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받은 개들은 특정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인이라고 인지한 사람의 말만 들어서는 군용견이나 경찰견으로 활용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수준의「난 이 사람이 너무 좋아, 핥핥핥~♡」이런 면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어서 베어는 핀치와 리스 두 사람 중 리스를 더 편애했다.
최소한 핀치가 판단하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어쩌다 림보에 두 사람이 나란히 자리를 같이 하고 있는 날엔 베어는 리스 쪽으로 가서 엉덩이를 슬그머니 들이밀곤 했다. 안아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애처럼 그 눈빛이 무척 절묘했다. 잔혹스럽게도 - 핀치가 보기에 그것은 애절한 짝사랑이어서 리스는 베어의 큐피트 눈빛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어쩌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전부, 욕구불만이 되어버린 개는 그래서 리스가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지면 끙끙 앓았다.
『소매에 고기 냄새 묻혀 뒀어요?』
『네?』
『베어가 당신만 보고 있네요.』
『아... 이건.』
고기 냄새 어쩌고 대답하기 전에 리스가 어깨를 으쓱이는 동작을 해보였다. 답지 않게 그런 걸 신경 쓰느냐는 의미였다. 핀치는 타인에게 쉽게 곁을 주지 않는 성격이었고, 따라서 듣보잡 멍멍이에게도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니, 그건 수박 겉핥기식 판단이고 실제는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개를 이곳에 두면 안 된다느니, 형편이 허락되지 않으니 베어를 다른 사람에게 키우게 하라는 말은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 대신 이 말을 했다. 녀석에게 애교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 뒤집어보면 애교가 적어 섭섭하다는 의미일지도.
리스는 베어를 내려다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냄새 탓은 맞는데 고기 냄새는 아닙니다.』
『오, 그럼 베어가 바디 로션이나 화장품 냄새를 싫어하나보군요.』
추측은 그럴 듯했으나 정답은 아닌 것 같다. 리스가 눈꺼풀을 연속해서 깜빡깜빡 움직였다. 속으로 동요했거나, 말문이 잠시 막혔을 적의 그만의 버릇이다.
『저도 얼굴에 스킨을 발라요, 핀치.』
이번에는 핀치가 동요했다. 당신 피부가 나빠 보인다는 얘기는 아니었다고요.
『무, 물론 그러겠지요.』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두 명 모두 헛기침했다.
로션이나 크림이 여자들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건 두 사람 모두 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안 후 거칠어진 얼굴에 문지를 남성용 화장품은 두 개 이상은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것들이면서 동시에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이다. 남자는 외모에 관심을 두지 않는 법이다. 최소한 핀치 세대에선 그렇게 배워왔다.
『베어를 훈련시킨 사람들은 말이죠, 핀치.』
강아지 교육소라고 간판을 걸어놓고 말티즈 같은 작은 개들을 널빤지 위로 펄쩍 뛰어 올라가게 만드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 두꺼운 천으로 감싼 팔을 내밀어 어서 물어뜯으라고 가르치던 사람들이다. 사냥 본능을 일깨우고 피 맛을 알게 하는데 주력했다. 사람의 목덜미를 일격에 물어 치명상을 입히는 비인가 훈련도 받았을 거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제 몸에서 총기름 냄새와 화약 냄새가 나서 그런 겁니다.』
『오.』
『보다 익숙하고, 덜 익숙하고의 차이에 불과해요. 그러니까 핀치-』
녀석과 빨리 친해지고 싶은 거라면 베어에게 공을 던져줘봐요, 이러고 핀치의 손에 지저분한 테니스공을 쥐어주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