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 89 : 90 : 91 : 92 : 93 : 94 : 95 : 96 : 97 : ... 180 : Next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엉뚱하게도「실종 후 동사(凍死)」라는 거였습니다. 으하... 길거리에서 얼어죽고, 송두리째 사라진다니. 도대체 어떤 환경인게냐. 좀처럼 상상이 가질 않더라고요. 뭐, 우리나라에서도 동사는 종종 발생합니다만 이건 격이 틀려요. 아이슬란드는 무지하게 추운 곳이었군요.

다음은 출판사에서 언급한 소개.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는 생일파티. 동생을 데리러 한 의대생이 찾아왔다. 그는 북새통 속에서 동생을 기다리다가 아기가 뭔가를 입에 물고 자기에게 다가오는 걸 지켜본다. 해부 경험이 있는 그는 그것이 사람의 뼈라는 것을 알고 경악한다.


확장일로에 있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이 도시의 외곽에서 땅속에 묻힌 유골이 발견되었다. 지금은 신 주택단지가 들어서서 곳곳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 한 채 없는 황량한 언덕이었던 곳. 유골은 수십 년은 된 듯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종종 발생하는, 실종 후 동사로 이어지는 사건의 하나일까? 하지만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자신의 가족문제만으로도 고통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수사반장 에를렌두르는 이 사건에 특이한 집착을 보인다. 어쩌면 그것이 현재 당하고 있는 절망적인 가족문제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유골에는 에를렌두르로서도 감당 못할 한 가족의 엄청난 비극이 담겨 있었다. 그 가족의 일부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일부는 아직도 살아 있다. 수십 년 만에 드러나는 공포에 가까운 비극.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최후의 처절한 파국’을 견딜 독자들이 얼마나 될는지. 하지만 이것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저는요, 솔직히「뼈」라는 것에서 드라마 본즈를 연상했습니다. 브레넌 박사가 뼛조각에 남은 상흔으로 치명상을 낸 무기의 종류를 밝혀내고, 이 사람은 연령대 30대의 백인 어쩌고 저쩌고... 그러면 FBI요원 부스가 뼈와 같이 발견된 옷의 상표에서 단서를 추적하고, 어쩌고 저쩌고...

결론만 말하자면 짐작은 완전히 꽝.

이 책은 범인을 추적하는 점을 주목하지 않습니다. 추리소설을 빙자한, 뭐랄까...

사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병목되어 반복되는 동안 독자는 너무나 쉽게 사건의 전말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범인은 누구이고, 팔을 하늘로 뻗은 채 생매장당한 인간이 누구인지까지도요. 작가는 너무 단순하게 퍼즐이 풀리는 걸 염려하여 도중에 살짝 암막 작전을 썼습니다만, 앞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 책에선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보다 더 힘을 받는 건「한 가족에게 일어난, 치 떨리도록 엄청난 비극」이고, 영혼을 살해하는 범죄행위 그 자체입니다. 범인이 누구인지가 밝혀졌음에도 마음이 서글픈 건 아마도 그 때문이겠죠.


아이와 여자를 괴롭히고 때리는 남자들은 정말이지 용서가 되질 않아요.

Posted by 미야

2008/08/23 09:55 2008/08/23 09:5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001

Leave a comment

[일드] 탐정 갈릴레오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이 재밌어서 어렵게 찾아봤습니다.
2007년에 방영되었다던 탐정 갈릴레오입니다.
그런데... 어라. 이건... 왜?

감상은 위의 캡춰화면 두 개로 압축하겠습니다.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진지 압박감 100%의 소설을 아쉬울 것 없다며 단박에 개그물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파트너로 등장하는 여형사는 공무원으로 월급 주기가 아깝습니다.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거짓으로 앵앵 우는 시늉을 할 적엔 신발로 뒷통수를 까고 싶더라는...
이보라카이. 여자의 무기는 눈물이 아니야. 그건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하는 거라고.

여성 캐릭터는 왜 항상 바보에다 얼간이로 묘사하는 걸까요. 원작에서의 구사나기를 빼고 (빼고? 본청으로 옮겨간다는 그 제비 오라버니 같은 구사나기는 또 뭐야!) 드라마에서는 엉뚱하게도 가오루라는 신참을 집어넣었는데 더헛 소리가 절로 납니다.

수사는 민간인이 아니고 형사가 하는 거다.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알아내셨쎄요?> 졸라대는 건 형사가 하는 일이 아니쥐! 이래선 미남 조교수와 그 빠순이 구도밖에 안 되잖아?

일본드라마의 한 유형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 거북한 만화적 과장이라는 건 말이죠. 놀랐다고 하면 몸을 경직시키며 어깨를 흠칫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으악 외마디 소리를 질러대고 눈을 땡그랗게 뜨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귀엽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눈빛 하나만으로 오만가지 잡동사니 감정이 읽혀지던 샘 윈체스터 생각이 나서 한숨이 푹푹 나왔달까, 괜찮은 소재에 빵빵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못봐주겠더라고요.

뭐, 재밌게 보신 분들께는 다소 죄송스럽고.
소설이 아니라 드라마를 먼저 봤다면 감상이 달라졌을지도?

Posted by 미야

2008/08/17 10:06 2008/08/17 10:06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994

재치 만점의 식사 주문

소설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나 참 재밌는 표현인 것 같아서요.
딘 쿤츠의「살인 예언자」의 일부입니다.


버티 오빅이 주문 내용을 읊었다.
『소 두 마리, 담요 덮어서.』
양파, 치즈, 베이컨을 곁들인 햄버거 두 개.
그리고 특유의 부드럽고 또렷한 목소리로 (목소리만 들으면 꼭 줄리아드 음대 입학을 앞둔 여고생 같다) 이렇게 덧붙였다.
『감자 두 개, 지옥 불에 두 번.』
특별히 바삭하게 튀긴 감자튀김 둘.
『영국인 둘, 필리핀 낚시 간 놈으로.』
크림치즈와 연어를 넣은 잉글리시 머핀 둘.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헤시브라운 하나, 소시지와 검은 완두콩.


맛있을까요? 것보단 양이 상당하네요. 영국인 둘이라는 표현에서 폭소했습니다.

Posted by 미야

2008/08/11 15:59 2008/08/11 15:59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988

Comments List

  1. 음냐 2008/08/13 17:40 # M/D Reply Permalink

    오오 ㅠ,ㅠ 저랑 취향 비슷하신듯!!!
    저도 이번에 딘쿤츠 살인예언자랑 스티븐 킹의 신작 듀마키 주문했답니다!!!
    오드 토머스의 첫번째 이야기라뉘~시리즈는 대부분 좋아하는 편이라
    기대가 매우 큽니다 \>.</

  2. 미야 2008/08/13 18:31 # M/D Reply Permalink

    그런데 정작 지금 읽고 있는 건 <마술사가 너무 많다> 랍니다. 크하...;;
    듀마키 재밌나욤. 다 읽으셨으면 질러라 마라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염.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89 : 90 : 91 : 92 : 93 : 94 : 95 : 96 : 97 : ... 180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4016
Today:
6
Yesterday:
291

Calendar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