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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03

『너는 샘이다.』
젠슨이 던진 이 짤막한 한 마디로 제러드는 대서양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① 저번처럼 촬영 중에 딴죽질하면 내손에 죽을 줄 알아
② 나에겐 사생활은 매우 소중한 거니까 지나치게 졸라대면 후환이 두려울 거다
③ 삼층석밥은 구경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빨리 식사에 열중하도록
④ 내 베이컨에서 눈 돌려. 넌 식탐 제로의 샘 윈체스터를 연기하는 몸이잖니
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면 나는 눈물이 나도록 지루해질 거야
⑥ 우리집엔 숨겨둔 꿀단지 같은 건 없어. 왜 호기심을 갖는 건지 이해가 안 가
⑦ 에소프레소 머쉰은 이미 가지고 있거든? 처치 곤란한 물건은 선물받고 싶지 않아
라는 복잡한 내용을「너는 샘이다」딱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느냔 말이다.

제러드는 잔뜩 부어터진 얼굴로 기껏해야 이 말밖엔 할 수가 없었다.
『샘이 아니라 새미예요.』
퉁명스럽게 내뱉고 나서야 대본에 맨날 나오는 말,「새미가 아니라 샘」과 정 반대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뭐, 콧구멍으로 치즈를 집어넣느라 바빠 죽겠는데 그런 사소한 걸 누가 신경쓰겠어. 그는 통밀가루를 발라 튀긴 큼직한 생선 살을 둘로 쪼갠 다음, 하나를 입에 넣고 삼켰고, 다른 하나는 요구르트 드레싱을 발라 후룩 들이켰다.
어금니로 씹고는 있나요 - 젠슨이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진공 청소기 같은 주둥이로 케이준 라이스를 하나 가득 주워담고는 두어 번 턱을 움직이곤 곧장 꿀꺽이다. 그러고도 성이 차질 않았는지 빵조각에 구운 감자를 손가락에 나란히 끼워두고는 번갈아 베어물고 있다. 입이 하나라서 진실로 섭섭한 종족이다. 항상 느끼는 건데 저러고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하니 신의 축복이다.

볼이 통통하게 부풀어오른 상태에서 제러드가 접시에서 눈을 들었다.
『그치암 딩은 날 새미라오 불러오 괘안차요. 딩은 젠응이고, 제니은 딘이으까 나는 새미.』
『삼키고 말해.』
『응.』
『삼켰어?』
『응.』
젠슨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연하라고 해도 키가 2미터에 육박하는 공룡인데 하는 짓은 완전히 다섯 살 아기이고, 같이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나중에 당신이 아빠가 되면 이런 심정이 된답니다」라는 걸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스콰치 몸매는 말짱 꽝이었다.
근육만 키우지 말고 다른 것도 키워야 한다니까.
당근을 씹다 말고 젠슨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고, 그로부터 5초 뒤에 머릿속으로 떠올린 문장을 실수로 소리내어 말했다는 걸 깨달았다. 왜냐하면 제러드가 길게 뻗은 다리를 민망하게 좌우로 벌리고는「글쎄요. 키우는 건 어렵지 않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라며 말꼬리를 흐렸기 때문이었다.

이게건방지게어디서지똘똘이를자랑하고있어.

숟가락으로 손등을 때렸다.
『아얏!』
『인터뷰를 하던 기자 앞에서 아침부터 상큼한 마스터베이션 어쩌고 떠들 적부터 알아봤다만, 네놈 머리 구조는 일반인들과 정 반대로 되어 있는 거냐. 내가 키우라고 한 건 감수성, 남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진실성이야.』
『쳇! 셋 다 가지고 있다, 뭐.』
『가지고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부족하니까 그렇지.』
『하나도 안 부족해요. 그거 알아요? 나는 새 전자레인지를 주문했어요.』
뭐? 감수성, 남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진실성이 부족하지 않아 새 전자레인지를 주문했어?
젠슨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소화불량에 걸렸다.
『아이고, 골치야. 부탁이다. 주석을 달아줘.』
『젠슨은 요리를 못 하니까요.』
『영문을 모르겠군. 내가 요리를 못 하는 거랑 네가 구입한 전자레인지는 서로 무슨 관계지?』
『나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거든요. 판매원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단추만 누르면 완벽한 그라텡을 만들어준대요.』
『이봐? 설명이 완전히 꼬이고 있잖아.』
『걱정 말아요. 나도 그라텡을 좋아해요.』
『네가 싫어하는 음식이 있음 가르쳐줘, 이 식충아. 그나저나 난 아직도 이해를 못 했다고.』

『오! 간단해요. 난 젠슨과 같이, 젠슨의 주방에서, 젠슨이 보는 앞에서 그 단추를 누르고 싶고, 블랙박스를 닮은 그것이 카다로그에 적힌 그대로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는지를 알고 싶은 거예요. 그러니까... 주소는? 배달하는 사람에게 빨리 가르쳐줘야 할 거예요. 아님 가엾은 그 사람, 길바닥에서 무작정 하룻밤 자게 될 지도 몰라요.』

흥분한 젠슨은 목이 빨개지도록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인간아! 물건이 어디로 갈 지도 모르면서 덥썩 주문부터 했다는 거야?!』
『네. 왜냐면 나는 감수성이 뛰어나거든요.』

가끔 파달렉키 어쩌고가 지구인이 아니라 화성인이 아닌 건가 의심했던 젠슨은 이번 기회에 확신했다.
화성인 맞다. 의심하면 바보다.

Posted by 미야

2007/11/09 18:12 2007/11/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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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모사 2007/11/09 18:56 # M/D Reply Permalink

    아 이 씨리즈 너무 좋아해요. 정말 얘네들 바로 곁에서 들여다 보는것 같고..파닥이라면 저랬을꺼 같아요^^*

    안녕하세요? 미야님.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늦어 져서 죄송해요.(실은 제가 좀 많이 소심 하거든요;;;;)


    저...
    자주 들어 와서 들이 대도 될까요?^^;;;;

  2. 라기 2007/11/09 19:34 # M/D Reply Permalink

    미모사님이 들이대시는 김에 저도... 스토커, 여기 자수합니다! ^^;
    파닥거리는 파닥이가 연상되서..저도 이 시리즈 너무 좋아요 ㅠㅠ

  3. 미로 2007/11/09 21:39 # M/D Reply Permalink

    아니 여기 파달이 왜 저렇게 사랑스러워요? 정말 깨물어주고 싶긔 T_T

  4. 수수 2007/11/10 05:20 # M/D Reply Permalink

    ㅋㅋㅋ 진짜 딘이랑 새미랑 이러고 놀듯...^^

  5. 미야 2007/11/10 14:04 # M/D Reply Permalink

    * 미모사님 > 아앙,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_<
    * 라기님 > 재밌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미로님 > 파달이 = 강아지 공식이라 약간 걱정...
    * 수수님 > 여기선 젠슨과 제러드죠. ^^

  6. 로렐라이 2008/02/21 13:39 # M/D Reply Permalink

    풋...진짜 너무 귀여운게, 묘사된 행동들이 실제로 보이는듯하네요^^ 크크

  7. ㅇㅇ 2016/06/08 23:04 # M/D Reply Permalink

    잌 ㅋㅋ 감수성 ㅋㅋㅋ 육성뿜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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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02

제러드는 여차하면 꽃병을 깨먹고, 의자를 뒤엎고, 바지를 찢어먹을 정도로 산만한 성격이었지만 일단 연기에 집중하면 180° 달라질 수 있었다.
그 서스콰치와 동일 인물이 맞기는 맞아? -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딘은 이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라고 밀어치는 그와 얼굴을 마주한 젠슨은 허리 아래서부터 오도도도 진동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성적인 쾌감마저 닮은 이 흥분감, 연기자가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바로 지금처럼 내적인 긴장감이 높은 장면을 찍을 때였다.

샘과 딘은 늑대인간으로 변한 남자를 죽이는 문제를 두고 대립한 상황이었고, 샘은 무모하게 행동하려는 딘을 강하게 제지하려 했다. 샘의 입술이 한 일자로 굳어졌다. 주먹다짐까지 각오한 그는 성큼걸음으로 다가와 딘이 쥐고 있는 권총을 붙잡았다. 총의 안전장치는 진작에 풀려 있어서 딘 역의 젠슨은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뒤로 물러나야 했다. 실수로라도 동생을 쏠 수는 없으니까 - 분위기는 곱절로 고조되었다. 조명이 이동하면서 카메라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두 주연 배우의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는 극적인 순간이다. 킴은 378번 씬이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라고 진작에 못을 박은 상태였고, 젠슨은 머리카락이 죄다 곤두섰다. 현장을 둘러싼 스텝들이 저마다 숨을 죽이며 두 명의 윈체스터를 주시했다.

젠슨은 늪으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너는 이래선 안돼. 나는 네 형이고, 내가 연장자니까 너는 내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만 해.』
『엿이나 먹어. 형이 연장자이긴 해도 나에게 명령할 권리는 없어.』
『내가 이 일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해?! 맙소사, 샘. 피치 못할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뿐이야. 그리고 우리가 이 인간을 제지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보름달이 뜨는 건 내일이야. 우리에겐 그리 많은 시간이 없어. 잔소리 말고 출발하자.』
『나는 싫다고 말했어.』

대사가 끝났다.
여기서부터는 눈빛 연기다. 서로 죽자고 쏘아보며 약 5초간 기 싸움을 벌렸다.
아아, 거시기가 실룩거린다. 어둠 속에서 제러드의 눈이 번들번들 빛났다. 짐승의 야광이었다.
- 대단한데. 이녀석 정말 얼음장처럼 차갑잖아. 무지하게 화난 것처럼 보여.
그의 성난 눈빛을 똑바로 쳐다보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생판 모르는 상대였다면 평화주의자 젠슨은 한 걸음에 쌩 소리가 나게끔 도망쳤을 것이다.
다행히 대본에 의하면 눈을 먼저 아래로 내리는 쪽은 딘이었다. 젠슨은 무슨 버릇이라도 되는 것인양 권총을 만지작거렸고, 살짝 풀어진 얼굴로 꺽다리 동생을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샘... 제발.』
『...』
『내가 어떻게 했음 좋겠니. 응?』
기다렸다는 식으로 제러드가 냉큼 대답했다.
『집으로 초대해줘요! 네?! 젠슨 집으로 초대해줘요~!!』
그게... 아니잖아!

『NG!』
이거 좋다, 좋다 소리를 연발하다 배반감에 화가 치밀어오른 킴이 어린애 장난감인 3cm 크기의 소프트 볼을 제러드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고탄력 고무로 만들어진 공은 정확히 제러드를 맞춘 뒤에 통 소리를 내고 어디론가 튕겨나갔다. 덕분에 제2차 피해자 발생, 여자 스텝 중 하나가 관자놀이 부근을 감싸쥐고 작게 악 소리를 질렀다.

『제러드.』
젠슨은 나잇살을 덜 먹은게 확실한 멍청한 동료 배우를 어이가 달아난 표정으로 올려다 보았다.
『우... 아파요. 켕켕켕. 방금 킴이 던진게 골프공인 건 아니겠지요? 한 번 봐줄래요. 분명히 혹이 났을 거예요. 지금도 노란 별이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요.』
노란 별 같은 소리. 대답 대신 따악-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모형 건으로, 그래도 제법 단단한 플라스틱인데, 혹이 났을 거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위를 정확히 노리고 세게 가격했다.
『아우!』
『한 번만 더 그래라?』
젠슨은 화가 나면 살벌해진다. 제러드는 하인처럼 굽신거리느라 바빴다.

『다시 진행합니다. 씬 378번!』
꺼졌던 조명이 다시 켜졌다.

Posted by 미야

2007/11/09 06:52 2007/11/0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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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고 2007/11/09 11:34 # M/D Reply Permalink

    우음.... 완전 좋은데요. 클라이막스에서 박터지는 소리하는 제라드...

  2. 미로 2007/11/09 11:55 # M/D Reply Permalink

    orz 진지하게 막 공감까지 하면서 읽고 있다가 '집으로 초대해줘요'에서 폭소 orz 쳐사랑스러워요, 흑흑흑흑!

  3. 로렐라이 2008/02/21 13:37 # M/D Reply Permalink

    제러드 성격 정말 사랑스럽네요^^ 후후 앞으로 둘은 어떻게 될것인가~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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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01

※ 내가 드디어 미쳤나 보다. 짧고, 가볍게. 일단 시작만 하고 나중에 폭파시킬 수도. ※


나사로야 나오너라 누군가 외쳤다.
무덤에서 부활하는 걸 거부해도 괜찮겠습니까. 상관 없다면 이대로 계속 죽어있었으면 하는데요 - 젠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모로 돌아누웠다. 그는 원래 잠이 많은 사람이다. 일단 잠들면 시체였고, 눈을 토끼처럼 새빨갛게 충혈되게 만드는「부활의 약」은 달갑지 않았다.
『젠-슨.』
예수는 막무가내였다.
그거 참 짜증나네. 기적을 행하는 것도 좋지만 물로 포도주부터 만들고 나서 나를 부활시키면 안 되는 겁니까 - 싫든 좋든 꿈의 가장자리에서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손등으로 비벼가며 하품을 참았다. 조증 환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사람 답지않게 이상하게 무표정인 제러드가 그런 그를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자명종은 아직 안 울렸어, 제러드. 난 아직 잠들어 있을 권리가 있다고. 미국의 수정 헌법에 의하면...』
『헌법 같은 소리! 집 샀다면서요.』
『앙?』
『집. 여기. 캐나다에.』
『목 말라서 그래? 형이 냉장고 열어줘야 하니? 아참, 럭키 참스는 진작에 다 떨어졌다.』
『젠슨. 나는 샘이 아녜요. 그러니까 잠꼬대 하지 말고 나를 위해 현실로 돌아와줘요.』
『널 위해? 차라리 날 죽여. 딱 10분만 더, 아니, 20분만 더!』
『젠슨...!!』

이젠 진짜 안 되는가 보다. 젠슨은 투덜거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까 집이 어쩌고 저쩌고 했던 것도 같은데. 잠결에 날벼락이라고 눈은 감은 채인 젠슨은「파달렉키 어쩌고가 모처럼 심각한 걸 봐선 우리 집에 불이라도 났는가 보다」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뭐, 어쩌다 가끔 파김치가 된 몸으로 기어들어가는 곳인데다, 보험에 들어야만 했던 귀중품이라곤 요만큼도 없다. 홀라당 탔어? 그런가보지. 사람만 안 다쳤으면...
『불 안 났어요.』
제러드는 퉁퉁거렸다.
『그럼 부기맨이라도 출동했다든.』
『부기맨은 안 나타났지만 수퍼맨은 출동했군요. 톰 웰링은 집으로 초대했다면서요!』
『초대하지 않았어. 어쩌다보니 우연하게...』

그 즉시 제러드의 목소리 톤이 한 옥타브 이상을 올라갔다.
『수퍼맨만 초대하는게 어딨어요! 게다가 그는 아직 쫄쫄이 바지도 안 입었는데! 그런데 왜 나는 초대 안 해요! 우리 사이에 이럴 수는 없는 거라고요! 난 젠슨이 집을 샀다는 것도 몰랐는데! 나의 베스트 프렌드는 다른 친구만 초대하고, 나는 따돌리고, 그러고도 캥기는 거 없다는 식으로 쿨쿨 잘만 자고, 머그컵이 필요할 거예요. 에스프레소 머쉰이랑 같이 세트로, 내일 7시, 오케이? 아니라고 하면 그냥 레슬링이다. 그런데 젠슨은 딸기 무늬 좋아해요? 나는 좋아해요.』
『이봐! 너 지금 주어랑 서술어랑 제대로 나열한 거 맞냐. 네가 횡설수설해 하면 어쩌자는 거야. 잠에서 방금 깨어난 쪽은 나라고. 그러니까 요점은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서 집으로 갈테니 초대를 해달라는 것 같은데. 맞아?』
『와. 역시 젠슨은 머리가 좋아.』

씨익 웃지 좀 마라.
젠슨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억지로 깨어난 탓도 있지만 일정에도 없는 초대는 반갑지가 않다. 여자친구를 데려가는 것도 아니니 청소를 하네, 커튼을 새로 다네, 식탁보를 까네 부산을 떨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주일에 무려 나흘 이상이 텅 비어있는 곳이고, 젠슨은 먼지 구덩이 속에서 친구와 같이 웃고 떠들며 축구 중계를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은 많았다. 예를 들자면 책을 읽는다던가, 최신 DVD 영화를 본다거나, 잠을 잔다거나... 아아, 마지막이 제일 좋아. 따라서 젠슨은 이미 마음을 정했고, 그 점은 이미 표정으로 드러난 상태였다.

『기각.』
『우와악?!』
『와봤자 볼 거 하나 없다고. 노총각 혼자 사는 집구석에서 뭘 바래.』
『그치만!』
『끝!』

젠슨은 성가신 제러드의 머리를 옆으로 밀어내고 임시방편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 촬영까지 앞으로 1시간 20분.
뜨겁게 덥힌 커피와 구운 토스트를 먹을 시간이었다.

Posted by 미야

2007/11/08 12:41 2007/11/0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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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고 2007/11/09 00:08 # M/D Reply Permalink

    우와......요즘 컨디션 좋으신가봐요. 이런 화기 애애함을 담은 글이라니..좋습니다. 저도 자급자족을 하고 싶지만, 어째선지 두세줄 쓰면 이야기를 못이어나가겠드라구요. 저 글쓰기 기술좀 가르쳐주세요.

  2. 미야 2007/11/09 09:08 # M/D Reply Permalink

    자급자족은 가장 비참한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T_T 불쌍하지 않나효.

  3. 로렐라이 2008/02/21 13:35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미야님^^ 요즘 슈뇌에 빠져들어서 이리저리 인터넷 타고 돌아다니다가 님의 골쪽방까지 왔네요~ 님의 소설덕에 즐거운 한때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4. ㅇㅇ 2016/06/08 22:54 # M/D Reply Permalink

    3ㅔ편 넘는거보고...아, 난 정말 행복한 놈이구나. 싶었음 ㅠㅠ 마야님은 사랑이다!!! 정말 감사해요. ㅎㅎ

    1. ㅇㅇ 2016/06/08 22:54 # M/D Permalink

      3ㅔ->30

  5. ㅇㅇ 2016/06/08 22:56 # M/D Reply Permalink

    근데 혹시 이거 폰으로 pc화면 말고 모바일화면으로 볼수있는 법 아시는분 계시나요? 네이버 찾아봐도 안나와서 눈물나요...보기 힘듦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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