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과 샘 생각이 나서 왈칵했습니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재밌네요. 군인 가족들은 원래 그런 걸까요?


우리는 그렇게 흐릿한 기억 속에서 16년을 함게 보냈다. 인생에서 한결같았던 것은 조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형제처럼 사랑했다. 이 말은 대단히 까다로운 의미를 지닌다. 그처럼 고리타분한 수많은 표현들이 그렇다. 아기처럼 잤다고 하는 말처럼 말이다. 잘 잤다는 말인가? 아니면 10분마다 일어나 울어댔다는 말인가? 나는 조를 형제처럼 사랑했는데, 우리 가족에게 이 말은 수많은 것을 의미했다.

사실은 내가 형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확신해본 적은 없었다. 형도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확신해본 적이 없었다. 겨우 두 살 터울이었지만, 그는 50년대에 태어났고 나는 60년대에 태어났다. 그로 인해 우리에게는 단순히 두 살 차이를 훨씬 뛰어넘는 차이가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여느 두 살 터울의 형제처럼 우리는 서로를 엄청나게 괴롭혔다. 우리는 싸우고 다투며 언젠가는 자라나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부루퉁하게 기다렸다. 그 16년의 세월 대부분을 우리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지 아니면 미워하는지 모른 채 보냈다.

하지만 우리도 군인가족으로서 갖추고 있는 바가 있었다. 가족은 부대였다. 기지에 있는 사람들은 부대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라고 배웠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그것을 따라 했다. 그 열렬함은 그대로이되 충성의 대상은 가족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때로는 형을 미워하기도 했지만 누가 형을 건드리도록 놔두지는 않았다. 그게 조와 나, 우리의 관계였다. 우리는 그처럼 무조건적으로 충성했다. 새로 다니게 된 학교 운동장에서는 어김없이 나란히 서서 주먹을 휘두르며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갔다. 형제들이 그러하듯 나는 형을 지켜주었고 형은 나를 지켜주었다. 16년 동안 그랬다. 흔한 어린 시절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게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어린 시절이었다. 그리고 조는 그 처음이자 끝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제 누군가가 형을 죽였다. 나는 시보레 경찰차 뒷자리에 앉아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작은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P153~154)

Posted by 미야

2008/06/24 13:12 2008/06/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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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렐라이 2008/07/03 19:43 # M/D Reply Permalink

    정말 말씀하신 대로, 책의 짧은 구절만 보았을 뿐인데도 딘과 샘이 겹쳐지네요 ㅠㅠ
    흑흑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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