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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드롭 이야기는 장편입니다. <- 이 상황에선 마무리가 안 된다는 의미와 동일합니다.
1편은 끝내고 뒈져라 <- 우리네 갓파님은 참 과격하기도 하지...;;
1편은 사실상 끝났고요, 작업이 미진한 관계로 앞으로 구경 못할 줄거리가 궁금하긔 이런 분들만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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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야

2012/09/17 15:54 2012/09/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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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드롭 1-20

약 맛이 나는 걸 억지로 삼키는 건 포기했다.
대신 내려놓은 스푼을 내프킨으로 철저하게 닦았다.
그러한 핀치의 동작을 리스는 희귀한 나비의 날갯짓이라도 되는 양 노골적으로 흥미를 드러내며 쳐다봤다. 그저 수저를 천으로 문질러 깨끗하게 닦는 것뿐인데도 신기해하는 것도 같고, 감탄해하는 것도 같다. 핀치가 하는 행동 전부가 호기심의 대상인 듯하다.
『미스터 리스, 좀 가까이 오시겠습니까.』
『네.』
내밀히 할 말이 있다며 손짓하자 리스는 순순히 상체를 기울여 고개를 바짝 들이댔다.
『우리네 식량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으니 앞으로는 먹는 걸 가지고 몹쓸 짓 마세요.』
기회를 포착, 스푼을 후딱 휘둘러 리스의 코를 때렸다.

몸이 허약한 핀치는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약 먹는 걸 썩 좋아하진 않는다. 통증이 덮쳐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았고, 감기에 걸려도 뜨거운 차를 마신다거나, 곱게 갈아낸 양파를 콧구멍 부위에 바르는 식의 민간요법을 이용했다. 닥터 틸만은 그럴 적마다 핏대를 세우며 화를 냈는데 그 이유인 즉, 억지로 참기만 해서는 병이 저절로 낫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식의 대응은 엄연히 신체 학대라는 거였다. 그녀에게 있어 핀치는 단골손님이자 동시에 자기 고집만 강한, 모범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골칫덩이 환자다.
『틸만 선생은 저에게 불만이 많죠. 그녀라면 강제로 입을 벌려서라도 억지로 먹이라 조언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평소의 제 태도에 화가 나서 한 얘기지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당신이라면 그걸 정확히 구분했을 텐데요. 제 반응을 떠보려고 일부러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양손으로 아픈 코를 감싸쥔 리스가 변명했다.
『반응을 떠보려 그런게 아닙니다. 그것들은 몸에 해롭지 않은 영양제라고요. 그리고 음식에 섞는다고 맛에 그다지 변화가 있지는 않...』
마저 듣지 않고 핀치가 쏘아붙였다.
『노아들은 여러 합성물에 길들여져 상대적으로 입맛이 둔했죠.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천연 식자재를 주로 섭취한 까닭에 쓴맛에 민감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핀치, 당신은 드롭이 아니고 노아잖아요.』
『이쯤해서 얘기를 해둬야겠군요. 저는 노아가 아닙니다.』
『믿을 수 없어.』
사실을 말하는데 믿고 말고가 어딨어. 핀치의 눈이 커졌다.
『다시 한 번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저는 노아가 아닙니다. 미스터 리스. 겉보기에 사람처럼 보이는 당신이 실상은 리얼 바디 타입의 로봇인 것처럼, 저 또한 노아가 아닙니다.』
『거짓말.』

이쯤해서 핀치는 숨을 삼켰는데 그 까닭인 즉, 리스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기 때문이었다. 시선을 고정한 채 - 리스의 눈동자 색이 밝은 회색이 아니고 푸른 빛깔에 더 가깝다는 걸 덕분에 알게 되었다 - 엄지손가락이 핀치의 아랫입술을 색정적으로 쓸었다.
『당신이 지금 한 말, 그건 거짓말이에요.』
핀치는 겁을 집어먹을 정도로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대충(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된다는 속담도 있다. 떨지 말고, 화장실이 급하다는 투로 두 무릎을 오므리지도 말고. 그래도 앉은 상태에서 허벅지를 잡아 뜯는 버릇이 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얼굴은 경화용 액체를 신속히 발라댄 것처럼 굳어갔다. 그래도 리스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것 보라며 리스가 쾌재를 불러댔다.
『체온이 높아요. 맥박도 빠르고요. 그리고 당신의 눈동자는 동공이 확대되었어요.』
『그야 지금 당신의 행위가 대단히 친밀하고도 사적인 접촉과 닮았으니까요.』
뭔 놈의 거짓말 테스트를 연인들끼리 서로의 정조를 확인하며 싸우는 방식으로 하고 앉았냐 - 어젯밤 그 망할 놈팽이랑 잤어 안 잤어 따지는 것도 아니고 - 그의 AI를 책임진 프로그래머는 보나마나 괴짜 - 여기서 콧김이 뜨거워지면 엉뚱한 쪽으로 의심받을 텐데 - 이런 걸 걱정하는 것 자체가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 - 퍼득 정신이 들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의식하고 있다는 건데? - 핀치는 가래가 끓고 있다며 크큼, 이러고 헛기침했다.
『그만두세요. 일단 당신의 추궁 방식은 우리 관계에선 적절하지 않아요.』
『그치만 효과적이죠.』
거짓말 했다는 걸 그만 인정하라며 리스가 핀치의 뺨에서 손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무척이나 만족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당신은 노아입니다.』

이마를 긁적이는 행동을 보이는 건 피부가 가려워서가 아니다.
『안타깝지만 당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걸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일단 당신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이 노아라고 부르던 인류는 오래전에 이 행성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런 건 싫다 고집을 부리고 우주선에 오르지 않은 노아들도 몇 있긴 했는데요. 아무리 오래 살아도 그 수명은 120년입니다. 따라서 이 땅에 남은 노아들은 정해진 천수를 누리고 모두 죽었습니다. 이 행성에는 그래서 노아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리스 씨의 주장대로 제가 생존한 노아라면 전 올해 300세를 훌쩍 넘기게 됩니다. 리스 씨가 보기에 제가 그렇게 쭈구렁 바가지 영감으로 보이나요.』
그는 충격을 받은 눈치다. 말을 더듬거리는 걸 봐선 그것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모두 다른 행성으로 떠났다고요.』
핀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네. 이주 계획은 상당히 오랫동안 논의된 종류이고, 그렇게 하자 결정을 내리고 나서도 실행까지 80년 넘게 걸렸습니다.』
『들어본 적 있습니다. 들어서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이주 계획은 말 그대로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공염불에 불과한 거라고... 그건... 맙소사. 도대체 왜.』
『그들이 모두 사라진 마당에 노아가 이 땅을 버린 이유 따위가 중요한 걸까요?』
중요한 건 그로 인해 촉발된 전 세계적 차원의 폭력 사태다. 바야흐로 진정한 암흑기의 도래였다. 인구수 극감, 기술문명의 극적인 퇴보, 글자로 기록하기조차 꺼려지는 비이성적 태도들... 학살과 반목 -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 노인을 죽이고 - 아이를 잡아먹고.
핀치는 양손으로 안경테를 잡았다.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고 벗으려던 안경을 도로 콧잔등 위로 올려두었다. 그 망할 안경 때문에 리스는 핀치의 표정을 읽어내는데 실패했다.

『그럼 당신은...?』
『노아들은 우리 같은 사람더러 드롭이라고 불렀지요.』
리스는 손톱을 입에 물었다.
『틀려. 그건 말이 되지 않아. 노아가 아니라면 어떻게 CAC-코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겁니까. 당신은 최상위 통합 전역관리자 만능 모드로 접근, 내 AI를 일시에 파괴하려고 했어요. 그때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면서 저지른 당신의 치졸한 범죄 행위, 기억하지요?』
『치졸한 범죄 행위라니, 그런...』
핀치의 어깨가 눈에 띄게 안으로 굽었다.
『드롭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짓은 못 합니다, 핀치.』
『어쨌든 당신의 AI는 파괴되지 않았잖아요.』
『딴청부리지 마요. 명령을 인식해도 오버라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는 기능상의 문제가 발생했기에 망정이지 아님 난 당신에게 일격에 살해당했어.』
『저어, 그걸 살해라고 표현하는 건 지나치게 좀... 뭐랄까. 난폭하다고 할까...』
『그럼 그걸 고상하게 다른 말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음? 껍데기만 남고 가지고 있던 기억과 자아가 송두리째 지워지는 걸 가리켜 뭐라고 하면 좋겠습니까?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음 댁이 한 번 말해봐요.』
『그것은.』
『그것은?』
리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잘못했습니다.』
핀치의 콧잔등으로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Posted by 미야

2012/09/17 15:35 2012/09/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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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드롭 1-19

오리지널 성향입니다. POI 설정과는 맞지 않습니다. 연중할 예정입니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던 건지는 알 재간이 없었다.
눈꺼풀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래도 서서히 의식이 돌아오는 중이었다. 제일 먼저 익숙한 이불의 촉감과 베개에 스며든 자신의 체취를 알아차렸고 - 감사하게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맘 편한 장소에 있었다 - 게으른 하마처럼 끔찍하게 부운 눈을 꿈뻑꿈뻑 움직였다.
더듬거리며 아랫배를 만졌다.
겉옷은 벗겨져 있었다. 그래도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아 속옷은 입고 있는 채였다.
「꽤 오랫동안 잔 것 같은데... 몇 시지.」
헤어져 망가진 바지는 곱게 개켜져 있었다. 다만 열심히 세탁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판단, 버려질 것으로 짐작하고 쓰레기통 옆에 두었다. 협탁에는 안경이 있었다.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걸 엉클 밥 주점의 애덤이 도로 가져다 둔 듯하다. 옆에는 메모도 있었다. 꾹꾹 눌러 쓰는 버릇에 옆으로 길게 누운 글씨다. 내용은 간단했다.「뒷 걱정은 마시고 쉬고 계세요.」서명은 없었지만 공책에 아버지, 어머니, 토끼와 강아지, 하늘과 강 이러고 받아쓰기를 시켰던 장본인이다. 핀치는 메모를 남긴 사람이 애덤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맹세하는데 더러워진 당신 옷을 벗긴 건 애덤 샌더스라는 청년이었습니다. 저는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막더군요. 손가락 하나 못 대게 했습니다. 절 노려보는 시선도 아주 무서웠지요. 그러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절 당신과 단 둘이 있게 해놓고 아무 조처 없이 떠났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무지 싫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믿어주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어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반응, 물 컵을 든 리스가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입안이 바짝 말랐을 겁니다. 자요.』
핀치는 다시금 눈꺼풀을 꿈뻑꿈뻑 움직였다.
왜 이 남자가 우리 집에 있는 거지 - 어째서 -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컵을 맘대로 꺼내왔어 - 입고 있는 저 셔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허락도 구하지 않고 - 그러다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졌다. 알게 뭐람. 에라 모르겠다 이러고 이불을 도로 머리 위로 뒤집어썼다.

무시당했다고 여긴 리스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나왔다.
『안 됩니다. 억지로라도 물을 마셔요.』
『더 잘래요.』
『12시간동안 꼬박 잤으면 충분합니다. 화장실도 안 가고 싶어요? 일어나요.』
아닌게 아니라 오줌이 마렵기는 했다. 핀치는 한숨을 내쉬고 꾸물거리는 동작으로 이불을 걷어 올렸다. 그리고 눈을 비볐다.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제가 12시간이나 잤다고요?』
『도중에 한 번 눈을 뜨긴 했습니다. 헛소리도 했고요. 기억이 나지 않나요?』
『무! 무슨 말을 하던가요.』
당황해하는 그 모습이 아니꼬웠던 것 같다. 묘하게 놀리는 어조로 리스가 말했다.
『안심해요. 말 그대로 그건 헛소리였으니까. 무슨 물고기 이야기를 하더군요. 잉어는 연어가 아니네,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가지 않네, 초록색과 보라색의 비늘을 가진 비단잉어는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네, 대략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며 버럭 화를 내더군요.』
『연어? 비단잉어?』
『꿈에서 민물낚시라도 신나게 했었나 보죠.』
거기까지 말한 리스는 준비한 갈아입을 의복을 침대 모서리에 내려놓고 뒤로 정확히 여섯 걸음 물러섰다.

핀치는 네모반듯하게 접혀진 삼각팬티를 내려다보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여섯 걸음 차이로는 사생활을 존중받을 수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저 남자가 깨끗한 속옷을 찾는답시고 남의 옷장 서랍을 맘대로 열고 닫았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 건 실례 아닌가! 그의 눈썹이 파도 모양으로 씰룩거렸다.
『미스터 리스? 지나친 친절은 무례한 겁니다.』
『조심해요, 핀치. 공복에 화를 내면 혈압이 올라가요.』
『혈압이 문제인가요?! 이런 건 무례하다고요!』
『그런 말을 워낙에 자주 들어 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말의 뜻인 즉, 시선을 돌리라고 해도 돌리지 않을 것이고, 벽을 보며 서지도 않을 것이며, 방에서 나가라 해도 나가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새삼스런 깨달음에 핀치는 손아귀로 쥐고 있던 팬티를 툭 떨어뜨렸다. 그는 완전히 노출되었다.

『엉클 밥이라는 자가 비프-스튜와 계란 반숙, 그리고 부드러운 빵을 가져왔습니다. 옷을 다 갈아입으면 다음으로는 식사를 하도록 해요.』
『엉클 밥은 가게 상호명이고 그의 이름은 로버트 소워스키입니다.』
하는 수 없어 시트를 머리 꼭대기까지 뒤집어쓰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씻지 않은 몸에서 악취가 났다. 머리카락을 스치자 새카만 흙도 떨어졌다. 차라리 목욕을 먼저 할 걸, 이러고 후회한 건 온몸을 버둥거리며 어렵게 가랑이 구멍으로 다리를 집어넣었더니 그게 뒤집어 입은 거더라 라는 걸 깨닫고 난 다음이었다. 씩씩거리며 다시 속옷을 끌어내렸다.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그쯤해서 숨이 답답해졌다. 못 참고 시트 밖으로 머리를 볼록 내밀었다. 그러자 웃음기 없는 리스의 얼굴과 정면으로 맞닥뜨려졌다. 화들짝 놀란 건 둘째고 꼴깍 침을 삼켰다.
『아, 아까처럼 최소한 여섯 걸음 떨어져 주시겠습니까, 미스터 리스.』
『밥 먹을 거죠?』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욧!』
『식사.』
『식욕이 없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요.』
『억지로라도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빨리 기운을 차릴 수 있어요.』
순간 정리되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고속 회전하며 질척거리는 덩어리들을 만들어냈다. 대단히 무례. 강압적. 재수 없음. 주먹으로 코를 때려줬음 좋겠음. 그것들은 다시 뜨거운 불에 녹아내린 젤리처럼 미끄덩거리며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질릴 정도로 똥냄새를 풍겼다. 이것들이 흔적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치우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핀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얘기 좀 하죠, 핀치.』
『그 전에 잠깐만요.』
로버트가 만들었다는 스튜는 소름끼치도록 맛이 없었다. 강요에 못 이겨 억지로 수저를 들기는 했지만 이거 맛있다, 정말 맛있다 이러고 먹을 수는 없어서 곤혹스러웠다. 핀치는 왼손으로 입가를 가렸고, 사래가 들린 것처럼 몇 번 기침을 했다. 만들어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억지로 삼키기는 해야 하겠으나 그것이 부처의 고행을 닮은 행위가 될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뭐랄까... 해괴한 이 맛은. 너무나 시고 쓰다. 뒷맛은 떫기까지. 진짜로 이걸 소워스키가 만들었다는 건가. 의심이 담긴 눈초리가 음식이 담긴 접시로 향했다.
『영양제를 섞었습니다.』
푸웃-
『당신은 빨리 기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잠깐!』
『영양제는 닥터 틸만이라는 사람에게 얻은 겁니다. 수상한게 아닙니다.』
틸만은 마을 의사다. 그녀는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다. 실력도 좋다. 그녀에겐 문제가 없다. 문제는 식사를 마치고 30분 후에 먹으라고 한 걸 밥에 섞어 내놓은 쪽에 있다.
『하느님 맙소사.』
대단히 무례. 강압적. 재수 없음. 주먹으로 코를 때려줬음 좋겠음.
추가하여 먹는 음식에 죄의식 없이 뭔가를 마구 섞음.
결론, 이놈의 자식을 그냥.

Posted by 미야

2012/09/14 15:22 2012/09/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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