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2009/02/22'


1 POSTS

  1. 2009/02/22 [S☆N-fanfic] Orion 01 by 미야 (10)

[S☆N-fanfic] Orion 01

※ 뼈대가 되는 설정은 다른 분의 팬픽에서 따왔습니다. (← 범죄행위) 다시 말해 이전 내용으로 다른 작품이 있다는 거듸요. 여기서 샘과 딘은 형제가 아닙니다. 헑헑헑. 신고하면 땟지하겠소.


캘리포니아 제리코에서 20대 젊은 여성이 윔홀(벌레구멍)에 빠졌다는 -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다.
실종된 여성의 이름은 에이미.
백인,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에 신장 168cm, 마른 체격.
근무하던 식당에서 주방보조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게 마지막으로 목격되었고, 그녀가 운전하던 차량은 센테니얼 고속도로 주변에서 매우 깔끔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지갑과 핸드폰을 제외한 소지품이 조수석에 얌전히 놓여 있었으며, 혈흔과 같은 싸움의 흔적은 전무했다. 다만 차량의 기름 잔량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 어째서 에이미가 갓길에 차를 세웠는지가 쉽게 추측이 갔다. 경찰은 그녀가 도움을 구하러 밖으로 나갔다가 몹쓸 강도라도 만난 모양이라고 판단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시대는 저물어 언젠가부터 들판에는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떼를 지어 출몰하고 있었다. 그런 짐승들에겐 힘없는 여자들은 한 입 거리다. 신문에서도 바로 그 점을 언급했다. 미국은 이제 안전과는 거리가 먼 나라다. 주의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니 스스로가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샘! 이러다 약속 시간에 늦겠어. 자기는 아직 옷도 안 갈아 입었잖아.』
『미안.』
여자 친구의 야단에 읽던 신문에서 눈을 떼어냈다.
그러나 남자는 지독한 폭염 속에서 에어컨도 없이 살아가는 가난한 늙은이처럼 무기력해 보였다. 신문을 치우겠다는 의지도, 의자에서 읽어나겠다는 투지도 없었다. 꼼짝도 하지 않고 다시 등 뒤에 달린 태엽을 감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뭔가 이상했다.

『샘?』
립스틱을 바르다말고 거울 앞에서 옷무새를 마무리하던 제시카는 눈살을 찌푸렸다.
샘은 원래 약속 시간에 늦는 법이 없었다. 그는 성실한 성격의 사내였다. 게다가 이번 모임은 샘의 미래를 축하하기 위해 가장 절친한 친구들이 약소하게 준비한 자리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기에 샘은 달력에다 빨간색 색연필을 들어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여 동그라미를 그려놓기까지 했다. 분명히 그는 이번 모임을 기다렸다. 마지못해 싫은 장소로 끌려가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무슨... 문제라도?』
『아니.』
골똘한 생각에서 깨어난 그는 사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거미줄을 털어내려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인공적으로 꾸며진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여자의 본능은 그가 말한「아무 것도 아님」이 거짓말임을 쉽게 알아차렸다.
하지만 제시카는 벽에 걸린 시계를 곁눈질로 쳐다봤고, 째깍거리는 시계는 지금이 샘의 두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그러지 마, 샘. 나는 자기의 고민을 같이 공평하게 나누기를 바라」라고 말할 때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들은 이번 모임을 주최한 브래디네 집에 가기 전에 가게에 들러 한 병의 와인을 구입해야 했다. 8시 정각에 초인종을 누르려면 도중에 뜀박질을 해야 할지 모른다. 높은 구두를 신고, 귀부인처럼 화장을 한 모습으로 전력질주를 한다라... 내키지 않는 일이다.
『푸른색 셔츠를 입을 거지?』
그래서 제시카는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사내아이가 침대 밑으로 성인 잡지를 숨겨뒀다는 걸 눈치 챈 엄마처럼 행동했다. 쉽게 말해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는 얘기다.

『가문의 영광이어라~♪』
『샘과 그의 엄청난 LSAT 점수를 위하여~!!』
『무려 174점!』
『휘우우~!』
휘파람까지 불어대는 친구들의 호들갑에 샘의 피부가 빨갛게 물들었다.
『저어,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다들...』
부끄러움에 겸손하게 말하지만 174점이나 되는 거다. 엄청나게 높은 점수로 그가 원하는 로스쿨 아무 곳에나 갈 수 있다. 월요일에 면접 예정인데 브래디의 말로는 점잖은 양복과 구두를 신고 가서 가만히 웃고 나오기만 하면 끝이라고 한다. 약간은 상스럽게 손가락으로 오케이 싸인을 만들어낸 브래디는「그것 말고 다른 결말이 나온다면 상어가 풀을 뜯어먹는 소리가 될 거야」라고 했다.
뭔가 틀려먹은 그 표현에 식탁에 앉은 전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상어가 풀을 뜯어먹다니.
『그거, 고양이가 풀 뜯는 소리 아니었어?』
『제기랄. 고양이나 상어나 거기서 거기지.』
시시콜콜 따지는게 매우 귀찮다는 표정을 지은 브래디가 와인 잔을 들어올렸다.
『아무튼 샘 윈체스터를 위하여. 그의 앞날에 할로겐 램프가 밝게 빛을 발할지어다.』
『뭐야. 형광등이라는 거냐?』
『시끄러, 혹스터. 백열전구는 에너지 효율이 낮단 말이야!』
아무래도 식탁 아래서 발길질이 행해진 것 같다. 음식을 담은 접시가 덜그덕 소리를 내며 콩 튀듯 튀는 걸 봐선 말이다.

말싸움이 벌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화제를 바꾸는게 상책이다.
거꾸로 쓰러질 것 같은 와인 병을 두 손으로 붙잡은 랠프가 눈치껏 말했다.
『네 성적이라면 내년에 전액 장학금을 받을지도 몰라, 샘. 그런 얘기를 가족들에게 해봤니?』
『어...』
『우리 아들은 진짜 대단하다며 아버지가 많이 기뻐하실 거야.』
샘은 모호하게 웃으며 와인을 입으로 가져갔다.
『어쩌면.』
순간 랠프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가족들에게 아직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건 아니지?』
『우린 그렇게 단란한 가족은 아니라서...』
『맙소사, 샘.』
스탠포드 대학에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로렌스 출신인 샘 윈체스터는 가족들과 사이가 안 좋다.
특히 아버지와 아주 안 좋다.
구 소련이 붕괴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과는 상관없이 고집불통 아들과 아버지는 현재까지 냉전 중이다.

『샘이 대학에 가겠다고 했더니 펄펄 뛰며「자동차 같은 거 사용하게 해주지 않을테다!」라고 하셨다더군.』
바넷사가 제시카의 오른쪽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시골 양반이라 고지식했던가봐. 아니면 하나뿐인 외아들이 골치 아픈 공부는 말고 가업을 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던지 결사반대를 했대. 그래서 샘은 무작정 집을 나와 터벅터벅 걸어 스탠포드에 도착했어.』
물론 그럴 리 없다. 캔자스 주에서 캘리포니아 주까지 두 다리만을 사용해서 이동했다면 지구가 태양 주변을 일곱 바퀴 반을 돌았을 것이다. 제시카는 말도 안 된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거짓말이죠?』
바넷사는 그렇다 아니다의 대답은 생략한 채 그동안 속으로 궁금해 하던 걸 질문했다.
『두 사람, 언제 약혼할 거야?』
『에?』
『샘이 반지를 사러 다닌다는 소문이 있어. 뭐, 소문이라고 할 것도 없지. 직접 눈으로 봤다는 사람이 나타났으니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릴 너무 궁금하게 만들지 말아줘. 알지? 좋은 소식은 빨리 퍼뜨리는게 좋아. 이 동네엔 샘의 친구가 많으니까 당신들의 약혼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라고.』
당황한 제시카가 무어라 대꾸할 말을 찾기도 전에 바넷사는 다시 롤러코스터를 타듯 화제를 바꿨다.
『어때? 샘은 요즘도 하루에 2시간씩 운동을 하나?』
그리고 그녀는 샘이 근육광에 스포츠광이라고 흉을 봤다.
『남자의 허영심이라니.』
동시에 그녀는 단단한 아랫배를 가진 남자와 한 지붕 아래 같이 살아 기분이 좋겠다고도 했다.
제시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모두를 향해 어중간한 미소를 지어보일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표시가 나진 않았으나 미묘하게 적대적인 그녀의 태도는 무어라 설명하기가 곤란했다.

「피곤해...」
샘은 또 샘대로「아버지와의 불화」로 발목이 잡힌 눈치였다. 제발 그만 하라는 무언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브래디는 앞장서서「샘과 그의 아버지를 화해시키는 일」은 이라크 전쟁만큼이나 중대한 거라며 열변을 토했다. 샘은 무좀에 걸린 발바닥을 긁고 싶어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십사만 사천 명에 이르는 그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오지랖이 넓었다. 그리고 브래디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1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든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돌리고 누워 이불을 끌어안았다.
기분이 그리 썩 좋지 않았던게 분명한 제시카는 취기를 이유삼아 샘의 포옹을 거절했다.
하지만 샘은 그녀의 불편한 감정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오랜 세월동안 아물지 않았던 상처가 또 덧났다.

아버지.
대학에 가는 걸 반대했던 가족.

도시로 나가면 빌딩이 무너져 아들의 정수리를 덮칠 거라 단단히 겁을 집어먹은 아버지는 대학 진학을 필사적으로 말린답시고 차편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다. 완전 바보 같은 짓이었다. 가끔씩 곰이 뒷마당으로 어슬렁대는 두메산골이라고 해도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불법이긴 해도 히치하이크도 한 방법이었다. 그걸 모르지 않았기에 샘은「걸어갈 거니까 됐어요!」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아버지는 거품을 물며 경기를 일으켰고, 샘은 가출하듯이 가방을 꾸려 그 날로 집을 나왔다. 그리고 저녁의 어스름한 어둠을 배경으로 해서 계속해서 걸었다.

세상에 대해 겁이 없었다. 사람에 대해 겁이 없었다. 청년은 순박했고, 믿음이 있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남자라고 생각할 수 없는 아름다운 외모와 보는 이들의 눈을 끌어당기는 섬세한 표정을 가진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반짝이는 들짐승의 눈빛을 가졌고, 빈틈없는 미소를 짓는.
악마.

뒤척이며 이불을 더욱 끌어당겼다.
생각하지 말자. 일찍 일어나려면 눈을 감고 조용히 잠을 자는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의지와는 다르게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피가 순환하며 혈관을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게 느껴졌다. 안 된다. 진정해야 한다. 떠올려선 안 된다. 그 때의 일은... 주먹을 쥔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버릇처럼 손등을 꽉 깨물고 울타리를 뛰어넘는 양 같은 것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양이 메에 울었다. 한 마리, 두 마리... 테니스 선수가 라켓으로 네트 너머로 공을 넘기는 것처럼 해서 양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나는 네가 마음에 들었어.」
희망에 찬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음을 믿고 있던 어린 청년을 어두운 수렁 아래로 잡아끌면서 사내가 속삭였다.
「나는 널 죽이지 않을 거야. 죽이기엔 아까우니까.」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사내가 말한다.
「그러니까 넌 멀리 도망치도록 해. 내가 어떻게든 다시 잡으러 갈 테니까.」
밤새도록 강간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샘의 눈에는 그의 모습이 한층 더 매력적이고 친절해 보였다.
「기억해둬, 내 이름은 딘이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넋이 나간 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흡사 맹세의 의식인양.

Posted by 미야

2009/02/22 22:04 2009/02/22 22:04
Response
No Trackback , 10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154

Comments List

  1. 나마리에 2009/02/23 22:55 # M/D Reply Permalink

    ;ㅁ;

    미야님 새 시리즈! 진짜 두근두근거려요. 아흑.

  2. 아이렌드 2009/02/24 14:14 # M/D Reply Permalink

    범죄의 세계로 오신걸 환영해효....(소근소근)

    1. 미야 2009/02/24 14:41 # M/D Permalink

      반드시 완전범죄로 성공시켜야 해요... 소곤소곤

  3. T&J 2009/02/24 16:29 # M/D Reply Permalink

    전 미야님의 문체가 너무 좋아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보이거든요, 그런 문체가 글과 너무 잘 어울려서...허허...이번 글도 느낌이 좋습니다. 고로, 기대하겠습니다...

    우아아아아-
    형제가 아닌 그들이라...두근두근하군요

  4. 바자소녀 2009/02/28 04:33 # M/D Reply Permalink

    완전 재밌을 것 같아요^^ 미야님은 범죄의 세계로 발을 들이셨는데,,,

    전 무한 기쁨에 젖어 있으니~~부디 용서해주세요!! 그래도 재밌는 걸 어째요~

    아무튼 샘에게 그런짓(<-무슨짓^^;;)을 해놓고 당당하게 말하는 딘오라버니

    참으로 멋지십니다^^ 역시 형제가 아닌 그들도 참으로 좋으네요(<-뭔소린지^^;;)

  5. 비밀방문자 2009/03/01 21:34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6. 미야 2009/03/03 10:05 # M/D Reply Permalink

    비싸긴 비싸네요.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는데 눈에서 피가 났다능. 그래도 구미가 당겨 언제 도착하나 손가락 빼물고 있습니다.
    뉴욕 지하철이 물이 잠기는 부분이라던가 하는 내용을 보니 다큐멘터리와 동일하네요.

  7. 이플로피 2009/03/11 11:45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딘샘을 찾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발견했는대
    소설보다가ㅠㅠ 재밋어서 글이라도 남겨야할거같아서 이렇게 남깁니다ㅠ
    흑흑 자주들릴게요!!!<응?

  8. 쥬레스 2009/03/13 14:31 # M/D Reply Permalink

    우왓//////// 되게 오랜만에 들렀는데 새시리즈 연재하시는군요ㅠㅠㅠㅠㅠ

    미야님 정말 기대렸습니다ㅠㅠㅠㅠㅠㅠ//

    범죄의 세계; ㅂ;....제발 들키지 않으시길(응?)

    완결까지 달리셔요> </

  9. 달려라ㅋㅋㅋ 2009/04/21 00:46 # M/D Reply Permalink

    이런......범죄의 세계라면요 기꺼이......(소근소근)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4787
Today:
138
Yesterday:
286

Calendar

«   2009/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