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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6 [S☆N-fanfic] Bloody blast 26 by 미야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어쨌거나 말인데... 큼!』
존재가 불확실한 투명한 생선가시가 내부 점막을 자극했다. 몸에 해로운 담배 같은 걸 입에 달고 사니까 아무래도 목이 안 좋아지는 거다. 신경질이 나는 걸 느끼며 본론을 꺼내기에 앞서 까칠한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다 진실이 뭔지 깨달았다. 지금 맛보고 있는 이 껄끄러움은 니코틴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끔찍하게 싫어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암에 걸린 아이에게「넌 곧 건강해질 거다. 내년에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같이 축구도 할 수 있을테니 기대하렴」라고 아무렇게나 둘러대는 것과 마찬가지다. 곧 건강해진다고? 웃기는 소리다. 3개월 뒤면 한줌의 가루가 되어 슬퍼하는 부모에게 돌아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방정맞은 입은 잘도 거짓을 나불거린다. 그렇게 해서 위통이 생기고, 만성 두통이 도지고, 스트레스가 커지고, 쓸데없이 군것질에 손을 대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일부러 금연을 각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군 - 쓰게 웃으며 리는 살인 현장으로 파견나온 경찰관인양 바지 뒷주머니로 손을 꾸셔넣었다.

『이쯤해서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은데, 친애하는 로마 병정 씨. 총독 빌라도 말고 로마에 대항하는 열심당원 쪽으로 붙지 않으실라우?』
손을 뒤로 감추는 건 공격의 의사가 없음을 의미하는 행위다.
로마 총독은 뭐고 열심당원은 또 뭔지. 짐작도 못해본 행동에 덤으로 제안까지 더해지자 남자의 입술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오로지 서로를 죽이는 일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뱀퍼가 뱀파이어와 협상을 하려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숫자로 따지면 비행기가 추락하는 100만분의 1이라는 확률보다 약간 낮다 - 남자는 최근들어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뉴스를 TV로 본 적이 있던가 하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보니 일주일 전인가 해서 어디선가 경비행기가 떨어져 4명이 죽었다고 들은 것도 같다. 따지고 보면 100만분의 1도 아주 작은 숫자는 아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미안하지만 어렵게 비유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너무 돌려 말했나. 오케이.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우리에게 협조해.』
『이봐. 나는 뱀파이어야. 뱀퍼에게 협조라니, 그런게 가능할 리 없...』
『그쪽에서 보호하고 있는 미친 공주님은 누가 뭐래도 통제 불능이다. 당신은 가급적 일을 조용히 마무리 짓고 싶어하는 눈치던데 은혜를 모르는 망할 년은 일부러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일을 크게 키우고 있다고. 원수인 존 윈체스터의 가족을 처리하면 모든게 잘 해결될 거라는 바보 같은 생각은 버려. 지금의 상황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끝장을 단 하룻밤 사이에 일이 걷잡을 수 없게 커졌어. 뚜껑을 그냥 덮기엔 냄비 속의 죽이 지옥의 불가마니인양 펄펄 끓고 있다고.』

일순 표정이 굳은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미친 공주, 망할 년」의 표현이 리의 입에서 나온 순간 남자는 압정을 밟기라도 한 것 같은 날카로운 충격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도 여기까지 왔으면서 자제력을 잃고 흐트러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자는 재빨리 표정을 바꿔 생전 처음으로 에펠탑을 본 촌뜨기처럼 굴었다. 와, 저게 말로만 듣던 파리의 명물인가. 지나가는 사람더러 기념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야겠군. 그런데 내가 불어를 할 줄 알던가. 실례합니다, 마드모아젤. 아닌게 아니라 그는 천연덕스럽게 눈을 깜빡거리며 무슨 소린지 전혀 못 알아 듣겠다고 딴청을 부렸다.

『답답한 자로군! 다시 말해줄까. 돌았다니까!』
리는 관자놀이에 대고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려댔다.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여겼던지 맛이 간, 완전히 돌은, 제정신이 아닌 등등의 험악한 표현이 굵은 글씨체로 첨부되었다.
그걸 본 남자는 기분이 상한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리의 행동은 언뜻 봐선 지능이 모자란 멍청한 바보를 골리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리는 어디까지나 진지했고, 곱절로 심각했다.
『내가 지금 개념 없게 장난이나 치고 있는 것 같아? 응?』
마약에라도 취한 것처럼 사고 능력을 잃고 바깥을 떠도는 마을 주민의 수가 단 하룻만에 무려 열 여덟을 넘어갔다. 그것도 트럭에 받혀도 절대로 죽지 않고 - 허리가 90도 각도로 뒤로 꺾어진 채 걸어다니고 - 때 이른 할로윈 분장치고는 너무가 기괴스러운 -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났음을 짐작한 마을 보안관이 탱크와 미사일을 동원해달라고 주 방위군에 연락하는 건 어디까지나 시간 문제 - 광장 한 가운데로 장작더미를 하늘 가까운 높이로 쌓아두고 모조리 불질러버린다 해도 과연 해결이 될까 의심스럽고 - 원망. 원망하고 있다. 적의를 드러낸다. 분노. 모두 죽어버리길 바라고 있다.

『우물에서 썩은 쥐가 떠오를 거야. 수레엔 눈 뜨고 죽은 시체가 가득이고. 벌려진 입으로 튀어나온 시퍼런 혀를 벌레가 씹어대겠지.』
근처로 쓰러진 세 구의 시체, 내지는 시체로 짐작되는 몸뚱이를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이제 알겠어? 열 여덟에 다시 셋을 더해 스물 하나다.』
『잠깐. 이곳에 드러누운 세 명은...』
『도중에 말을 자르지 말고 들엇! 도대체 뭐 하자는 짓이야! 이런 경우는 금시초문이다. 아직도 모르겠나! 일이 이지경인데 다들 손가락만 빼물고 있을 것 같아? 장담하는데 외국에서까지 뱀퍼들이 장비를 챙겨 달려와선 얼씨구나 해가며 대규모 사냥을 준비할 거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아나!』
가축의 피를 빨며 조용히 숨 죽이고 사는 뱀파이어들까지 모조리 잡아 목을 베어라 - 학살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를 악다물고 턱을 치켜올렸다. 실제로 남미쪽의 혈기왕성한 뱀퍼들이 미국행 비행기 티켓 가격을 흥정하기 시작했고, 소문은 이미 퍼졌다. 그들 중 하나가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치~즈를 외치게 되면 부러움과 질투심에 휩싸여 나도, 나도 소리를 지를 사람은 최소한 수 십 명에 이른다. 엎친데 덮쳤다고 콜롬비아나 멕시코 쪽의 뱀퍼들은 자비심이라는 걸 모른다. 맥거번이나 피어스, 고든 같은 소문난 강경파도 감히 명함을 못 내밀 정도로 거칠고 막무가내다.

남자의 안색이 싹 달라졌다. 이미 씻어낸 듯 침착함이 사라져 있었다.
『기다려. 모두 열 여덟이라는 건 지어낸 거짓말이지?』
『열 여덟이 아니다. 피 값의 계산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해야지. 스물 하나야.』
『제기랄. 저기 있는 세 명은 빼. 그들은 원래부터 내가 부리던 종이다.』
그래봤자 열 여덟이나 스물 하나나 거기서 거기다. 대충 얼버무릴 숫자가 아닌 것이다. 지금은 화성으로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2007년이고, 치명적 전염병 내지는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독소 운운하기엔 사람들 머리가 지나치게 똑똑해졌다. 세계 곳곳으로 연결된 인터넷은 또 어떻고.
예고도 없이 가까이 접근해오는 족쇄의 찰그당 소리를 들었다.
초조한 기색으로 손가락을 깨물었다.
손가락에 낀 반지가 불현듯 답답하게 느껴졌다.
남미의 뱀퍼들이 살육의 냄새를 맡고 흥분했다는 리의 이야긴 단순한 허풍은 아닐게다.
하룻밤 사이에 열 여덟.

- 책임을 져줘.
- 나에겐「앞으로」가 없어. 왜냐하면 내 미래는 동생 루더와 같이 죽고 없으니까.
- 괜한 분풀이가 아니야.
- 두고 봐. 귀가 아플 정도의 정적을 선사해 주겠어.

그녀가 말한 정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자는 눈꺼풀을 누르며 쥐어짜는 어조로 간신히 대답했다.
『앞으로 사흘의 시간을 벌어주게. 그러면 협조하겠어.』
리의 눈매가 바늘처럼 가늘어졌다.
『72시간은 어려워. 남미쪽 뱀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개인 플레이어들이야. 내가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봤자 그렇게까진 시간은 못 벌어줘. 약속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38시간이다.』
『38시간... 맙소사. 그건 너무 짧아!』
『모두에게 경고를 보내기엔 부족하다 싶겠지만 나로서도 그게 한계야. 자, 어떻게 할래?』
『알았다. 그녀는 이곳으로부터 10km가량 떨어진「자애의 교회」에 있다.』
『오케이. 그럼 그 약속의 증표로 당신이 부리는 종 세 마리를 내가 데려가겠다.』
『맘대로 하시게.』

리는 빠르게 움직이며 총에 맞아 널부러진 세 구의 시체들을 살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활력 저하에 빠진 뱀파이어지만, 어쨌거나 얼굴 정면으로 총을 세 방이나 맞은 여자는 쇼크가 커서 호흡이 완전 정지된 상태였다. 되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고, 설령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해도 턱 아랫부분이 완전히 날아간 상태로 얼마나 버틸지는 의문이다. 그녀는 번득이는 스네이크 나이프를 꺼내들었고, 짤막하게 아멘을 외친 뒤에 목을 깊게 베었다.
남자는 배에 총상 두 발. 하나는 폐를 관통한게 분명하고 다른 하나는 출혈의 양을 봐선 내부 장기를 단단히 건드린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의식은 멀쩡해 눈을 빤히 뜨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남자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위로 바짝 당겨올렸다. 차가운 칼날이 목에 닿자 남자의 동공이 확 좁아졌다. 싫다고 저항하는게 느껴지자 힘이 더 들어갔다. 귀 아래로부터 칼날을 깊게 쑤셔넣고 쇠고기를 도마에 올려놓고 으득으득 썰 듯이 해서 잘랐다. 귀로 들리는 비명은 없었지만 그 몸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넋 놓고 보고 있기엔 그리 썩 좋은 광경은 아니어서 샘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치만 이것이 그녀의 직업이다. 그리고 일이다.
샘은 잠시 생각해봤다. 다른 사람도 샘을 보면서 이런 기분을 느끼곤 할까.
그러자 마음이 착잡해졌다. 헌터라는 직업은 정말이지 엿 같다.
『딘...』
슬그머니 형의 어깨에 기대려고 했다.
딘은 조용히 그 몸을 빼고 동생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형이 왜 그러지 걱정하며 팔꿈치가 닿도록 다시 형에게 바짝 붙어 섰다.
이번에도 딘은 또 옆으로 한 걸음 옮겨갔다.
그가 피하고 있다 - 그걸 깨닫자 샘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이제 리는 쓰러진 아이에게로 접근했다.
그러다 멈칫했다.
어린아이여서 목을 베기를 주저한게 아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뭐야. 총에 맞은 것도 아닌데 상태는 셋 중에서 제일 나쁘잖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손으로 머리를 잡고 이리저리 돌려봤다. 세게 얻어맞은 자리엔 선명하게 피멍이 들어 있었다. 그래봤자 피멍 정도로 뱀파이어의 맥이 끊길 리 없다. 그런데도 이 아인 사흘간 땡볕에 노출되어 푹 곪은 고기처럼 완전히 맛이 갔다.
코와 턱을 덮은 다량의 피도 마음에 걸렸다. 삼킨 건지 뱉은 건지 모호하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자 입안에 고여있던 피가 벌려진 입을 통해 주룩 흘러나왔다. 이가 부러져 흐르는 피라고 하기엔 양이 많다. 거기다 코로도 약간의 피가 흘러나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가 싶어 손가락을 넣어 아이의 입을 크게 벌려봤다. 그러자 제 기능을 잃은 송곳니가 먹다 남긴 박하사탕처럼 아래로 와르르 떨어져 내렸다.
아하, 그런 거였구나. 리는 인상 쓰던 걸 풀고 손을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리다고 내심 얕봤는데 아주 엉터리는 아니잖아.』
『응?』
『잘 처리했어, 딘 윈체스터.』
무거운 가방을 들어올리자 다친 팔목이 욱씬거렸다. 딘은「내가 뭘-」이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나 채 캐묻기도 전에 리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설명이란 단계를 여차하면 생략하곤 했던 존 윈체스터와 너무나 흡사하게 닮아 있었다. 익숙하니까 그게 왜 나쁜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편하기까지 하다. 이따금씩 자신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입에 집어삼키던 질문 - 그게 뭔대요, 아버지 - 를 자연스럽게 혀 밑으로 잡아당긴 딘은 다시금 어깨를 으쓱였다. 뒤에서 샘이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상관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까 - 그는 이런 식으로 앞뒤를 뒤섞는 것이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걸 아직 모르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07/08/26 20:05 2007/08/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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