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라 미온의「그대는 폴라리스」단편집 중에서「우아한 생활」일부.
“왜 그렇게 쌀밥에 연연하는데?”
“소리가 들려”
도시아키는 모니터를 바라본 채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쌀밥이 먹고 싶다고 울부짖으며 전장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탄식 소리 말이야.”
“종전 삼십 년 후에 태어났으면서?”
“어. 쌀밥을 향한 갈망은 그 정도로 뿌리 깊으니까. 현미, 잡곡, 보리밥? 쳇! 그런 건 말이지, ‘건강을 위한다는’는 가벼운 동기로 먹는게 아니야. 쌀밥을 먹고 싶어 흐르는 짠 눈물을 반참 삼아 먹는 거지.”
“애절하다.”
“그럼. 노사카 아키유키의「반딧불의 묘」에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
도시아키는 느닷없이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주인공 소년이 먹을 것이 풍요로웠던 시절에 튀김이 먹기 싫어서 개한데 준 걸 후회하는 장면이지. 그걸 읽은 뒤 난 결심했어. 싫고 좋고 따지지 말고,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밥을 제대로 먹자고. 쌀밥도 못 먹고 죽어간 사람도 있는데, 그리고 지금은 그 쌀이 넘쳐나는데, 왜 굳이 현미 같은 걸 먹어? 평화로운 세상에 감사하면서 쌀밥을 먹어야지.”
박수 치고 싶어졌다. 나두 현미밥 먹기 싫어. 콩밥 싫어. 하얀 쌀밥, 쌀바아아아압~!!
가우리표 절규가 되고 있으나 아무튼 건강을 위해서라며 꼬박 잡곡밥을 먹는데 가끔씩 밥솥에서 나는 냄새조차 역겹다고 느끼는 나에겐 (입덧이냐, 뭐늉) 아주 곤역이다. 잡곡밥은 더 진한 냄새가 있고, 특유의 향이 있어서 잘 씹히지 않는다는 건 어디까지나 두 번째 문제다. 흑미라도 섞인 날엔 식욕이 달아난다. 그리고 시각적인 테러다.「난 맛이 없어요」를 외치는 그 밉꼴맞은 색이라니.
『참기름도 맛 읎다고 안 처먹는 년아. 잡곡이 얼마나 귀하고 비싼 건지 알아?!』
어무이의 타박에 주둥이만 나온다. 알게 뭐야.
우리집에선 식사가 곤란할 지경의 환자가 있을 적에 (죽은 죽어도 먹지 않으니까 쌀밥), 그리고 급하게 밥이 떨어져 부랴부랴 밥솥을 불에 얹어야 할 적에나 하얀 쌀밥을 맛볼 수 있다.
돌아가신 아부지는 팥밥 마니아였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