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judgment 10

※ 으아아!! 어서 빨리 심즈 해야 하는데 아직 택배 포장도 못 뜯고 이게 뭐야~!!
건전을 지향하는 (농담인게지)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이런 지렁이 토악질하는 속도라면 20번대 진입은 숙명일 듯... 망했다.
귀찮기도 하거니와 제가 워낙에 컴맹이라 왼쪽 마우스 버튼 사용 금지 어쩌고 등등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아무나 다 가져가쇼~ 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


생긴 건 투실한 곰인 주제에 사고방식은 계집애 같은 자식.

코인 세탁장에서 막 건져올린 온 푸른색 셔츠에 팔을 꿰어 넣으면서 딘은 바가지로 욕을 퍼부어댔다. 그것은 용접기에서 발사되는 화염의 강도와 비슷했다. 최소한 불 뿜는 용의 콧김 정도는 되었다. 아무리 껍질이 두꺼운 타조알이라도 거기로 가까이 들이대기만 하면 5분 안에 완숙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거라 감히 자신한다.
『샘! 내 자동차 열쇠 돌려줘!』
『싫어.』
전설의 용사 지그프리드는 불사의 약을 온 몸에 발랐다고 한다. 그깟 화염이 다 뭐라냐. 공룡이 악을 쓰며 울부짖어도 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샘의 얼굴은 발그스름했다. 얼핏 보자면 인터넷으로 야한 그림을 들여다본 탓에 잔뜩 흥분한 것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무허가 의사로부터 지방제거 수술을 받은 여자 허벅다리에 반응하느라 그런 것은 아니었고, 실상은 스트레스를 너무 받은 나머지 열이 올라 그랬다. 바이러스나 세균 때문이 아닌, 순전히 긴장을 견디지 못한 신경줄이 무너진 탓이다.
새벽 무렵엔 37.1℃, 지금은 그보다 약간 더 올라 37.4℃다.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덕분에 모니터 속으로 떠오른「생략된 검색 결과를 포함하여...」라는 문장이 하얀 공백에 그려진 초현실적 그림으로 보였다. 그것이 글자라는 자각은 한참 후에야 머리를 노크했다. 이 말인 즉, 아침 나절에 삼킨 두 알의 아스피린은 결국 효과가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꼼짝 앉고 바닥에 엎드린 어항 속 금붕어가 된 듯한 느낌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무채색의 감옥에 갇혔다. 샘은 자신이 뿌리부터 망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퀴살이 죄다 빠진 채 덜컹거리며 낭떠러지를 향해 질주하는 마차가 따로 없다. 조만간 가루가 되어 박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염세주의자의 종말적 예감이라니. 과장되게 인상을 찡그리며 땀투성이의 손바닥을 바지춤에 문질러 닦았다.

당연히 딘은 그런 샘을 잡아먹으려 들었다.
『멍청한 자식! 네가 지금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여덟 살 어린애냐?!』
이럴 적에 어른들은 답답한 맘을 견디다 못해 천장을 응시하며 다음의 고전 문구를 암송한다.
노트 페르, 키 에트 오 시외... 옮겨 적자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리고 이게 뭐야! 지금 나더러 걸어서 점심을 사가지고 오라는 거냐?!』
『운동도 할 겸 좋잖아. 그래봤자 왕복 20분인데 뭐.』
『캭! 내 자동차 열쇠~!!』
『못 줘.』
그렇게 대꾸한 샘은 쉐비 임팔라의 키를 안전핀을 제거한 수류탄인양 주먹으로 꼭 쥐었다.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걸 빼앗기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내려다보니 주먹쥔 손의 관절마디가 새하얗다. 그걸 깨닫자 허탈한 웃음이 나오려 했다. 지금의 자신이 구제불능의 의처증에 걸린 못된 남편처럼 굴고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이건 완전히 젖먹이 자식놈을 무기삼아「네년이 바람이 나서 가출해봤자지」협박하는 꼬락서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남편은 = 샘은 버리고 갈 수 있어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은 = 임팔라는 버리고 떠날 수가 없다. 무기물에 불과한 차가운 강철 쇳덩어리보다 자신의 가치가 형편없음에 눈물이 쏙 나왔지만... 그것이 진실로 사실일 거라 믿은 샘은 죽자 살자 자동차 열쇠를 사수했다. 잠자리에 들 적에도 딘이 몰래 가져가지 못 하게끔 은밀한 곳에 잘 숨겨두었다. = 그가 누운 이불 아래였다. 화장실에 갈 적에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딘이 눈물로 애원하고 협박해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른다고 대꾸했다.

참다 참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형이 팔을 들어올리고 손찌검 직전까지 간 것만 세 번이다. 그래도 샘은 눈 딱 감고 때리라면 때리라는 식으로 손바닥으로 귀를 막은 채 상체를 둥글게 구부리곤 했다. 폭력 남편에게 골백번은 맞아봤다는 그 모습에 차마 딘은 주먹질까진 하지 못했다. 만약 동생이 이참에 맞장 떠보자며 덤벼들었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망설이지 않고 멋지게 밟아댔을 거다. 그치만 바들바들 떨면서「칼로 찔러도 좋아요. 맘대로 하세요. 하지만 이혼 서류에 도장은 못 찍어요」라고 하는데엔 천하의 딘이라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 화상아! 이 형은 그저 밥 사러 나가는 것뿐이다! 누가 도망이라도 간다냐!』
벗어놓은 샘의 바지를 거꾸로 뒤집어 털면서 딘은 다시금 악을 썼다.
그래봤자 떨어지는 건 가벼운 먼지와 모래 약간 뿐이다. 원하던 열쇠는 나오지 않았다. 답답해진 딘은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동생이 벗어놓은 겉옷을 난폭하게 뒤지기 시작했다.

주머니란 주머니는 죄다 뒤져보라지. 그걸 고스란히 지켜보며 샘은 강경한 투로 도리질했다.
『그러지 말고 전화로 주문해.』
『피자는 물렸어.』
『중국 음식도 있잖아. 그냥 전화로 주문해. 나가지 마.』
『이놈! 지금 나에게 명령하는 거야?!』
『알았어. 그럼 다시 말할게. 부탁합니다, 딘 윈체스터씨. 방에서 나가지 말아주세요.』
샘은 들은 척도 않고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단순 공식에 의거, 이마에 총상 두 발을 입고 사망한 90대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봐야 이렇다 할 꺼리를 아직 찾지 못했다. 샘은 엄지 손톱을 가만히 입에 물었다가 몇 개의 단어를 추가로 검색창에 입력했다. 강도에 당하고, 암에 걸리고,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보험 사기를 당하고... 틀렸다. 모세가 예언했던 그대로 이집트로 재앙의 검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그 많은 사건과 사고 중에서 처형식으로 죽어 장례식장으로 옮겨진 노인의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
여기서 유추해낼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최근에 이와 같은 사건이 아예 없었거나, 아님 보도 제한에 걸렸거나.
어느쪽이든 샘에겐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다.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손가락을 움직여 자판을 눌렀다.
「미하일 요하넨버그」
헤더가 마이클 프레데닉에게 물어봤다던 이름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짓이다. 달랑 이름 하나를 갖고 뭘 찾겠다는 거냐. 이건 미국 전역에서 얼굴도 모르는 마리아, 내지는 안젤라라는 이름의 처녀를 찾는 식이다. 막막하다 못해 절망적이었다.

열이 나서 그런가, 불쾌한 욱씬거림이 양 어깨를 감싸쥐었다. 이런 걸 두고 혹자는 귀신이 어깨 위로 올라탔다고 한다. 틀린 표현은 아닌 듯하다. 식은땀으로 젖은 겨드랑이가 기분 나쁘다. 샘은 한층 더 초조해져 입술을 깨물어댔다.
이거고 저거고 도무지 감정 수습이 되지 않고 있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터질 것만 같은 예감에 입안이 바짝 말랐다. 불가항력적이고도, 운명적인 어떠한 일이... 몸부림쳐도 피할 수 없다. 흐르는 강줄기를 일직선으로 곧게 펼 수 없는 것처럼 아무도 그걸 막을 수 없으며, 순서를 밟아 온전히 진행되어질 것이다. 기껏해야 샘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 외엔 없다. 무기력감이 뼈를 흔들어댄 탓에 노트북을 만지는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열이 올라 몽롱해진 시야로 짜부라진 글자들이 춤을 췄다.

안 된다. 기억을, 그 모양을 떠올리지 마라.
샘은 까끌해진 눈을 질끈 감았다.

높다란 나뭇가지 위로.
딘이 올라가서.
산산조각난 몸뚱이로 새카만 까마귀가 앉아.
팔은 저리로. 뜯겨진 다리는 아래로.
주렁주렁 매달린 내장을 짐승들이 쩍쩍거리고 뜯어먹고.
그 흉측한 광경이 현실이 되는 날엔.
어쩌지, 어쩌지, 나는 어쩌면 좋지.

『네, 여보세요.』
진동모드로 돌려놓은 핸드폰이 윙윙 거리는 걸 깨닫고 딘이 바지춤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화들짝 놀란 샘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 욕실 입구부터 가로막고 섰다.
버릇처럼 화장실로 들어가 은밀하게 전화를 받으려던 딘은 당연히 놀란 표정이었다.
『아, 잠시만요. 아직 말하지 마세요... 샘? 지금 뭐 하자는 거냐.』
그리고 점잖치 않은 행동을 보이고 있는 동생을 꾸짖었다.
『비켜.』
『싫어. 내가 있는 곳에서 통화해.』
『샘!』
『내가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전화해.』
『나는 비키라고 말 했다.』
『못 비켜.』
이번에도 샘은「때리려면 때려」라는 의사를 분명히 하며 귀를 손바닥으로 막은 채 등을 구부렸다.

미칠 노릇이다. 이걸 어쩌면 좋사옵니까.
금방에라도 끊어질 것 같은 전화통과 몸을 웅크린 동생을 번갈아 쳐다보던 딘은 악 소리를 내고 제자리에서 펄펄 뛰었다. 그래봤자 곰을 닮은 몸뚱이가 옆으로 움직일 것 같진 않았다.
『야! 도대체 오늘따라 왜 이러니!』
『누구 전화야?』
『네가 알 바 아니야, 새미. 그것보다 내 질문에 아직 대답 안 했어, 너.』
『무슨 전화인데 왜 매번 숨어서 받아?』
『Shit! 제발 적당히 하자!』
『앨런 아줌마는 아니잖아. 바비 아저씨도 아니고. 이미 확인해봤어. 물어봤더니 두분 다 최근에 형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다고 하더라. 도대체 누구야? 왜 나에게 숨겨?』
『샘! 진짜 이걸...!!』
『때리려면 때려. 그치만 난 계속 물어볼 거야. 누가 그렇게 전화를 걸어대는 거야?』
이번에도 딘은 손만 올렸을 뿐이다.
고집불통에다 막무가내인 동생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충격에 대비하며 이를 꽉 다물었다.

그런 샘을 향해 대놓고 주먹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
남들보다 키도 커서 거인 같은 녀석이「매맞는 아내」흉내를 내는 건 진짜지 꼴불견이었다.
그것도「지금 불륜 상대와 전화하는 거죠, 그렇죠!」라고 닦달까지 해가면서... 살려달라.
『아이고, 내가 졌다, 졌어!』
울화통이 터져 울음소리를 낸 건 오히려 딘쪽이었다.
『누가 전화했느냐니까, 딘.』
『꽤액!』
『형, 나 말이지... 형... 형! 그러지 말고, 그러지 말고...!!』
어쩐지 정신이 불안해 보이는 동생의 상태가 염려가 전혀 안 된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성인이었고, 딘이 당장 걱정해야 할 것들은 과부하가 걸릴 만큼 산더미였다. 대놓고 말해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고래에게 집어삼키워진 요나에 대해서까지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외워야 할 수학 공식이 너무나 많은데 중국집 전화번호까지 외우라는 거냐.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샘이 그걸 보고 무의식중에 형을 따라했다.
동생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지켜보던 딘의 눈초리가 바늘처럼 가늘어졌다. 약간은 복잡하고, 약간은 미묘한 기분이었다.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동생의 귓볼을 만지려 했다. 느리게 뛰던 심장이 살짝 빨라지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받아들이기 싫고, 동시에 인정하기 어렵고, 위화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경고했다. 딘은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재빨리 질타하며 회색의 블라인드 창을 내렸다.

『가까운 곳에 가서 먹을 걸 사가지고 올 테니 넌 그동안 여기서 머리를 식혀.』
내쳐졌다고 생각한 걸까. 이가 시리다는 투로 샘이 어깨를 움추렸다.
그게 또 엄청 보기가 싫었던지라 딘은 서둘러 나갈 준비를 끝마쳤다.
『집 잘 보고 있어. 돌아올 적에 이 아빠가 인형 사가지고 올게. 오케이?』
일부러 장난처럼 말하며 끈끈이처럼 따라붙는 샘의 시선을 피해 등을 돌렸다.

Posted by 미야

2007/02/28 22:31 2007/02/2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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