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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엉뚱하게도「실종 후 동사(凍死)」라는 거였습니다. 으하... 길거리에서 얼어죽고, 송두리째 사라진다니. 도대체 어떤 환경인게냐. 좀처럼 상상이 가질 않더라고요. 뭐, 우리나라에서도 동사는 종종 발생합니다만 이건 격이 틀려요. 아이슬란드는 무지하게 추운 곳이었군요.

다음은 출판사에서 언급한 소개.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는 생일파티. 동생을 데리러 한 의대생이 찾아왔다. 그는 북새통 속에서 동생을 기다리다가 아기가 뭔가를 입에 물고 자기에게 다가오는 걸 지켜본다. 해부 경험이 있는 그는 그것이 사람의 뼈라는 것을 알고 경악한다.


확장일로에 있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이 도시의 외곽에서 땅속에 묻힌 유골이 발견되었다. 지금은 신 주택단지가 들어서서 곳곳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 한 채 없는 황량한 언덕이었던 곳. 유골은 수십 년은 된 듯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종종 발생하는, 실종 후 동사로 이어지는 사건의 하나일까? 하지만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자신의 가족문제만으로도 고통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수사반장 에를렌두르는 이 사건에 특이한 집착을 보인다. 어쩌면 그것이 현재 당하고 있는 절망적인 가족문제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유골에는 에를렌두르로서도 감당 못할 한 가족의 엄청난 비극이 담겨 있었다. 그 가족의 일부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일부는 아직도 살아 있다. 수십 년 만에 드러나는 공포에 가까운 비극.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최후의 처절한 파국’을 견딜 독자들이 얼마나 될는지. 하지만 이것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저는요, 솔직히「뼈」라는 것에서 드라마 본즈를 연상했습니다. 브레넌 박사가 뼛조각에 남은 상흔으로 치명상을 낸 무기의 종류를 밝혀내고, 이 사람은 연령대 30대의 백인 어쩌고 저쩌고... 그러면 FBI요원 부스가 뼈와 같이 발견된 옷의 상표에서 단서를 추적하고, 어쩌고 저쩌고...

결론만 말하자면 짐작은 완전히 꽝.

이 책은 범인을 추적하는 점을 주목하지 않습니다. 추리소설을 빙자한, 뭐랄까...

사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병목되어 반복되는 동안 독자는 너무나 쉽게 사건의 전말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범인은 누구이고, 팔을 하늘로 뻗은 채 생매장당한 인간이 누구인지까지도요. 작가는 너무 단순하게 퍼즐이 풀리는 걸 염려하여 도중에 살짝 암막 작전을 썼습니다만, 앞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 책에선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보다 더 힘을 받는 건「한 가족에게 일어난, 치 떨리도록 엄청난 비극」이고, 영혼을 살해하는 범죄행위 그 자체입니다. 범인이 누구인지가 밝혀졌음에도 마음이 서글픈 건 아마도 그 때문이겠죠.


아이와 여자를 괴롭히고 때리는 남자들은 정말이지 용서가 되질 않아요.

Posted by 미야

2008/08/23 09:55 2008/08/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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