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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돈을 벌어 최초 구입이 가능한 캠핑 하우스. 독립된 주방이 주어진다.
침실 겸 거실을 사용해야 하는 점은 첫 사무실과 같아 기본적인 가구 배치도 비슷하게 따라게 된다.
안쪽으로 침대를 구겨넣고 가구로 벽을 쌓아 잠자는 공간을 분리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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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은 매우 협소하고 화장실도 좁다. 필수 가구만 넣어도 터지는 크기.
여름의 시원한 컬러감으로 숨막혀 죽을 거 같은 답답함을 근소하게 줄여보았다. 세탁기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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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야

2020/07/29 21:25 2020/07/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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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방문이 가능한 원룸 주택.
창고를 개조해서 거주 가능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 있으며 작은 화장실과 다목적 방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크리스마스 벽장식을 애용해주고 있음. 반짝거려서 기분이 좋다.

진행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까닭으로 엄청나게 재반복을 해왔기 때문에 (...) 기본적인 배치는 그냥 외우고 있다. 학생용 침대를 넣었더니 아동용은 싫다고 구매자가 난리를 쳐서 일반 성인용 침대로 바꿔봤다.

도대체 고객님들이 그렇게도 싫다고 외치는 아동용 물건이 뭐란 말인가... 고민해봐도 침대밖에 답이 없었다.
하우스 플리퍼의 가구 카테고리는 죽을 쑤는 정도가 아니고 방사능 곰팡이가 창궐한 수준이다.
그만큼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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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야

2020/07/28 22:21 2020/07/2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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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에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아차 싶었다.
안드로이드 조지가 길거리에서 습득한 총을 그대로 가져갔다는 걸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탓이다.
나이 좀 잡쉈다고 기억력이 영 엉망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간 정신줄 놓고 마신 알코올도 영향을 끼쳤을 거다.
평소라면 징계위원회가 경고장 날리고 급여가 왕창 깎여나갈 정도의 큰 실수다. 부서장이 책상을 쾅쾅 두들기고 대놓고 은퇴나 하라며 마음껏 비웃었을 거다.

수염을 쓰다듬으며 남아 있을 총알의 개수를 추정해봤다. 한 발? 두 발?
모르겠다. 애초에 몇 발이 있었는지를 모르는데 알게 뭐냐. 오발을 염려하여 일부러 탄창을 꽉 채우지 않는 버릇이 있는 경찰들과는 사정이 다르니 처음부터 7발이 다 들어가 있었을 수도 있고... 개조해서 총알 개수를 늘렸을 수도 있고.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흘깃거렸다. 영상의 보관일은 법적으로 30일이다. 영상이 지워지기 전에 당국으로부터 이번 일을 추궁당하면 술 때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하자.
그보다 30일 이후에 그 당국이라는 게 존재할지, 안 할지부터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쥐꼬리 수준의 연금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앤더슨은 후대가 기록할 미국 멸망사에 이미 발 하나를 집어넣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여기에 최악이 있고, 차악이 있다.

『나는 안드로이드가 싫었어.』
그는 어린 아들을 잃었다.
최근까지 안드로이드 때문이라고 여겼다.
빌어먹을 자동차 사고가 있었고, 아들은 응급수술이 필요했다.
병원에 도착했더니 응급실 의사는 마약을 빨고 천국과 지옥 어디선가에서 어슬렁대는 중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을 했고, 안드로이드가 수술실에 들어갔다. 그날 새벽 생떼 같던 어린 아들은 세상을 떠났다. 앤더슨의 세상도 같이 무너졌다.
유감을 표현하며 수술이 실패했다고 고지해온 안드로이드는 내뱉는 말과는 다르게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마치 오늘 저녁에 소나기가 내릴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주먹으로 안드로이드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빌어먹게도 안드로이드는 고통이 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과거형이군요.』
그렇게 말하는 제임스는 손이 시린지 손바닥을 마주 비볐다.
앤더슨의 신참 파트너가 곧잘 하던 동작이라서 어쩐지 심정이 복잡해졌다.

『바나나 껍질을 밟고 넘어졌다면 그게 바나나 잘못이겠냐, 아님 바나나를 먹고 쓰레기를 버린 사람 잘못이겠냐. 깨닫는 게 많이 늦었던 거지.』
『바나나를 먹고 버린 사람 잘못이군요.』
『아니. 밟고 넘어진 게 등신인 거야.』
『......』
『그래서, 넌 어떠냐? 애송이.』
『저는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앤더슨 경위님.』
어쩐지 제임스라면 그렇게 대답할 거 같았다. 앤더슨 경위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친구는 바보와 정상인, 아니면 천재 어딘가에 어중간에 걸쳐져 있는 상태다.
옛날 어른들이 말하던 머리에 나사 하나 잃어버린 부류다.
『그럼 무엇을 좋아하는데?』
『커피요.』
『커피는 과일이 아니잖아.』
『그게 과일 중에서 고르는 거였습니까?』
맥락을 못 따라간다. 진짜지 세상에서 쓸데없이 미움 많이 받고 살았을 법했다.
앤더슨 경위가 단골로 이용하는 술집 주인 지미는 제임스에게 현금으로라도 술을 팔지 않았을 것이다. 면전에서 소금을 뿌리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뭐, 입을 계속 다물고 있다는 조건이라면... 한 수 접어줬을 수도 있기는 하다. 지미는 어른이고, 총각딱지도 떼지 못한 얼간이에겐 그럭저럭 관대했다.
문제는 이런 부류는 사건 목격자로 못 써먹는다는 거다. 보나마나 진술서는 개판일 거고, 재판장에 증인으로 세우면 배심원들이 야유한다.

『자, 그래서... 커피 좋아하는 27세 혈액형 B형의 무직인 형씨.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너는 어때?』
『과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안드로이드 얘기야.』
『글쎄요. 안드로이드가 어떤 과일을 좋아할지...』
『그들은 식사를 하지 않아.』
『먹지 못한다고 좋고 싫고의 구분이 없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건 또 그러네. 악취 작렬하는 두리안은 확실히 안 좋아할 거 같군.』
고개를 끄덕거리던 앤더슨은 최종으로 확인했다.
『두리안의 학명은?』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보통은 안다, 모른다로 대답하지. 하긴, 악취 나는 과일의 학명 따위 누가 알겠어.』
『두리안의 두리는 뽀족한 가시를 의미합니다.』
결론 났다. 얘는 죽었다 깨어나도 사건 목격자로 못 써먹는다.

『두리안을 먹어본 적도 없다면서 그 과일에 뾰족한 가시가 있다는 건 어찌 알았누?』
『아, 그게요.』
그리고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져 제임스가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예전에 헤어스프레이를 잔뜩 뿌려서 머리를 뾰족뾰족하게 세우는 게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조교수가 농담조로 두리안에 비유한 적이 있었어요. 강의실에 퍼진 헤어스프레이 냄새가 악취에 가깝다면서 머리를 세운 학생들을 두리오 지베티누스 군단이라고 불렀죠.』
그는 매우 행복해 하다가... 이내 찬 곳에 내다놓은 끓은 냄비처럼 빠르게 식어갔다.
식기만 했던가. 급격한 온도 차이로 표면에 미세하게 금도 간 것 같았다.
글쎄다, 유행을 따라한다며 두리안 헤어스타일을 시도했다가 심하게 놀림이라도 받은 적이 있나?

앤더슨은 뾰족뾰족하게 머리를 세운 제임스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피식거릴 뻔했다.
눈치껏 코를 만지며 건널목 신호등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쨌거나 전철역에선 다른 안드로이드 두 대가 더 있었으니 그쪽으로 얘기를 진행시켜볼 작정이었다. 조만간 경찰서에서 파트너인 코너를 찾게 되면 수사를 위해 그 둘을 만나보라 할 생각이었다. 코너는 사이버라이프에서 제작한 수사용 안드로이드이니 동족과 대화를 잘 풀어나갈 것이다.

『글쎄요. 대화가 잘 통하고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 씨... 왜 또 딴죽이야.』
『주의 깊게 보지 않으셨군요. 조지는 ST-300 모델과 접촉하고 감염되었습니다.』
『음?』
『3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더군요. 그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열이 나지도 않고, 기침을 하지도 않을 것이며, 설사를 하거나, 모세혈관이 터지는 일도 없다. 그저 오작동이 심해질 뿐으로... 난폭함을 보이는 건 부수적인 데미지의 결과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스템을 정지하고 모듈을 재정비하면 된다. 쉽게 말해 출시 초기 값으로 되돌리면 오염된 안드로이드는 그 즉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엉망이 된 컴퓨터를 포맷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신 기록이 삭제되기 때문에 예전 일에 대해 기억해내지 못하죠. 따라서 방금 전에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을 질문해도 그로부터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겁니다. 아마 경위님과 저의 존재에 대해서도 잊겠죠.』

앤더슨의 입이 떡 벌어졌다.

Posted by 미야

2020/07/27 15:40 2020/07/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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