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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첫 장을 넘겼는데.

어레, 이건 뭥미. 시작부터 안 좋다.

뭡니까, 아야츠지 유키토상.

마누라님(오노 후유미)의 책을 그대로 인용하기라도 하신 겁니까아?!


이 저택의 첫 번째 주인은 우라도 겐요라는 사람으로, 재계는 물론 정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대단한 부자였다. 예전에는 군부에도 그 힘이 미쳤다고 한다. 게다가 아주 괴팍한, 기인이라 부를 만한 사내이기도 했다. 근처 땅을 죄다 사들여 지은 그 저택에 종일 틀어박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었고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도 좀체 없었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 내려오는데 이 또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확실하지 않다.

저택에는 그 우라도 겐요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지금 그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 무엇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정학하게 아는 이는 몇 되지 않는다.

도메키토케 고개를 넘어가면 안 된다.

인근 I** 마을의 나이 많은 노인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고 한다.

길을 잃기 쉬워 위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고개 너머의 그 숲에, 그 호수에, 그 저택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거기에는 좋지 않은 것이 산다 - 고 진지하게 말하는 노인도 있다.


이래서는 엄청나게 인상깊게 봤던《고스트헌트 - 악령이 깃든 집》이 아닌가.

3권짜리 두툼한 책을 껴안고 좋아라, 좋아라, 아이고 좋은지고 노래를 불러댔던게 삽시간에 식었다.

어쨌든 아직 도입부니까 선입관은 버리고 - 그래봤자 우라도 - 차근차근 읽어봐야지.


그나저나 책장에 殺人이란 글자가 박힌 책이 너무 많다.

Posted by 미야

2008/07/28 11:25 2008/07/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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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푼젤 2008/07/29 19:19 # M/D Reply Permalink

    그닥 바람직하진 않지만.. 저도 '살인'붙은 책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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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귀재 카몬 나나미와 최고의 아티스트그룹 CLAMP가 만나 선보이는 일본 민속신앙 속에 숨겨진 기이하고 섬뜩한 세상! <- 이라고 출판사는 선전.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이 사건도 작은 호기심이 계기였는지도 모른다. 대학에서 민속학을 공부하는 미야치 노리유키는 스와 신앙에 대해 야외 조사를 하던 중, 북 알프스 산중에서 줄기에 낫이 박힌 기묘한 신목을 발견한다.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학문적 흥미가 생겨 나무에서 낫을 빼내고 마는 미야치. 그러나 그 행위를 마을 사람들에게 들켜 그는 신목에 다시 신을 봉인하기 위한 <마츠리>에 참가하게 된다. 일단 의식이 집행되기 전까지 마츠리에 대해 조사해보던 미야치는 그 마을 신주의 핏줄을 이은 타카후지 마사야와 그 여동생 아즈사의 존재를 알고 연락을 취한다. 그러나 그것이 불길한 ‘안’의 마츠리를 일으키는 ‘만남’이 되리라는 것을, 그는 몰랐다. <- 이걸로 책 한 권 다 읽음. 더 이상 내용 없음.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의 줄거리인데 이게 전부.

.......... 뭐 이런 것입니다.
읽는 내내 팔짱을 끼고 귀적에 오른 숙부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추젠지의 표정을 짓고 있었... 교고쿠도라면 뭐라고 반응했을까 무척 궁금하더라고요.
내용은 일단 진지합니다. 개그빨이라고는 요~만큼도 없고요, 그렇다고 무스스하거나 오맛 소리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만큼 원인과 결과가 너무 또렷하게 짐작이 가서 뒷장으로 가면 이런 장면이 나오겠거니 쉽게 예상이 갑니다.《축제 = 제사》라는 공식에서 희생은 불을 보듯 뻔하잖습니까. 곡물을 바치는 제사도 있지만 인류는 대체적으로 동물을 신에게 바쳐왔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고귀한 동물은... 네엥. 인간입니다.
고대 남아메리카 제국에서 가장 고귀하게 생각한 제물은 왕의 생식기에서 뽑아낸 피, 더하기 왕비의 혀에서 뽑아낸 피였다고 합니다. 왕과 왕비는 아마 죽을 맛이었을 겁니다. 절기마다 신관들이 칼을 들고 신체에서 가장 고통을 느끼는 부분을 대놓고 찔러댔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여담인데 제국 멸망이 임박했을 적엔 왕과 왕비는 더 이상의 제물을 바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도자가 권리만 챙기고 책임을 외면하면 나라는 흔들린다 - 시대를 초월하는 법칙입지요.
어쨌든 일본 신화나 마쯔리의 설명이「외국인」의 시선에선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깡통차기》와 접목시킨 건 아주 깜찍했습니다! 전 이 부분만큼은 정말 감동했습니다.

일단 CLAMP의 일러스트는 낚시이고.
전통 일본 문화에 생소하다면 이 책은 그냥 재앙일 수 있습니다.

Posted by 미야

2008/07/10 09:50 2008/07/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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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과 샘 생각이 나서 왈칵했습니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재밌네요. 군인 가족들은 원래 그런 걸까요?


우리는 그렇게 흐릿한 기억 속에서 16년을 함게 보냈다. 인생에서 한결같았던 것은 조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형제처럼 사랑했다. 이 말은 대단히 까다로운 의미를 지닌다. 그처럼 고리타분한 수많은 표현들이 그렇다. 아기처럼 잤다고 하는 말처럼 말이다. 잘 잤다는 말인가? 아니면 10분마다 일어나 울어댔다는 말인가? 나는 조를 형제처럼 사랑했는데, 우리 가족에게 이 말은 수많은 것을 의미했다.

사실은 내가 형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확신해본 적은 없었다. 형도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확신해본 적이 없었다. 겨우 두 살 터울이었지만, 그는 50년대에 태어났고 나는 60년대에 태어났다. 그로 인해 우리에게는 단순히 두 살 차이를 훨씬 뛰어넘는 차이가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여느 두 살 터울의 형제처럼 우리는 서로를 엄청나게 괴롭혔다. 우리는 싸우고 다투며 언젠가는 자라나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부루퉁하게 기다렸다. 그 16년의 세월 대부분을 우리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지 아니면 미워하는지 모른 채 보냈다.

하지만 우리도 군인가족으로서 갖추고 있는 바가 있었다. 가족은 부대였다. 기지에 있는 사람들은 부대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라고 배웠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그것을 따라 했다. 그 열렬함은 그대로이되 충성의 대상은 가족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때로는 형을 미워하기도 했지만 누가 형을 건드리도록 놔두지는 않았다. 그게 조와 나, 우리의 관계였다. 우리는 그처럼 무조건적으로 충성했다. 새로 다니게 된 학교 운동장에서는 어김없이 나란히 서서 주먹을 휘두르며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갔다. 형제들이 그러하듯 나는 형을 지켜주었고 형은 나를 지켜주었다. 16년 동안 그랬다. 흔한 어린 시절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게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어린 시절이었다. 그리고 조는 그 처음이자 끝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제 누군가가 형을 죽였다. 나는 시보레 경찰차 뒷자리에 앉아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작은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P153~154)

Posted by 미야

2008/06/24 13:12 2008/06/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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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렐라이 2008/07/03 19:43 # M/D Reply Permalink

    정말 말씀하신 대로, 책의 짧은 구절만 보았을 뿐인데도 딘과 샘이 겹쳐지네요 ㅠㅠ
    흑흑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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