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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12

세 살 연상인 그의 형은 언젠가 이런 말을 했었다.

「넌 헛똑똑이야, 젠. 머리는 나보다 곱절로 좋은 것 같아도 맹한 구석이 있다니까.」

일곱 살 무렵의 일이다. 어린이용 잠옷 카달로그 모델로 나갔을 적에 그는 눈이 ♥가 된 수십 명의 아줌마들로부터 습격(?)을 받았다. 그녀들은 꺅꺅 비명을 질러대며 그를 둥글게 에워쌌고, 뺨을 꼬집었고, 턱을 문지르고, 포응하고, 팔을 잡아당겼다.

젠슨은 프로급 모델답게 가만히 있었다.

한 점 거짓 없는 진실을 말하자면 얼어서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동생 상태가 메롱이라는 걸 귀신처럼 눈치 챈 형이 구해주러 오기 전까지, 그는「엄마! 이러다 나 죽겠어요! 살려줘요!」소리도 못 냈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해, 젠슨. 겁에 질려 입을 다물고 있음 안돼. 그들이 널 만지는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즉시 큰 소리로 외치렴. 널 지키는 건 너 자신이야. 저번엔 운이 좋아서 네 형이 도와줬지만 나중에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뭐라고 외치죠.」

「싫.습.니.다.」

연예계는 예로부터 탈도 많고 문제도 많았다. 왕년에 배우로 활동했던 아버지는 화려한 조명 뒤로 숨은 음산한 현실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고 있었다. 마약, 섹스, 폭력... 유혹도 많았고, 덫도 많았다. 예쁘장하게 생긴 빨간 모자가 늑대에게 잡혀 먹혔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곰팡이 냄새 퀴퀴한 오래된 우화가 아니었고, 때로 정신나간 늑대들은 계집애가 아니라 사내애에게도 군침을 흘려댔다.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찬사는 때로 이상한 방법으로 돌출되기도 한단다.」

그의 가족들은 그 점을 젠슨에게 단단히 주의시켰다.


「누군가 네 동의 없이 허벅지나 엉덩이를 이상하게 만진다면 싫다고 말하렴.」

「발로 거시기를 걷어차.」

「널 끌어안으려 하면 안된다고 말하거라.」

「그냥 귓바퀴를 콱 물어버려.」

「뽀뽀하려고 하면 크게 소리를 지르거라.」

「이마로 쾅 받아버려.」

아버지와 형은 번갈아 얘기하는 것으로 젠슨의 혼을 쏙 빼놓았다.

아무튼 요점은 잡아먹히고 나서 뼈를 흔들며 후회해봤자 소용 없다는 거였고, 젠슨의 외모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람들로 하여금 못된 충동에 빠지게 하는 요소가 있다는 거였다.

「싫습니다, 하고 외치거라.」
「예, 아버지.」
냉장고 앞에 선 애클스 가의 둘째 아들은 반드시 그러겠노라며 보이-스카웃의 맹세를 했다.


그치만 정작 중요한 순간이 닥치면「비상시 행동수칙」이라는 건 까맣게 날아가기 일수라는 거다. 과전류가 흐른 퓨즈가 뚝 끊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싫습니다, 라고 말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입이 꽉 다물렸다. 등으로 듬직한 체중이 실리는 것과 동시에 몸이 굳었다.

「강제로 끌어안겼다.」

젠슨은 자신 뭔 짓을 당했는지를 가까스로 파악했다.

그리고는?

완벽한 백지.

가랑이를 걷어차, 크게 소리를 질러, 이마로 쾅 받아버려, 다 소용없는 충고다. 젠슨은 차렷 자세를 취했고 그 다음으로는 뭘 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귓가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고, 알지 못하는 체온이 등을 덮었다. 자신을 품에 가둔 두꺼운 팔뚝, 낯선 향수 냄새, 사람 살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아들아. 싫습니다, 라고 말하는 거다.」

젠슨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뱃가죽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게 올라왔다. 나는 말해야 한다.

『저는 싫다고 말하겠습니다!』

젠슨은 몸을 좌우로 비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조하여 한 번 더 외쳤다.

『나는 싫다고 말할 겁니다!』

뭔가 아구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의사 표현엔 성공했다.


『젠슨! 젠슨! 젠슨!』

누군가 그를 대신하여 저 멀리에서 고함을 질러댔다.

『나쁜 놈아! 이 몹쓸 놈아! 젠슨을 놓아줘! 당장 놓아줘!』

흐릿한 눈으로는 그게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악을 쓰는 목소리도 너무 높았다.

『설마... 제러드?』


그는 빠른 속도로 뛰어왔고, 주먹을 흔들어댔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놓으라고 말했... 아앗?!』

그리고 제풀에 다리가 꼬여 벌러덩 넘어졌다.

Posted by 미야

2007/11/16 16:35 2007/11/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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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양 2007/11/16 19:21 # M/D Reply Permalink

    헛 일등.... 재밌게 잘 보고있습니다. 음햐~

  2. 라기 2007/11/16 20:59 # M/D Reply Permalink

    ㅎㅎㅎ 정말 재미있어요!! ^^ 책 한권 내보심이 어떨까요? 살께요!!!!!

  3. 고고 2007/11/16 22:53 # M/D Reply Permalink

    아하하하하..와우. 진짜 ....... 대박이어요.....

  4. karina 2007/11/16 23:30 # M/D Reply Permalink

    ㅋㅋ그순간 넘어지다니,,분명 심각한 상황인데 웃음이......

  5. 미모사 2007/11/17 19:12 # M/D Reply Permalink

    아니왜 맨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보 파닥이~~ 네 싸랑을 구해야지 거기서 넘어지면 어쩌냐?
    정말 자는 하체 운동이라도 해서 허벅지 근육좀 키워야 해요.
    저게 다 하체 부실이라서 그렇다니 까요?
    ㅋㅋㅋㅋ

  6. 로렐라이 2008/02/21 13:55 # M/D Reply Permalink

    ㅠㅜ 아니 제러드 ㅠㅠ 와하하하하 아 정말 참고 참았는데 큰웃음 터졌네요 ㅠㅠ 크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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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11

몸매 관리는 곧 돈. 그리고 당신의 의무.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띠룩띠룩 살찐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타났을 적에 사람들은 다들 그녀에게 다이어트를 종용했다. 무대는 냉혹했고, 돼지는 아슬아슬한 라인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을 출 권리가 없었다. 일부 자연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여「통통한 것이 뼉다구보다 훨씬 아름답다!」구호를 외쳤지만 일반 대중들이 돌출된 참치 뱃살에 혐오감을 느끼는 걸 호감으로 바꿔놓기엔 실로 역부족이었다.


한 번에 삼층석밥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먹어대는 사람이다. 배가 고프면 하루에 여섯 끼도 먹는다고 고백한 걸 잡지에서 봤다. 주로 먹는 간식은 설탕 과자인데 저러다간 변기에 얼굴을 박고 토하겠다 싶을 정도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피부가 나빠진다고 메이크업 담당자가 쓴 소리를 해도 후루륵 소리를 내면서 젤리를 삼킨다나. 그걸로도 성이 차질 않아 곳곳에 캔디를 숨겨두고 아무도 보지 않을 적에 하나씩 꺼내어 먹는다고 했다.

그러니 나름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다.


보안 요원인 시무스는「나는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특유의 표정으로 썬글래스를 고쳐썼다. 8년 전 현장 근무직 경찰관으로 일했을 때에는「이 시무스 아저씨는 누가 범인인지를 다 알고 있어요」로 통했던 몸이다. 매부리 코에 큼직한 상처가 난 턱, 가볍게 한숨을 덧붙이면 용의자들은 하나같이 몸을 움찔거리곤 했다. 그때보다 나이가 들어 상대적으로 몸은 둔해졌지만 죄지은 이들로 하여금 절로 몸서리치게 만드는 날카로운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타의 매의 커다란 눈망울은 주자창을 주변을 무려 열 여섯 바퀴나 빙빙 돌고 있는 제러드 파달렉키라는 배우에게 집중되었다.

『겉보기엔 아직은 괜찮아 보이는데 안쪽으로는 꽤나 살이 쪘나 보구먼. 얼마나 다급했음 저러고 움직일까. 뭐, 달리기는 다이어트에 좋은 운동이긴 하지.』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리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주차장에서의 운동이라니!

물론 이곳은 소핑센터나 극장의 번잡한 주차장과는 상황이 많이 틀리다. 1분에 한 번 꼴로 차단기가 오르내리는 호텔과도 다르다. 엉덩이가 듬직한 촬영 관계자들은 한 번 출근해서 일주일 뒤에야 퇴근 도장을 찍는 일이 다반사였고, 일부는 아예 침낭을 들고 와 먹고 자는 문제를 직장에서 해결했다. 그러다보니 촬영장을 드나드는 차량의 수는 제법 일정했고, 가끔은 변동이 없는 적도 있었다. 그러니 배우 제러드 파달렉키가 주차장을 공터 대용으로 생각하고 좌우로 가로질러 뛰기를 반복할 만도 하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해지자. 자동차가 오작가작 하는 곳에서의 달리기라는 건「날 그냥 범퍼로 들이받아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매연은 또 어떻고.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의 뜀박질은 발목에도 좋지 않다. 시무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아무래도 저 어린 배우에게 미리 충고를 해두는게 좋을 것이다. 행여라도 접촉 사고가 발생하면 미래가 곤란해지는 건 다리가 부러진 젊은이만은 아니게 된다. 그는 이 부근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 중 하나였고,《때끼! 훠이훠이! 이런 곳에서 놀면 아저씨가 어흥한다》라고 말하는 걸로 월급을 받았다.

그래서 시무스는 제러드가 주차장을 한 바퀴 더 도는 걸 느긋하게 지켜 본 뒤에,「이봐요, 파달렉키 씨. 그만하면 땀은 충분히 흘렸잖습니까.」말을 걸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벨릭스야. 너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하지?』

벨릭스는 시무스가 진정으로 사랑해 마지 않는 검정과 회색의 줄무늬를 가진 들고양이 암컷이었다. 영리한 고양이는 시무스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걸 다 알아들었다는 식으로 가느다랗게 야옹 소리를 내고는 침을 바른 앞발로 얼굴을 닦았다.

『정말 착하구나, 아가.』

영혼이 아홉 개나 되는 이 암컷 고양이는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듯이 하품을 했다.
『오냐, 오냐. 저 친구가 주차장을 한 바퀴를 다 돌기 전에 나는 화장실에나 다녀와야겠다. 그동안 네가 잠시 이곳을 지켜봐주겠니? 벨릭스.』


제러드 파달렉키가 빙빙 도는 걸 멈추고 제자리 뛰기를 시작했다.

마침 주차장을 향해 낯선 은색의 차량이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야옹 울었다.
시무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시동이 꺼진 차에서 젠슨 애클스가 내렸다.

제러드 파달렉키가 그쪽을 향해 돌아섰다.

탈진하도록 뛴 사람답지 않게 환하게 웃었다.

바로 그때 회색의 옷을 입은 커다란 남자가 젠슨의 뒤로 섰다.
파달렉키는 얼어붙었다.

벨릭스가 야옹 울었다.
시무스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소변을 누기 시작했다.

파달렉키는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미친 사람처럼 달려나갔다.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젠슨을 덮쳤다.

Posted by 미야

2007/11/15 19:27 2007/11/1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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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10

※ 표현력이 부족한 저에겐 새카만 먹물의 세계는 그저 동경의 대상일 뿐이랍니다.

음... 그리고 이건 시카고콘 관련 잡담인데요. 젠슨 말꼬리 잘라먹는 버릇의 제러드는 살짝 얄밉긴 해요. 그 장소에 있었다면 눈이 뒤집혀서 저도 한 마디 했을지 몰라요. 그치만 젠슨 몸이 안 좋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어서랄까, 필사적으로「내가 잘 해야 해. 여기서 젠슨이 더 피곤해 하면 안돼. 그랬다간 열이 날 거고, 편도선이 부을 거고, 어쩌면 탈진해서 병원에 실려갈지도 몰라. 안돼. 내가 힘내야 해. 아자!」이러는게 보여서 기꺼이 용서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제니 어깨를 안으면서 힘 뺐던 건 결단코 용서할 수 없쥐. 100만불짜리 이두박근 뒀다 어데 써. 꽉꽉 안아주라구! 꽉꽉! ※



일부에선 그를 잠재적 조증 환자라고 폄하했다.

그는 항상 기뻐하고, 쉬지 않고 즐거워하고, 범사에 날뛰는 소년이었다.

어느새 20대를 훌쩍 넘었으니「소년」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러드는 목덜미와 뺨이 분홍색인 소년이었고, 모두가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키가 195cm라고 해도 하는 짓은 개구쟁이, 말하는 건 초등학생, 재롱은 다섯 살 수준이었다. 환하게 켜진 조명 때문에 땀이 난다며 부지런히 손부채질을 하는 모습만 봐도「제러드 트리스탄 파달렉키 = 25세」설은 물 건너가기 일수였다. 분홍색 고무줄로 성가시게 늘어진 긴 앞머리를 질끈 묶고 있을 때는 차렷 자세로 가만히 있기만 해도 열 두 살이었다.


그랬던 남자가.

식사 시간을 넘긴 한 마리 육식 동물 같은 느낌으로 소파에 다리를 걸치고 늘어져 있으니 무섭다. 그것도 단단히 팔짱을 낀 채로.


『저어, 기분이... 좋지 않은가 봐요? 파달렉키 씨.』

『예. 2시에 만나기로 한 제 소중한 친구가 급하게 전화해서 지금 화물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고 있는 중이라 나랑 약속을 못 지킬 거라고 알려왔거든요. 그래서 전 제게 자가용 헬기가 한 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지만 팜플렛을 들여다보니 제러드 파달렉키라는 배우는 찢어지는 가난뱅이였어요. 제 능력으론 헬기 조정사의 월급도 못 주거든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요.』


처음에 맥스는 그의 말이 재치있는 농담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피식 웃었다.

그런데 제러드는 그의 웃음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뭐예요. 지금 날 비웃는 거예요?』

평소와는 다른 가시 돋친 말투에 맥스는 바보처럼 웃은 걸 곧 후회했다. 맙소사. 웃자고 한 농담이 아니었던 거다. 정말로 그는 헬기를 갖고 싶었고, 가질 수 없음에 화가 단단히 난 듯했다.


먹이로 얻은 고구마와 콩을 물에 씻던 너구리를 표범이 쏘아보았다. 너구리는 쫄았다.

아이고, 하느님. 난 그저 결말부가 수정된 대본을 배우에게 다져다 준 것뿐인데.

왜 사자굴에 제발로 걸어 들어왔다는 느낌이 드는 거지.


악마에게 빙의당한 샘을 연기하던 배우 파달렉키가 생각나면서 더욱 오금이 저려왔다.

카메라맨 조나단은 꺽다리 젊은 배우를 칭찬하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그때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파달렉키의 사악한 표정은 억지스럽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어디서 개라도 찔러죽이고 돌아온 것 같아 소름이 돋았노라고 말이다.

「그는 악마가 어떤 건지 정확히 잘 알고 있는 것 같더군. 예쁜 얼굴과 잘 빠진 몸매로 먹고 사는 보통의 배우들과는 확연히 달랐어. 맨날 사탕만 먹고 살길래 매운맛, 쓴맛은 전혀 모를 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한 것 자체가 편견이었어. 난 감탄했네. 제대로 뽑더라니까.」

얇은 종이처럼 생긴 웃음을 당장 치우고 봤다. 조나단은 그가 악마 연기를 훌륭하게 해냈다고 칭송했다. 그런데 그것이 연기가 아닌 그의 숨겨진 천성이었다면? 맥스는 재빨리 곁눈질로「탈출용」입구의 위치를 확인했다.


『아, 아, 아닙니다, 파달렉키 씨. 제가 웃은 건 그 때문이 아니고...』

『괜찮아요. 맘껏 비웃도록 해요. 그리고 여기서 나갈 적에 문은 닫아주세요.』

돌려서 말했지만「당신, 내앞에서 빨리 꺼져버려」라는 내용이나 마찬가지였다. 맥스는 수정된 대본을 테이블에 던지다시피해서 올려놓곤 허둥대며 방에서 나가버렸다.


『아. 어쩌지...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 해버렸다.』

소파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앉은 제러드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북북 문질렀다.

사실 그가 화를 낼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젠슨의 차가 갑자기 말썽을 부린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고 - 아, 그놈의 망할 그렘린들은 잘못하긴 했다 - 그깟 아이스크림은 아무 때나 가서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다. 젠슨은 전화로 약속을 어기게 되어 미안하다고 말해주었고,「난 아이스크림이 무지 싫거든. 내가 애냐? 그러니까 너나 많이 먹어.」라곤 하지 않았다.

그의 자동차가 하필이면 오늘 고장난 것뿐이다. 약속이 나중으로 미뤄진 것뿐이다. 아무 일도 아니다. 아무 일 없었다. 오늘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인, 사소한 말썽이 성가실뿐인 평소처럼의 하루다.

그런데도 제러드는 주체할 수 없도록 화가 치밀어 올랐고, 슬펐고, 한심스러웠고, 삽질에 열중하는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챙겼다.

겉옷을 입었다.

촬영장 부근을 한 바퀴 달리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지 모른다.

그렇게 믿으며 폐 깊숙이 쌓였던 숨을 후, 하고 내쉬었다.

* 나도 톰병신 방송국 팬이 된 건가? *

Posted by 미야

2007/11/15 10:58 2007/11/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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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고 2007/11/16 10:15 # M/D Reply Permalink

    아이 원츄 데빌샘....

  2. 로렐라이 2008/02/21 13:52 # M/D Reply Permalink

    어머 데빌샘...후후. 전편에서 어른스런 모습을 보인다 생각했는데 역시 불퉁거리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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