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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킬러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해서 (어둠의 제국 루트로) 봤다.

평이 극단으로 갈리는 까닭을 알겠다. 상영시간은 158분이나 되고, 영화는 어떠한 극적인 장면 없이 사건을 서술한다. 중간에 잠시 졸아서 얼른 되돌아 가기도 했다. 범인이 잡히는 것도 아니오, 자동차 추격을 당하는 것도 아니니 몸이 피곤한 상태에선 감상이 약간 곤란하다.

세상엔 별 미친 놈도 있고, 잡겠다고 개고생을 하지만 역시나 헛발질하는 경찰이라는게 있으며, 생각처럼 잘 안 돌아간다는게 세상 이치구나 하는게 감상 포인트.

1960년대와 70년대의 과학수사라는게 어떻다는 것도 눈여겨 볼 수 있다. 맨손으로 용의자의 집을 마구 뒤진다. 거기다 팩스가 없어 우편으로 자료를 주고받는 경찰이라니. (절레절레)

FBI 행동과학부의 설립은 1972년이다. 조디악 킬러의 활동 시기는 1966년에서 1974년. 수사가 난잡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라스베가스 CSI <죽음의 끈> 소설 부록으로 실린 조디악 킬러에 대한 설명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남녀들이 피해자이고 정확한 피해자 수는 6명에서 49명까지 차이를 보인다. 1974년 1월에 샌프란시스코 신문사에 보낸 편지에 <Me-37 : SFPD-0> (<- 내 점수는 37이고 샌프란시스코 경찰 점수는 빵점이다) 라고 적은 것으로 희생자 수를 37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지도상에 살인이 난 위치를 표시하면 커다란 Z자가 그려진다는 걸 나중에 알아내기도 했다.
신문사에 보낸 편지는 21통이고,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목격자들은 그가 몸집이 크고 안경을 썼으며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졌다고 증언했다.
유명한 암호문에서 그는 살인 자체가 너무 즐거워 살인을 한다고 주장했다.
조디악 킬러의 최후 목적은 사후 세계를 위한 노예들을 모으는 것이라고 한다. 살인범 주제에 사후 준비는 무슨...

미국에는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없다. 따라서 계속 수사중이다.
1992년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아더 리 앨런을 주목했다. 그러나 리는 이미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였다. DNA 조사는 불일치 결과로 나타났으나 경찰은 그가 조디악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조디악 킬러를 추적하는 로버트 그레이스미스가 아더 리 앨런을 찾아가 별다른 질문 없이 빤히 쳐다보는 장면이 있다. 네가 그 사람이지... 살인은 추억이 될 수 없음에도 인상적인 장면이다.

Posted by 미야

2007/07/17 21:16 2007/07/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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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하우스 - 콜라

독감에 걸린 어린 새미에게 <콜라 마셔볼겨?> 라고 권한 파파존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엘리스님의 블로그를 방문해본 분들은 이것이 뭔 소리인지 단번에 눈치챘을 것이다)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쓴 <시크릿 하우스> 라는 책을 보자면 콜라는 물 + 이산화탄소 + 설탕이다. 1888년, 조지아 주 애틀란타의 한 약제사가 탄산수를 변화시켜서 코카-콜라라는 걸 만들었다. 약제사다. 슈퍼마켓 주인이 아니다. 처음엔 구강세정 및 양치제로 세상에 나왔다. 당시의 광고를 보자면 <이를 희게 하고, 입안을 깨끗하게 하며, 상하고 피나는 잇몸을 치료해준다> 라고 했다. 피가 나는 잇몸을...? 워째 피가 더 날 것 같은데.


파파존? 어쨌거나 독감에 걸린 아이에게 먹일만한 음료는 아닌 듯하군요

그러다 소량의 코카인이 포함된 이 음료는 1903년까지 온 가족을 위한 음료로 성공적으로 유통되었고, 이후 코카인 성분이 빠진 상태에서 다시금 디자인계의 밀레니엄급 혁명 - 여성의 잘록한 몸매를 닮은 병으로 승리했다. 펩시에겐 배고픈 시절이었다 - 고 책의 저자는 적고 있다.

덧붙여 다른 이야기를 살짝 하자면 코카콜라 회사는 수돗물을 정수하여 판매한 적도 있다. 역삼투압 정수기법과 3단계 필터를 거친 완벽한 물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원가의 30배 뻥튀기였다. 대동강물 팔아먹는 것보다 더 우수했다는 평이다.

아무튼 우리집에선 심하게 아파 밥을 못 먹게 되면 차게 식힌 바나나맛 우유를 빨대로 마시게 했다. 그러다 뭔가를 씹어 삼킬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좋아지면 복숭아 통조림을 땄다. 마침내 고열이 가라앉으면 오뚜기표 스프를 먹고 싶다고 졸랐다. 엄마는 그래서 오뚜기표 스프 가루를 눈물겹게 사랑했다. (스프 = 드디어 우리 애기 다 나았어요)

고열을 내고 드러누운 아이에게 한 끼 정도는 아이스크림을 먹이는 것도 괜찮다.
비타민을 섭취하게 한다면서 억지로 오렌지 쥬스를 마시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썩 좋진 않다. 위에서 약과 섞이면 무섭게 토사광란한다.
콜라는... 음. 솔직히 상상이 안 간다.
존? 정말로 콜라가 열을 내고 앓고 있는 새미에게 괜찮을 거라 생각한 건가요?


* 자다 일어나 다시금 시작하는 콜라 이야기. 얼랍쇼, 냉장고에 펩시 있다? 콜라를 보자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탄산음료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톡 쏘는 맛엔 옛날부터 취미가 없고, 행여라도 마실 일이 생기면 일부러 탄산이 다 빠진 밍밍한 걸 골라 마시곤 한다. <- 도대체 뭘 먹겠다는 건지.
아무튼 냉장고에 펩시 있다. 칙 소리나게끔 뚜껑을 따고 한 모금 마셔봤다. 음... 따갑다. 목이 끔찍하게 아플 적에 이걸 마시면 자극을 받아 불쾌감이 덜해질 수도. 편도선이 튱튱 붓기라도 하는 날엔 물조차 제대로 넘기질 못했던 걸 떠올리자면 <적절한 자극>은 의외로 효과가 있을 지도 모른다. 일시적인 코 뚫림처럼 목구멍이 열리는 거다. 당분도 들어가 있으니 기진맥진한 아이에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코로 가스를 뿜으면서 - 맵다~! -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존이 나름 머리를 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 한 이 느낌, 사실 지금 몸살 기운이 있어 코가 살짝 막혔는데 일시적으로나마 기분이 좋아졌다.
그치만 난 여전히 아픈 아이에게 콜라를 주는 건 반대다.

Posted by 미야

2007/07/13 20:05 2007/07/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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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이치 - ZOO

우쓰, 책을 잘못 골랐다... 라는 것이 첫 장을 넘기면서 든 생각이었다.
신 감각 호러 미스테리? 음?


책 표지는 야후 쇼핑 검색 사진에서 가져왔음


백화점 부근의 가로수 아래를 걷고 있다가 둔기에 머리를 맞아 기절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나와 같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이상한 방속에 누워 있었다. 일곱 개의 방과 토막난 시체가 떠내려가는 도랑... 우겍. 큐브잖아, 이거.

똑같지는 않지만 묘하게 중첩된다. 만사가 이런 식이다.


매일 아침, 우편함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시체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들어 있다. 사실 그 사진은 자신이 찍은 것이고, 헤어지자는 말에 의도치 않은 살인을 저질렀다. 남자는 행방불명된 애인을 찾는다고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고, 주어진 사실들로 거슬러 올라가, 마침내 살인 현장에서 《내가 죽였어욤》진실과 마주한다. 그리고는 사진을 찍고, 예의 행동의 반복.

만화《코인로커 베이비스》에선 부인이 죽어 상심에 빠진 사진작가가 나온다. 그는 과일이나 꽃과 같은 정물을 매일 한 방씩 찍어 썩어가는 사물을 두고 부인의 죽음을 애도한다. 이 건조해서 바스라질 것 같은 만화의 이미지를 그로데스크하게 왜곡시키면《ZOO》가 된다.


제목은 잊어버렸는데 - 국내 정발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일어로 된 원작 만화를 본 것이 10년 전이다 - 숟가락을 구부리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 방송국에 출연해「부러져라!」외쳤는데 제어가 영 꽝이라서 방청객 및 TV 시청자 전부의 목이 댕겅 부러지는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라는 내용의 만화가 있었다.

이게 이 책에서는「신의 말」로 각색(?)되어 있는데 이렇게 내용이 달라졌다.


「나는 갑자기 더 견딜 수가 없어 모두를 죽이기로 했습니다. 다시 말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행사한 것입니다.

- 한 시간 뒤, 너희들의 목이 잘려 떨어진다

거기에 다시 다음 명령을 내렸습니다.

- 땅에 떨어진 너희들의 목은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에 대해 너희들에게 주어졌던 말을 똑같이 감염시킨다

물론 저만은 그 효력에서 제외된다는 말도 덧붙이고 기억에도 더욱 손을 댔습니다...」


죽음의 복제는 링이다. 작가는 링의 테마까지도 끌어당겼다.


일본 만화와 소설, 특히 호러 쪽으로 많이 접한 사람에겐 바람이 피익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서 봤던, 어디서 읽었던, 이래서야 참신한 것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지 않는가!

뭐... 괴담이라는 것은 돌고 돌아 마침내 제자리로 언젠가 돌아오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Posted by 미야

2007/07/09 12:40 2007/07/0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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