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절망하는 거지만 2% 부족한 우리의 슈퍼내츄럴... 아니, 20% 어색한 드라마 슈퍼내츄럴.
내용은 보지 말고 꽃미남 퇴마사나 보고 눈보신 하세요,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두 팔 걷어부치고 이참에 쌓였던 불평 좀 퍼부어보자.
어떤 일이든 원인과 결과는 한 세트이다. 과자를 지나치게 먹으면 체중이 불어나는 것처럼, 아놔 비유가 뭔 꼬라지야, 아무튼 체중이 불어난 걸 원망한다면 과자를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배고픈 뱀이 자기 꼬리를 입에 넣어 삼키면 나중엔 머리까지 먹는 법. 그래서 후회 라는 건 늘 무섭다. 지금까지 딘은 샘을 살리고 나서 1년 뒤에 자신이 지옥으로 간다는 걸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으로 행동해왔다. 사실 겁이 안 날 수가 없다. 지옥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 윈체스터는 아침 댓바람부터 콜레스테롤 덩어리를 맛있게 삼켰다. 여기서 우리는 딘의 순진무구한 허영 - 난 멋지고 강한 형이니까효 - 를 볼 수 있는데, 속지 말자. 그보다 더 깊은 내면엔 살짝 다른게 숨어 있다. 그게 뭐냐고? 딘이 계약을 곱씹어 생각하면 할수록 샘을 살려낸 걸 후회한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원인과 결과는 늘 한 세트.「형은 지옥에 가기 싫어, 새미」라는 것만 요점 정리하면 안 된다. 애시당초 딘이 지옥으로 가게 된 까닭은「동생을 살려줘」라는 악마와의 계약 탓이다. 샘이 살아난 건 괜찮고 계약만 나쁘다? 그럴 리가 없잖는가. 계약 저편으로「샘 윈체스터」가 있다. 미로님의 알흠다운 표현대로라면 딘 윈체스터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존재다. 따라서 딘은 계약을 후회할 수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도, 심지어 두려워 해서도 안 된다. 그걸 슈퍼내츄럴 작가는 잊고 있다.
인간인 이상 시한부 인생이 되어버렸으니 마음의 동요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딘은 이걸 능숙하게 잘 숨기지 않았을까. 허리하학적 인간이 되어 동생 속을 시커멓게 썩게 만드는 등, 현실도피는 잘 해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그 태도를 버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옥이 무섭다는 등, 죽고 싶지 않아 발언은 나와선 안 된다. 동생을 살리는 일에 후회가 있어선 안 되니까. 이걸 비틀어 보자. 저 말이 샘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느냔 말이다.
샘. 나는 너를 살려내기 위해 악마와 계약했어. 남은 시간은 겨우 1년이야. 이제 난 곧 죽어. 하지만 죽고 싶지 않아. 지옥에 안 갈래. 난 앞으로 어떻게 하지?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으이그. 딘이 그 말을 참 입에 담겠다.
어쨌든 샘은 딘이 지옥에 가는 걸 원치 않는다. 크로스로드 데몬의 이마에 망설임 없이 총구멍을 뚫어놓을 정도로 - 누나는 칭찬해주고 싶다 - 자신이 죽든 말든 딘을 살리고 싶어한다.
자, 여기서의 문제.
그렇다면 죽자 살자 눈에 밟히는 악마들을 죄다 조지면서「이 썩을 잡것들아. 우리 형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말해」라고 해야 하지 않겠냐. 그런데 이것들은 초반엔 잘 나간다 싶더니만 지금은 저속령 전문 헌터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쓸데없는 유령들이나 조지고 있다. 머리에 깔대기 쓰고 뿜바뿜바 하는 유령따위... 젠장. 악마와의 전면전이 맞기는 맞는가. 손바닥 세우고 벽에나 붙으삼 - 이게 전쟁인가. 전쟁 맞냐고!
정리하자.
ⓛ 시한부 인생이 되어버린 딘은 자신의 죽음을 후회해선 안 된다. 샘을 살려내는데 후회가 있을 리 없다. 3시즌에서의 우왕좌왕 딘의 행보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② 샘 윈체스터는 지금보다 수백 배 정도 악마 사냥에 혈안이 되었어야 옳다. 닥치는대로 족치면서《계약을 무효로 하는 법》을 강구했어야 한다. 좀 과격하게 미쳤다고 해도 괜찮았는데 제작진은 엉뚱하게도 그를「게이 프린세스」로 설정했다.
③ 악마와 싸우는 법에 대한 설정이 드라마에 없다. 이게 문제다. 적은 있는데 제작진은「우리도 어떻게 다룰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한 발 빼고 있다. 루비가 고친 콜트로 빵빵? 지금 농담하나.
④ 악마와의 전면전이라고 누가 뚫린 입으로 말했지? 크립퀴 대머리 대마왕이던가. 어디서 전쟁하고 있습니까? 태평양에서 오징어가 유유자적하게 헤엄치고 있는 것 같은데요.
⑤ 엄마 메리의 비밀은 아무도 고민하고 있지 않다. 아직 4시즌이 있으니까, 라고 해도 3시즌에 단 한 번도 언급이 되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거 아닌가.
⑥ 윈체스터나 바비를 뺀 나머지 헌터들은 병신 쪼다밖에 없나. 겨우 라이라이 아저씨나 보여주고 말이지. 헬 게이트 사건으로 내부적으로 엄청난 갈등이 있어야 하는데 헌터들은 버스 타고 멕시코로 단체 관람이나 간 듯한 분위기다. 결국 전쟁따윈 없었다는 것밖엔 안 된다.
⑦ 헬 게이트 사건 이후 너무나도 얌전한 악마들... 올망졸망 모여 술 마시며 카드 치고 당구나 치고 있는 건지.
기대하고 보면 안 되요 - 라는 충고를 자주 접하지만 3시즌에 이르러 너무 많이 울컥하고 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