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걸린 어린 새미에게 <콜라 마셔볼겨?> 라고 권한 파파존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엘리스님의 블로그를 방문해본 분들은 이것이 뭔 소리인지 단번에 눈치챘을 것이다)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쓴 <시크릿 하우스> 라는 책을 보자면 콜라는 물 + 이산화탄소 + 설탕이다. 1888년, 조지아 주 애틀란타의 한 약제사가 탄산수를 변화시켜서 코카-콜라라는 걸 만들었다. 약제사다. 슈퍼마켓 주인이 아니다. 처음엔 구강세정 및 양치제로 세상에 나왔다. 당시의 광고를 보자면 <이를 희게 하고, 입안을 깨끗하게 하며, 상하고 피나는 잇몸을 치료해준다> 라고 했다. 피가 나는 잇몸을...? 워째 피가 더 날 것 같은데.
파파존? 어쨌거나 독감에 걸린 아이에게 먹일만한 음료는 아닌 듯하군요
그러다 소량의 코카인이 포함된 이 음료는 1903년까지 온 가족을 위한 음료로 성공적으로 유통되었고, 이후 코카인 성분이 빠진 상태에서 다시금 디자인계의 밀레니엄급 혁명 - 여성의 잘록한 몸매를 닮은 병으로 승리했다. 펩시에겐 배고픈 시절이었다 - 고 책의 저자는 적고 있다.
덧붙여 다른 이야기를 살짝 하자면 코카콜라 회사는 수돗물을 정수하여 판매한 적도 있다. 역삼투압 정수기법과 3단계 필터를 거친 완벽한 물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원가의 30배 뻥튀기였다. 대동강물 팔아먹는 것보다 더 우수했다는 평이다.
아무튼 우리집에선 심하게 아파 밥을 못 먹게 되면 차게 식힌 바나나맛 우유를 빨대로 마시게 했다. 그러다 뭔가를 씹어 삼킬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좋아지면 복숭아 통조림을 땄다. 마침내 고열이 가라앉으면 오뚜기표 스프를 먹고 싶다고 졸랐다. 엄마는 그래서 오뚜기표 스프 가루를 눈물겹게 사랑했다. (스프 = 드디어 우리 애기 다 나았어요)
고열을 내고 드러누운 아이에게 한 끼 정도는 아이스크림을 먹이는 것도 괜찮다.
비타민을 섭취하게 한다면서 억지로 오렌지 쥬스를 마시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썩 좋진 않다. 위에서 약과 섞이면 무섭게 토사광란한다.
콜라는... 음. 솔직히 상상이 안 간다.
존? 정말로 콜라가 열을 내고 앓고 있는 새미에게 괜찮을 거라 생각한 건가요?
* 자다 일어나 다시금 시작하는 콜라 이야기. 얼랍쇼, 냉장고에 펩시 있다? 콜라를 보자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탄산음료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톡 쏘는 맛엔 옛날부터 취미가 없고, 행여라도 마실 일이 생기면 일부러 탄산이 다 빠진 밍밍한 걸 골라 마시곤 한다. <- 도대체 뭘 먹겠다는 건지.
아무튼 냉장고에 펩시 있다. 칙 소리나게끔 뚜껑을 따고 한 모금 마셔봤다. 음... 따갑다. 목이 끔찍하게 아플 적에 이걸 마시면 자극을 받아 불쾌감이 덜해질 수도. 편도선이 튱튱 붓기라도 하는 날엔 물조차 제대로 넘기질 못했던 걸 떠올리자면 <적절한 자극>은 의외로 효과가 있을 지도 모른다. 일시적인 코 뚫림처럼 목구멍이 열리는 거다. 당분도 들어가 있으니 기진맥진한 아이에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코로 가스를 뿜으면서 - 맵다~! -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존이 나름 머리를 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 한 이 느낌, 사실 지금 몸살 기운이 있어 코가 살짝 막혔는데 일시적으로나마 기분이 좋아졌다.
그치만 난 여전히 아픈 아이에게 콜라를 주는 건 반대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