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fic] Brownie 11

몸매 관리는 곧 돈. 그리고 당신의 의무.

팝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띠룩띠룩 살찐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타났을 적에 사람들은 다들 그녀에게 다이어트를 종용했다. 무대는 냉혹했고, 돼지는 아슬아슬한 라인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을 출 권리가 없었다. 일부 자연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여「통통한 것이 뼉다구보다 훨씬 아름답다!」구호를 외쳤지만 일반 대중들이 돌출된 참치 뱃살에 혐오감을 느끼는 걸 호감으로 바꿔놓기엔 실로 역부족이었다.


한 번에 삼층석밥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먹어대는 사람이다. 배가 고프면 하루에 여섯 끼도 먹는다고 고백한 걸 잡지에서 봤다. 주로 먹는 간식은 설탕 과자인데 저러다간 변기에 얼굴을 박고 토하겠다 싶을 정도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피부가 나빠진다고 메이크업 담당자가 쓴 소리를 해도 후루륵 소리를 내면서 젤리를 삼킨다나. 그걸로도 성이 차질 않아 곳곳에 캔디를 숨겨두고 아무도 보지 않을 적에 하나씩 꺼내어 먹는다고 했다.

그러니 나름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다.


보안 요원인 시무스는「나는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특유의 표정으로 썬글래스를 고쳐썼다. 8년 전 현장 근무직 경찰관으로 일했을 때에는「이 시무스 아저씨는 누가 범인인지를 다 알고 있어요」로 통했던 몸이다. 매부리 코에 큼직한 상처가 난 턱, 가볍게 한숨을 덧붙이면 용의자들은 하나같이 몸을 움찔거리곤 했다. 그때보다 나이가 들어 상대적으로 몸은 둔해졌지만 죄지은 이들로 하여금 절로 몸서리치게 만드는 날카로운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타의 매의 커다란 눈망울은 주자창을 주변을 무려 열 여섯 바퀴나 빙빙 돌고 있는 제러드 파달렉키라는 배우에게 집중되었다.

『겉보기엔 아직은 괜찮아 보이는데 안쪽으로는 꽤나 살이 쪘나 보구먼. 얼마나 다급했음 저러고 움직일까. 뭐, 달리기는 다이어트에 좋은 운동이긴 하지.』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리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주차장에서의 운동이라니!

물론 이곳은 소핑센터나 극장의 번잡한 주차장과는 상황이 많이 틀리다. 1분에 한 번 꼴로 차단기가 오르내리는 호텔과도 다르다. 엉덩이가 듬직한 촬영 관계자들은 한 번 출근해서 일주일 뒤에야 퇴근 도장을 찍는 일이 다반사였고, 일부는 아예 침낭을 들고 와 먹고 자는 문제를 직장에서 해결했다. 그러다보니 촬영장을 드나드는 차량의 수는 제법 일정했고, 가끔은 변동이 없는 적도 있었다. 그러니 배우 제러드 파달렉키가 주차장을 공터 대용으로 생각하고 좌우로 가로질러 뛰기를 반복할 만도 하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해지자. 자동차가 오작가작 하는 곳에서의 달리기라는 건「날 그냥 범퍼로 들이받아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매연은 또 어떻고.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의 뜀박질은 발목에도 좋지 않다. 시무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아무래도 저 어린 배우에게 미리 충고를 해두는게 좋을 것이다. 행여라도 접촉 사고가 발생하면 미래가 곤란해지는 건 다리가 부러진 젊은이만은 아니게 된다. 그는 이 부근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 중 하나였고,《때끼! 훠이훠이! 이런 곳에서 놀면 아저씨가 어흥한다》라고 말하는 걸로 월급을 받았다.

그래서 시무스는 제러드가 주차장을 한 바퀴 더 도는 걸 느긋하게 지켜 본 뒤에,「이봐요, 파달렉키 씨. 그만하면 땀은 충분히 흘렸잖습니까.」말을 걸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벨릭스야. 너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하지?』

벨릭스는 시무스가 진정으로 사랑해 마지 않는 검정과 회색의 줄무늬를 가진 들고양이 암컷이었다. 영리한 고양이는 시무스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걸 다 알아들었다는 식으로 가느다랗게 야옹 소리를 내고는 침을 바른 앞발로 얼굴을 닦았다.

『정말 착하구나, 아가.』

영혼이 아홉 개나 되는 이 암컷 고양이는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듯이 하품을 했다.
『오냐, 오냐. 저 친구가 주차장을 한 바퀴를 다 돌기 전에 나는 화장실에나 다녀와야겠다. 그동안 네가 잠시 이곳을 지켜봐주겠니? 벨릭스.』


제러드 파달렉키가 빙빙 도는 걸 멈추고 제자리 뛰기를 시작했다.

마침 주차장을 향해 낯선 은색의 차량이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야옹 울었다.
시무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시동이 꺼진 차에서 젠슨 애클스가 내렸다.

제러드 파달렉키가 그쪽을 향해 돌아섰다.

탈진하도록 뛴 사람답지 않게 환하게 웃었다.

바로 그때 회색의 옷을 입은 커다란 남자가 젠슨의 뒤로 섰다.
파달렉키는 얼어붙었다.

벨릭스가 야옹 울었다.
시무스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소변을 누기 시작했다.

파달렉키는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미친 사람처럼 달려나갔다.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젠슨을 덮쳤다.

Posted by 미야

2007/11/15 19:27 2007/11/1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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