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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18

※ 여러분 그거 아세효? 브라우니에선 샌디가 없어효.
맙소사, 이제야 발견했네요. 7만 히트 넘었다. 그래도 자축 이벤트는 없으얍. ^^ ※


「나는 게이가 아닙니다」라는 말을 하루에 열 번씩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그렇군요, 당신은 게이가 아니예요」라고 수긍하면서도 뒤로는「흔히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잖아. 저 친구, 게이 맞구먼」라고 추정할 거라는데 10달러를 건다.

젠슨은 침침해지는 눈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여지껏 외우고 있던 대본을 잠시 무릎 위로 내려놓았다. 잡념이 많은 탓인가, 글자가 머릿속으로 들어가길 거부한 채 제멋대로 춤추고 있다. 2시간 정도면 대부분 소화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직 절반의 절반도 삼키질 못했다. 난감하다. 누구처럼 애드립에 강한 것도 아니겠다, 이런 속도라면 본 촬영에서 죽을 쑤는 건 물을 보듯 뻔하다.
주먹을 쥐고 이마를 콩콩 때렸다. 어쩌다 즉흥적으로 꾸며낸 것들이 히트를 쳐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젠슨은 대본대로 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하늘이 두쪽이 나도 어떻게든 외워야 한다. 집중하도록 하자.

헌터 B와 C에게 욕설과 같이해서 상황을 설명하는 딘.
『이 멍청한 놈아. 네 눈은 장식품이냐. 깨진 거울은 건들지 말란 말이야. 아칸소에서의 첫 번째 희생자 로라 윌리엄즈가 거울 파편을 뒤집어쓰고 바닥에 누워있었다는 걸 그새 까먹었어? 물러서! 이 방의 배치를 자세히 보라고. 벽에 그려진 문양을 잘 봐! 이건 악마를 소환하려는 장치가 아니라 악령을 가둬두는 링크, 음. 가둬두는 어쩌고의... 환장하겠네. 제러드 이 멍청아. 제발 부탁이니 젠슨은 날 안때렸어요 라는 말은 그만 떠들고 다녀.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은 이럴 적에 쓰라고 있는 거란다. 아니, 이게 아닌데. 그 다음이 뭐지.』
도저히 안 되겠다. 젠슨은 짜증을 내며 두 팔을 벌렸고, 지금은 머리를 식힐 시간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바깥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도록 하자. 당겨서 되지 않으면 그때는 물러서야 하는 법이다. 쥐어짜다시피 움켜쥐고 있던 대본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겉옷을 챙겼다. 다행스럽게도 날씨는 화창하고 좋았다.

『난 애클스 씨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때아닌 반짝 휴가에 촬영장은 상대적으로 한가했다. 아니, 한가해야 했다. 하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인구 밀집도가 의외로 높아 보였고, 젠슨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파달렉키 씨는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 때가 많잖아. 본인에게 악의가 없다고 해도 말이야.』
다섯에서 일곱 명 가량의 사람들이 테이크 아웃 커피를 쥐고 자기네들끼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몇은 아는 얼굴이었다. 키가 작고 흥분한 톤의 목소리를 내는 여자는 의상 담당인 리사다.
젠슨은 손을 흔들어 모두에게 아는 체를 하는게 옳은 일인지 헷갈렸다.
일단은 멀리서 관망.

『그래도 동료 배우를 뒤로 떠미는 건 심하잖아. 듣자하니 거의「죽어버려」수준이었다던데?』
『임계점을 돌파한 나머지 폭발했겠지. 애클스 씨는 점잖은 사람이라 누가 자기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가 봉산탈춤을 춰도 어지간하지 않은 이상 참아주지만 그 사람이 성녀 테레사일 수는 없잖아? 순간적으로 울컥했을 거야. 난 이해가 가.』
『하지만 보통은 말싸움을 하잖아. 게다가 그들은 배우야. 여간해선 몸싸움은 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내 말이 파달렉키 씨가 더 나쁘다는 거야. 얼마나 몰아붙였으면 그 젠슨 씨가 욕설을 퍼붓는 단계는 무시하고 들입다 몸싸움부터 하겠냐고.』
『뭐야. 그럼 애클스 씨가 잘했다고? 게다가 그는 파달렉키에게「널 때리지 않았다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녀」강요라도 한 모양이던데. 내 생각은 달라. 남자라면 그러는 거 아니야. 느긋하게 넘어갔어야지. 이 바닥이 오죽해? 일일이 반응했다간 스트레스로 위에 구멍날 거야.』
『흥! 꺼져라, 파달렉키 파. 쥐덫으로 공격받고도 댁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나 두고 보겠어.』
『옳커니. 그래서 마이클도 파달렉키 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싶었어?』
『설마! 그랬다간 거액의 소송에 걸릴 걸. 난 찢어지는 가난뱅이야.』
『펄쩍 뛰긴. 알았어. 댁하고는 절대로 데이트 못 하겠네. 한심해서. 커피 한 잔 살 돈은 있어? 이 자칭 찢어지는 가난뱅이야.』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사다리로 그 사람 머리를 후려치라고? 그러는 당신은 파달렉키 씨가 글로건으로 남의 모자에 그 흉측스런 도날드 덕 그림을 붙여놨을 적에 왜 참았어. 하이틴 시절부터 애지중지하며 아끼던 모자였다며.』
『참지 않았어. 그 사람이 먹던 젤리에 몰래 왕소금을 뿌려놓은 건 바로 나야.』
『잘 했어! 캐시! 그래야 애클스 파지.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애클스 파 만세.』
짝, 하고 손바닥을 경쾌하게 마주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지. 트레일러 뒤에 숨어 쭈그리고 앉은 젠슨은 숨소리도 낼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달았다.
맙소사, 언제부터인가 스텝들이 왕당파와 공화파로 나뉘어져 있었다. 아님 민주당과 공화당, 그것도 아니면 그린피스와 참치잡이 어선... 나쁜 소식이다. 젠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Posted by 미야

2007/11/22 11:08 2007/11/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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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rina 2007/11/22 18:27 # M/D Reply Permalink

    ㅋㅋㅋ전 애클스파요!!ㅋㅋ오늘도 아주 즐겁게 보고 가요ㅋㅋ

  2. 김양 2007/11/22 20:54 # M/D Reply Permalink

    ㅋㅋㅋ 두파로 나뉘다니... 저도 애클스파에 한표~~~

  3. 스톡허 2007/11/22 21:08 # M/D Reply Permalink

    그린피스와 참치잡이 어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스톡힝하고 있었지만 정말 터졌습니다ㅋㅋㅋ 센스넘치셔요

  4. 고고 2007/11/22 21:47 # M/D Reply Permalink

    ㅋㅋㅋ. 파달렉키파 꺼져라~ 하는 대사를 소리내어 읽어 보았습니다.

  5. 수수 2007/11/23 00:11 # M/D Reply Permalink

    저도 애클스에 한표요~~~ ㅋㅋㅋ *^^* 파달이도 좋지만 그래도 젠슨의 매력은 ㅎㅎㅎ^^

  6. 모모야 2007/11/23 01:11 # M/D Reply Permalink

    홀로 쓸쓸히 파다리파를 외쳐봅니다..
    다덜 넘후 새미만 미워해...ㅜ-ㅜ

    새미가얼마나 새초롬한거시 이쁜데요.
    진짜 파달이도..얼매나 조증환자 같이 구여븐데..

    전 정말 파다일팬맞아요....

  7. 로렐라이 2008/02/21 14:07 # M/D Reply Permalink

    아니...심지어 파벌싸움까지!! ㅎㅎ
    전 파달파 애클스파 둘다 좋은데요 뭐^^ 두 배우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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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17

※ 므흣은 없나요 - 라고 질문하셔도 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벽만 쳐다볼 뿐입니다. 부지런히 내공을 쌓아야... 내공을 쌓아야... ×100 ※



사람 일은 생각대로 안 되는 거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심각한 우울증에 걸린 파달렉키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하나 가득 들어가 있는 젤리들 사이로 얼굴을 박았다.

『남들은 자살하려고 욕조에 물 받아놓곤 거기다 얼굴을 박던데 너는 참 독창적이다.』

『놀리지 마요, 젠슨. 전 진짜로 죽고 싶단 말예요.』

『네가 사랑해 마지 않는 젤리에다 얼굴을 박고? 클레오파트라의 젖가슴에 로마 황제 안토니우스가 우는구나.』

『놀리지 말라니까요. 그 젤리를 잘못 삼키고 죽는 어린이들이 연간 몇이나 되는지 알아요?』

『그런 끔찍한 것들은 알고 싶지도 않아, 파달렉키. 그래도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넌 지금 젤리에 얼굴을 파묻고 있지, 목구멍으로 삼키고 있진 않다는 거야.』


정확한 지적이었다.

제러드는 마침내 한숨을 내쉬며 말캉거리는 젤리들에서 얼굴을 떼어냈다.

『이보다 더 엉망일 순 없어요. 정말 거지 같아요.』

친구의 얼굴에 남은 젤리의 하얀 설탕 가루를 응시하며 젠슨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래. 정말 거지 같구나.』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제러드는 손수건에다 코를 풀었다.

『혹시라도 모르니까 가명을 쓸게요. 제가 영화를 찍었을 때 일인데 팔리스 힐슨이라는 여자가 하이힐로 실수로 내 발을 밟은 적이 있어요. 여자들 구두는 정말이지 흉기더군요. 저는 엄지발가락을 심하게 다쳤고요, 힐슨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어요. 살짝 닿기만 해도 자지러지게 아파서 저는 양말도 못 신고 구두도 못 신었어요.』

『옳커니. 벤슨 잭클스라는 가명을 쓰는 남자가 추측이라는 걸 해볼까. 잘못을 저지른 건 힐슨인데 소문은 정 반대로 났겠지. 제러드 파달렉키 어쩌고 하는 배우가 힐슨에게 집적거렸다가 하이힐로 보기좋게 발등을 찍혔다고.』

『오... 맞아요. 젠슨은 족집게네요. 어떻게 알았어요?』

『세상 돌아가는 일이 원래 그러니까.』


송아지처럼 눈을 꿈뻑거리는 제러드를 옆에 두고 젠슨은 세 번째로 다시 고쳐 씌여진 대본으로 눈을 돌렸다. 헌터들끼리의 소모적인 다툼을 그리던 이번 에피소드는 약간이 아니라 - 냉장고에서 일주일을 버틴 피자처럼 아주 많이 상했다. 말 그대로의 자존심 게임이 아니라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걸로 - 유령을 잡는 건 뒷전이고, 상대편 헌터 중 하나가 샘에게 총까지 쐈다. 동생이 쓰러지자 딘은 발광하고, 젠슨은 대본의 다음 장을 넘겼다. 딘은 흉가의 2층 창문에서 떨어진다. 충격으로 그는 정신을 잃고, 대신 기다렸다는 식으로 유령이 그의 몸을 차지한다... 잘 하고 있다. 이제 냉장고 속의 피자는 퍼렇게 곰팡이까지 쓸었다. 젠슨은 유령에 홀린 딘 윈체스터를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 걱정이었다.

『이게 어딜 봐서 주먹으로 맞아 다친 상처처럼 보이느냐고 말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알겠다. 그래서 이젠 다들 내가 널 뒤로 훌쩍 떠밀었다고 수군거리는 거구나.』

『에엑?! 그런단 말예요?! 하지만 젠슨이 날 떠밀 까닭이 없잖아요.』

『있나보지.』

『있긴 뭐가 있어요! 서, 설명해야 해요. 다들 젠슨이 나쁜 사람이라 생각할 거 아녜요!』

젠슨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다이어트 콜라를 홀짝거렸다.

유령의 정체가 여자라고 했다. 그렇담 홀리고 나선 여자의 가성으로 대사를 말해야 하나? 어머머, 내 머리를 좀 봐, 온몸이 흙투성이잖아~ 어쩌지~ 나에겐 스팀 샤워가 필요해~ 아이구야.


『그래서 뭐라고 설명하려고? 제러드.』

『젠슨은 절대로 나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는 좋은 사람이고, 멋지고, 진짜 피붙이 형제 같고, 누가 뭐래도 내 최고의 친구다. 나는 그를 신뢰하고 있고, 만약 그가 나를 때린다면 그건 내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일 거다. 젠슨은 하나도 잘못한 거 없다.』


그런데 왜 다음 이야기가「맞을 짓도 안 했는데 갑자기 발로 걷어찼다고 그 덩치의 제러드가 울먹거리더라고요」로 발전했는지는 하느님도 설명이 곤란하다.

Posted by 미야

2007/11/21 11:00 2007/11/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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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모야 2007/11/21 13:43 # M/D Reply Permalink

    에고 며칠 밤을 세워 여기 있는 팬픽을 다 읽었습니다...
    전 어린 새미를 보살펴주는 딘이 너무 좋은지라..ㅋㅋㅋㅋ 은근히 딘샘추종자죠.
    역시나.. 샘딘은 아직 적응이...-_-;;; 덩치와 상관업이 동생은 동생이죠...
    그래서 브라콤 대마왕 딘을 너무나 조아합니다.
    그래서 미야님 픽들을 정말 조아라하고, 오늘은 복습까지 했는데, 이렇게
    새 편이 그새 올라와 넘후 좋네요......^^;

    감솨. 감솨.

  2. 김양 2007/11/21 14:22 # M/D Reply Permalink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욤~~

  3. 수수 2007/11/21 23:29 # M/D Reply Permalink

    대본 넘 잼나겠어여..진짜 이런 에피하나 나오면 좋겠는데..ㅋㅋㅋ

    유령씌인 딘 ~~~ㅋㅋㅋ 힘내라~~ 새미~~~*^^*

  4. 로렐라이 2008/02/21 14:05 # M/D Reply Permalink

    정말 재밌습니다!~ 미야님이 어서 므흣내공을 쌓으시길 기대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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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16

※ 부담감 안 느끼고 한 장씩 짧게 쓰니까 번호 올라가는게 장난 아니네요. ※



쇼의 최종 책임자 에릭 크립키는 분노에 찬 나머지 도깨비가 되었다.

그렇다고 극중 윈체스터 형제들이 하던 것처럼 암염탄을 빵빵 쏘아대는 걸로 처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다, 젠슨과 제러드는 우산이나 피뢰침도 없이 인드라의 번개를 고스란히 얻어맞아야 했다.


『제러드. 자네는 배우의 본분이 뭐라고 생각하나. 대답해보게!』

『음... 대사를 까먹지 않고 잘 외우는 거요. 같은 장면에서 말을 더듬고 NG를 스무 번 넘게 냈을 적에 주의를 주면서 그런 말을 하셨더랬죠. 잊지 않았어요.』

물론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거론할 때가 아니다.

크립키가 쥐고 있던 연필심이 압력을 못 이기고 뚝 부러졌다.

그 무시무시한 압박에 젠슨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맞네, 그것도 배우의 본분이지. 좋아, 그럼 다시 묻겠네. 배우는 뭘 먹고 산다고 생각하나.』

너무 당연한 걸 물으면 어이가 없어지는 법이다.

제러드는「오늘따라 크립키가 이상해」표정을 지으며 즉답했다.

『밥이오.』


젠슨은 머리를 보호하며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서 드드듣 기관총이 난사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고 있음이다. 크립키의 눈은 이미 벌겋게 충혈되었고, 관절마디가 하얗게 변한 손으로 꽉 쥐고 있는 연필은 그 안녕이 심히 의심스러웠다.

제발 전화기는 잡지 말아라. 젠슨은 기도했다. 예산 초과를 이유로 부득부득 줄거리 변경을 요구하던 방송국 관계자와 설전을 벌였던 날에 그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전화기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발로 밟았다는 얘기도 있고, 벽으로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장 신빙성 높은 추측은 돈이 어쩌고, 시청률이 어쩌고를 떠들던 사람의 머리를 그걸로 내리쳤다는 거였다.

슬그머니 고개를 내려 핏자국을 찾았다.

불행하게도 사무실에 깔린 카페트의 빛깔은 암적색이었다.


『저어, 밥이 아니면... 고기?』

『스테이크 같은 소리! 잘 들어! 배우는 얼굴로 먹고 사는 거야, 얼굴로!』

크립키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가뜩이나 동그란 얼굴이 붉게 변하니까 문어 비슷해졌다.

『얼굴로 밥 먹고 사는 주제에 그걸 대놓고 망치면 어쩌자는 거야! 엉?! 피아니스트들은 강도에게 당할 때조차 손을 사수한다는 거 몰라? 마찬가지로 배우는 얼굴을 사수해야 하네!』

『요즘엔 외모만으론 어림 없어요, 크립키.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끼어들지 말게, 젠슨!』


이미 속이 곪을대로 곪은 연필로 책상을 톡톡 두둘겼다. 아무리 잘 봐줘도 얼굴에 난 심각한 찰과상은 일주일 이상은 기다리고 나서야 메이크업으로 감출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를 바꿔《같은 동업자 헌터들끼리 몸싸움이 있었습니다》라고 해도 시뻘건 스크래치가 난 얼굴을 계속해서 클로즈업 할 수는 없다. 결국 샘 윈체스터가 나오는 장면만 골라 나중에 따로 찍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젠장맞을! 그렇게 따지면 나중에 찍을 분량이 사실상 거의 전부다. 그가 책임지고 있는 TV쇼「슈퍼내츄럴」은 두 명의 주연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무척 높았고, 그것은 누가 봐도 치명적 위험 요소였다. 한 명이 빠지면 연쇄 도미노 붕괴는 지금처럼 초읽기가 되어버린다.

『으이그~!! 나를 그냥 민둥 대머리로 만들어라, 만들어!』

인정하자. 일주일 촬영 스케줄은 물 건너갔다. 스트레스로 황금 같은 머리카락들을 잃느니 일찌감치 직원들을 휴가 보내고 그동안 에너지를 재충전 하라 지시를 내리는게 훨씬 낫다.


『그래서 말인데.』

순간 크립키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그리고는 탐색하는 시선으로 두 사람을 살폈다.

『그 얼굴의 상처, 아래에서 말들이 많더군.』

젠슨은 바짝 긴장했다. 저 너구리가 얼굴을 망친 당사자만을 부르지 않고 젠슨까지 사무실로 오라고 한 까닭이 있었던 거다. 그는 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 자기네들끼리 무어라 무어라 수군거리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순간 귀에서 띵~♬ 소리가 났다.

『스텝들 말로는 주차장에서 아무도 보지 않을 적에 주먹질을 했다고...』


다 듣지 않고 제러드가 울부짖었다.

『그게 뭔 소리예요?! 나는 젠슨을 해치지 않아요! 절대로요! 젠슨을 다치게 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나만보면 앞발을 든 곰이다, 서스콰치다 그러는데요, 나는 그렇게 사납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아요. 내 주먹은 솜주먹이라고요! 젠슨? 젠슨도 내가 막 무서워 보이고 그래요? 내가 젠슨을 주먹으로 막 때릴 것처럼 보이나요? 그래서 가끔씩 날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그러는 거예요?』

이런, 맙소사. 젠슨은 소란을 피워대는 제러드를 조용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크립키의 눈이 그의 대머리 만큼이나 번들거렸다.

『이상한 표정이라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크립키.』

『왜 거짓말 해요. 이상한 표정으로 보잖아요! 꼭 양치질하다 잇몸에서 피가 난 사람처럼...』

『제발 진정해, 파달렉키. 이곳에 있는 그 어느 누구도 네가 날 때렸을 거라 의심하지 않아. 솔직히 떡이 되도록 맞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로 보여.』

『에?』

『그러니까 크립키는 지금 내가 널 때린 거냐고「완곡하게」묻고 있는 거야.』

『에?!』

제러드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 다음, 다시 젠슨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말문이 막혔는지 속눈썹만 꿈뻑거렸다.

『당신이 나, 나를?』


저게 연기라면 오스카 삼촌이 웃으며 맨발로 달려온다. 크립키는 두손을 번쩍 들었다.

『알았으니 그만들 해. 그러니까 그건 단순히 사고였고, 두 사람이 싸운게 아니라는 거지?』

『물론이죠!』

제러드는 굉장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뻣뻣하게 치켜올렸다.

Posted by 미야

2007/11/20 14:47 2007/11/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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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독자(?) 2007/11/20 18:10 # M/D Reply Permalink

    꺄아. 처음 리플달아봅니다. 항상 목요일날 슈퍼내추럴을 방영하기 전까지 팬픽보는 재미에 산답니다. 요새 꾸분히 올려주셔서 매일이 즐거워요. 힘내세요.

  2. 김양 2007/11/20 21:52 # M/D Reply Permalink

    2등~~~~ㅋㅋㅋ 이번편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네욤...
    다들 감기 조심하셔욤~~~

  3. lyn 2007/11/20 23:22 # M/D Reply Permalink

    wow!! 너무 재미 있어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를 타고 나셨나봐요~

  4. karina 2007/11/20 23:36 # M/D Reply Permalink

    ㅋㅋ오늘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ㅋ항상 재미난 글 올려주셔고 감사해요ㅋㅋㅋ

  5. 로렐라이 2008/02/21 14:02 # M/D Reply Permalink

    양치질하다 잇몸에 피가 난 듯한 표정이라니..저절로 따라하게 되는 그 표정 ㅠㅠ 후후 덕분에 잘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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