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내 룸메이트는 머리 좋고, 예의바르고, 잘 생겼고, 참을성 많고... 하늘에서 뚝 떨어졌구나 싶을 정도로 좋은 녀석이었다. 말수가 극단적으로 작다는 걸 빼면 흉을 볼 꺼리가 없어 우리는 늘 곤란함을 겪었다.
『흉을 볼게 없긴 뭐가 없냐. 그 수도승 녀석, 좀처럼 어울려주질 않는다고~!! 모처럼 같이 놀자고 권했더니 한심해 죽는다는 식으로 노려바써. 씨잉... 시험 끝내자마자 아르바이트부터 챙기는 놈이 세상 천지에 어디에 있냐! 세상에, 일하러 갔어, 일하러! 그 곰탕색히!』
미안. 비행기가 추락해 가까운 친척이 몰살당했다는 식으로 목놓아 울부짓고 있는 친구는 살짝 무시해주길 바라. 맥주도 너무 마시면 취한다는게 이래서 확인된다니까. 『칼리. 벌써부터 주정이냐. 계속 그러면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버린다.』 『어라. 어디서 강아지가 왈왈거리는데 왜 내 눈엔 안 보이지. 그거 희안허다.』 『환청까지 들리십니까. 자~알 하십니다. 여기요! 얘한테 찬물 좀 줘요!』 손가락을 튕겨 신호하는 것과 동시에 테이블 아래에선 칼리의 종아리를 재주껏 걷어찼다. 『꺄울!』 여자를 발로 차다니, 이 무식한 놈 어쩌고 푸념이 쏟아졌지만 어쨌든 교통정리는 필요하다.
다시 원 위치로 돌아가서. 『하늘에서 떨어진게 맞다니까.』 그렇다. 지금 우리들이 언급하고 있는 사람은 샘 윈체스터다.
『난 잘 모르겠어. 그냥... 평범하지 않아?』 알콜에 약한 마이클은 신중하게 손아귀에 쥔 유리잔을 빙글 돌렸다. 물빠진 청바지를 하느님처럼 신봉하는 이놈은 이번에 샘과 같이 일반교양 수업을 두 개나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강의실 뒤편에 앉아 수업에 집중하는 꺽다리에겐 별 감흥을 얻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음, 수업엔 빠지는 일 없고, 그렇다고 손을 들어 교수에게 질문도 하지 않고, 여자애들과 데이트하는 일도 없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그렇게 말했다. 『커다란 덩치가 아니었음 난 그 녀석이 같은 강의실에 앉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을 걸.』 『현대 미국 문화사 개론이었지?』 『아니. 문학 총개론이었어.』 『그거나 이거나.』 『그래. 네놈의 골빈 머리가 뭘 알겠냐. 아파치 헬기나 아파치 인디언이나 똑같은 종자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마이클이 눈을 부릅떴다. 두꺼운 근시용 안경 너머에서 푸른 눈동자가 번개를 쏘았다. 피뢰침도 없는 나는 알아서 엎드릴 수밖에.
싸움이 벌어질 거라고 착각한(?) 미아가 워워 소리를 내며 끼어들었다. 『그치만 샘이 평범하다는 마이클의 주장엔 나도 동의해.』 그리고 진정한 여자는 프라다만 입는다는 식의 추가 발언을 하여 칼리를 경악시켰다. 『사실은 평범 그 이하지. 윈체스터는 늘 싸구려 마트 옷만 입거든.』 『미아!』 『왜 그래, 칼리?』 『그건 실례야!』 『어... 그래?』 미아는 부잣집 졸부 외동딸이라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 칼리와 마이클은 짐짓 시선을 주고받으며 한숨을 삼켰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저런 인격 모욕적 발언을 아무렇게나 해대는 미아의 성격은 물렁뼈라는 거다. 한 없이 착해빠진 녀석이「모르고서」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아무렇게나 주워뱉는 건 정말 끔찍스럽다. 그녀는 아프리카 빈민국에 가서 옥수수가 없음 케이크를 먹으렴 떠들고도 남을 위인이다. 사촌 동생이 아니었다면 시험 끝났다, 맘 놓고 죽어보자 모임에 같이 껴주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하랴. 나는 핏줄이니까 약간만 분노했다.
『어떻게 너는 셔츠의 색과 모양으로 사람을 판단하냐!』 『어머! 그러는 리처드도 윈체스터가 입은 분홍 셔츠에 대해 욕을 했었잖아!』 『물론 욕을 했어, 미아. 그치만 그건 샘의 센스 자체를 두고 욕한게 아니야! 20% 세일품 중에서 팔 기장이 맞는 옷이 그것밖에 없었다며 만사 포기하고 그걸 입어야만 했던 녀석의 궁진한 생활 형편이라는 걸 욕했던 거야!』
샘은 가난하다. (추정) 양친은 일찍 돌아가시고, (추정) 의지할 가족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추정) 머리가 좋아 장학금을 타냈지만 (확실) 대학에선 생활비까지 책임져주진 않는다. (확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많이 어렵나봐.』 돈이 어디서 저절로 생기는게 아니니 몸이 바스러져라 일해 식비와 용돈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걸면 성적이 떨어진다. 성적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대학에서 약속한 장학금이 취소된다. 그래서 샘은 식비를 줄이고, 단벌 옷을 고집하는 걸로 현실과 타협했다. 덕분에 푹 꺼진 눈자위는 옆에서 보면 무서울 정도다. 『최근엔 시험 준비로 바빠서 가계부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친 모양이야. 요즘엔 밥을 전혀 안 먹더라고.』 나의 이 말에 세 명의 친구들은 경악에 가득차 입을 꾹 다물었다.
21세기 미국에서 돈이 없어 아사하는 대학생이라. 마이클은 질려서 말도 안 나온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도 그럴것이 마이클이 몸을 담고 있는 기숙사엔 굶어 죽은 유학생 괴담이라는게 있다. 스탠포드에선 제법 유명한 이야기다. 방글라데시 출신이었다고 했던가, 수학 전공이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수업에 나타나질 않아... 마이클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필리핀.』 미안하다. 필리핀 출신이었댄다. 아무튼 수업에 나타나질 않아... 『기다려. 갑자기 헷갈리네. 말레이시아일지도 모르겠어.』 젠장! 어쨌거나 수업에 나타나질 않아...
『진짜야? 굶어서 죽었다고? 정말?』 사람이 모처럼 분위기를 타고 있는데 말이지. 이야기를 싹뚝 자르지 말아, 미아. 『그렇게 질겁할 것 없어, 미아. 근거 없는 괴담이야, 괴담. 어쩌면 학생 비자가 잘못되어 추방당한 걸지도 몰라.』 『아냐. 스터디 모임에서 제시카가 그랬는데 그 학생은 1980년대 필리핀 쿠데타에 휩쓸린 거라고 해. 왜 있잖냐, 구두 많은 이멜다, 마르코스... 굶어 죽었다는 쪽보다는 이쪽이 더 현실감 있지. 그치만 학업을 중단한 채 고국으로 돌아가 민주화 시위 도중에 총 맞아 죽었다는 결론은 좀 불쌍해.』 나를 바보 만들기로 작정이라도 했는지 아예 마이클과 칼리까지 번갈아 끼어들었다. 좋다 이거야. 21세기에 괴담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 아무튼 학생은 허공으로 감쪽같이 증발했고, 그때부터 밤이면 밤마다 기숙사 냉장고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혔다...
생각났다며 마이클이 갑자기 표정을 달리했다. 『그러고보니 샘이 그 괴담에 유독 관심이 많았어.』 『그래?』 『난 봤다. 도서관에 가서 캠퍼스 괴담 자료도 찾고 옛날 학부 기록까지 뒤져보더라고.』 『호오?』 『걔 은근히 그런 거 밝히는 것 같지 않니? 유령이나 귀신, 좀비나 뱀파이어 같은 거.』 『글쎄다. 할로윈 파티는 질색이라고 분명 자기 입으로 그랬는데...』 모르겠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샘이 좀비를... 많이 좋아했던가?
마이클은 쓰게 웃으며 의자 등받이로 몸을 기댔다. 『왜? 샘이 좀비를 좋아한다고 하면 좀비 영화 DVD라도 선물하려고?』 그러면서 대놓고 내 흉을 봤다. 『그거 아냐? 칼리. 저 짐승은 알리슨과 데이트를 하면서 샘 이야길 스물 일곱 번이나 했댄다.』 『에엑? 진짜?!』 『있잖아, 샘은 말이지... 있잖아, 샘은 말이지.... 가엾은 알리슨. 얼마나 화가 났음 나에게 살짝 귀띰하길 아무래도 리처드를 죽여버려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지. 망설이지 말고 총으로 쏴버려. 여자를 배려하지 않는 남자는 죽어도 싸.』
나는 강하게 반박했다. 『과장이야! 너희들은 데이트 할 적에 친구 이야긴 하나도 안 하냐?!』 『물~론 하지. 그치만 넌 정도가 지나쳐, 리처드. 알리슨 앞에서 일곱 번 정도만 말했어도 괜찮았을 거다. 하지만 넌 거기다 더하기 스무 번이라고. 샘 윈체스터는 말이지, 샘 윈체스터는 말이지... 첫사랑에 빠진 소녀도 아니고, 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니야!』 『강한 부정은 긍정~♬』 『아니라니까!』 『리처드는 변태~♪』 『그런게 아니라니까!』 낯간지러운 애정 따위가 아니다. 정직하게 말해 자꾸만 신경이 가는 것뿐이다.
『그냥... 갑자기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샘을 보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사람처럼 보여 불안해. 곁에 있어도 있는 것 같지가 않아.』 풀 죽은 목소리를 하고 알콜을 마셨다. 『단지 그뿐이야.』
우리 엄마가 그랬다. 어느날 갑자기 웃으면서 바이바이. 나는 그녀가 떠나간 날의 아침을 여전히 기억한다. 텅 빈 눈동자를 하고 내 머리에 키스하던 엄마를 기억한다. 아주 가끔씩, 샘은 엄마처럼 텅 빈 눈동자를 하고 거울을 본다. 나는 그게 무섭다. 그때의 샘은 자기 모습을 보고 있는게 아니다. 거울 저편에 있는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다. 가족... 아니면 소중한 애인...? 알게 뭐람. 샘은 자신에 대한 이야긴 일절 하지 않는다. 오지랖 넓게 캐물으려 하면 실실 웃으며 회피한다. 괘씸하다. 나는 내 여동생 신체 사이즈까지 시시콜콜 다 불어 바쳤는데. 처음으로 좋아한 여자애와 키스한 이야기까지 죄다 말해줬는데.
『마시자~!!』 사념에 쩔어 한숨을 푹푹 쉬는 나를 향해 칼리가 술병을 흔들어 보였다. 『리처드를 위하여~!!』 『곰탕색히 샘 윈체스터를 위하여~!』 『그린피스 만세!』 『TI(국제투명성기구) 만세!』 『생물종 다양성 보호의 날 만세~!』 대학생은 쓸데없는 이유로 술에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나는 그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미야
2008/06/08 21:36
2008/06/0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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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체스터 형제는 다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가며 길을 걸었다. 다만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여름의 불꽃놀이를 따라 내키는대로 돌아다니는 걸 관뒀다. 대신 헤어 스프레이나 치약 같은 용품을 사러 슈퍼마켓에 들리거나, 펩토비스몰을 얻으러 약국을 찾는 사람들처럼 전진했다. 그깟 소화제 한 알을 사려고 1.5km의 거리를 빙 돌아서 갈 까닭이 없었다. 그래서 형제는 강도가 나올 것처럼 생긴 어두컴컴한 공터를 과감히 가로질렀다. 딘은 그저 모텔로 돌아가고 싶었다. 밤새 싸구려 B급 영화를 틀어주는 텔레비전과 스프링이 망가진 소파가 있는 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으면 했다. 어느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 이게 가장 중요했다 - 골치 아픈 현실을 잊은 채 에디 머피 주연의「너티 프로세서」영화를 보며 딸린 식구가 없는 홀애비처럼 낄낄 웃길 원했다.
파란 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주머니에서 구겨진 영수증을 꺼내 하수도 구멍으로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씹던 껌을 버리는 요령으로 던진 영수증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고뇌와 번민이라는 것도 쓰레기처럼 쉽게 버려질 수 있다면 오죽 좋으랴만... 관두자. 그런게 가능하다면 머리를 삭발하고 수도원으로 잠적하는 사람들이 나올 리 없다.
『딘.』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던 샘이 한참만에 입을 떼자 딘은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그는 지금 빈틈 투성이의 널빤지 위에 서있다. 벌레가 씹어댄 나무는 튼튼하지 않다. 곧 무너질 것처럼 삐걱 소리를 내고 있다. 주의하지 않으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선반에서 건조식품 상자를 들어 제조년월일을 확인하는 60대 여자처럼 콧잔등에 잔주름을 만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샘이 중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만 했다.
『그 이야기 아니? 새미.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집주인이 밖으로 나가 문을 열어보니 달팽이 한 마리가 계단 위에 웅크리고 있었대. 집주인은 달팽이를 집어 멀리 던져버렸어.』 먼지 섞인 바람에 길다란 나무 그림자들이 출렁거렸다.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알콜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몸뚱이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덕분에 목소리가 호들갑스러웠다. 『3년 후에 다시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또 들렸어. 집주인이 나가 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같은 달팽이가 자기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앉아 있는 거야. 영문을 몰라 머뭇거리고 있자니 달팽이가 화가 잔뜩 나선 소리를 질러댔어. 그때 왜 저를 집어던졌죠?』
노르망디 상륙작전 시절에나 유행하던 농담이다. 그것도 틀니 착용이 의무화된 영감님들의 골동품 죠크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피에로 분장을 하고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쳤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타이밍을 모르겠어. 언제 웃어야 해?』 『저~어런. 새미.』 손을 위로 올려 목에 걸고 있는 애뮬렛을 더듬거렸다. 시선은 계속해서 정면을 향한 채였다. 땀이 났다. 덥다. 갈증을 느끼고 침을 삼켜봤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축축해지는 건 엉뚱한 쪽이다.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몰고 시골길을 가다 낚시를 즐기고 있는 목사를 만났어. 그런데 목사 옆에「끝이 다가왔습니다. 돌아가세요」라는 하얀 푯말이 서있는 거야.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퍼부었어. 얼어죽을 종말론자야, 여기까지 와서 내가 설교를 들어야겠냐. 너나 행동거지를 잘 해라. 그리고는 속도를 올려 낚시 중인 목사를 지나쳤지.』 『딘.』 『몇 초 후에 끼익 하고 타이어가 미끌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차가 강물에 풍덩 빠지더래. 목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혼잣말했어. 다리를 짓다 말았다는 안내를 왜 다들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하, 하, 하!』 『제발. 하나도 안 웃겨.』 『이거 왜 이래. 재밌잖아. 안 재밌어? 그럼 이건 어떠냐. 여객선이 마침 작은 섬을 지나치는데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소리를 질러대며 미친 듯이 손짓을 하고 있더래. 궁금해진 승객이 저게 누구냐고 선장에게 물었더니 선장은 어깨를 으쓱이며 이렇게 대답했어. 잘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우리가 이곳을 지나갈 때면 저 난리를 피워요.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
샘은 이제 지독한 편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보였다. 『너무 재밌어 돌겠다...』 『젠장. 그려, 내 이야긴 좇나게 후지다.』 똥 같은 수작임을 인정하며 쓰게 웃었다. 순간 희망이라는 것과는 정 반대인 감정이 지구 둘레를 도는 우주 쓰레기처럼 주변을 둥둥 떠다녔다. 수명을 마친 인공위성, ㄱ자로 부러진 안테나, 우주인들이 먹다 버린 햄버거 포장지, 나사에서 5개 국어로 발행한 작동 기능 설명서... 종류도 다양하고 모양 역시 천차만별이다. 개발 이전의 원래 모습대로 깨끗하게 치우려면 1억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딘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인류가 저지른 만행에 치를 떨었다.
『제발... 새미! 그냥 모르는 척하면 안돼?』 머리 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지 막막했다. 그것은 하늘이 파란 것만큼이나 단순하면서도 동시에 일곱 빛깔의 무지개처럼 복잡했다. 앓느니 죽는다. 안에서 썩어나가든, 곪아터지든, 그냥 뚜껑을 덮어두는 것만이 상책이다. 그런다고 더 나빠질 것도 아니지 않은가. 환부의 냄새를 맡고, 진물이 흐르는 살갗을 꾹꾹 눌러봤자 금방 새 살이 돋진 않는다. 그걸 왜 샘은 몰라주는 걸까. 야속하다. 『꼭 이래야 해?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 아니잖아!』
고개를 슬쩍 내린 샘이 두 눈만 시퍼렇게 치켜떴다. 도마뱀을 닮은 서늘한 무엇인가가 발 위를 기어 발목까지 올라왔다. 전문가의 육감이 그 목소리에 깃든「위험」을 감지했다. 위가 꿈틀거리는 걸 느끼고 딘은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걸 보며 입술을 비틀며 동생은 웃었다. 상냥한, 포근한, 매력적인, 기타등등의 좋은 뉘앙스의 단어와는 거리가 먼 미소였다. 마치 스위치가 비정상적으로 내려간 것처럼 - 딘은 바짝 긴장했다. 지금의 저 표정을 짓고 있는 샘을 언젠가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미치광이 엘리콧 박사의 유령에 당해 맛이 완전히 갔었을 때... 그때 동생은 딘의 뱃가죽 한 가운데로 암염탄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항상 그런 식이지. 형은.』 딘의 양팔을 붙잡은 샘의 손가락은 투명하리만치 창백했다. 『형의 그런 태도는 이젠 진절머리가 나.』 빠르게 생각했다. 엘리콧 박사의 유해는 불태웠던게 아니었나. 지금 샘의 머리를 조작하고 있는 건 뭐지. 머리카락이 쭈삣 곤두섰다. 이걸로는 죽지 않아, 딘. 하지만 죽고 싶어질 정도로 아플 거야. 숏건을 쥐고 샘은 장담했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가죽에 구멍만 안 뚫렸을 뿐이지 딘은 짐승처럼 헐떡이며 폐쇄된 정신병동 바닥을 기었다. 몸이 아팠고, 육체적 고통과는 별개로 죽고 싶어졌다. 아플 거라는 말과, 죽고 싶어질 거라는 말은 그래서 둘 다 맞았다.
돌연 궁금해졌다. 장전된 산탄총이 있었음 이번에도 샘은 방아쇠를 당겼을까? 모르겠다.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격류로 변한 강물이 사방을 할퀴며 흘러갔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목이 졸릴 거라 판단한 딘은 서둘러 몸을 빼고자 했다. 그러나 동생의 팔 힘은 어디까지나 장난이 아니라서 거리를 벌린다는 애초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샘의 얼굴은 코앞으로 진을 치고 있었고, 뜨거운 콧김이 고스란히 딘의 콧잔등 위로 떨어졌다. 차분하지 못한 마음으로 왼쪽 손목을 홱 쳐들어 동생의 가슴을 밀쳤다. 그래봤자 바윗덩이를 계란으로 치는 느낌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샘은 거의 속삭이듯 음성을 낮춰 말했다. 『나를 좋아하지?』 깜짝 놀라 황급히 눈길을 피하는 딘을 향해 샘은 한층 더 으르렁댔다. 『나를 좋아하잖아.』 『그야... 우, 우린 형제이고...』 감히 얼굴을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계, 계속 같이 있어왔으니까...』 혀가 꼬였다. 『서로를 좋아하는 건 다, 당연한 거 아니야?』
어둠 속에서 샘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구나. 당연한 거구나.』 그와 동시에 위력적인 기세로 바위가 굴러떨어졌다. 아니, 바위를 닮은 샘 윈체스터가 머리부터 들이밀고 보았다. 법정 제한속도를 깡그리 무시한 채 똑바로 돌진해 들어오는 입술은 말 그대로 흉기나 다름 없었다. 쇳덩이는 딘의 아랫입술을 찍고 파란색 불꽃을 튕겨냈다. 『윽.』 달콤하다, 부드럽다 어쩌고의 키스에 대한 표현은 모두 거짓부렁이었다. 새벽 4시 15분에 끔찍한 숙취로 눈을 떴을 때처럼 끙끙 앓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흡사 세게 던진 야구공에 얻어맞은 감각이다. 쓰라리고 얼럴했다.
밀고 들어오는 혀를 거부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런 형의 태도를 샘은 납득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뒷통수를 잡고 머리를 강제로 돌려놓으려 하는 걸 봐선 말이다. 딘은 발끈하여 소리를 질러댔다. 『아팟! 음료수 뚜껑 돌리듯 하지 마! 뼈 부러졋!』 『왜 이래! 입술 내놔! 날 좋아하잖아. 좋아한다며!』 통증에 울부짖는 그를 향해 다시금 거친 호흡이 더듬더듬 내려왔다. 배려라고는 요만큼도 없고, 한심할 정도로 엉성한 입맞춤이다. 이리저리 도망치는 딘을 추적하며 누르고, 찍고, 다시 눌러댔다. 그리고 어떻게든 혀를 넣겠다며 꽉 다물린 딘의 이 틈새를 계속해서 두드렸다. 끔찍. 방패처럼 세운 앞니에서 탕탕 소리가 울렸다.
짜증을 느낀 딘은 체중을 실어 샘을 뒤로 확 떠밀었다. 『샘! 그만해!』 『너야말로 그만해!』 붕 소리와 함께 주먹이 날아들었다. 어랍쇼. 이게 날 쳤어. 아픔보다는 네 살 연하의 남동생에게 손찌검을 당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반격해야 하나? 아님 피해야 하나? 샘은 두 눈을 치켜뜬 채 작정하고 두 방의 펀치를 더 날렸다. 오른손 한 방, 왼손 한 방, 그건 흡사 관제탑의 안내에 따라 활주로로 내려서는 비행기 같았다. 시퍼런 섬광이 번쩍였다. 딘은 턱 아랫부위로 심각한 통증을 느꼈고, 명치가 쪼그라드는 감각에 무릎을 굽혔다. 그걸 보면서도 샘은 덤벼들려는 태도를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극단적인 분노에 사로잡힌 나머지 어깨를 덜덜 떨면서 곰처럼 커다란 앞발을 - 아니, 오른팔을 높게 들었다.
이번에야말로 목뼈가 부러지겠구나 예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샘은 계속해서 주먹을 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딘은 멈칫멈칫 한쪽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샘...?』 『날 좋아한다고... 했으면서.』 풀 죽은 아이의 목소리를 낸 샘은 올렸던 팔을 힘 없이 떨어뜨렸다.
Posted by 미야
2008/06/0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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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아, 새미. 피가 좀 나지만 아프진 않아. 네가 걱정할만한 문제는 아무 것도 없어. 저울 한쪽에 진실을 매달고, 다른 한쪽으로 거짓을 매달면 양측의 지나친 무게의 차이로 계량하는 접시가 밖으로 튕겨나갈 것이다. 딘 윈체스터는 숙련된 거짓말쟁이였다.
샘은 한동안 레드 제플린이 음악의 아버지인줄만 알았다. 이상한 표정을 한 여교사가「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니? 음악의 아버지는 제플린이 아니라 바흐란다」라며 이를 바로잡아 주었을 적에 소년은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가 형의 뒷통수를 향해 킥을 날렸다. 아니, 아니. 그런 걸 떠나서... 보호자는 어디 있느냐 질문하던 가게 종업원에게「우리 엄마는 잠시 화장실에 가셨는데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던 딘이다. 아빠는 뭐 하는 사람이냐 물으면 싱긋 웃으며「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이어트 운동용품을 팔아요」라고 말했다. 머뭇거리며 시선을 아래로 떨구던 누구와는 달리 얼굴색 하나 안 변했다.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 그것은 딘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 무슨 문제 없습니까? - 없습니다.
거짓말 탐지기는 무용지물이다. 기계에 전원을 넣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래프는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좁은 방구석에서 용의자를 취조하는 형사들은 그런가 보다 납득한다. 문제는 없단다. 단조로운 삐삐 소리를 내는 거짓말 탐지기는 그런 딘의 주장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는 신이 나서「거봐요, 내가 뭐라고 그랬수. 문제 없다고 그랬잖소」큰소리 뻥뻥 친다.
속으로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주제에. 어금니를 꽈득 깨물었다. 샘은 그 위선의 가면을 철저하게 깨부수고 싶었다.
『오, 바로 그거야, 새미. 오, 새미... 이제 갈 것 같아. 가버려.』 열에 들뜬 딘의 혼잣말을 정확히 흉내내자 유리컵에 지나치게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처럼 쩍 하고 표면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딘의 얼굴이 파랗게 변하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빙산에서 최초의 덩어리가 굉음을 내며 떨어져 나갔다. 졸지에 서식처를 잃은 펭귄의 처지가 가엾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온난화가 진행 중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샘은 어깨를 으쓱였다. 지구 차원의 재난 앞에선 일개 인간은 바람에 날리는 지푸라기와도 같다. 미안하다, 펭귄.
『너, 너, 너...!!』 『설마 형이 마음에 두고 있는 은밀한 상대가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는 아닐테고.』 『그만해...』 『아님 폰타나에서 외계인과 만난 적이 있다는 가수 새미 헤이거*? 야구선수 새미 소사*?』 『샘!』 『그렇게 버럭 소리 지르지 않아도 다 들려.』 빙산은 계속 무너져야 한다. 덕분에 남극 물개가 전멸한다고 해도 상관 없다. 영국 땅덩어리 크기의 얼음이 모두 녹아 플로리다 해안이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들 그게 어떻다는 건가. 『정말로 새미 소사라면 앞으로 형은 야구는 다 봤어.』 얼굴의 각도는 그대로 한 채 눈동자만 위로 올렸다. 그렇다고 해도 운동복을 들어올려 벨트에 찬 권총집을 보여주고 천천히 옷을 내린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흉기는 없을지언정 충분히 위협적이다. 『평생 야구 중계따윈 못 볼줄 알아.』
협박 아닌 협박에 딘은 입을 벌렸다. 그럼 맨날 축구만 보라고? 『축구도 안돼.』 『그럼 농구...』 『농구도 안돼.』 『아예 TV 자체를 보지 말라고 하지 그러냐.』 『나만 봐.』 『뭐?』 『나만 보라고.』
숨을 훅 들어마신 딘은 버릇처럼 오른발 위로 왼발을 포갰다. 네 살 연하의 아기 형제가 겁 대가리를 상실한 채 하늘 같은 형님에게「명령」을 했다는 건 둘째다. 배꼽 밑으로 얼음이 파고들었다. 장이 꾸룩거리고 뒤틀렸다. 이 지랄맞은 상황에서 과연 나는 반응을 어떻게 해야 하나?
① 지상 최대의 농담을 들었다며 깔깔 웃는다. ② 그냥 무시하고 내일의 날씨 이야기로 바로 건너뛴다. ③ 야구도, 축구도, 농구도 포기하고 왜 너만 봐야 하느냐며 정색하고 따지듯 덤벼든다.
『딘.』 『기다려, 아직 생각 중이야.』 답변을 독촉하는 동생을 향해 도끼눈을 하지 않으려 애썼으나 그 노력은 곧 수포로 돌아갔다. 뺨이 일그러졌다. 5초간 생각했다. 어느 쪽도 현명한 선택은 아닌 듯하다. 다시 3초간 생각했다. 시야가 핑핑 돌면서 과전압이 흐른 머리로 수상하기 짝이 없는 회색의 연기가 솟구쳤다. 끝장나게 싫은 느낌... 새카만 어둠을 헤치며 건전지가 닳은 손전등 하나만 믿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는 것보다 곱절로 나쁘다. 아차 하는 사이에 발을 헛딛고 그냥 굴러 떨어진다. 생각 같아선 아무에게나 손을 흔들며「도움이 필요해요!」애원하고 싶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샘은 새침한 미스 아메리카처럼 한쪽 손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보랴. 그건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즉시 이빨로 사람 목덜미를 물어뜯을 준비를 마친 도베르만의 자세였다. 딘이 외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피바람 나는 사건은 벌어질 것이다. 그러니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절벽을 기어내려와야 했다. 망할, 뒈져죽을, 우라질... 욕이란 욕은 죄다 주워삼키며 딘은 깊게 심호흡했다.
『딘. 그래서?』 『바비 아저씨가 전화하셨다.』 『...』 샘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엄청난 부피의 빙산이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마당에 갑자기 바비 아저씨가 튀어나오면 나더러 어쩌라고? 절묘한 선택임은 분명하다. 이미 그들 윈체스터 형제에겐 한 가족이나 다름 없는 바비다. 이야기가 곁길로 새는게 싫다고「당신 현관에 누가 구토했어요」따위로 반응할 수는 없다. 그가 윈체스터가 사람들에게 보인 헌신을 생각한다면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고양이보다 더 교활한 우리 형. 속으로 혀를 찼다. 『언제?』 테이블을 세차게 걷어찰 수는 없는 노릇이라 대신 소금통을 끌어당겨 손에 쥐었다. 『무슨 일로?』 샘의 손아귀에서 흰색 소금통이 미친 듯이 회전했다.
누가 먼저 눈을 깜빡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평소의 얼굴로 돌아온 딘은 동생이 걸어오는 눈싸움엔 아랑곳 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에게 혹시 마이클 메리먼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느냐 물으시더라고.』 『그게 누구인데?』 『너도 기억에 없지? 나도 마찬가지야.』 『아버지 일기장에서 그런 이름을 본 적은 없는데.』 『그렇지? 그런데 짐 신부님 이름을 대면서「난 수상한 사람이 아니오」라고 했다는 거야.』 『음... 그거야말로 수상하군.』
헌터들은 끼리끼리만 모이는 습성이 있다. 쉽게 말해 폐쇄적이다. 그리고 그 교우 관계는 대단히 좁아 흰색의 울타리 안으로 생소한 검정색 양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존의 지인은 바비의 지인이다, 짐의 교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존의 핸드폰 번호도 알고 있다, 대충 이런 식이다. 따라서 바비가 잘 모르는 자가 짐 신부의 이름을 들먹거리며 - 그것도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의 이름을 들먹거리며 전화를 걸어오는 일은 보통이 아니라고 봐도 괜찮다. 얘들아? 내 머리가 녹슬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아님 저 작자가 나에게 사기를 치는 걸까. 밤새 잠을 설치고 긴 고민 끝에 딘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을 바비의 얼굴 표정이 선명하다.
소금통을 위태롭게 돌리던 걸 멈춘 샘은 머리에 털 나고 생전 처음으로 두 발 자전거에 올라타기라도 한 것처럼 몸을 긴장시켰다. 『뭐야. 그 마이클이라는 사람은. 짐 신부님의 이름을 들먹이며 바비 아저씨께 알렉산더 맥클라렌의 성경 주석을 팔아 치우려고 그랬대? 창세기 1장 1절에 있는「태초에」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베레쉬트인데 명사 레쉬트에 전치사 베-가 접두된 것입니다, 이러면서 혼을 쏙 빼놓고?』 『단순히 책만 파는 거였다면 아저씨가 우리에게 전화까지 하셨을까.』 『물론 아니지. 바비라면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몇 개월까지 무이자 할부가 되느냐 물어보셨을 걸.』 『내 말이 바로 그거다, 새미.』 마이클은 책은 물론이고 구두도 팔지 않았다. 길게 말을 하지도 않았다. 누구가 생각나게끔 무뚝뚝한 어조로「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만 했다는 것이다. 말투는 정중하고 예의발랐지만 듣는 사람이 완전히 질려버릴 정도로 말이 짧았다고 한다. 용건이 있어 전화를 걸어온 건 그쪽이면서 예, 아니오로만 대화를 나누려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바비가 투덜거렸을 정도다.
『그래서?』 『손님 접대용 맥주에 성수를 타놓는 분이야. 만사에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바비 아저씨가 늘 하시던 말씀이잖아. 겉가죽은 신사였는데 알고 봤더니 헌터들을 습격하는 악마였습니다, 해서는 웃음도 안 나와. 고지식하게「도움이 필요하쇼? 그럼 우리집으로 오쇼」라곤 못 하지.』 『그래도 돕겠다고 하신 거 맞지?』 『겉으로는 나 몰라라 해도 사람이 팔을 붙잡으려 하면 은근히 거절 못 하는 분이잖냐. 아닌게 아니라 안전한 제3의 장소에서 차분히 만나자고 하신 모양이야.』 샘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형의 말대로 바비는 그런 사람이야 - 라는 긍정의 뜻도 있었고, 그 제3의 장소라는 곳에 우리도 같이 가보는게 좋겠어 - 라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바비는 노련한 사냥꾼이라 실수할 일은 없지만 역시 하나보다는 둘이 좋고, 둘 보다는 셋이 낫다.
『오케이. 바비에게 따로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되는 거지?』 『내가 이미 그러자고 알렸어, 샘.』 『좋아.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할 거야?』 『당연하지. 내가 왜 술을 주문 안 하고 이 따위 맛 대가리 없는 음료를 홀짝인다고 생각해?』 『배가 나와서.』 『이 자식이... 뚫린 입이라고!!』
너무나 긴 시간동안 같이 있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붙어 있었다. 거기에 대해선 잇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샘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소금통으로 장난치는 걸 관뒀다. 제기랄, 모처럼 딘을 구석으로 몰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밥은 다 먹은거지? 샘. 그럼 일어나자.』 어느새 딘은 안전한 장소로 달아나 예의「나는 너의 형이다」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젠 일요일 저녁만 되면 은근히 압박감에 시달린다고나 할까. 좋아서 하는 짓이지만 가끔은 모니터를 노려보며 <보다 괜찮은 취미생활을 진작에 개발했어야 했어> 후회하기도 합니다. 자, 머리 나쁜 사람들을 위한 레드 썬 주문을 외워봅시다. * 에피소드를 복습한 결과 짐은 신부님이 아니라 목사님이 맞는 것 같습니다. 로만 칼라 덕분에 착각했는데 교회의 모습이지 성당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나 여기선 신부님으로 걍 나갑니다. 예전에 썼던 분량까지 수정하려면 장난이 아니게 되므로...;; 어차피 앞뒤가 안 맞고 있지만요. * 마이클은 <베리알 차일드> 편에 다시 나옵니다. * 글의 배경은 2007년이며, 제가 쓰는 글의 전부가 Croatoan 에피소드 전 시기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샘은 아직 초능력자이며 (우갹!) 존의 유언이 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황달이 아자젤도 잘 살아 있습니다.
Posted by 미야
2008/05/25 20:09
2008/05/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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