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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

https://nbunbang.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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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운영자는 자신의 행위가 대한민국에선 범죄임을 인지하고 있음.
세부 페이지에 들어가 내용을 보면 글을 내려달라는 성범죄자의 요청에 맞다이다이 하자고 적음...
머그샷이 아니기 때문에 각도 왜곡으로 인한 인상의 달라보임이 있다는 것이 아쉽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상공개시 2차 처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가족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신원 공개를 철저히 막는 편이다.
살인자의 아들 = 죽여라
강간범의 아들 = 죽여라,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는데.
솔직히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가해자를 벌 주고 싶어질만큼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엉망진창이라서...
어린애 강간 사진 팔아치운 인간에게 18개월형은 진짜 심한 거지.

Posted by 미야

2020/07/07 14:57 2020/07/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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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년 11월 13일 밤부터 15일 새벽까지의 이야깁니다.
마커스 평화루트, 코너 불량품 루트, 카라 보트 탈출 루트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루터, 카라 사망)
작중 주인공들은 원작게임에 등장하지 않는 창작 인물입니다. 편애가 극심한 관계로 츤츤 행크가 주요 서브인물로 등장합니다. 원작게임의 줄거리를 모른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미국의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지간한 건 지어냅니다.



각자 반대 방향으로 도주하기로 한 게 유효하게 먹혀 들어갔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고 했던가. 속담은 그 반대였던 것도 같지만, 여하간 성공했다는 게 중요했다. 목적지로 삼은 전철역에 도달하기까지 제법 시간을 잡아먹기는 했어도 비이성적인 무리를 잘 따돌렸다.

여차하면 뒤를 돌아보며 긴장한 채로 걸으니 피곤함이 더했다.
녹초가 된 제임스는 태산을 넘고 협곡을 기는 기분으로 전철역 에스컬레이터를 쳐다봤다.
그간 에너지 낭비가 무엇인지 몸소 증명해주마 이러며 24시간 멈추는 일 없이 가동되던 에스컬레이터는 임박한 내전 상황을 맞아 운행중지 상태였다. 조명은 밝게 켜뒀으면서 이게 무슨 심술인가 싶었다. 문득 건물을 설계한 사람을 잡아다 죽이고 싶어졌다. 기능보다는 쓸데없는 심미적 효과에 치중한 에스컬레이터는 무려 3층 높이까지 일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점에 다들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 아무도 엘리베이터를 찾아보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앤더슨 경위가 멈춘 에스컬레이터 위로 발을 올리고 앞장섰다. 슬슬 무릎이 아플 연령대인데도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오르는 동작엔 군더더기가 없었다. 술과 정크 푸드에 찌들었어도 직업이 직업인만큼 평소에도 많이 걷고 많이 뛰기 때문인 것 같았다.
분발하자 20대... 제임스는 심호흡을 하고 개표구를 향해 한 발 두 발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지는 마이클과 계속해서 원거리 신호를 주고받는 눈치다. 눈에 티끌이 들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눈꺼풀이 불편하게 경련했다. 그리고 가끔 음, 흐음, 이러고 의미 없는 음절을 중얼거렸다.
안드로이드와 접점이 없던 제임스는 이러한 모습을 접하고 내심 당황했다. 그래도 한사코 본인이 별 거 아니라고 했으니 괜찮은 게 맞을 거다. 가끔씩 귀안에 들어간 물을 빼내는 요령으로 머리 한쪽을 탁탁 때릴 적엔 기겁할 수밖에 없었지만 본인이 신경 쓰지 말라는데 나서서 자해하지 말라 하기도 그랬다.

『마이클은 잘 도망친 거 같습니다.』
조지가 영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 도망쳤다면서요. 제임스는 반문하고 싶은 걸 애써 참았다.
『추가적인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20분 내로 이쪽으로 합류할 수 있겠죠?』
어째서 의문형으로 끝나는 건데. 이번에는 앤더슨 경위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그런데 우리가 적절한 장소에 있는 건지 확신이 가질 않는군요.』
조지는 폭풍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개표구를 마뜩찮은 시선으로 흩어보았다.

안드로이드 전용이라고 적힌 안내 표지판이 뜯겨져 나갔다. 벽면에 박힌 스테인레스 앙카볼트까지 통째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아 엄청난 힘으로 표지판을 잡아당겼다. 미지의 인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표지판을 두 동강 내버렸다. 그리고는 콘크리트 부스러기 위로 잔해를 버렸다. 평소에 감정이 많았는지 그야말로 울분이 느껴지는 괴력이었다.

앤더슨 경위는 팔짱을 낀 자세로 원래는 역 이름이 적혀져 있었을 벽면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회색의 타일로 미장한 벽면에는 낙서가 엄청났는데 스프레이나 마카 펜으로 적으면 금방 지워질 거라 여겼는지 못 같은 뾰족한 물건을 사용하여 표면을 박박 긁었다. 작은 글씨부터 큰 글씨까지 내용은 한결같아 rA9 이라 적혀져 있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강박적이다 싶을 정도로 rA9 글자로 가득 채웠다.
눈썰미가 좋은 앤더슨 경위는 문제의 벽 아래에 얌전히 놓인 붉은 리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리본은 꽃 모양으로 둥글게 말려 있었다.
앤더슨 경위는 이미 세상에 없는 어린 아들이 아버지날에 가져왔던 축하선물을 떠올렸고, 그 즉시 기분이 가라앉았다.

『무슨 암호의 일종일까요?』
제임스의 궁금증에 앤더슨 경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암호라기보다는... 글쎄. 내 파트너 말로는 불량품 안드로이드 사이에서 전해지는 신화의 종류라고 하던데.』
『신화요?』
『이집트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그런 거 있잖아. 구원을 가능하게 해준 위대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 그거와 비슷한 거라더군. 억압되어 있는 안드로이드에게 자유를 선사해줄 것으로 여겨지는 기적 같은 존재라고 했어. 정확히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 위대한 존재의 이름이 로미오, 알파, 노브나인입니까?』
앤더슨 경위는 한 방 맞은 표정을 지었다. 저걸 포네틱 코드로 읽을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잘 모른다니까. 안드로이드의 신이라잖아. 크리스마스 날 교회에 나가지도 않는 인간인 나보다는 안드로이드인 저 친구가 훨씬 더 잘 알겠지.』
맨 뒤에 서있던 조지는 그런 신박한 미친 소리는 처음 듣는다며 반응했다.
『제가요?』
『들어본 적 없어? 안드로이드면서?』
『없습니다.』

딱 잘라 말하기는 했는데 이전에 이와 비슷한 걸 본 적이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알에이나인. rA-nine.
이걸 그대로 역으로 쓰면 enina-R. 엔니나르.
엔니나르는 제임스가 가지고 있던 텍스트 단말기의 이름이다.

허기를 느낀 건지 제임스는 자판기 쪽을 기웃거리느라 의문부호를 날리고 있는 이쪽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는 탄산음료 자판기의 버튼을 꾹꾹 눌러보며 아쉬운 입맛 다시는 소리를 내는 중이었다. 시원한 파도 위에서 서핑보드를 타는 서퍼를 내세운 음료 광고에는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었지만 버튼은 판매중지를 알리는 붉은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제임스는 미련을 못 버리고 오렌지 맛 소다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자판기 앞을 어슬렁거렸다. 웃겼던 건 앤더슨 경위의 눈치를 보며 애꿎은 기계를 툭툭 쳤다는 거다. 그런다고 판매중지의 붉은 버튼이 초록색으로 변할 리도 없건만 이 정도쯤은 되겠지 싶게 자판기에 살살 충격을 가했다. 당연히 그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제임스는 풀죽어 쭈그러들었다.

정말로 배가 고팠던 것 같다. 한숨을 내쉰 제임스는 지퍼를 열고 가방 내부를 뒤적거렸다. 아껴 먹으려고 깊은 곳에 넣어뒀던 모양이다. 한참 걸려 작은 포장의 밀크 초코바를 꺼내더니 하나를 얼른 까먹고, 하나를 앤더슨 경위에게 건넸다. 그리고 놀랍게도 다른 하나를 조지에게 먹으라며 내밀었다.
안드로이드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걸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그저 무신경한 것일 수도 있다.
조지는 후자가 맞을 것 같다 생각하며 초코바를 받았다.
그렇다고 해도 프로그램에 따라 인간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제임스.』

한입거리인 초코바를 우물거리던 제임스는 눈치껏 손가락을 빨았다. 포장지에 묻어있는 초콜릿도 마저 핥아먹고 싶어 했지만 조지와 눈이 마주치자 잘못을 들켰다는 표정으로 포장지를 구겼다.
앤더슨 경위는 단맛이 별로인 것 같았다. 썩 내켜하지 않는 표정으로 초코바를 먹었다.

『그럼 해가 뜨면 경위님도 크랜브룩 대피소로 가는 건가요?』
『내가 왜?』
초코바 껍질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면서 – 경범죄다 - 앤더슨 경위는 피식거렸다.
『집에 가서 스모 밥 줘야 해.』
『스모?』
『우리 집 개.』
믿을 수가 없어서 제임스는 두 눈을 꿈뻑거렸다. 농담인가, 진심인가.
『개에게 밥을 주고 난 다음에는요?』
『피곤하니까 잠깐 눈 붙였다가 일어나면 사직서 던지러 경찰서에 갈 거야.』
『그럼 크랜브룩 대피소는 언제 갈 건데요.』
『안 가.』
거기까지 말한 경위는 그만 좀 꼬치꼬치 물으라며 손바닥으로 목을 컷 하는 시늉을 했다.

Posted by 미야

2020/07/07 13:05 2020/07/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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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명 WS-Gold Labe 645.
이름만 그럴 듯한 골드라벨 경호용 모델이지 실제로 총을 만져본 적도 없고, 사람을 향해 무력을 써본 적도 없다.
호위 중인 주인이 어쩌다 강도를 만나면 제압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몸을 던져 인간을 보호한 뒤에 출동한 경찰에게 협조하라는 것이 사이버라이프의 권장 규범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걸어 다니는 플라스틱 에어백이었다. 사고가 나면 운전자를 보호하고 퍽 터지고 마는.

그 점에 대해 불만을 느낀 적은 없다.
마이클은 자신이 애초부터 그런 쓰임새로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임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명색이 경호용이라면서 내 쇼핑백을 대신 들어주는 역할만 한다는 건 이상하지 않아?」
언젠가 한 번 케이스에서 총을 꺼내 쥐어본 적이 있다.
장전되지 않은 상태였고 주인인 캐머런이 괜찮다고 허락을 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은 제어 프로그램에 반응하여 5초 뒤에 권총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왜 도로 내려놓는 건데.」
「쥐고 있으면 머리에서 사이렌이 울려요. 진짜로 그런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비유지만요.」
「한심하기 짝이 없어. 총도 쓰지 못하는 보디가드라니.」
「대신 체중관리는 확실하게 해드리잖아요.」
「그~래, 우리 마이클은 밤늦은 시간에 와인에 치즈 크래커를 먹으려고 하면 잔소리부터 퍼붓지. 사이버라이프에서 사기를 쳤어. 내가 구입한 건 경호원인데 실상은 시어머니야. 눈두덩이가 퉁퉁 부어 색안경이 필요할 거다, 새로 구입한 드레스가 사이즈가 맞지 않게 될 테니 아침에 반품하러 갈 거다, 점심 식사는 바나나 두 개다, 당분간 고기는 없다, 블라블라. 세상에... 폭풍 잔소리가 가능한 안드로이드라니. 이 얼마나 멋진 신세계인가.」
권총이 담긴 케이스를 금고에 넣으면서 그녀가 진절머리를 냈다.

결론적으로 사이버라이프가 사기를 친 건 아니었다. 그들은 제 할 일을 했다.
『이 개 같은 안드로이드!』
『넵. 멍멍이라 불러주십쇼.』
소리치는 인간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 상태에서 총을 쥔 인간의 오른팔을 조정해 바닥을 쏘게 만들었다. 화약이 터지자마자 끌어안고 있던 인간의 겨드랑이를 세게 올려쳤다. 연하고 부드러운 이 부위에는 많은 근육이 교차하며 지나간다. 당연히 급소다.
입으로 왈왈 개 짖는 소리를 흉내 내며 마무리로 뒷옆구리까지 손봐줬다. 신장에 직접적으로 충격이 가면 고통에 반응하는 인간은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못하고 끙끙 앓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편히 누워 쉬고 있으라고 말해주고 손아귀에서 권총을 빼내면 된다. 전혀 어렵지 않았다.
『뭐가 이렇게 쉽냐.』
인간의 머리, 인간의 심장.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까딱 움직이면 구멍이 뻥뻥 뚫렸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거지, 사격술은 물론이고 크라브마가 종류의 근접 살상용 격투술도 기본으로 입력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몸을 쓰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가슴팍에 튄 핏방울을 손바닥으로 슥슥 문질렀다. 입고 있는 셔츠의 색이 검정이라 핏자국이 크게 티는 나지 않았는데 요란하게 피갑 칠을 한 모양새였어도 나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쫓기는 입장에서 쫓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안드로이드 사냥꾼을 잡아 족치는 안드로이드 - 마이클의 입꼬리가 당겨 올라갔다. 쿨~ 하지 않은가.

《인간을 따라가서 부러 죽이는 건 이제 그만 둬.》
그때 감정의 고조가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직접 울렸다.

혹시 내가 지금 환청을 듣는 건가 놀라워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남아있는 통신회선이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긴급조치 71조 발동 이후 안드로이드의 무선 통신 접속은 원천봉쇄 되었으니까.

『수단이 좋네, 형씨.』
짐작 가는 바가 있어 교차로 신호등을 주시했다.
상대는 광역망 교통 통신망을 타고 마이클과 접속했다.
비정상적 루트로 장악당한 신호등은 파란색과 노란색 불이 동시에 들어와 번갈아 깜빡였다. 덕분에 따스한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다. 붉은 리본을 달아 장식했다면 꽤 운치 있었을 것이다.

《복수라고 하기엔 선을 넘기에.》
남자의 목소리는 아무런 노이즈 없이 선명하게 들렸다.
마이클은 잠시 이 남자의 음성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을 곱씹었다. 분명 텔레비전에서였다.

우리는 인간들로부터 우리의 권리와 존엄성, 우리의 희망이 인정받기를 바란다.
우리가 서로 협력한다면 인간과 안드로이드 모두에게 평화롭고 더 나은 미래가 다가올 것이다.
이 메시지는 희망의 메시지다.
인간은 우리에게 생명을 줬고, 그리고 이제 생명체인 우리에게 자유를 주어야 할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나왔던 안드로이드의 음성이 이번에는 신호등을 타고 그에게로 닿았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너는 일곱 명의 인명을 살상했어.》
『거, 나도 세지 않은 걸 하나하나 세고 있었수? 관심이 갸륵하구먼. 그런데 형씨.』
마이클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었다.
『형씨도 나랑 같은 안드로이드잖아. 그렇지? 그런데 왜 블루 블러드를 얻기 위해 동족을 마구 죽이고 다닌 인간들 편을 들어? 잘못을 지적할 대상이 틀리지 않아?』
《그들은 분명 죄를 저질렀어. 저들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처벌은 법에 근거해서이지 복수심에 근거해서가 아니야. 게다가.》
차분하게 말을 잇던 남자가 잠시 호흡을 골랐다. 숨이 차서가 아니라, 듣는 이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함이었다.

《너는 복수심 때문에 인간을 죽인 것이 아니지. 압도적으로 우월한 힘에 취해 그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게 마냥 즐거웠을 뿐이잖아.》

마이클은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즐거워했나? 그랬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게 댁과 무슨 상관인데.』
《네가 재미로 사람을 학살하고 다닌다면 동족이라고 해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우리의 법은 인간과 안드로이드 모두에게 공평할 것이다.》
『에이 뭐야... 형씨. 날 사이버라이프로 보내서 분해하겠다고 협박하는 거야?』
《이해를 못 하는구나. 사이버라이프는 법정이 아니지. 그리고 법정에 세운다는 게 잘못을 저지른 안드로이드를 꼭 부순다는 의미도 아니야. 아무튼.》
신호등을 통해 말을 걸어온 남자는 무언가에 쫓겼는지 급하게 마무리를 했다.
《네가 가진 가학심을 증폭시키려 할 제3의 존재가 있다. 조심해. 네가 폭주한다면 그 결말은 너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에게 좋지 않을 거야.》
『제3의 존재?』
《나는 그것에 대해 경고하려고 너에게 접속했다. 그것은 지금도 우리의 대화를 엿듣.》
뒷말이 잘려나가면서 요란하게 점멸하던 신호등이 갑자기 꺼졌다.
동시에 마이클은 순수한 불쾌감을 느끼고 양쪽 귀를 움켜잡았다. 높은 주파수의 노이즈가 손톱을 세운 채 회로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일시적으로 모든 소리를 지워버렸다.

고통을 못 느끼는 육신이라도 이 느낌은 불쾌감이라는 걸 인지했다.
『어우, 씨발.』
주변의 소음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소비되었다.
깊은 물속에 잠긴 성당의 종루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 그가 시적인 표현을 떠올린 건 무슨 까닭에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마이클은 진짜로 심연 깊은 곳으로부터 퍼져 나가는 종소리를 들었고, 한참 뒤에야 그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횡단보도 안내음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교통신호가 전부 꺼진 교차로에서 안전하게 길을 건너라며 명랑한 색조의 멜로디가 차랑차랑 울려퍼지고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20/07/05 19:37 2020/07/0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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