두려 하지 않았다. 땡볕에 더위를 먹고 차가운 보도블럭에 납작 엎드린 강아지가 따로 없다. 목줄을 잡아당기면「깔개」모습으로 질질 끌려올지도 모른다.

죽도록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하며 늘 허세를 부리던 형이다.
걱정이 되어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어봤다.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뜨겁지는 않고 되려 차가웠다.
『피곤해서 그래?』
『으무... 가... 부.』
바벨탑이 건설되기 전에 사람들이 쓰던 우르 말이다. 적당한 번역기도 없겠다, 현대 미국인의 귀로는 그 뜻이 뭔지 어차피 못 알아 듣는다. 그래서 샘은 목덜미까지 오게끔 이불을 잘 덮어주고 고슴도치를 닮은 형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스탠포드 대학에 재학중일 적에 친구들은 이런 걸 가리켜《전지가 떨어졌다》라고 표현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 내지는 과제물 제출 마감일 다음에 이런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이 제법 나왔다. 기숙사 게시판으로《○○○ 아무개는 지금 충전중입니다》라는 쪽지가 나붙곤 했다. 화장실 가는 건 물론이고 먹는 것도 잊버린 채 오로지 잠만 잔다. 장학금을 두고 샘과 경쟁 관계였던 리처드 드렉이 바로 그런 부류였는데 코앞에서 마가렛 펄화이트가 트럼펫을 시끄럽게 불었음에도 그 잘난 친구는 절대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니 잠자코 내버려두자. 샘은 햇빛이 방안 깊숙이 들어오지 않도록 커튼을 내렸다.
『그럼 나 혼자 다녀올테니 푹 쉬고 있어.』
『누... 보이호이... 마...!』
눈도 못 뜨는 주제에 잔소리다. 짐작하자면 혼자 밖에 나가지 말고 자기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라는 뜻일게다. 그의 동생이 주먹 하나로 동네 깡패 셋을 일시에 병원 응급실 신세를 지게 만들었다는 걸 알고는 있는 건지. 이건 완전히 기저귀를 찬 아기 취급이다.
그래서 샘은 형이 무슨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제멋대로 해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겉으로만 듣자면 모래 깔대기로 자갈을 와르르 쏟아붓는 소리였다. 나중에 무어라 야단을 치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귀를 후비도록 하자.

여자애에게 정성을 다할 때처럼 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돌아오면서 샌드위치 사가지고 올게.』
드라이빙 식당이 가까운 곳에 있다. 걸어서 약 5분 거리.
가벼운 외투와 약간의 잡동사니를 챙겨들고 모텔방 열쇠를 챙겼다.

하지만 혼자서 먹는 아침은 영 맛이 없었다.
토스트와 커피, 적당한 계란 요리를 주문하고 등허리를 구부정하게 했다.
주방에서 감자를 튀기는 고소한 냄새가 났음에도 식욕이 동하지 않았다.
어쩌면 충전이 필요한 건 딘이 아니라 샘일지도 모른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아침 출근 전쟁이 끝난 직후의 한적한 식당 안을 둘러봤다. 모든 것이 정상인데 오직 자신만이 혼자 비정상인 것 같다. 뼛속까지 물에 젖은 솜덩이가 침투했다는 느낌이다. 해변가에서 실수로 깨진 유리조각을 밟았을 적의 아찔함이 등줄기를 꿰뚫었다.

무기력감.
손으로 모래를 잡는다. 손바닥을 펴면 모래는 자연스럽게 다시 흘러내린다. 그걸 도로 주우려 노력한다. 서른 번에 마흔 번까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래봤자 모래알이다. 손아귀는 머지 않아 다시 텅 비어버린다. 이것을 다시 일흔 번에 일흔 번을 되풀이한다.
발버둥쳐도 변하는 건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놈의 헌터 생활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축나고 있다. 괴물은 사방에 우굴거리고, 일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악마가 마련해둔 계획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이놈 때려잡고, 저놈 때려잡으며 금쪽 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건 마치... 샘은 하아, 하고 숨을 토했다. 세계가 끝나는 장소를 찾아 무작정 날개를 퍼덕이는 갈매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날아도 날아도 바다는 끝나지 않는다. 회색의 날개는 이미 누더기, 세계가 끝나는 장소라는게 과연 존재는 할 것인지조차 의문이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건지 종말로 답이 없다.
입에 문 토스트는 종이 조각 같았다. 침이 바짝 말라 맛도 모르겠다.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모텔에서 들고 나온 피카츄 스케치북을 테이블 위로 펼쳤다.

지난 밤, 싫다고 악을 쓰는 걸 살살 달래어 딘이 연필을 쥐게끔 하는 일엔 성공했다.
그렇지만 그 결과물이 너무나 참담하다. 샘은 의미불명의「웁스」소리를 내곤 차가운 바다 한 복판에서 보기 좋게 침몰당했다. 그의 눈매가 실처럼 가느다랗게 변했다.
『이건... 정말이지 맙소사.』
식은땀이 나려고 한다. 이건 흡사《메두사의 뗏목》으로 어뢰를 발사한 격이다. 연약한 통나무에 의지하여 끝까지 살아남은 15명의 생존자들은 이제 곧 폭탄을 맞고 뒤집어질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1819년으로 돌아가 화가 제리코에게 귀띔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당신이 붓질로 묘사한 가여운 뗏목은 어뢰를 맞아 박살날 거라고, 그리고 그 어뢰의 정체는 딘 윈체스터라는 이름의 풋내기라고 말이다.

본인 입으로도 크레용을 쥐고 낙서나 끄적이던 시절 이후로 그림이라는 걸 그려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겠다, 푼돈을 받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길거리 아마추어 화가의 실력을 기대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동그라미에 검은 점 두 개 찍고「이것은 사람 얼굴입니다」라고 얘기를 꺼낼 수가 있느냔 말이다. 절망감에 빠져 샘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콩콩 찍었다. 화성의 삭막한 바위 산을 찍은 나사의 천체망원경 사진을 보고도 인간을 닮은 코와 입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위대한 상상력이라지만 이건 정말이지 아니다. 반듯하게 내린 앞머리와 양 갈래로 땋은 머리카락이 더해졌음에도 사람 느낌은 나지 않았다. 웬디스 버거의 로고인 빨간머리 소녀를 딱 절반만 닮았어도 이렇게 괴롭진 않았을 터인데.

폭발적으로 공허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새벽 2시가 넘도록 끙끙거렸으면서 나무 막대기처럼 죽 뻗은 다리와 쇠꼬챙이를 닮은 팔을 그려넣은게 전부다. 양말과 신발은 어디로 도망가고 소녀의 몸통은 성냥곽이다. 바지를 입은 건지, 원피스를 입은 건지 구분도 안 갔다. 네 살바기 아이가《우리 엄마》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도 이보단 훨씬 나을 것이다.
손가락으로 눈가를 문질러 질질 흘러나온 눈물을 닦았다.
『우와. 이건 진짜지 걸작이군. 피카소가 그린 아비뇽의 아가씨들이 윙크를 하겠다.』
워크맨을 개조해 사제 EMF 미터기를 만들어낼 만큼의 손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사람 얼굴을 묘사하면서 점 두 개 달랑 찍고 끝낼 수가 있는 건지 궁금하다. 아니, 어떻게 보자면 이것도 재주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렇고 말고. 웃다가 딸꾹질이 나오려 했다. 그래서 얼른 커피로 입안을 헹궜다.
『우리 형의 센스라는 건 장난이 아니군.』
그렇게 혼잣말을 한 샘은 정나미가 떨어진 피카츄 스케치북을 옆 자리로 훌쩍 던져버렸다.
겨우 이딴 그림을 그리게 하기 위해 가게 다섯군데를 돌며 스케치북을 찾았다니. 미친 짓이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펄럭이는 뒷장으로 낙서가 하나 더 있었다.
샘은 표정을 달리하고 다시금 스케치북을 집어들었다. 성냥곽 소녀의 뒤로 그림이 한 장 더 있었다.
그림 스타일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 성냥곽을 닮은 네모난 몸뚱이는 결코 바뀌지 않았다 - 내용이 보다 풍부하다는 점이 샘의 시선을 끌었다.
남자가 하나, 그 양편으로 여자가 둘이다. 여자 한 명은 젖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짧은 탱크 톱을 입었고, 다른 하나는 챙이 넓은 카우보이 모자를 썼다. 차림새로 유추하자면 아마도 파티를 즐기는 도중인 것 같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여자가 남자의 어깨로 손을 올렸다. 덕분에 친구이거나, 아니면 더 친숙한 사이로 보인다. 생략된 손동작은 어딘지 모르게 애무를 닮았다. 딘은 얼굴이라 짐작되는 동그라미 속으로 옆으로 누운 바나나를 덧붙여 그녀들이 싱글벙글 즐겁게 웃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림의 주제는《딘 윈체스터의 좋았던 시절 - 여자를 양 옆에 둘이나 끼고 - 얼씨구나》라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꽤나 오래 전 이야기다. 그림 속의 남자는 지금의 딘이라고 하기엔 머리카락이 제법 길다. 체격도 어쩐지 안 맞는 것 같다. 남자는 여자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크다. 신장만 갖고 따지자면 오히려 이 남자는 샘과 닮았다.
하지만 맹세코 그는 아니다. 남자는 손으로 술병을 들고 있다. 샘은 술을 잘 못 하는 편이다. 조금만 마셔도 취해 정신 없이 종알대는 버릇이 있다. 청소년 시절에「우리 아빤 독재자, 하이 히틀러~」라고 술김에 떠들었다가 엄청나게 화난 딘에게 반죽음 당한 적도 있겠다, 자신이 알콜에 약하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있는 샘은 술 마시는 일에 굉장히 주의하는 편이다. 여자들을 상대하면서 알콜을 입에 대는 일은 그래서 드물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건 누구일까나.
둘로 갈라진 아랫턱을 어루만지며 도대체 이 그림이 무슨 뜻인가를 곰곰이 따져보았다.
특히나 신경쓰이는 부분... 바로 이거다.
딘은 연필을 똑바로 세워 사내의 얼굴이 안 보이도록 벅벅 그어놓았다. 격앙된 감정, 그리고 깊은 분노가 느껴지는 굵은 선들이었다. 더하여 힘주어 쓴 욕설. Fuck.
뜸을 들여가며 천천히 버터를 바른 토스트 한 조각을 베어물었다.
『까닭을 모르겠군. 뭘 말하고 싶었던 거야, 딘?』
햇빛에 비춰보면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지는 않을까, 스케치북을 높게 들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멀리서 커피를 서빙하던 웨이츄리스가 그런 샘을 이상하다는 투로 쳐다봤다. 어린애 장난 같은 그림을 갖고 위조 지폐인지 아닌지를 검별하는 연방요원처럼 굴고 있으니 우스울 법도 했다. 그러든 말든, 샘은 딘이 그린 낙서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헤에, 너울을 쓴 이시스다. 구석으로 연필로 썼다 지운 희미한 자국이 있다. 눈가에 가까이 가져갔다 떼어놓았다 하면서 유심히 보았다.

영어 대문자 J와... 26... 1월 26일이다.
『두 여자와 더블 데이트에 성공한 날? 이런 제기랄.』
진짜지 형의 여성 편력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샘은 콧방귀를 뀌고 다시금 스케치북을 던졌다.

『더블 데이트? 물론 그것이 진정한 남자의 로망이긴 하지. 하지만 난 한 번에 두 여자랑은 자지 않아. 오른쪽으로 쪽쪽, 왼쪽으로 쪽쪽... 나중엔 헷갈려서 못 해먹는다고.』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모르게 해서 식사를 대충 끝내고 모텔로 돌아오니 침대에서 일어난 딘이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것도 샘의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였다.
아침 댓바람부터 포르노를 보고 있다, 그랬다간 절교다, 라고 생각한 샘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먼저 봤던 그림 - 양편으로 여자를 나란히 끼고 - 의 인상이 제법 컸음이다. 그래서 버럭 고함부터 지르고 보았다.
『그딴 변명을 누가 믿어줄 거 같냐! 내 노트북 당장 내려놔, 이 호색한!』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힌 동생을 눈앞에 두고도 딘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아파서 그런지 조금은 흐리멍텅한 시선으로 키를 한 자나 크게 하고 있는 샘을 올려다 보았다.
어떻게 보자면 따로 할 말이 있는 것도 같다. 한 일자로 다물어진 입술이 그 증거다.
아니나 다를까, 딘은 짜증스럽다는 투로 손가락을 흔들며 동생을 혼내기 시작했다.
『샘, 이 멍청아. 내가 혼자선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이 형이 하는 말을 썩은 세숫대야의 구정물인양 무시할 거냐?! 내가 나가지 말라고 하면 나가지 마.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어? 아까 무어라 중얼거렸던 거... 샌드위치 사가지고 오라는 말 아니었어?』
『썅!!』

머쓱한 얼굴로 가게에서 사가지고 온 포장된 샌드위치를 들어보이는 동생을 보고 딘은 이리 가까이 오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척 하면 삼천리다. 샘은 몸을 뒤로 빼며「이리 오세요」라는 형의 요청을 거절했다.
『싫어. 가까이 가면 때릴 거잖아.』
『안 때려.』
『맹세할 수 있어?』
『때리진 않고「엎드려 뻗쳐」시킬 거야.』
『그게 그거잖아!』
『그럼 윗몸 일으키기를 백 번 할래?』
『내가 왜 그걸 해야 하는데.』
『알았어. 그럼 아무 것도 하지 마. 대신 저리로 가서 벽을 쳐다보며 딱 1시간동안만 서 있으렴.』
『제발... 딘!』
『그러니까 귓구멍 파고 잘 들으란 말이다! 혼자선 절대로, 절대로! 움직이지 마. 여의치 않아 혼자서 움직이게 됐을 적엔 최소한 총 정도는 가져가. 빈 몸으로 덜렁덜렁 다니지 말고! 밥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형의 말, 알아 들었어?』

이건 흡사 남자 친구를 처음 사귄 딸네미를 야단치는 엄마다.
히스테릭한 딘의 반응에 샘은 슬그머니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지금 그들 형제는 특별히 어떤「일」에 매달려 있지 않다. 예의 오쿠림바 사건의 뒷 마무리를 위해 여섯 손가락 소녀를 추적하는게 요즘 하는 일의 전부,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을만한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형제의 직업이 그렇고 그렇다보니 예기치 않은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농후했다. 아버지의 지인이라면서 연락을 해왔는데 알고 봤더니 그게 개인적인 복수를 꿈꾸던 뱀파이어더라 식의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때문에 평소에도 주변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보인다 싶으면 바짝 긴장하고 최악의 상태에 대비했다.

여기서 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이상한 것이 과연 있었나? 날씨는「초록」이다.
그런데 딘은 그걸「주홍」으로 보고 총도 안 갖고 혼자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간 부주의한 동생을 닦달하고 있다.

무릎을 낮추고 의자에 앉은 형과 가만히 눈을 맞췄다.
딘이 움찔해서 얼른 시선을 피했다.
이것 봐라, 샘은 한쪽 눈썹을 날카롭게 치켜올렸다.
『뭔가를... 숨기고 있군. 딘.』
그리곤 형의 무릎으로 올라가 있던 자신의 노트북을 강제로 빼앗았다.

Posted by 미야

2007/02/14 14:15 2007/02/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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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16 03:17 # M/D Reply Permalink

    끄아아악~!! 역시 형제의 툭닥대는 모습은... 酒에 지친 제 위를 따뜻하게 감싸.....(응.?) 여튼 좋다구요!!!! 흠흠. 제가 새벽에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잠을 좀 깊이 못자서 새벽에 깬답니다. 그때 잠시잠시 컴퓨터를 하는거지요~ 오늘도 소설 재밌게 읽고 갑니다.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과연 딘은 진실고백을 할것인가!!

  2. 마리 2009/05/07 21:34 # M/D Reply Permalink

    샘은 정말 눈치가 너무 빨라요~ 급급해하는 딘의 모습이 안쓰러울 정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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