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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저편에서 반갑게 왈왈 하고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러나 사람은 개가 아닌데다, 개로 취급하는 건 큰 욕설이다. 자신의 대형 애완견과 영어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고 착각했던 젠슨은 핸드폰에서 잠시 귀를 떨어뜨리고「내가 잠시 돌은게지」혼잣말한다.

- 어이.
- 안녕? 촬영은 끝났나요? 엄청 졸린 목소리네요.
- 잠시 휴식시간.
- 그렇구나. 나도 휴식시간. 있잖아요? 항공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잃어버린 내 가방을 찾았대요. 지금 핀란드에서 돌아오는 중이라고 하네요. 참 멀리도 갔죠?
- 잘 됐네. 그럼 네 속옷이 경매에 올라가는지를 확인하면서 이베이를 감시하는 건 이제 그만둬도 되는 거지? 그거 엄청 피곤하더라. 노트북 켜놓고《연예인 속옷》이라고 검색어를 치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하는 날엔 완전 망하는 거잖아.
- 저어... 그거... 농담이었는데. 정말로 감시했어요?
- 그, 그, 그럴 리가 있냣!
- 했구나.
- 안 했다니까!
- 땡큐~♥
- (궁시렁 궁시렁)
- 아, 그나저나 젠슨! 딘의 미들 네임이 뭔지 젠슨은 알아요?
- 없는 걸로 아는데. 존은 짧은 이름을 좋아했다, 드라마 초기 설정이 그렇지 않았어?
- 허억! 어쩌지. 인터뷰를 하면서 크립키에게 샘의 미들 네임을 물어보겠다고 했는데!
- 이런이런, 새뮤얼 윈체스터... 자기 이름도 정확히 모르고.
-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럼 젠슨은 딘의 생일이 언제인지 알아요?
- 1월 21일.
- 허억!
- 인석아, 자기 캐릭터 공부는 연기의 기본이다. 혹시 너, 샘의 생일도 모르는 거 아냐?
- 저어... 6월이라는 것만 아는데.
- 5월이닷! 기가 막혀서!
- 그치마~안. 원래 생일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기억을 해주는 거예요. 괜찮아, 괜찮아.
- 싸인해달라고 요청하는 팬 앞에서 뚫린 입으로 그렇게 말해보시지?
- 젠~슨. 화났어요? 내 엉덩이도 움켜쥐었으면서 그렇게 차갑게 말하면 슬퍼지는데.
- 누가 누구의 엉덩이를 조물거렸다고라. 네 바지에 묻은 젤리 부스러기를 떼어준게 전부잖아.
- 앗! 매니저 왔다. 미안해요. 저 가볼게요.
- 잠깐잠깐잠깐만~!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말하려는 거 아니겠지?! 이봐아~!! 돌아와!
- 젠슨, 사랑해요!
- 사랑 안 해도 되거든?! 제러드!(뚜뚜뚜-)

Posted by 미야

2008/06/24 09:59 2008/06/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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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인 2008/06/24 21:21 # M/D Reply Permalink

    아아 역시 완벽한 젠슨... 까불이 제러드... 정말 저리 통화 한시간씩 할 거같아 ;ㅂ; 넘넘 리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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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늘 자신이 섹스에 담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첫 키스의 경험도 늦었고 - 상대적으로 딘이 빨랐던 것뿐일 수도 있다 - 당연히 첫 경험도 늦었다.
그리고 그건 좋다 싫다 언급할만한 대단한 추억도 아니었다. 뭐랄까, 남들이 다 하니까 의무적으로 - 그가 이 단어를 입에 담았을 적에 딘은 동생의 등짝을 향해 토스터기를 집어 던지는 시늉을 해보였다. 막판에 그걸 던지지 않은 건 화들짝 놀란 존이 큰 소리로 말렸기 때문이었지, 딘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 적당히 해치웠다는 감각이었다. 같은 반 급우였던 소녀는 스스로 속옷을 벗으면서 대단히 계면쩍어하는 눈치였고, 두 사람은 말 그대로 교과서적인 섹스를 나누며「여기서 실수라도 하면 나중에 단단히 비웃음을 당할텐데」생각밖엔 안 했다.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황홀감은 요~만큼도 들지 않았다. 약간은 아팠고, 행여나 임질에 옮을까봐 그게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관심이 없는 건 아니어서 좋아하는 상대가 생기면 같이 잤다. 그리고 헤어졌다.
『그려. 네가 무슨 목석이나 돌 덩어리 종류가 아니라는 점에선 이 형은 안심이 된다만... 뭐냐? 네 기술이 무진장 형편 없어서 여자애들이 딱지를 놓은 건 아니고?』
『호오, 절묘한 타이밍으로 내일 당장 이삿짐을 꾸리라고 명령했던 건 어디에 사는 누구더라.』
남들처럼「우린 서로 성격이 안 맞는 것 같아」라는 작별 인사를 나눠본 적이 없다.「미안해. 내일 이사 가게 되었어」로 관계는 끝났다. = 질리도록 평범한 섹스 어쩌고를 논의할 정도로 깊이 사귀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리고 샘은 제시카를 만났다.
진심이었다.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소중하게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와 같이 나란히 한 침대에 누웠을 적에 샘은「완성」이라는 단어를 한참동안 가슴에 담았다. 비록 불타오르는 열정은 부족했을지 몰라도 제시카와 같이 있으면 자신의 텅 빈 부분이 채워지는 따스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와 남자로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서 - 샘은 감사히 여겼다. 품에 껴안고 살갗을 부비지 않아도 위대한 사랑은 그곳에 있었다. 모성(母性), 자애(慈愛)... 그 앞에서 촉촉히 젖은 자궁 안으로 하얀 씨를 뿌려대는 행위는 오히려 신성모독인 것처럼 느껴졌다.

『핑계는 훌륭하군. 혹시 네가 고자라고 그녀가 의심하진 않든?』
『우린 잘 지냈어, 딘.』
샘은 제시카에게 어울릴만한 반지를 알아보고 다녔다. 월경을 이유로 그녀가 잠자리를 거절한 이후로 거진 한 달 가까이 육체관계를 갖지 않았다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아무하고나 쉽게 자는 딘은 그런 동생을 이해했다.
아니, 어쩌면 단순히 이해한 척한 것일 수도 있다.
『넌 진짜지 남자가 아니야, 샘.』
『뭐야. 그래서 나에게 핑크색 머리핀을 선물한 거야?』
『왜 신경질을 부리는 건데? 머리카락이 눈을 찌른다며 불평한 건 바로 너야.』
『닥쳐, 얼간아.』
어쨌든 샘은 분홍 머리핀을 머리에 꽂고 세수를 했다. 모양은 흉측했어도 씻을 때 비누가 머리카락에 묻지 않아 좋았다. 그걸 본 딘은 배꼽을 쥐고 바닥을 굴렀지만 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셔츠에 불이 붙었을 적의 대응 요령 - 데굴데굴 - 소방관은 훌륭하다 칭찬할 것이다.

『샘. 인생은 길어. 아~주 길다고. 넌 즐기고 살 권리가 있어.』
너무 웃어 흘러나온 눈물을 손가락으로 대략 훔치고 나서 딘은 그렇게 말했다.
그는 그의 오지랖 넓은 형이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잘 알았다.
『알아.』
덧붙여 쓰게 웃었다.
『이건 제시카의 죽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는 섹스에 무관심한 인간이었다. 샘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분석했다고 하는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당장 하고 싶어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라는 표현은 평생 써먹을 일이 없을 것이다.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지는 일도 없고, 키스를 애걸하는 일도 없고... 분명 그럴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다.
『디-인.』
더운 날의 피부처럼 끈적거리는 목소리다. 본인도 그 점은 인정한다. 그냥 들러붙는다고 할까, 손가락을 가져가면 접착제가 찌익 소리를 내며 늘어날 것만 같다.
『크악! 동생아. 우리가 6시간 전에 버핏 할아범의 무덤에서 20년은 족히 골은 해골을 파냈다는 건 알고 있냐?!』
동이 틀 무렵까지 삽질하느라 초죽음이 된 딘은「날 가만히 내버려둬」라는 글자가 박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뜨거운 샤워로 근육의 뭉침과 약간의 피로를 날려버리는데 성공은 했으나 물 밖으로 보이는 빙산보다 물 아래로 잠긴 빙산의 크기가 더 커다랗다는 건 상식이다. 눈꺼풀은 지랄맞게 무거웠고, 손가락 하나 꼼짝이기 싫었다. 끔찍하게 배가 고팠음에도 샘이 밖에 나가 사가지고 온 베이컨 버거에 눈길도 주지 않은 까닭이 바로 그거였다.

찢어져라 하품하며 엉덩이를 긁었다.
『졸립단 말이야. 바깥으로 뱃지를 든 보안관이 쳐들어온게 아니라면 날 깨우지 마.』
『그치마-안.』
길게 늘어지는 묘한 여운에 감았던 눈을 하나만 떴다. 그러자 똥 마렵다는 식으로 당혹스러워하는 동생의 얼굴이 절반만 보였다. 혹시 몸이라도 안 좋아서 저러는 건가 싶어 나머지 눈도 마저 치켜떴다. 허우대만 크지 의외로 골골거리는 구석이 있는 녀석이다.
『왜. 설사야?』
『아니.』
『큼... 그럼 벽장을 열었더니 부기맨이 쭈그리고 앉아있든?』
『아니.』
『TV를 틀자마자 맥도널드 광대가 나왔어?』
『아니.』
『그럼 뭐가 문제야. 생리가 터졌는데 탐폰이 가방에 없냐?』
『하나도 안 웃겨.』
『다행이군. 지금 내가 한 말은 농담이 아니었거든, 이 계집애야.』
『계집애, 계집애 그러지 마. 나에게도 고추가 있단 말이야.』
『오오~!! 세상에! 너에게 고추가 있냐. 그런 놀라운 기적이!』

이죽거리며 비웃는 딘을 향해 샘은 야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어쩐지 귀여워 보여 딘은 동생의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귀옆으로 쓸어 넘겨주었다. 보너스로 가볍게 키스 한 방. 쪽 소리를 낸 입술이 콧잔등에 떨어졌다.
『자, 그래서?』
『그래서라니.』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저어... 그러니까...』
『응?』
『에, 저기...』
입안을 어지럽게 빙빙 돌던 단어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벽을 쳐다봤다가, 침을 삼키고, 주먹을 쥐락펴락 해보았어도 이걸 뭐라고 하면 좋을지 난감할 뿐이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샘의 눈으로 당혹함이 떠올랐다. 딘이 알아서 적당히 눈치채줬으면 하고 빌어봤으나 그의 형은 능청스럽게 팔베개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딘...』
순간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그릇 밖으로 흘러넘쳐 그 고유한 형태를 잃어갔다. 혼란스럽다. 어지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피스럽다. 평정을 가장하고 싶었으나 욕심에 불과했다.
『제발...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딘.』
『호오. 내가 지금 어떤 눈으로 널 보고 있는데?』
『짜증내고 있잖아.』
『그럴지도.』

예상했던 그대로 칵- 하는 반응이었다.
『우린 어제도 했어.』
『...』
『그제도 했어.』
『...』
『내 기억이 맞다면 엇그제도 했다? 그런데 오늘도 하자고?』

샘은 손바닥을 올려 활활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췄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그치만 몸은 솔직해서 맨살과 맨살이 맞닿는 생생한 감각을 기억해내곤 벌써부터 날뛰고 있었다. 이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 - 기세좋게 달아오른 아랫도리는 그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고개만 길게 빼서 볼록 부풀어오른 그 부분을 흘깃거린 딘은 끄응 신음했다.
『있잖아. 정말 미안하지만 화장실에 가서 적당히 빼면 안...』
『디-인.』
『아, 진짜!』

벌컥 화를 내긴 했어도 샘의 몸을 끌어당기는 팔은 부드럽다.
『넌 진짜지 이기적인 놈이야.』
『응, 응.』
『이리 와, 멍청아.』
건조하고 커다란 손이 샘의 딱딱해진 그것을 쥐었다. 가볍게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을 뿐인데도 아랫배가 저릿저릿해서 가만히 있기가 힘들다. 귓가로 따스한 숨결이 닿고, 촉촉한 혀가 목덜미를 쓸었다. 반사적으로 샘은 허리를 비틀며 움직였다. 기분 좋다. 가까이 닿았다는 인식만으로도 머리가 부글거리고 녹아버렸다. 쾌감이라는 것이 비처럼 쏟아졌다.
『인석아, 시작도 안 했다고!』
『응.』
『으이그! 대답은 꼬박꼬박 잘 해요.』

정신 없이 혀를 엮으면서 샘은 생각했다.
나는 섹스에 담백한 사람.
숨을 헐떡이며 매달리는 동생의 등뒤로 팔을 두르면서 딘은 쓴웃음을 지었다.
목덜미, 어깨, 가슴으로 뜨거운 키스의 세례가 퍼부어졌다.

Posted by 미야

2008/06/22 22:36 2008/06/2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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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렌드 2008/06/23 13:07 # M/D Reply Permalink

    담백하게 횽아한테만 부비작거리면서 매달리는 샘희인거죠... 딘 횽아 여러모로 힘드시겠어요....:D

  2. 레인 2008/06/24 21:25 # M/D Reply Permalink

    니가 담백할 수 있었던건 딘과 하지 않았었을 때 뿐... 넌 이미 홀릭(죄송합니다;;)

  3. 로렐라이 2008/06/25 21:55 # M/D Reply Permalink

    으하핳orz 딘횽아 지못미ㅠㅠ 그치만, 정말 사랑하는 상대에게만 몸과 마음이 열렬히 반응하는 새미의 마음이 뭉클하게 다가오네요 :)

  4. 페게구냥 2008/06/27 22:37 # M/D Reply Permalink

    님도 글쓰셨군요 !!! 음청 많타... 아 햄뽁해..

  5. 금귤 2008/10/05 01:48 # M/D Reply Permalink

    아........ 좋아요;ㅅ; 사랑해요 님아;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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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습작

* 속칭 말하는 <빠꾸>를 당할 줄이야...;; 정식 수정본을 올리는데로 이 글은 삭제하겠습니다. *


작게 흥얼거리던 콧노래가 점점 커지더니 지금은 마이크를 붙잡고 공연 중인 프레디 머큐리가 되어버렸다.
벙벙한 표정을 지은 샘은 욕실 방향으로 고개를 고정시켰다.
노래인지 외침인지, 그것도 아니면「엘 고어는 사탄이다」구호인지 이쪽에선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도레미파솔라시도는 특급 롤러코스터를 타고 360° 회전을 거듭해 간식으로 먹은 핫도그를 고스란히 게워냈다. 기백은 훌륭한데 음정, 박자는 죄다 꽝. 마지막은 가가멜이 스머프를 붙잡으려다 벼랑에서 추락하며 비명을 지르는 걸 닮았다.
《@)#_~♬ 우갸우갸, %(#)%~♪ 흐응응~♩》
잔뜩 신이 나서 지휘하는 포즈까지 잡았던 것 같다. 와장창 하고 플라스틱 물건이 바닥으로 곤두박질하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이제 샘은 화를 내는게 좋을지, 아님 웃어야 좋을지 헷갈렸다.
『형! 적당히 좀 해. 계속 그러면 옆방에서 시끄럽다고 항의 들어와.』
그런다고 얌전해지면 딘 윈체스터가 아니긴 하지만.

왜 저러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나오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아니, 솔직히 말해 딘 윈체스터에겐 그런 태평스런 시절 자체가 없었다. 거울을 보며 여드름을 고민할 나이에 그는 일렬로 진열한 깡통에 모두 몇 개의 총알 구멍을 낼 것인가를 두고 불타올랐다. 예쁜 여자아이와 같이 영화관에 갈 궁리를 하는 대신에 겁나게 뜨거운 탄피를 땅바닥에서 어떻게 주워올릴 것인가를 연구했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 샘은 도리질했다 - 남들은 다 겪는 사춘기를 비정상적으로 건너뛴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애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성숙하고, 어른이라고 하기엔 철이 덜 들었다. 이예이예 정신나간 후렴구에 샘은 귓구멍을 틀어막았다.

『오늘이 무슨 날이야?』
『음?』
『연거푸 커피 열 다섯 잔을 마신 사람처럼 굴고 있잖아.』
타올 한 장만 허리에 두르고 욕실 밖으로 나온 딘은 동생의 타박에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이 불을 지른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왜 이러셔, 새미. 형님은 그냥 기분이 좋은 거야. 굳이 이유를 달자면 저녁에 먹은 감자튀김이 무척 맛있었다고 할까.』
『흥! 차라리 오늘 본 검정머리 웨이츄리스가 취향이었다고 하지 그래.』
『물~론 그런 까닭도 있고.』

가볍게 넘기는 대답에 샘의 눈초리가 사납게 변했다. 그래봤자 딘은 노랗게 튀는 불똥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캔맥주의 팝탑을 땄다. 그의 사랑스런 신경질쟁이 동생은 비가 와도 툴툴거렸고, 비가 오지 않아도 툴툴거렸다. 사소한 반응까지 일일이 신경썼다간 뇌가 타버린다. 적당히 무시하고 있다가 이젠 되겠거니 하는 찬스를 노려 뒷통수를 쓱쓱 쓰다듬으면 끝, 시선은 이미 스포츠 뉴스로 향해 있었다. 그래, 오늘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이겼나, 졌나? 목구멍을 넘어가는 맥주는 시원해서 기분 좋았다.

『옷이나 제대로 입어. 어깨를 차갑게 하고 있음 감기에 걸려.』
『아직 더워.』
『딘! 내 말 안 들려?! 감기 걸린다니까!』
필요 이상으로 날카로운 어조다.
시선을 엉뚱한 벽장쪽으로 돌린 동생은 똥구멍이 헐었다는 식으로 안절부절이다.

그 까닭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딘은 계속해서 능청을 떨기로 결심했다.
『아, 덥다... 샘? 너도 마실래?』
팔랑팔랑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는 딘을 향해「응」이라는 긍정의 대답이 돌아왔다.
딘은 냉장고 문을 새로 여는 대신, 자신이 마시고 있던 캔맥주를 동생을 향해 내밀었다.
샘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리고는 엉뚱하게도 형이 허리에 감고 있는 타올 속으로 손가락 하나를 미끌어뜨렸다.

Posted by 미야

2008/06/15 19:36 2008/06/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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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렌드 2008/06/16 10:34 # M/D Reply Permalink

    어라, 얌전한 샘희가 부뚜막...아니, 횽아의 무릎팍으로 올라가는 겁니까!! 여기서 중간생략은 너무 잔인한 처사라구요!!! ㅜ.ㅜ

  2. 로렐라이 2008/06/16 20:33 # M/D Reply Permalink

    앗! 어제 읽고 덧글 달려고 했는데 뿅 하고 사라져서 어리둥절 했었어요'ㅂ'
    흑흑흑 미야님의 강력한 절단신공에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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