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우면 할 짓이 거의 없다

편도선이 부었다 = 열이 올랐다.
비 맞고 잠깐 돌아다녔다고 진짜 이러기냐... 원망해도 어쩔 수 없다. 13,000원이나 주고 우산도 샀는데 다 소용 없었다. 일단 열이 올랐으니 만사 콰광이다.

침대에 누우니 딱이 할 일이 없다. 심심했다.
그렇다고 해도 토요일엔 손님이 들이닥쳐 어쩔 수 없이 음식 일을 도왔다. (바이러스 전염 여부는 나중이었다) 고기를 튀기고, 설겆이를 하고, 계란을 씌워 버섯을 부치고... 여러분? 집에 가서 엣취 하고 재채기를 하면 범인은 바로 저예요.
덕분에 열이 더 올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불 뒤집어쓰고 다시 취침... 역시 심심하다.

누워서 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사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것밖엔 없었다.
오랜만에 구슬을 가지고 놀았다.


오닉스와 론델, 스몰 라피스, 그리고 아메시스트가 박힌 마카사이트 팬던트.
화려한 부자재가 많이 들어가긴 했는데 다 만들고 나니 워째 내 취향은 아니었다. 뭐랄까... 묵직하다. 몇 번 착용하고 나서 지겨워지면 분해해야지... 흥흥.

아는 분이 건강보험 상품을 하나 소개해줬다. 엑~ 한 달 보험료가 10만원대다. 그것도 표준 체격일 때가 그렇다.
나는 표준체격이 아닙니다!

돈 없어. 그냥 죽게 해줘.

Posted by 미야

2007/03/11 22:46 2007/03/1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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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judgment 13

※ 토요일에 우산을 안 가지고 나갔다가 비를 거나하게 맞았더니 감기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짧고,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급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여기서 샘은 존의 유언이 뭔지 아직 모르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


자신이 게워낸 오물을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노려본다고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릴 것도 아니겠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으랏차차.
딘은 손수 걸레를 들고 차 안을 꼼꼼이 닦기 시작했다. 토사물 특유의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다. 허리를 굽혀 혹시라도 놓친 부위는 없는지를 세심하게 확인했다. 서둘러 닦아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썩은 토마토즙과 상한 햄버거를 식탁 위에 두고 딱 일주일만 방치해보자. 머지 않아 온 집안으로 귀가 아닌 코로 감상하는 구더기 대합창이 울려퍼지게 된다. 창문을 아무리 열어두어도 벽지 안쪽으로 스며든 악취는 이미 처리 불가능이다. 혹시나 싶어 향수를 뿌리는 날엔 차라리 집을 불살라버리는게 낫겠다 싶은 상황이 되어버린다. 마찬가지다. 시트 속까지 토사물이 베어들면 결국엔 의자를 통째로 잡아뜯어야 한다 = 돈이 들어간다. 먹고 죽으려 해도 돈이 없는 마당에 그런 곳으로 거액의 지출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그들 윈체스터 형제의 지갑은 종이 한 장 두께에 불과했다. 그래서 딘은 뽀독뽀독 소리가 나도록 걸레를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힘들지 않아? 내가 닦을게, 딘.』
스프레이형 세제를 든 샘이 좌우로 어슬렁거렸다. 뒷 트렁크를 멋지게 찌그러뜨린 죄를 지은 탓도 있거니와,「자동차 광(狂)인 딘 윈체스터가 차 안에서 토했다」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지라 진작부터 안절부절이었다. 비행기만 못 타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사람이 평소에 안 하던 짓을 저지르면 당연히 걱정이 되는 법이다. 그는 딘이 아프다고 생각했고, 그것도 중병이라고 과장하여 착각했고, 남들에게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이미 심각한 지경일 거라고 멋대로 오해했다. 샘의 귀는 한참 전부터 병원 응급의가 외치는「위급 환자를 당장 수술실로!」외침에 다이얼이 맞춰져 있었다.
『응? 내가 닦을게.』
환자는 자고로 편안한 침대에 누워야 한다. 노동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사람의 몫이다. 샘은 딘에게서 어떻게든 걸레를 빼앗을 궁리를 하며 형의 둥그런 궁둥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네놈의 형편없는 운전솜씨 탓에 멀미를 일으켰다는 생각은 도무지 못 하는 거냐!』
귀찮다 - 대문자로 이마에 글귀를 적고 딘은 동생을 뒤돌아 보았다. 그리고 야단쳤다.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 있어. 냄새나는 남의 엉덩이에 얼굴을 박고 도대체 뭘 하자는 거니.』
확실히... 듣고보니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샘은 형의 엉덩이 감상은 그만 두고, 뒤돌아 맞은편 운전석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샘의 표정이 환해졌다. 허리를 굽히자 바닥 걸레질에 열중하고 있는 딘의 얼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비록 그의 이마가 여자들 플레어 스커트처럼 잔뜩 주름이 졌긴 했어도 역시 엉덩이보단 이쪽이 좋다. 샘은 하얗게 변한 토사물 얼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저어... 이거, 내가 닦을까.』
『으이그!』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누가 뭐래도 포기를 안 한다. 집착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끝장을 보고야 만다. 누구 말대로 땅속에서 지하수가 터질 때까지 계속해서 우물을 파는 것이다. 암반을 수직으로 뚫고 나가 지구 반대편 바다로 빠져나가게 생겼든 말든, 삽질을 멈추지 않는다.《대충대충, 무늬만 열심히, 하는둥 마는둥》라는 표현의 의미가 뭔지 이해를 못 한다. 그들의 사전에는「적당히」라는 단어가 빠져 있다. 덕분에 인류는 기어코 달의 표면으로 위대한 발자국을 남기기에 이르렀으며, 딘은 들고 있던 걸레를 바닥으로 던졌다.
『네 맘대로 해!』

차갑게 식은 마가린 덩어리처럼 징그럽게 엉겨붙는 감정을 풀어버리긴 위해선 한줌이라도 좋으니 신선한 공기가 필요했다. 허리를 펴고 시큼한 냄새를 피워대는 자동차에서 떨어졌다.
아니, 그것보단 차라리...
가짜 기자 흉내를 냈을 적에 피웠던 윈스턴 담배를 아직도 품속에 가지고 있음을 떠올렸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꺼낸 딘은 아주 오래 전에 아버지 존이 그랬던 것처럼「죄책감에 사무친」얼굴로 담배 끝으로 라이터 불을 가져갔다.
그걸 본 샘이 눈을 휘둥글 떠보였다. 그랬기만 했던가. 하던 걸레질을 중지하고 펄쩍 뛰었다.

『딘!』
『응.』
『무슨 짓이야?!』
『흡연.』
『옳지 않은 짓이야, 그건.』
『여기가 고등학교냐? 아니잖아. 내가 십대 청소년으로 보여? 그것도 아니지. 난 어디까지나 자유의지로 흡연을 할 수 있는 건장한 미국의 성인 남자란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어요.』
 
그렇다고 해도 샘은 담배 연기를 싫어한다.
그 사실을 잊지 않은 딘은 동생과의 거리를 벌리고자 바람을 등지고 조금 걸었다.
입이 쓰다. 폐 깊숙이 들이킨 연기는 그야말로 지옥의 독초 맛이었다. 좌우 방향으로 뇌가 진동하면서 턴 테이블에 올라간 오래된 레코드인양 피잉 하고 지저분한 잡음을 냈다.
형편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코로 회색의 연기를 착실하게 내뿜었다.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재앙이 뉘게 있느뇨, 근심이 뉘게 있느뇨, 원망이 뉘게 있느뇨, 붉은 눈이 누구에게 있느뇨. 솔로몬 왕이 우민들을 향해 던진 그 질문에 딘이 답했다. 나에게 있소, 바로 나에게 있소... 그저 찬 바람 탓이라고 우기며 손등으로 쓰라린 눈을 비볐다.

샘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딘의 입에서 담배를 빼앗아 자기 입술에 끼었다.
청회색 연기는 겨우 코 가까이를 스쳤을 뿐이다. 가볍게 흉내만 내었을 뿐인데도 애송이의 콜록 소리가 터져나왔다. 맵다. 그것도 눈물이 나오도록 매웠다. 그런다고 나아질 것도 아니면서 샘은 손바닥으로 연신 부채질을 했다.
『딘. 그 여자는 인간이 아니었어. 그러니까 딘은 사람을 죽인게 아니야. 머리가 날아갔는데도 욕설을 퍼부어댈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 그건 어디까지나 괴물이었고, 형이 총으로 쏴죽였다고 죄책감을 가질 까닭이 없어.』
『흐응...』
딘은 모호하게 대답하며 샘의 입에서 다시 담배를 빼앗아왔다.
사이좋게 사탕 하나와 콩 반쪽을 나눠 먹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한 개피의 담배를 두 사람이 나눠 피운다는 이야긴 금시초문이다. 이래서 어른은 애들 앞에서 나쁜 짓을 못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따라 하려고 하니까 겁 난다. 딘은 목이 따끔거린다고 호소하는 바보를 쏘아보았다.
『틀렸어, 샘. 넌 전혀 엉뚱한 다리를 만지고 있어.』
『그럼... 아니라고?』
거기까지 말한 샘이 다시 담배를 빼앗아갔다. 그리곤 또 콜록거렸다. 한 모금 들이마시고 죽으려고 난리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숨을 고르더니「이거, 맛 없어」라고 말했다.
맛 없다고 타박하는 주제에 왜 남이 피우던 걸 맘대로 가져가냐니까.
딘이 눈을 야리며 자기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알았다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샘이 딘의 입술에 담배를 꽂았다.
그렇다고 해도.
깊게 연기를 뱉으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샘이 옳다. 담배라는 건 정말이지 맛이 없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마지막으로 아버지 존은 유언처럼 말했다.
동생을 지키라고.
지킬 수 없으면... 죽이라고.
약속하라고 했다. 맹세하라고 했다. 그렇게 하라고 명령했다.
존의 작은 병사는 사랑하는 대장의 말에 그리 하겠노라 속삭였다.

「죄송해요. 그치만 아무리 부탁하셔도 전 그렇게는 아마 못 할 거예요. 역시 전 형편 없는 아들인가봐요. 샘을 지킬 수는 있어요. 하지만 죽일 수는 없어요.」
화약의 냄새가 코끝을 확 스치면서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예언했다. 그는 방아쇠를 당겼고, 사방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동생의 머리가 망가졌고, 모든게 역겹게 변하고... 딘은 신경질적으로 웃었다.
총에 맞아 두개골이 박살난 여자로부터 자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샘의 모습을 봤다.
두려움이 광풍과도 같이 임했고, 재앙이 폭풍처럼 임했고, 근심과 슬픔이 저주가 되어 임했다.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내 손으로 샘을?
거기까지 생각한 딘은 머리를 감쌌다.
회색의 감정이 이불처럼 그의 등을 덮었다.
지킬 수 없게 되면... 죽이라고? 그것도 내 손으로?
무리다!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할 수 없다. 아빠가 아무리 명령을 했어도... 안 된다. 못 한다.
맹렬하게 비웃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리며 하늘로부터 내려왔다.
존이 명부에서 울부짓고 있다. 못난 아들을 향해 꾸지람을 내리고 있다.
「왜 못 한다는 거냐. 넌 필요 없는 자식이다. 진짜지 넌 쓸모 없는 자식이다.」
존의 질책이 딘의 뼈를 깎았다.
이건... 너무 힘들다.

절반쯤 남은 담배를 아무렇게나 던지고 발로 비벼 껐다.
그걸「바른 생활 사나이」가 얼른 달려가 손으로 주워 자기 호주머니에 넣었다.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면 안 돼, 딘. 그리고...』
그 형이 무엇으로 인해 고통받는지를 모르는 샘은 조용히 초록색 눈동자로 딘을 올려다 보았다.
희미하긴 했으나 미소를 지었다. 억지 웃음이 아니라는 느낌이 없는, 진솔한 표정이었다.
『이거 하나는 알아주길 바라. 나는 형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있어.』
약간은 창피한 눈치다. 둥글게 구부러진 등이 그런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지금 꼭 해야 하는 말이라고 샘은 생각했다. 딘이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죄다 털어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나중에 두고두고 놀림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해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딘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나는 뛰어내릴 거야. 형이 얼어붙은 강물로 뛰어들라고 하면 두말하지 않고 뛰어들 거야. 나는 형을 믿으니까, 신뢰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어.』
그리고 나서 샘은 약간 슬픈 얼굴을 했다.
『하지만 형은 나와는 달리 날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
『왜? 네가 강물로 뛰어들라고 해도 내가 뛰어들지 않을게 뻔하니까? 당연하잖아. 난 얼어붙은 강물에 뛰어들기 전에 근방으로 쓸만한 뗏목이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할 거다.』
스스로 생각해도 당황한 목소리였다. 그 떨림을 숨기며 딘은 방어적으로 팔짱을 꼈다.

『얘기가 약간 옆으로 샜어, 딘.』
『아니, 이야기의 본질이 바로 그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달라. 딘은... 뗏목을 찾았다고 해도 그걸 나에게 양보하고는 강물에 그냥 뛰어들 거야. 그리고 뗏목에 매달린 내가 미친 사람처럼 고함을 지르든지 말든지 강물 밑바닥으로 가라앉겠지. 형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야.』
『걱정도 팔자. 안 가라앉아. 난 엉덩이가 너보다 몇 곱절 훠~얼씬 가볍거든.』
딘은 엷게 웃으며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로 가볍게 말했다. 장난스럽게 윙크도 했다. 하지만 샘은 안 속았다.
『거 봐. 인정하고 있잖아. 혼자서 강물로 뛰어들 거라고 본인도 생각하고 있어. 난 이해가 안 가. 왜 둘이서 같이 뗏목을 나눠탈 생각은 안 하는 거야?』

안 속는다면 할 수 없다. 샘의 질문에 딘은 딱 부러지게 말했다.
『나는 네 형이다. 널 차가운 물에 빠지게 할 수는 없어.』
『내가 그러길 원치 않는데도?』
『내가 그러길 원하니까 상관 없어.』
『맙소사... 형은 조금도 날 못 믿는 거야?』
『널 믿어. 그리고 널 신뢰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야.』
『말도 안 돼. 그건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해도 하는 수 없지. 나는 네 형이니까 물에 빠지는 건 나 하나로 족해.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하느니, 차라리 죽고 말 거야.』

입으로 말하고나니 머리가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바로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드디어 판단이 섰다.
동생은 안전하게 뗏목에 실어 보내고 혼자 물에 뛰어드는 것이다.

세 시간 뒤, 딘은 동생 몰래 최소한의 물건만을 챙겨 자취를 감췄다.

Posted by 미야

2007/03/11 21:41 2007/03/1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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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aasazi 2007/03/13 22:36 # M/D Reply Permalink

    어디로?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어흐흑! 두 형제의 투닥거림이 정말 '답다' 싶지만..^^
    혼자서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지고 험한 세상 다리되어의 딘 이란...
    가슴이 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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