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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9 [S☆N-fanfic] Bloody blast 25 by 미야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배경은 2시즌 중반 무렵으로 샘은 아버지 유언이 뭔지 아직 모르는 것으로 설정이 되어 있어요. ※


동생의 호흡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자 팔뚝으로 소름이 돋았다. 잠자는 미녀처럼 조용한 샘은 무섭다. 너무 흥분했거나, 반대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끔 꼭지가 돌았다는 의미다. 젠장, 그러고보니 이거나 저거나 둘 다 똑같은 얘기잖아! 입술을 질끈 깨문 딘은 최대한 뒤통수 쪽으로 눈알을 굴려 동생이 뭘 어쩌려는 건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샘!!』
제발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줬으면 하고 빌고 또 빌었다.

샘은 평소엔 장례식을 집전하는 천주교 신부처럼 점잖케 행동하는 녀석이었지만 일단 날뛴다 싶으면 레몬즙이 콧구멍에 잘못 들어간 사람처럼 구는 경향이 강했다. 미친 강아지가 벽에다 머리를 쾅쾅 박아대는 건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심각해지면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를 몰고 가파른 언덕 아래를 무지막지한 속도로 질주해 내려간다. 도로가 끝나는 절벽의 마지막에선 힘찬 도움닫기를, 찰라이긴 해도 허공에 붕 떠서 만세를 불러댄다. 무거운 고철 자전거 앤드 수직으로 낙하하는 철부지 사내 자식을 두 팔로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다.

딘은 가끔씩 대학 친구들이라던가, 동아리 선후배 기타등등이「으아, 미친 레몬이다!」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가 매우 궁금했다. 폭풍우에서 구조되기 위해 난간쪽으로 기어가는 선원처럼 굴었을까, 아님 만사 포기하고 제 생명을 주님께 온전히 맏기겠습니다 기도를 올렸을까.
「그게 뭔 소리야. 내가 무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도 되는 줄 알아?」
재주껏 술까지 먹여가며 넌지시 떠보았지만 샘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식으로 웃기만 했다.
「숨기지 말고 말해보렴. 이 형은 그저 네가 사고를 쳤는지 안 쳤는지만 알고 싶을 뿐이야.」
「사고를 왜 쳐. 아빠와 형, 세상에서 딱 두 가지라고. 날 화끈하게 돌게 만드는 폭탄은.」
술에 취한 샘은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가 어랍쇼 하고 다시 하나를 접어 둘로 만들었다.
그 두 가지 모두 근처에 없었으니까 나의 축복받은 대학 생활은 끝내주게 밋밋했다고 - 딸꾹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동생은 목이 꽤나 말랐던지 답답한 표정으로 물을 찾았다. 졸지에 폭탄이 된 딘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물병을 테이블에서 감춰버리는 심술을 부렸고, 무울~ 하고 한참을 칭얼대던 샘의 눈동자는 토끼처럼 붉게 핏발이 섰다.

그래, 나는 폭탄이다. 내가 전혀 모르는 너의 평범했던 대학 생활을 위하여 건배.

그치만 딘의 우려처럼 콧구멍으로 레몬이 들어가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커다란 얼음 알갱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샘은 냉기가 솔솔 뿜겨져 나오는 머리로 철저하게 계산을 해봤다. 남자는 딘을 밟고 있다 = 다리를 움직이지 못 할 것이다 = 핸디캡이 있으니 이쪽에서 덤벼볼 가치는 충분하다. 팔 하나 정도는 잃어버릴 각오는 해야겠지만 까짓 것, 관자놀이의 핏줄이 불끈 섰다. 샘은 날이 잘 손질된 단검을 꺼내들었고 이것은 언제나처럼 분명 가치있는 노력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샘! 제발~!!』
귀가 쫑긋 섰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딘의 목소리가「살려줘, 동생아!」로 번역되어 들렸다. 잔뜩 갈라졌고, 당황한 것처럼 보이는 형의 목소리는 샘으로 하여금 아드레날린이 들끓게 만들었다. 겨드랑이의 털이 한올한올 곤두섰다. 출산한 젖먹이 어린애를 생판 타인에게 빼앗긴 어미처럼 숨구멍이 열렸다 도로 닫혔다. 파도와도 같은 감정이 노아의 홍수를 일으키려 했다.

『하아! 그게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
손에 쥐어진 번득이는 칼날을 본 남자가 침착한 어조로 물었다. 자신의 발치를 짐짓 내려다보는 사내의 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그것은 경고였다.
『허튼 짓은 관두게. 그러다 인식표가 발가락에 매달린 시체를 돌려받을 수도 있어.』
입이 타들어갔다. 혀를 내밀어 바짝 말라붙은 입술에 침을 발랐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는 대지에 겨우 물 한방을 끼얹는 것에 불과했다.
샘은 꿈틀거리는 딘의 허리를 쳐다봤고, 다시 남자를 노려봤다.
『아니. 나는 지금의 당신 말이 허풍이라는 걸 알아. 보험이라고 했잖아. 딘을 시체로 만들어선 보험으로 써먹을 수가 없지. 당신은 싫든 좋든 지금 이 자리에선 딘을 죽이지 않을 거야.』
뱀과 같은 눈동자가 옆으로 기우뚱 움직이면서 도화지에 그린 웃는 입을 가위로 오려 붙인 듯한 괴상한 표정이 한층 더 요란해졌다.
『음... 확실히.』
남자는 어디까지나 진지했고, 샘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네. 자네 말대로야. 아직은 존 윈체스터의 아들을 계속 살려둬야 할 까닭이 있으니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라고 해도 함부로 손을 대선 안 되겠지.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딱 하나군. 그.쪽.이. 대.신. 시.체.가. 되.게.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가 별처럼 반짝였다. 샘은 그것이 암을 유발시키는 기분 나쁜 형광색 물질처럼 느껴졌다.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인도하는, 죽기 직전까지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고통을 느끼게 해주는 성분 = 공포였다.
등이 뻐근해졌다. 단 3초면 모든게 결정될 것이다. 샘은 자신이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을 충분히 인식했다. 샘은 이것만이 최선책이라는 듯이 팔을 안으로 구부려 팔꿈치와 칼날이 각각 수평을 이르게끔 했다. 처음 호흡은 준비. 두 번째 호흡은 각오. 투우사가 붉은 기를 들면 황소는 뛰어나가는 거다. 튕겨나가면서 동시에 친다. 세 번째 숨은 가슴 안쪽으로 깊숙이 삼켰다. 하나, 둘, 셋... 멀리뛰기 도약을 준비하는 요령으로 다리 근육을 움츠렸다.

『하지 마!』
딘은 이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를 반신반의하며「아버지의 명령」투로 외쳤다. 그리고 기억해냈다. 그의 동생은 여드름이 나면서부터 항상 아빠에게 반항했다는 것을.
무기력증이 솟구쳤다. 싸움을 당장 멈추게 해야 했지만... 어떻게?
자전거를 탄 소년이 겁도 없이 절벽을 향해 질주해간다. 손잡이에 붙들어 맨 장식용 바람개비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아... 도로의 끝. 떨어진다. 허공에 붕 떠오른 자전거 바퀴가 흡사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딘은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본다. 그러나 닿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러면 안돼!』
속이 메스꺼웠다. 하늘을 나는 탈 것들은 뭐라고 할 것 없이 모조리 질색이다. 비행기, 행글라이더, UFO, 열기구, 자전거, 수퍼맨 할 것 없이 소금에 버무려 구덩이 속에 파묻어야 한다. 왜냐면 중력이라는 괴물이 모든 것을 땅바닥으로 패대기질을 쳐버릴테니까. 놈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예외라는 걸 두지 않는다. 예쁜 동생을 피투성이로 내동댕이치곤 나 몰라라 한다. 딘이 그 나쁜 놈과 대항하여 싸울 수 있는 도구는 아무 것도 없다. 자연의 법칙이다. 올라가면 아무튼 언젠가는 떨어지게 되어 있다. 오늘도 딘은 그놈의 망할 고물 자전거와 무섭게 곤두박질치는 깡마른 몸뚱이를 보았다. 빌어먹을, 다신 자전거에 올라타게 만드나 봐라. 절망하며 흙을 움켜쥐었다.
『샘! 홧김에 엉뚱한 짓 하려는 거 아니겠지? 내 말이 맞지?! 야! 인석아!』
그렇다. 이건 엉뚱한 짓이다. 샘이 해야 할 일은 딘을 구하는게 아니다. 이것은 옳지 않다.
『장난이 아니란 말이야!』

바로 그때, 정말로 장난처럼 타원형의 쇳덩이가 코 앞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뭐야 이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이 휘둥글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확실한 반응을 보인 사람은 땅바닥에 엎드려 있던 딘이었다.
『으아악! 망할!』
그것 보라니까. 레몬이다. 레몬즙이 동생의 콧구멍에 들어갔다.
딘은 이성을 잃고 팔과 다리를 심하게 버둥거렸고,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히 바보스럽고 흥분된 상태로 빠져들었다. 살아있는 개구리가 스프 접시에서 튀어나왔으니 식탁은 거꾸로 뒤집어져야 옳았다. 국자가 날아갔고, 촛대가 글렀다. 식탁보에 휩쓸려 의자가 쓰러졌다. 바닥을 뒹구는 접시가 모조리 깨져나갔다.
찢어지는 비명에 덩달아 질겁을 한 뱀파이어 남자가 다섯 걸음이나 폴짝 뛰었다. 드디어 속박이 풀린 딘은 그보다 약간 더 빠르게 해서 한 번에 열 걸음이나 후다닥 기어갔다. 수류탄 투척시 대처 요령이 뭐더라. 아버지가 뭐라고 말씀하셨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두 팔로 머리를 감싸쥔 딘은 아무렇게나 생각나는대로 외쳤다.
『레몬이다아~!!』
외치고 보니 뭔가 틀린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게 뭔 상관이람.
딘은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아기처럼 혼비백산하여 바닥을 기기 시작했고, 차가운 11월의 혹독한 칼바람을 헤쳐나가는 뉴요커처럼 어깨를 움추렸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비행기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갔고, UFO에서 수상한 광선을 쏘아보냈고, 자살 폭탄 테러가 벌어졌고, 압둘라인지 빈라덴인지 하는 이름의 사내가 비디오 테이프에서「미국이여 각오하라. 레몬이다!」라고 손짓을 섞어 말했다. 놀란 딘은 그저 뿌옇게 먼지가 일어나도록 발버둥치고 또 발버둥쳤다.

『딘! 진정해, 진정하라고!』
『진정?! 진정?! 나한테 진정하라고 말한게 누구야.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눈과 코와 입으로 대단히 뜨거운 숨이 불어닥쳤다. 딘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다시금 비명을 질러댔다. 그것이 자신을 와락 끌어안은 동생의 호흡이라는 건 까마득히 몰랐던 그는 정말로 가까운 곳으로 수류탄이 터졌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 메카가 있는 방향을 향해 넙죽 엎드렸다.

『지리멸렬한 것들. 웃기고 있네.』
여자는 바지 주머니에서 빨간색과 흰 색으로 줄이 나있는 담뱃곽을 꺼내들었다. 치익 하고 종이로 만들어진 성냥개비가 노랗게 황을 태웠다.
『아주 쇼를 해라, 쇼를 해.』
조용하고 어두운 공간에서 빨간색 담뱃불이 깜빡깜빡 점등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회색의 연기로 얼굴을 감춘 리는 싸늘하게 식은 말투로 모두를 한꺼번에 바보로 만들어 가난한 제3세계에 덤핑으로 묶음 판매했다.

이마에 20% 파격 세일이라는 문구가 적혀졌다는 것도 모르고 딘은 끙끙거렸다.
『리! 큰일! 폭탄!』
『주둥이 닥쳐! 2달러 주고 장난감 가게에서 구입한 장난감이다! 진짜와 가짜도 구분 못하는 그놈의 쓸데없는 눈깔은 뭐 하러 달고 다녀. 그냥 후벼파버렷!』
장난감? 장난감!
그제야 빼꼼 눈을 치켜 뜬 딘은 머뭇거리며 하늘로 치켜올린 엉덩이를 도로 내렸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보니 플라스틱 고무 모형에 조잡하게 색을 칠한, made im china 애들 장난감이 맞았다. 자세히 봐야 이게 진짠가 가짠가 구분이 가는 정교한 물건도 아니어서 착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지경이다. 딘은 지독한 코감기에 걸린 환자인양 얼굴이 새빨개졌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세상에. 애들 장난감에 놀라 사람 살려 난리 굿을 쳤다는 거냐.
자기가 던진 수류탄 모형을 손가락질을 하며 리가 꽥꽥거렸다.
『거기다 뭐? 레몬? 네 눈엔 저게 맛있는 과일로 보이든?!』

모양이 레몬 비슷하긴 하잖아요 - 정신 나간 형을 대신하여 늘어놓는 샘의 억지 변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듯한 흐흐흐 웃음이 터져나왔고 딘은 죽을 때까지 평생 놀림거리가 될 문제의 에피소드가 방금 탄생했음을 깨달았다. 이걸 어쩌면 좋노. 동네방네 소문이 쫙 돌 거다. 나는 너의 비밀을 죄다 알고 있다 빙그레 웃으면서 맥주를 마실 바비와「수류탄이 뭔지 모르니? 진짜 수류탄을 내가 보여줄까?」라고 진지하게 제안할 애쉬 및 앨런의 모습이 상상되자 구덩이라도 파고 싶어졌다. 아니, 그 전에 믿지 못 하겠다는 식의 다소 경멸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리가 당장 문제다. 이래서는 도움을 받고도 고맙다고 말도 못 붙인다. 이제 딘은 귀까지 새빨개졌다. 무릎이 시큰거리는 통증은 당장 잊었다.

『세상에. 나까지 감쪽같이 속았어.』
뻘쭘해진 건 뱀파이어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속으로 모래를 채운 장난감 폭탄을 발로 톡톡 건드려보곤 가뜩이나 혈색이 없는 하얀 뺨이 1mm 두께로 썬 비누처럼 한층 더 투명하게 변했다. 어처구니 없어하는 모습이 난잡한 욕설들로 도배된 담벼락을 눈앞에 둔 성직자처럼 보였다. 한 손엔 비누를, 다른 한 손엔 쑤세미를 쥐었다. 범인을 잡아 족치는 건 나중이다.「보지」라는 단어를 지우기 위해 일주일동안 씨름할 생각에 이마에 팬 주름이 깊어졌다.

『이거, 이거. 또 만났군, 뱀퍼 리?』
리를 쳐다보는 그 시선은 죽은 동물을 먹어치우기 전에 부패하길 기다리는 무자비한 하이에나처럼 살기등등했다.
『칼리아나 술집에서 인사를 나눈 걸로는 부족했던 건가. 이건 완전히 악연이로군.』
『누가 할 소리. 팔은 괜찮으신가, 뱀파이어 양반. 재생 능력이 뛰어나도 아직 다 낫지 않았을텐데. 그쯤하면 데웠다고 생각하고 얼른 꽁무니를 뺐어야지. 뭐가 잘났다고 어디다 대고 상판을 또 들이밀어.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심심했나.』
『미안. 난 또 피투성이 자동차를 길가에 아무렇게나 세워두었길래 일부러「난 포기할테니 얘네들 빨리 잡아가시오」광고하는 거라 생각했거든. 난 그래서 당신이 은화 30개를 받고 좋아라 하면서 밭을 사러 갔다고 여겼지. 그런 내 생각이 틀린 거였나?』
『당연히 착각이지. 나로 하여금 예수를 팔아먹게 만드려면 은화가 아닌 금화가 필요하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리는 피우던 담배를 땅바닥에 던졌다.

Posted by 미야

2007/08/19 09:03 2007/08/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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