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색채가 없는 꿈을 꾼다던데 워째 내 꿈은 칼라다. 가끔은 지나치게 선명해서 꿈에서도 이게 현실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어쨌든 기분은 좋고, 풍경 끝내주고, 기쁘다는 것이다.
버스가 구불구불한 산길을 잘도 달린다. 그러다 허공을 떠서 질주해간다. 창밖으로 내려다보니 도로가 끊겨 있다. 버스는 물과 안개 위를 멋대로 달린다. 운전기사는 속도를 더 내고 능숙한 폼으로 종착역에 도착한다.
울창한 숲이 있고, 으리으리하게 생긴 여관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하룻밤 머물러야 한다. 나는 신발을 새로 구입해야 했고 어딘지 모르게 허둥대는 여관 직원은 하얀 샌들을 내놓는다. 마침내 그렇게나 소원하던 장기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관광지는 낯설고 멀리 보이는 전망대까진 걸어가기 힘들 것도 같다. 그치만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고 있고 어디까지나 이어진 풀과 꽃들을 보기 위해서라면 땀을 흘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사방으로 집채만한 나무들이 있다. 어찌나 굵고 아름드리한지 태고적부터 있는 그런 나무들로 보인다. 한 남자가 단풍나무라고 알려준다. 내가 아는 단풍나무가 아닌데 - 상관은 없다. 문이 굳게 닫겨진, 짙은 파랑의 기와를 얹은 훌륭한 건물들은 절로 보이지만 종교가 다른 나는 그곳으론 들어가지 않는다. 여관 주인이 식사를 하라고 사람들을 부른다. 상다리가 부러진다. 같이 버스를 탔던 사람들이 모여들고 즐거워한다. 그치만 나는 식욕이 없어 거절을 하고 일어난다. 바람 소리가 들린다. 아아, 기분 좋다. 한 달은 이곳에서 여행을 하고 가야지 - 깊은 계곡으로 물이 흐르고 그 물은 너무나 깨끗하다.
그렇게 꿈을 꾸고 일어나면 기억에 혼란이 와서 먹먹해진다.
하지만 괜찮다. 생전 어디로 멀리 나간 적은 없지만 꿈에서라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으니까 족하다. 정말로 여행을 가게 되면 그런 기분이 될까 궁금하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