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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8 [S☆N-fanfic] Moon-light Road 08 by 미야 (3)

※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덕분에 뭔 내용인지 다 까먹었습니다. 하하. (웃을 때가 아니지)
그동안 제법 심각하게 우울증을 앓았는데요, 이게 아홉 고개의 마수라고 하더라고요.
윈체스터 형제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짜증이 치솟다」라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샘 윈체스터를 위한 거였다.
딘 윈체스터? 주문한 햄버거에 양파가 빠졌다는 걸 알아차렸을 적에도 그는 두 팔 벌려 한숨을 쉰 뒤에 바로 체념했다. 맹물에다 독약을 탄 끔찍스런 커피에 대해 사흘 내내 종알종알 곱씹어대는 동생과는 그릇이 달라 어지간한 일은 즉석에서 털어버렸다. 바지에 누런 흙탕물이 튀었을 적에도, 구멍이 난 양말을 신어야 했을 적에도 마찬가지였다. 궉 소리를 내며 눈꺼풀을 뒤집었지만 그때만 그럴 뿐으로 곧바로 여자들 엉덩이로 눈을 돌렸다.

그렇다고 그의 아량이 보리수 아래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부처님 크기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일단 제대로 폭발하면 -『네가 그랬어?!』- 머리에 뒤집어 쓸 넉넉한 사이즈의 양은 냄비가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나랑 정식으로 해보겠다는 거야?!』- 날아다니는 물건을 피해 바닥에 납작 엎드릴 줄 아는 처세술이 요구된다. 입 다물고 -『내가 비석 세워줘?』- 기절한 척 하는게 현명하다. 딘은 사람 몸의 어디를 어떻게 때리면 가장 고통스러운지 잘 알았다. 죽을 것처럼 아프게 만들어 어제 먹은 저녁을 고스란히 게워내게 만드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다. 진짜로 그러냐고? 말리지 않을테니 시험해봐라. 다만 그 전에 이 한 마디만 하겠다. 당신은 세상에서 둘째라면 서러운 멍청이다.

샘은 아버지의 일기장을 양손으로 들고 한 장 한 장 정성을 다하여 넘겼다. 천 년 전에 만들어진 고문서라도 다루듯 낱장을 넘기는 동작은 느리고 섬세했다. 어차피 일기장에 씌여진 글자를 읽겠다는 의지 따윈 없다. 다만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난 다른 일에 신경을 쓰고 있어」라는 걸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곁눈질로 형의 안색을 살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보단 존 윈체스터가 묘사한 웬디고의 탁월한 외모에 관심을 보이는게 좋다. 머리는 세 가닥, 몸통은 성냥개비, 손가락이 생략된 막대기 팔뚝... 샘은 쓴 표정을 지었다.

아빠? 내가 본 웬디고는 이렇게 안 생겼어.

「그것은 뭡니까?」
얌전히 앉아있던 조나단 - 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나 - 이 흥미를 보였다.
『별 거 아닙니다. 음... 이건 아메리카 인디언이 숭배하는 성스러운 추장을 묘사한 거예요.』
구구절절 설명하기가 난처했던 샘은 즉석에서 거짓말을 지어냈다. 천사에게 거짓말을 해도 괜찮냐고? 살려달라. 어쨌든 웬디고는 이렇게 안 생겼다. 그 점이 중요했다.
그렇게 샘이 땀에 젖은 낡은 양말의 안색을 하고 있는 동안 딘은 차 밖을 서성이며 시간을 보냈는데 임팔라가 태양이고 딘이 지구라고 가정하면 그것은 매우 흡족할만한 지동설의 시뮬레이션이었다. 물론 지구는 어깨를 들썩이지 않지만, 가끔씩「젠장맞을」욕설을 입에 담지도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뻥 걷어차는 시늉 역시 하지 않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1년이 소요되니까 아마 52년쯤 뒤의 미래일 것이다.
호주머니로 손을 넣은 딘이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샘은 어디서 깃발이 올라갔다는 식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여전히 그 눈은 아버지의 망할 일기장에 틀어박힌 채였지만 신경은 온전히 딘의 움직임에 고정되었다. 딘이 숫자 버튼을 누른다. 신호음. 누구에게? 샘은 숨 쉬는 것도 까먹었다. 잠시 뒤, 딘은 이건 아니다 싶은 표정으로 폴더를 닫았다.
『젠장!』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형이 선수치고 내뱉는게 영 신기할 뿐이다.

어쨌든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 흉내가 지겨워진게 분명한 딘은 차에 올라탔고, 다시 시동을 걸었다. 입술은 한 일자, 불안해하는 동생을 흘끔 쳐다본 뒤에 기어를 조작했다.
『저어... 딘? 내가 운전할까?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
『어, 그럼...』
딘은 불쑥 나타난 십자가 앞에서 흡혈귀가 고개 돌리듯 머리를 휙 틀었다.
『아울러 계속해서 대답하자면 배도 안 고프고, 머리도 안 아파. 어지럽지도 않고, 눈꺼풀이 뻑뻑하지도 않아. 나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어. 알겠니?』
『그거 다행이군. 음... 그치만...』
저 천사는 어떻게 하고? 라는 표정으로 뒤편을 손가락질했다.
그걸 무시한 채 딘은 라디오 버튼으로 손을 가져갔다.
『음악 들을까?』
섣불리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인 듯하다.
『너도 음악 듣고 싶지? 그렇지?』
서슬 퍼렇게 윽박지르는 걸 봐선 아무래도 그게 맞는 것 같다.

끔찍스럽게 어질러진 방안에서 걸레를 들고 뭐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고민에 빠진 가정주부의 심정이었다.
『잠시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봐. 형이 천사의 존재 자체를 의심한다는 건 알아. 수많은 전설과 문헌에서 천사의 존재를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형이 정 못 믿겠다면 하는 수 없지. 그치만 이게 진짜라면? 우리들에게 주어진 일종의 기회라면?』
『기회?』
『저 남자가 정말로 천사라면... 딘.』
그는 못난이 더글러스가 5학년 여자아이의 치마 속을 들춰봤다고 선생님에게 일러바칠 때처럼 목소리를 작게 했다.
『우린 아빠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다고.』
『호오. 그러니까 건강하던 우리 아빠가 갑자기 원인 모르게 돌아가셨는데 혹시 천국에서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렇게?』
옆으로 돌아가던 라디오 버튼이 비틀어지다 못해 와지끈 부러지는 줄 알았다.
『차라리 하느님 허리 사이즈가 얼마냐고 물어보지 그러냐. 응?』

포기하지 않고 샘은 다시 주장했다.
『제발. 어쩌면 노란 눈의 악마에 대해 뭔가 아는게 있을지 몰라.』
『그래서 우리가 고개를 숙이고 정중히 물어보면 그 빌어먹을 노란 눈깔의 약점이 엉덩이에 붙은 꼬리라는 걸 친절하게 가르쳐줄 거라고?』
『그렇게 벌컥 화만 내지 말고 생각을 해봐. 나는 일말의 가능성을 얘기하는 거야, 딘.』
『관둬. 난 쓸데없이 지푸라기는 안 잡아.』
『어째서? 우린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상황이라고. 입맛에 안 맞느니 투정할 처지가 아니야.』
샘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래서는 관료주의에 찌든 고집불통 경찰관에게「내 차가 시속 4,800km로 달렸다며 과속 범칙금을 발부했는데 나는 결코 비행기를 몰지 않았소!」설명하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우간다에서 비자를 새로 발급받고 있거나, 1990년대에 만들어진 IBM 컴퓨터로 구글 검색을 하고 있거나...

딘은 코웃음부터 쳤다.
『정 뭐하면 네 문제를 해결해달라 애걸해봐! 예를 들자면「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던가,「방구 냄새로 형을 질식시켜 죽일까봐 걱정이예요」라던가.』
샘의 어깨가 갑자기 뻣뻣해졌다.
『난 방구 안 꿔.』
『얼씨구? 요 고짓말쟁이. 오죽하면 내가 널 스컹크 사촌으로 착각했겠냐.』
『하는 수 없잖아! 생리 현상이야!』
『나도 알아. 하지만 최소한 자동차 안에선 끝까지 참는게 운전자에 대한 배려 아니냐?』
『참는다고 참아지는 종류가 아니잖아! 그렇게 따지면 형의 썩은 입냄새는 괜찮은 줄 알아?! 형이 양파를 날로 먹고 트림이라도 하는 날엔 달리는 차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어져!』
『잘났어!』
『형이야말로!』

그때까지도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던 뒷좌석의 사내가 불편한 듯 어흠 헛기침했다.
그 의도는「서로 싸우지 마십시오」였겠지만 딘은 이걸 다르게 해석했다.
『그럼 결정난거지? 샘의 방구 냄새를 해결하면 댁은 얼른 여길 떠나는 거야.』
초록 점퍼의 사내와 샘이 동시에 놀라서 아우성을 쳤다.
『딘 혼자서 멋대로 결정하지 마!』
「평소 장이 좋지 않은 걸 하느님 탓으로 돌려선 안 됩니다!」
안 된다고? 좋다 말았네.
지역 방송국에선 느리고 부드럽고 낭만적인 음악을 내보내고 있었다. 꽉 끼는 가죽 바지를 입은 보컬이 기타를 바닥에 내동댕이치지 않아 슬퍼진 딘은 그 즉시 채널을 포기했다. 동시에 시선을 백미러로 고정시켰다.
『에이, 그러지 말고. 정말 안 되는 거야?』
『딘!』
창피함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샘은 딘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이럴 적의 딘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스크림을 더 달라고 졸라대는 어린애처럼 구는 경향이 있다. 20% 할인 쿠폰을 카운터에 올려놓고 이걸 가지고도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우기는 식이다.

『아무튼 상관없어.』
세게 꼬집힌 부위를 문지르며 딘은 말했다.
『우린 계속해서 달릴 거고, 멀잖아 주 경계선을 넘을 거야.』
그에게는 이론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이론이었다.
『미안하지만 난 천사는 안 믿어. 댁이 천사라는 주장도 못 믿어. 그럼 당신의 정체가 뭐냐고? 아마도 당신은 이 부근에서 자동차 사고로「거의」죽은 사람일 거야. 죽었지만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았지만 살아있는 몸도 아닌, 말 그대로 어중간한 상태인 거지. 식물인간이라고 하면 비슷할까?』
업계에선 식물인간이라는 표현 대신 생령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보다 죽음에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유령은 아니다. 어딘가에 아직 심장이 뛰고 있을 진짜 몸뚱아리가 있는 것이다. 하얀 가운을 걸친 의사들과 삑삑 소음을 내는 정교한 의료 장비들, 그것이 딘이 오랜 고민 끝에 결론지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당신은 초현실적인 존재처럼 움직일 수 있는 거야. 어떠한 물리적 법칙에도 연연하지 않고 두꺼운 벽을 그대로 통과할 수도 있지.』

그렇다고 썩 좋은 소식만은 아니다.
『미안하지만 그런 존재들은 만능은 아니라서 특정한 장소에서 결코 벗어날 수가 없어. 예를 들자면 병원이라던가, 사고가 났던 고속도로 위를 계속해서 빙빙 돌며 방황한다거나...』
딘은 갑자기 이야기를 그쳤다. 그렇다고 해도 혀끝에 올라와 있는 단어는 여차하면 입 밖으로 다이빙을 할 기세다. 불편한 듯 엉덩이를 옴죽거리면서 인상을 썼다.
『이게 꼭 미친 헛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어흠.』
천사가 되어 착한 일을 한다며 우쭐거릴 때가 아니다. 불가능해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 늦으면 의사가 인공호흡기를 떼어내고 사망 선고를 내려버린다.
『그러니까 우리 뒷꽁무니를 따라 주 경계선을 넘겠다는 꿈은 꾸지도 말라고, 형씨.』
그러다 정말로 죽어버린다 - 딘은 무거운 마음으로 경고했다.

Posted by 미야

2009/02/08 22:15 2009/02/0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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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T&J 2009/02/09 01:45 # M/D Reply Permalink

    미야님, 안녕하세요~
    처,처음으로 댓글 남기는 것 같은데-제가 슈내를 본 것도,.멜랑콜리하면서도 간질간질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형제를 좋아하게 된 것도 얼마 안되서 우연히 미야님 블로그를 알게 되고-이제껏 올리신 소설을 쭈욱봤는데요-혹시 글 쓰시는 분이세요?,,,우허헐...ㅠㅡㅠ스토리 너무 좋아요! 완전 글에 반해서 주말을 내리 미야님 소설만 봤다는-그러면서 이 형제가 더 더더더 좋아지고...
    올해들어 글을 잘 안 올리시길래 고민이 생기셨나했는데..정말 이었군요-그럼에도 잘 해결하셨는지는 몰라도 이리 돌아와주셔서..감사해요!
    오랜만에 쓰셔서 까먹으셨다더니-오늘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걸요!!자주자주 뵙고 싶어요!!
    아...고민이신 문제도 얼른 해결되셨음 하구요!

  2. 쥬레스 2009/02/09 08:58 # M/D Reply Permalink

    와아 굉장히 오랜만입니다/ㅂ/
    심각하게 우울증을 앓으셨었다니ㅠ 지금은 괜찮으시면 좋겠군요; ㅂ;
    위엣분 말씀처럼 저도 미야님 글솜씨에 반해서; ㅂ;//
    굉장한 팬이어요 하하; 앞으로도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3. 나마리에 2009/02/15 21:43 # M/D Reply Permalink

    저, 저도 윗분들처럼 미야님 글솜씨에 반해서; ^o^
    오랫만에 보는 MLR네요! 너무 좋아요.
    굉장히 유쾌하게 봤어요. >.<
    ...아 우울증, 저도 심각했던 적이 좀 있어서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미야님도 어서어서 좋아지셨으면 좋겠어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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