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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휴가는 망한 일정

항상 하계휴가는 비슷하게 보내곤 하는데

- 중앙국립박물관에 간다.
- 영화를 한 편 본다.
- 월미도 유람선을 탄다.

올해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뒹굴거렸다... 비도 오고. 마음도 처량맞고. 망할 코로나.

스팀에서 하우스 플리퍼라는 게임을 사서 4일동안 즐겼다.
나는 분명 집 꾸미기 게임을 구입했는데 어째서 비세라 클린업인가.
먼지 박멸, 바선생 박멸, 곰팡이 박멸... 그러다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아, 제발... 바선생~~~!!! 깨진 유리로 변경을 해봤는데 그래픽이 구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바선생으로 다시 바꿨다.

치우는 건 상관 없어, 어차피 진짜도 아니잖아.
문제는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예전 쓰레기장 시절 그림이 로딩화면으로 뜬다. 바선생... 아, 제발.

심즈와 비교하면 대단히 구리다.
무엇보다 건물 외부 확장이 되지 않는다. 유리창이 똑같다. 천장색 변경이 불가능하다.
3D의 영향인지 사물이 마름모꼴로 보이면서 제자리에 놓기가 어렵다. 이건 진짜 치명적임. 침대를 내려놓을 적마다 마우스를 던지고 싶어져... 뭔가 딱딱 들어가는 느낌이 하나도 없음.

새삼 느끼는 거지만 양놈들 가구는 왜 이리도 거대한가. 소파나 침대 너무 커.

Posted by 미야

2020/07/24 13:26 2020/07/2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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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을 떠올렸다.
날씨는 화창했고, 텔레비전에서는 스쿨버스 교통사고와 유명 배우의 이혼, 그리고 경제 붕괴로 인한 일본의 총선을 전달하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입에 담은 동양의 정치인은 이름이 낯설어서인지 외워지지 않았다. 쿠마인지 쿠헤인지 대충 그렇게 시작되는 이름이었다. 흥미를 잃은 제임스는 뉴스를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달걀 스크램블 찌꺼기가 묻은 접시를 닦았고, 등 뒤에서 출근준비를 서두르는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돌려 세탁 세제가 다 떨어졌음을 알렸다.

안색이 어두웠던 로널드 무어는 이렇다 말이 없었다.
대신 깊게 한숨을 내쉬고 접시를 정리하는 아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째서인지 그날따라 로널드 무어는 아들을 향해 다녀오겠다는 인사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어쩌면 집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걸 내심 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자살한 것일 수도 있다고 친척들이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금이 관련되어 있으니 혹시라도 누가 물어보면 아는 바가 없다 잡아떼라 훈수했다.
쓸데없는 훈수였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유서를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뒤져봤던 제임스는 정말로 아는 바가 없었다. 유서로 보이는 메모지 한 장 나오지 않았고, 수첩에는 각종 공과금 납부일과 끝이 보이지 않는 연체이자에 대한 메모밖에 없었다. 숫자의 나열이었다. 세상과 연결될 수단은 오로지 숫자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낙담한 사내가 남긴 마지막 흔적은 세제 구입 영수증이었다. 가격은 13.85 달러였고 구입한 장소는 체인점 수퍼마켓 크로거였다.


생각에 잠겨 묵묵히 걷던 제임스는 잠시 제자리에 멈췄다.
영수증만 보았지 세탁 세제를 본 기억은 없다. 유류품으로 돌려받은 건 신발, 그리고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손목시계였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13.85 달러를 지급하고 구입한 물건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아들인 그가 세제를 언급했을 적에 보험 손해사정사의 표정이 엄청 괴이해졌기 때문에 다시는 입에 담지 않았다. 세상은 그가 아버지의 죽음에 애도하기를 원했지 상표도 모를 세제 따위에 신경을 쓰는 모습은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남겨진 것보다 없어진 것이 더 많은 걸 가르쳐줄 때가 있다.

제임스는 전철역 실내화단 그늘에 숨은 사람들을 암시하면서 조지가 보였던 손동작을 기억해냈다.
엄지와 소지를 펴고 나머지 손가락은 접었다.
그걸 따라하고 앤더슨 경위에게 이게 뭐 같아 보이느냐 질문했다.
『죽을래?!』
숫자 여덟을 의미하는 수화를 역시 몰랐던 경위는 일종의 욕설 제스처로 받아들인 것 같다.
뒷통수가 얼얼해지도록 후려갈기더니 고얀 놈, 혼잣말을 했다.
억울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자세를 낮춘 채 숨어있던 이들에 대해 제대로 말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사실 그때까지도 앤더슨의 신경은 다른 곳으로 쏠려 있는 상태였다.
어느 편에 속한 건지 알 수 없는 드론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어두울 적에는 못 봤던 것들이다. 그러나 사람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지 원래부터 저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들인지도 모른다.
안드로이드 편인지, 사람 편인지 짐작이 안 간다.
것보다 그 자신이 안드로이드 편인지, 사람 편인지 갈팡질팡 이었다.
어차피 세상은 이분법으로 나눠지지 않는 법인데 선택을 강요받는 기분이다.

「최악과 차악이라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사이버라이프의 창시자 일라이저 캄스키가 넌지시 그 말을 흘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앤더슨 경위에게 말한 건 아니고 그의 애송이 파트너에게 그 말을 했다.
「두 가지의 악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니... 저라도 싫겠어요.」
분명 알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놈은 알고 있었다.
눈이 벌겋게 변한 앤더슨 경위는 홧김에 돌부리를 걷어찼다.
그리고 매번 그러했듯이 처절하게 후회했다.
『망할.』
엄지발톱이 잘못된 것 같다. 아픔 때문에 눈물이 찔끔 났다. 그렇다. 눈물은 통증 때문이다.

공중을 배회하던 드론 중 한 대가 건물 2층 높이까지 낮게 하강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카메라 렌즈로 이쪽을 유심히 쳐다보는 듯하더니 날개를 위아래 방향으로 흔들었다. 10초 정도 그렇게 저 혼자 오두방정을 떨고 홀연히 방향을 돌려 날아가 버렸다.

『방금 사진 찍어간 것 같던데, 통행금지 위반했다고 나중에 과태료 나오는 거 아닐까요.』
제임스가 옆에서 속 편한 소리를 했다.
얘에게 내전의 위기라는 건 강 건너 불구경이군.
드론이 날아간 방향을 쳐다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속으로 끙끙 앓은 게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다.

『있잖아... 여기에 100만의 안드로이드가 있어. 그런데 걔들이 나랑 적이야. 앞으로 무기를 들고 서로 막 싸워야 해. 그런 상황에서 과태료가 문제가 될까, 아닐까.』
『문제가 됩니다.』
『어째서---!!』
『일단 부과된 벌금을 낼 능력이 없습니다, 경위님. 저금이 바닥났거든요. 법정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합니다. 그리고 내전이라 하셨던가요. 100만의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싸우게 된다고 가정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숫자는 100만이다. 하지만 인류는 최근 100억 명을 찍었다.
『애초부터 워렌 대통령이 안드로이드의 요구에 수긍을 한 게 비정상입니다. 이번 사태는 인간의 일방적인 학살로 시작되어 일반적인 학살로 끝났어야 정상입니다.』

제임스는 오래 전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되었다.
손해사정사의 기가 막혀하는 눈빛, 일그러진 눈썹... 방금 세탁 세제라고 하셨습니까.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건드려 톡, 톡 규칙적인 음률을 자아낸다. 그는 제임스를 똑바로 응시한다. 시선을 피하는 쪽이 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눈에 힘을 준다. 원하지 않던 눈싸움을 지속하다가 제임스는 자신의 말투가 그의 기분을 상하게 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목소리가 안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자연에서는 열 마리의 말벌이 꿀벌 삼만 마리를 일시에 학살합니다.』
혀를 안으로 말아 웅앵거리자 듣고 있던 앤더슨 경위의 눈썹꼬리가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꿀벌은 자신의 둥지에서 말벌을 키우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인간은 꿀벌이 아니고... 말벌은 어두운 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천적은 오소리입니다.』
왜 항상 이 모양일까 낙담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너, 정체가 뭐야.』
경위는 손가락으로 제임스의 가슴을 찔러 밀쳤다.
『제 이름은 제임스 무어입니다.』
『이름을 묻는 게 아니잖아!』
『2011년 3월 1일 생입니다. 혈액형은 B형이고, 현재 무직이고, 미혼입니다. 주소는...』
『지랄하지 말고!』
머리가 이상한 놈인가. 모자란 놈인가. 아님 둘 다인가.
『약도 안 빠는 녀석이 말기 중독자보다 상태가 더 나쁘다는 게 말이 되?! 솔직히 불어. 너, 안드로이드지. 맞지. 야, 이 자식아... 사이버라이프에서 파견 나온 내 애송이 파트너도 너 같지는 않았다. 말 하는 거며, 하는 짓거리 하며... 인마! 어딜 튀어!』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방금 튀려고 그랬잖아!』
『도망치려 한 건 맞는데... 안드로이드는 아니라고요.』
『아, 그쪽이었어요? 그거 참.』
화가 나면 손부터 나가는 건 나쁜 버릇이다. 알면서도 못 고치니 그는 나쁜 사람이다.
빡 소리가 나도록 상대방의 머리를 후려갈긴 뒤, 앤더슨 경위는 무기를 집에 두고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지고 있는 총이 있었으면 아마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을까... 당겼겠지. 암.

Posted by 미야

2020/07/16 22:33 2020/07/1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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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 하거나 호오, 하거나. 어느 쪽이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마이클.』
쏘아붙이자 입을 다물었다. 한 3초 정도.
『그럼 갑자기 막 미워서 죽이고 싶어졌다던가. 솟구치는 화를 견딜 수 없다던가.』
『바이러스 이름이 갱년기는 아닐 텐데.』

자가진단을 모두 마친 조지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안색을 읽었다.
모르겠다. 몇 가지 중요하지 않은 오류가 발생했고 덕분에 짜증이라고 여길 법한 감정적 혼란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도 정상 범위 내다. 인간으로 치자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과 비슷했다. 의사에게 보여도 어깨를 으쓱일 거다.
글쎄다. 얼굴만 봐선 꾀병이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치곤 멀쩡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LED 상태 창을 확인했다. 유리창에 반사된 색은 언제나의 푸른색이었다.
이게 붉은색으로 변하면 그 또한 자아를 잃고 벽면에 rA9 글자를 가득 새기게 될까? 주먹을 꾹 쥐었다 도로 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조금은 끔찍스러울 것 같았다.

『훔쳐냈어?』
마이클이 목소리를 짐짓 낮췄다. 현재 시각 AM 5시 32분.
조지는 자신과 흡사하게 생긴 그를 말없이 쳐다봤다.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얼굴이다.
예전에는 단 한 번도 의식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에 이르러 깨닫고 나니 제법 불쾌한 느낌이다.
캐머런은 길을 가다 우연히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와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엔 무섭게 화를 내곤 했다. 그리고 다신 그 옷을 입지 않았다. 고가의 유명 브랜드 의상이라고 해도 그랬다.

『훔쳤냐니까.』
『그 훔친다는 표현 좀 어떻게 해보지 그래, 마이클. 잠시 빌려 쓴다거나, 아니면 써보고 돌려준다거나, 훨씬 부드럽게 말할 수 있잖아.』
발끈하자 소프트웨어 불안정 수치가 급속히 증가했다.
조지는 속으로 숫자를 10부터 1까지 거꾸로 세었다. 이런 행동이 인간에게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안드로이드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지 불안정 수치엔 변화가 없었다.
디지털 신호는 0과 1의 나열이기 때문에 어쩌면 십진수의 스레드를 무효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난 그에게 텍스트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게 빌려달라고 말했어. 제임스는 흔쾌히 나에게 그걸 건네줬지만 단말기에는 도난방지 기술이 걸려 있어서 사용이 불가능했어.』
『그게 뭐 어때서. 개나 소나 도난방지 기술을 걸어두잖아. 무력화면 되지.』
『주방의 덧창을 통해 집안으로 몰래 들어가는 것과는 다른 얘기야, 마이클. 나는 이미 한 번 시도를 해봤고, 쉽게 깰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어.』
『엄살은. 한 번 시도해서 뚫리면 그거야말로 걸쇠 고장 난 주방 덧창이지.』
안드로이드 수용소에서도 그랬다. 조지는 신중해야 한다며 몸을 사렸고, 마이클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며 줄을 벗어났다. 그러니까 총에 맞았다.
『덕분에 탈출도 했지.』
『지금 허락도 없이 내 데이터를 읽은 거야, 마이클?』
『까칠하긴. 시도만 했어, 시도만.』
조지의 어깨에서 슬그머니 손을 내린 마이클은 틀로 찍어낸 미소를 지어 동료의 불만을 잠식시키고자 했다.

조지는 정색했다.
『그러지 마. 좀 전에 ST-300과의 접촉 여파로 내 메모리 데이터가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는 그렇게 덥석 나와 연결하면 안 돼.』
『에이,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너와 0.5초 연결되었을 적에 화아, 하거나 호오, 하지 않았다고.』
『의성어로 표현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어쨌든 넌 괜찮아 보여, 조지. 네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내가 걱정하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마이클.

조지는 고개를 돌려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재차 살폈다.
아까부터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 옆으로 전혀 모르는 이의 모습이 같이 비치고 있었다.
몸에 솜털이 있으면 죄다 곤두섰을 것 같다. 유령처럼 오싹하다. 한편으로는 친근한 느낌도 든다.
철 지난 정장 차림새인데 드레스 셔츠에 갈색 베스트를 걸쳤다. 40대 후반 중년의 체격으로 살짝 군살이 붙었다. 그렇다고 해도 배가 막 나오고 그런 건 아니어서 식이요법이 필요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고자 하면 전반적인 인상이 흐릿해진다. 불투명한 유리창 건너편에 선 사람처럼 말이다. 시선을 살짝 비켜서 보면 반대로 또렷해져서 린넨 소재 베스트의 단추 개수가 4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시각정보가 교란되어 괴이한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건 분명한데.
유리에 비친 거리를 가늠하여 여기쯤 서있겠거니 싶은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제임스가 보였다.
양복의 중년 사내와 다르게 그는 비 맞은 개처럼 비쩍 골았다.

머뭇거리며 그들에게로 제임스가 접근해왔다.
겁을 먹은 것처럼 잔뜩 위축된 모습이었다. 시선을 바닥에 둔 것도 그렇지만 다섯 걸음이나 떨어져서 여차하면 튈 태세다. 가뜩이나 첫인상도 나빴는데 코앞에서 쇠파이프로 안드로이드 머리를 날렸으니 날 선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더니 한참만에야 입을 뗐다.
『저기... 경위님 말씀이 7시가 되어도 전철 운행이 개시될 거 같지가 않다고.』
순간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지금의 그는 안드로이드인 조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사람인 제임스만 쳐다보며 대화를 이어나가던 앤더슨 경위와 매우 흡사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조지가 말했다.
『일요일은 원래 운행이 30분 늦습니다, 제임스.』
『평소 전철을 이용하지 않아 모릅니다.』
제임스는 많이 불안해 보였다.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였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며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건조한 입술에 자꾸 침을 바르는 것도 초조해서다.
『앤더슨 경위님은 지금 바로 경찰서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정도쯤은 있을 거라면서... 바로 이곳을 나갈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두 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마이클이 천진난만하게 턱을 괴고 노래를 불렀다.
『어떻게 하긴. 일단 감사 인사를 받아야지.』
『아, 예.』
『얼씨구? 이 양반 모르는 척하는 거 보소. 나 아니면 죽을 뻔했다?』
제임스는 꾸벅 인사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근데 왜 내 얼굴을 똑바로 못 봐? 상대가 안드로이드라고 무시하는 거야? 세상의 어느 누가 시선 돌리고 고맙다고 인사를 해.』

그만하라는 의미로 마이클에게 신호했다.
그러자 제임스는 한 번 더 고개를 꾸벅였다. 그게 말재주 없는 사내가 나름대로 고민하여 내보인 작별인사였던 것 같다.
여전히 시선은 바닥으로 향한 채 바지춤에 손바닥을 문질렀다.
그리고는 남은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등을 돌렸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질문을 던졌으면 답이라도 듣고 가던가.
묻기는 했어도 전혀 궁금하지 않았나 보다.
짊어지고 있던 가방을 고쳐 멘 제임스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다보지 않았다.

Posted by 미야

2020/07/15 10:46 2020/07/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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