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 97 : 98 : 99 : 100 : 101 : 102 : 103 : 104 : 105 : ... 180 : Next »

쌓이는 불만

늘 절망하는 거지만 2% 부족한 우리의 슈퍼내츄럴... 아니, 20% 어색한 드라마 슈퍼내츄럴.

내용은 보지 말고 꽃미남 퇴마사나 보고 눈보신 하세요,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두 팔 걷어부치고 이참에 쌓였던 불평 좀 퍼부어보자.


어떤 일이든 원인과 결과는 한 세트이다. 과자를 지나치게 먹으면 체중이 불어나는 것처럼, 아놔 비유가 뭔 꼬라지야, 아무튼 체중이 불어난 걸 원망한다면 과자를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배고픈 뱀이 자기 꼬리를 입에 넣어 삼키면 나중엔 머리까지 먹는 법. 그래서 후회 라는 건 늘 무섭다. 지금까지 딘은 샘을 살리고 나서 1년 뒤에 자신이 지옥으로 간다는 걸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으로 행동해왔다. 사실 겁이 안 날 수가 없다. 지옥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 윈체스터는 아침 댓바람부터 콜레스테롤 덩어리를 맛있게 삼켰다. 여기서 우리는 딘의 순진무구한 허영 - 난 멋지고 강한 형이니까효 - 를 볼 수 있는데, 속지 말자. 그보다 더 깊은 내면엔 살짝 다른게 숨어 있다. 그게 뭐냐고? 딘이 계약을 곱씹어 생각하면 할수록 샘을 살려낸 걸 후회한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원인과 결과는 늘 한 세트.「형은 지옥에 가기 싫어, 새미」라는 것만 요점 정리하면 안 된다. 애시당초 딘이 지옥으로 가게 된 까닭은「동생을 살려줘」라는 악마와의 계약 탓이다. 샘이 살아난 건 괜찮고 계약만 나쁘다? 그럴 리가 없잖는가. 계약 저편으로「샘 윈체스터」가 있다. 미로님의 알흠다운 표현대로라면 딘 윈체스터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존재다. 따라서 딘은 계약을 후회할 수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도,
심지어 두려워 해서도 안 된다. 그걸 슈퍼내츄럴 작가는 잊고 있다.


인간인 이상 시한부 인생이 되어버렸으니 마음의 동요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딘은 이걸 능숙하게 잘 숨기지 않았을까. 허리하학적 인간이 되어 동생 속을 시커멓게 썩게 만드는 등, 현실도피는 잘 해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그 태도를 버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옥이 무섭다는 등, 죽고 싶지 않아 발언은 나와선 안 된다. 동생을 살리는 일에 후회가 있어선 안 되니까. 이걸 비틀어 보자. 저 말이 샘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느냔 말이다.


샘. 나는 너를 살려내기 위해 악마와 계약했어. 남은 시간은 겨우 1년이야. 이제 난 곧 죽어. 하지만 죽고 싶지 않아. 지옥에 안 갈래. 난 앞으로 어떻게 하지?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으이그. 딘이 그 말을 참 입에 담겠다.


어쨌든 샘은 딘이 지옥에 가는 걸 원치 않는다. 크로스로드 데몬의 이마에 망설임 없이 총구멍을 뚫어놓을 정도로 - 누나는 칭찬해주고 싶다 - 자신이 죽든 말든 딘을 살리고 싶어한다.

자, 여기서의 문제.

그렇다면 죽자 살자 눈에 밟히는 악마들을 죄다 조지면서「이 썩을 잡것들아. 우리 형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말해」라고 해야 하지 않겠냐. 그런데 이것들은 초반엔 잘 나간다 싶더니만 지금은 저속령 전문 헌터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쓸데없는 유령들이나 조지고 있다. 머리에 깔대기 쓰고 뿜바뿜바 하는 유령따위... 젠장. 악마와의 전면전이 맞기는 맞는가. 손바닥 세우고 벽에나 붙으삼 - 이게 전쟁인가. 전쟁 맞냐고!


정리하자.

ⓛ 시한부 인생이 되어버린 딘은 자신의 죽음을 후회해선 안 된다. 샘을 살려내는데 후회가 있을 리 없다. 3시즌에서의 우왕좌왕 딘의 행보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② 샘 윈체스터는 지금보다 수백 배 정도 악마 사냥에 혈안이 되었어야 옳다. 닥치는대로 족치면서《계약을 무효로 하는 법》을 강구했어야 한다. 좀 과격하게 미쳤다고 해도 괜찮았는데 제작진은 엉뚱하게도 그를「게이 프린세스」로 설정했다.

③ 악마와 싸우는 법에 대한 설정이 드라마에 없다. 이게 문제다. 적은 있는데 제작진은「우리도 어떻게 다룰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한 발 빼고 있다. 루비가 고친 콜트로 빵빵? 지금 농담하나.

④ 악마와의 전면전이라고 누가 뚫린 입으로 말했지? 크립퀴 대머리 대마왕이던가. 어디서 전쟁하고 있습니까? 태평양에서 오징어가 유유자적하게 헤엄치고 있는 것 같은데요.

⑤ 엄마 메리의 비밀은 아무도 고민하고 있지 않다. 아직 4시즌이 있으니까, 라고 해도 3시즌에 단 한 번도 언급이 되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거 아닌가.

⑥ 윈체스터나 바비를 뺀 나머지 헌터들은 병신 쪼다밖에 없나. 겨우 라이라이 아저씨나 보여주고 말이지. 헬 게이트 사건으로 내부적으로 엄청난 갈등이 있어야 하는데 헌터들은 버스 타고 멕시코로 단체 관람이나 간 듯한 분위기다. 결국 전쟁따윈 없었다는 것밖엔 안 된다.

⑦ 헬 게이트 사건 이후 너무나도 얌전한 악마들... 올망졸망 모여 술 마시며 카드 치고 당구나 치고 있는 건지.


기대하고 보면 안 되요 - 라는 충고를 자주 접하지만 3시즌에 이르러 너무 많이 울컥하고 있다.

Posted by 미야

2008/05/04 14:08 2008/05/04 14:08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869

Comments List

  1. 로렐라이 2008/05/04 20:58 # M/D Reply Permalink

    답답한 부분들을 명확히 짚어주셨네요 미야님ㅠㅠ 크립퀴가 대체 어쩔 생각으로 이러는건지, 시즌 3에 와서 정체성을 잃는 캐릭터나 스토리라인이 죽자살자 슈내에 미쳐 웬만한 것들 웃으며 넘겨주는 팬걸들의 눈살마저 찌푸릴 정도로 흔들리고 있는 시점인데 시즌3은 어느덧 2에피밖에 안남았구orz(2에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획기적인 무언가로 그동안의 방황을 싸악 해결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ㅜㅜ) 이래저래 정말 걱정되고 화도 납니다. 이러니 시청률이 안나올만도 해요orz 윈체스터 형제들을 정말 많이 좋아하지만 미국에 가서 따져묻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요즘입니다!

  2. 수수 2008/05/08 12:46 # M/D Reply Permalink

    완전동감~ 입니다...ㅠㅠ 요즘 윈체스터 형제들..슬포요...그저그저..ㅡㅡ;;

  3. 위니 2008/05/08 15:06 # M/D Reply Permalink

    진짜 완전완전완전완전 공감에 공감에 대 공감! 입니다.
    제 능력만 된다면 영작해서 크립키 아찌 바지주머니에 확 꽂아주고 싶은 기분!
    스크랩해가도 될까요? 슈내에 미쳐있는 친구들이랑 같이 보고 공감하고 싶네요.
    아 정말 미야님 천재!ㅜㅜㅜㅜㅜ

  4. 냇가 2008/05/25 01:21 # M/D Reply Permalink

    맞아요..ㅋ 정말 슈뇌사랑하는 마음은 미친듯이 폭주인데..
    계속 어설픈 내용에 넘 슬퍼요..ㅠㅠ
    이러다가 시즌 어설프게 끝맺음하면 분노폭발일듯..!!!!!!!!ㅡ_ㅡ;

  5. 차원의마녀 2008/06/11 08:38 # M/D Reply Permalink

    전적으로 동감하는 글입니다.
    도대체 헬게이트가 열려 수백마리? 암튼 어마어마한 놈들이 나왔을껀데...
    난 샘이 대항군이라도 조직할줄 알았음 ㅠ_ㅠ
    대항군의 우두머리로 나서서 악마를 족치고.. Save Din!!을 외칠줄 알았구만...쩝

Leave a comment

츠토무 니헤이 - 아바라

음.......... 어렵다. (팔짱을 낀다) 이해하려면 억만년은 걸리지 않을까. 브레임을 워낙에 좋아했으니까 당연하다는 식으로 번쩍 집어들었는데 약간 후회스럽다. 아니, 많이 후회스럽다. 사람의 머리가 막 잘려나간다고 무섭다거나 그런 건 없는데... (<- 어쭈?!) 내용이 이해가 안 가는게 대단히 원망스럽다.

표지에 인쇄된 대략의 줄거리를 보자면 이렇다.

인공물인지 자연물인지도 짐작이 가지 않는 거대한 묘가 있는 세계.
이곳으로 시로 가우나라고 하는 새하얀 괴물이 나타나 사람을 꽈드득 꽈드득 꿀꺽 하신다. 무슨 돔 경기장 같은 곳으로 3만명이 피신해 있는데 이걸 일시에 덥치는 장면은 그로데스크하다.
시로 가우나와 대적할 수 있는 것은 쿠로 가우나. 말 장난? 흰색에 검정...
아무튼 제4기연 시대에 가우나의 모조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쿠로 가우나다. 으... 차라리 한문으로 적어줘. 이해가 안 가. 그리고 항차묘는 워째 동아중공 비슷하다. 단 두 사람의 생존자를 영역 이탈이키고 세계는 블랙 아웃? 뭥미? 댁들은 누구세요?

이건 포기해야겠다. 바이오메가가 정발된게 확인되면 차라리 그걸 주문해야... 안돼! 이번에 안티크 신장판 샀잖아. 크왁! (머리를 움켜잡는다)

인문학 서적을 사면 모를까,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추리소설이나 만화책을 주문하면 집에서 눈을 안 감아준다. 사닥션 및 에브리바디 철썩철썩을 외치는 칠순의 노모는 여전히 무섭고...;; 숨어서 남정네들이 발가벗고 붕가붕가를 하는 책들을 구입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울 어머니, 이 그림 보면 <마귀> 라고 딱 한 마디만 하실 걸?


얼핏 봐서 비슷하지만 결코 같지는 않은 세계... 그래도 우왕 굳.

배경이 화성이라는 바이오메가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아무튼 거기서도 유전자 변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듯하다. 브레임부터 시작, 단편 노이즈까지 츠토무 니헤이가 창조한 세계의 큰 맥락은 역시나 「변이형질 유전자의 수복」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정확한 설명을 회피하고 있으나 아무튼 인류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케노제네시스에 육박하는 코드 변형에 맞닥뜨려졌고, 정상 형질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개체 진화를 거듭, 완전히 꼬여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브레임의 주인공인 키리이의 긴 여정이 넷 단말 유전자를 찾는 임무인 것과 마찬가지로 시로 가우나의 역할 역시 유전자 수집이 아니었을까... 짐작만 해본다. 왜냐면 츠토무 니헤이는 독자에겐 불친절한 (늉?) 작가이니까.


조금 이상하다. 시로 가우나는 인간을 「대량으로 (한 명, 두 명의 수준이 아니라 싹쓸이 수준이다)」잡아먹고 극단적으로 몸을 부풀려 묘지로 간다. 본문에서는 「시로 가우나는 궁극적으로 항차묘를 먹는다」라고 나오는데 묘는 말 그대로의 묘지가 아니라 일종의 전송장치이다. 짐작하자면 시로 가우나는 항차묘를 통해 아주 먼 곳으로 텔레포트, 그리고 항차묘는 1회성 전송장치로 작동 이후엔 파괴된다, 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최초의 프로그램 목표는 역시나 수집...?

Posted by 미야

2008/05/02 23:04 2008/05/02 23:04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867

Comments List

  1. elsra 2008/05/03 07:50 # M/D Reply Permalink

    바이오메가 정발되어 있습니다. 블레임 이후로 비슷한 세계관이 계속 나와서 (비슷한 세계관이 아니라 다 같은 세계관일지도 모르겠네요) 전 블레임으로 마무리해 버렸지만 그림체나 내용은 상당히 좋죠(좀 복잡하지만).

  2. 용가리 2008/05/30 23:44 # M/D Reply Permalink

    바이오메가는 블레임 이전의, 동아중공의 마지막에 관한 내용입니다. 같은 세계관은 맞지만, 블레임이 초기작이라 그런지 좀 아구가 안 맞는 구석이 있습니다. 사실 바이오메가-무언가-노이즈-블레임 으로 이어져야 말이 좀 된다고 봅니다.

Leave a comment

키타가와는 자신의 오른손을 쥔 손을 끌어당겼다.
『케이?』
갖고 싶다, 갖고 싶다고 생각해서 정신없이 붙잡은 이 남자는 따뜻하다.
햇살 같은 좋은 냄새가 난다.
『너무 나한테 다정하게 하지 마.』
평평한 배에 얼굴을 묻은 채, 키타가와는 중얼거렸다.
『내가 기어오를 거야.』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살살 쓰다듬어지자 울고 싶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도우노에게 쓰다듬어지는 고양이는 언제나 기분좋은 듯이 눈을 가늘게 한다.
그 녀석도 이런 기분이었던 걸까 - 하고 생각했다.
『더 기어올라도 돼. 케이가 응석부려도 별 일 아니야.』
『되돌릴 수 없는 말을 하네.』
어떤 대단한 일? 하고 도우노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죽을 때까지 함께 있어줘.』
붙잡은 손을 강하게 쥐었다.
『같이 있어준다면 지금부터 나는 평생 캣.푸.드.만 먹어도 좋아.』
긴 침묵.
도우노는「캣푸드는 안 붙여도 되잖아…」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래서 코노하라 나리세가 좋아효. T^T 도우너... 가 아니라 (아기공룡 둘리가 아니란 말이닷!) 도우노를 딘이라고 생각하고 키타가와를 샘이라고 생각하고 저 대사를 봤더니 막 돕니다. 샘이라면 정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캣푸드를 평생 먹는 걸 선택하지 않을까 싶군요.

Posted by 미야

2008/05/02 21:05 2008/05/02 21:05
Response
No Trackback , a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866

Comments List

  1. 로렐라이 2008/05/03 00:52 # M/D Reply Permalink

    아...마음속이 간질간질하네요! 게다가 미야님 코멘 읽고나서 딘과 샘을 겹쳐서 바라보니 정말 둑흔둑흔....orz ㅠㅠ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97 : 98 : 99 : 100 : 101 : 102 : 103 : 104 : 105 : ... 180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4053
Today:
43
Yesterday:
291

Calendar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