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fanfic] Noise 上

※ 휴방한다니까 기운이 쫙 빠지네요. 먼젓번 글의 연장선입니다. 취향이 아니다 싶으면 마우스를 움직여 화면을 닫고 레드썬을 외쳐주세요. ※


내 것이 아닌 체중이 실려 삐걱대며 요동치는 매트리스의 움직임에 기겁했다. 그러나 주먹을 뻗어 미지의 적을 응징한다는 계획은「지난 8월부터 11월에 걸쳐 화성인이 자기네 행성에 운하를 건설했습니다」이상으로 허황된 것으로 판명났다. 반사적으로 발길질을 하려는 것보다 익숙한 체취를 코로 들이마시는게 더 빨랐고, 순간「적이 나타났다!」고함치던 전의는 네모반듯하게 접혀져 서랍장 안쪽으로 스륵 빨려 들어갔다.

물끄러미 위를 올려다봐도 어둠이 삼킨 얼굴은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윤곽조차 희미하다. 그렇다고 해도 무섭지 않다. 반대로 행복하기까지 하다. 샘은 상대방이 보다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웠다. 침대가 다시 좌우로 흔들렸고, 이내 차가운 손가락이 확인하듯 샘의 뺨을 가만히 쓸었다. 그 동작은 흡사「겁먹지 마, 침착해, 널 다치게 하지 않아」등등의 말을 걸어오는 것과 같았다. 샘은 알고 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동시에 신뢰와 애정을 가득 담아 그 손에 입을 맞췄다. 설령 그가 샘을 다치게 하고 싶다고 해도 허락할 것이다. 뭐든지, 부디 뜻대로. 샘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손길을 따라 입술을 움직였다.

킬킬 웃는 소리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 웃었을 수 있고, 어쩌면 둘 다 웃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샘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고,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목덜미 사이로 뿜겨오는 뜨거운 숨결과 묵직하게 눌려오는 체중에 집중하며 엉덩이를 느리게 흔들었다. 각자의 아랫배가 맞물렸다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조화의 음률을 자아냈다. 얇은 속옷 한 장 너머로 문질러지는 서로의 살갗이 너무나 기뻤다.

『좋아...』
애정으로 가득찬 신음 소리가 쏟아진다.
『좋아해...』
밀착된 하복부에서 열기가 피어올랐다. 그렁그렁 목을 울리며 서로의 몸을 비벼대는 동작에 열중했다. 호흡이 가빠지면서 온몸의 혈액이 한곳으로 몰려들자 샘은 키스를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찾아 우물거리는 소리를 냈다.

딘의 입술, 형의 혀.

『패리스 힐튼이 얼라리 까꿍해가며 알몸이라도 보여줬어?』
어지간히 민망한 동작에 끔찍스런 소리를 냈던 모양이다. 딘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어댔고, 치약을 짠 칫솔까지 덩달아 흔들어댔다.
『베개까지 쪽쪽 빨아대며 아주 그냥 난리 블루스더구나. 이 형은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난감했다.』
『프라이버시 침해야, 딘.』
『좁은 방구석에서 나더러 어쩌라는 거니.』
『눈 돌리고 귀 막아.』
『웃기고 있네.』
아침부터 말다툼을 벌이기 싫었던 딘은 그 정도에서 얘기를 끝냈다.
다 큰 성인 남자가 야한 꿈을 꾸고 흥분하는 건 정상적인 것이고, 솔직히 말해「잠결에 지랄하는」횟수는 딘 쪽이 압도적이었다. 가슴 큰 여자, 엉덩이가 큰 여자, 금발머리, 통통한 여자, 훌쭉한 여자... 체위도 다양했고, 가끔은 여러 명과 동시다발적으로 품바야를 했다. 그런다고 누가 뭐랄 것도 없다. 꿈이니까. 그걸 갖고 타박하는 쪽이 정신병자다.

신나게 양치질을 하다 말고 딘이 욕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여? 여우라크나디 케코다니오?』
『부탁이니 영어로 말해줘, 형. 내게는 MIB(맨인블랙) 통역기가 없거든.』
부랴부랴 되돌아가 세면대로 하얀 거품을 한웅큼 뱉어낸 딘은 가까스로 정상적인 인간의 언어를 입에 담을 수 있었다.
『크리스티에게 연락해보는 건 어떠냐고 물은 거야.』
『크리스티가 누군데.』
딘은 두 눈을 부릅뜨고 경악했다.
『네 여자 친구! B컵 분홍색 발렌타인 브라자!』
『그녀의 이름은 케이트야. 어... 아니다. 캐시던가.』
『얌마!』

샘이 망가졌다. 망가진게 분명하다.
돈을 주고 창녀를 사는 건 싫어한다고 했으니 그때 봤던 크리스티가 전화번호부 책으로 연락처를 올려놓은 직업 데이트 여성은 아닐게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여자 친구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을 못 하는 지금의 이 상황을 뭐라 설명해야 하나.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의 형제들이 두 명인지 세 명인지 잘 모른다고 하면 그건 납득이 간다. 허나 이름이 캐시인지 케이트인지 헷갈린다면 이건 심각하다. 오로지 섹스를 목적으로 사귀었다고 해도 정도가 지나치다.
사실 딘은 크리스티에 대해 궁금했다.
어디서 만났어? 어쩌다 눈 맞았어? 뭐 하던 여자야? 사는 곳은 어디래? 네가 마음에 든대?
그런데 그걸 샘이 제대로 답변해줄지 확신이 안 선다. 이름도 모르는데 그녀의 직업이 뭔지 꿰고는 있을까. 유원지에서 사탕을 파는지, 아님 커피숍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지 신경도 안 쓸 것 같다.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어도 기적일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불행하게도 딘은 감이 좋았다.

칫솔을 입에 물고 동생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심하다고, 새미. 이 형은 널 그런 볼썽사나운 남자로 키운 기억이 없다.』
샘은 내 알 바 아니라는 투로 딘을 흘겨봤다.
『낡아빠진 브리프 한 장만 입고 훈계해봤자지. 됐어. 돌아가서 양치나 계속해.』
무뚝뚝하고 고집스런 표정을 지은 동생은 침대를 정리하는 척하며 등을 돌렸다.
『그래도 보고 싶으니까 그런 꿈을 꾸는 거 아니야?』
아직도 그 주제인 겁니까.
신경질적으로 작게 웃는 샘을 향해 딘은 두 팔을 벌려보였다.
『잠결에 좋아, 좋아, 엄청나게 반복해서 말하더라, 너. 그러니까...』
샘은 그 아버지로부터 방과 후 공차기를 그만두고 당장 전학을 가야 한다고 통보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반응했다. 쉽게 말해 상대방이 말하는 걸 깡그리 무시한 채 화장실로 들어가 철컥 소리내어 문을 잠궜다는 거다.

『그러니까 크리스티가 보고 싶으면 내 눈치 볼 것 없이 만나라고.』
애꿎은 벽에 대고 크게 말하면서 딘은 뒷통수를 긁어댔다.

그녀를 누구라고 소개할지 막막했다.
「나와 같이 악마를 추적하던 헌터야.」
입술에 침 바르고 거짓말을 하기엔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바비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다. 폐차장에서 은둔하는 구닥다리 헌터라고 무시하기엔 그의 정보망이 너무나 위력적이었다. 딘은 쉽게 속아 넘어가겠지만 바비는 다르다.「크리스티라는 이름의 여자 헌터에 대해 물어봤는데 주변에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구나.」이걸로 끝이다. 샘은 그런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여자 친구.」
이건 더 웃긴 소리다.
형을 살려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부터 복수심에 불타 릴리스를 뒤쫓았다. 그렇게 테네시에서 줄행랑을 친 악마들을 추적해 폰티악으로 흘러 들어온게 겨우 하루다. 그렇다면 샘은 단 24시간만에 안전한 잠자리를 확보하고, 악마가 흘린 단서를 찾고, 몸매 괜찮은 여자를 건져, 모텔까지 끌여들였다는 얘기가 된다. 참으로 부지런하다. 그리고 얼뜨기 바보 같다.
「그야 잰 피 끓는 청춘이니까요.」
딘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지만 바비는 과식으로 속이 더부룩하다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 이게 10대 소년이 치어리더와 라커룸에서 즉흥적으로 붕가붕가 하는 것과 같은 레벨이냐 - 그리곤 샘이 투숙한 방안을 마치 숙제 검사라도 하는 투로 꼼꼼히 둘러보았다.
「악마에게 씌인 여자애가 계획적으로 접근한 거였으면 어쩌려고.」
바비에 잔소리에 아닌게 아니라 악마에게 씌인 여자애 맞네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샘은 두 사람에게 냉장고에서 꺼내온 맥주를 건네주며 미적지근하게 웃었고, 다행스럽게도 화제는 악마에 대한 것으로 옮겨갔다.

흐지부지 묻어둘 수 있다면 계속 그렇게 할 작정이다.
「딘에게 나를 어떻게 설명할래?」
루비의 질문에 샘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루비는 어떻게 되었어?」
딘의 묻는 말에 샘은 그녀가 죽었거나, 지옥에 있을 거라고 대꾸했다.
머리가 아프다.
아니, 이건 머리통이 잘못된 거다.
꿈에서의 내용을 곱씹으며 페니스를 감싸쥐었다. 단단한 손, 커다란 손, 나의 것이 아닌 손, 눈을 감고 상상했다. 위로 아래로 애무하며 움직인다. 뿌리부터 끝부분까지 기세좋게 슬라이드하다 약올리듯 잡아당긴다.
『하읏!』
가슴에서 복부로 입술자국을 남기며 내려간다. 손에 의한 교묘한 자극과 뜨거운 숨결에 동시에 반응하며 몸을 비튼다. 부끄럽다. 동시에 부끄럽지 않다. 쾌감 때문에 소름이 돋는다. 맨살을 탐하며 구석구석을 혀로 핥는다.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으며 아슬아슬한 부분을 우악스럽게 쥐어뜯는다. 열기가 척추를 타고 단숨에 정수리까지 도달한다. 아직은 가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지만 동시에 철저하게 무너지고 싶기도 하다. 고꾸라져서, 복종의 뉘앙스로 팔다리를 버둥대며, 자존심이고 뭐고 상관하지 않고 네발로 기어 하나로 엉켰으면 좋겠다.
『으으, 으읏!』
이름을 부르고 싶다.
목이 쉬도록 이름을 부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단 한 명.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 입을 주먹으로 틀어막았다.

왜 기억해주지 않은 거야.
『크흑!』
어째서 잊어버린 거야.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나 아픈 거였어?
『아, 아앗!』
손가락에 힘을 꽉 주는 것과 동시에 사정했다.

『역시 너... 여자 친구에게 전화하는게 좋겠다.』
한참만에 화장실에서 나온 동생을 향해 딘은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Posted by 미야

2008/11/30 23:49 2008/11/30 23:49
Response
No Trackback , 8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099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Comments List

  1. 아이렌드 2008/12/01 10:42 # M/D Reply Permalink

    이건 기억상실증 보다 더 나빠!! ㅠ.ㅠ
    중요한 것만 홀라당 어따 떨구고 오다니...

    1. 미야 2008/12/01 13:27 # M/D Permalink

      지옥에서의 기억도 돌아왔으니까 새미와 오효효한 기억도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어효. 하지만 하편에선 그 이야긴 안 나와효. 지송혀효.
      것보다 이러면 또 시리즈가 되어버리는데... 끄음.

  2. 아이렌드 2008/12/01 16:13 # M/D Reply Permalink

    ......오효효한 기억도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지만...
    실현은 안 해주시겠다~~? 요 말씀이시지라? ㅠ.ㅠ
    잔인한 미야 님... 우중충한 팬픽으로 복수하겠사와요...(엉엉)

  3. 쥬레스 2008/12/01 20:24 # M/D Reply Permalink

    으아ㅠㅠ 정말 미치겠네요ㅠㅠㅠ 진짜 이런 중요한걸 잊다니요ㅠㅠㅠ

  4. 티티캣 2008/12/01 21:30 # M/D Reply Permalink

    아아~ 감사해요, 미야님~
    지난 번 작품이 연작이 되기를 간절히 기다린 처자랍니다.
    에구, 저도 같이 새미와 함께 외쳐봅니다. "어째서 잊어버린 거야!"
    젤 중요한 기억을...

    하편도 있다는 말씀에, 헤벌레 벌어지는 입가를 주체못하고 있어요. ^^

  5. 슈뇌 2008/12/01 23:01 # M/D Reply Permalink

    아거 너무 무리한 부탁 인가요?..미야님 지발 작품좀 마구마구

    쏴갈겨 주세요 이글루에 제가 열광하는 블로그도 문을 닫아 버리고

    미야님밖엔 의지할데가 없네요..ㅡ.,ㅡ;;

    이번꺼 쭉 달려주세요 ~~~~

  6. 멍든물고기 2008/12/02 23:06 # M/D Reply Permalink

    아...ㅠㅠ 너무해요ㅠㅠ 새미 너무 불쌍함 ㅠㅠㅠ

  7. 달비 2008/12/03 13:31 # M/D Reply Permalink

    벙어리 냉가슴이네요 불쌍한 새미..ㅠㅠ

« Previous : 1 : ... 995 : 996 : 997 : 998 : 999 : 1000 : 1001 : 1002 : 1003 : ... 197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20093
Today:
1799
Yesterday:
133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