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케이블 방송 보느라고 올리는 거 깜빡했네요.
마지막이라고 해도 연속 3편 방송은 심했음. 나는 오늘 정상 출근임... 졸려 미치겠음.
『자, 그럼 리스 씨, 아니. 존 프라이드 씨... 이 노트북을 잘 챙기도록 하세요. 잃어버려도 안 되고, 푼돈 받고 다른데 팔아도 안 됩니다.』
그 말을 하는 핀치가 묘하게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여 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뭐, 단순히 기분 탓일 수도 있다. 그는 언제나처럼 입술을 얇게 말았고, 안구건조증 탓에 눈가는 붉었으며, 벽돌색 격자무늬 넥타이가 빈틈없이 목을 조르고 있었다. 다리를 저는 것도 심했다. 1번부터 10번까지 등급을 매기자면 오늘의 통증은 대략 6번, 7번이 넘어가면 처방에 따라 독한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는「As Happy As A Sandboy」표현을 떠올렸다.
여관으로 모래를 퍼다 나르던 소년은 에일 맥주에 취해 기분이 끝내줬다. 치카치카 붕붕.
리스는 핀치의 머그컵 안의 내용물이 설탕 한 스푼이 들어간 녹차가 아니라 알콜 비슷한게 들어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발을 내딜 적마다 썩은 판자가 삐걱거린다. 존은 구멍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이게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핀치.』
『노트북입니다.』
어떻게 그걸 물어볼 수 있느냐며 핀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니, 세상에. 노트북을 모른단 말예요?』
이 양반아, 지금 그런 걸 물은게 아니잖아 - 확실히 상태가 이상하다. 리스는 핀치의 머그컵을 빼앗아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찍어 맛도 보았다. 고용주가 그런 그를 짐승 쳐다보듯 했는데 강제로 입을 벌리게 한 뒤에 혀를 길게 잡아당겼더라면 반응이 훨씬 대단했을 거다.
『남이 마시던 걸 갖고 이상한 짓하지 마세요, 미스터 리스.』
핀잔에 못 이긴 척하고 머그컵을 작업 테이블 위로 얌전히 돌려놓았다.
그러나 의혹의 눈초리까지는 거두지 않았다.
『위장 신분인 존 프라이드 씨에게 걸맞는 노트북입니다. 비밀번호 바꾸지 마시고 바이러스 체크 안 해도 됩니다. 온라인 도박 사이트라던가 포르노 사이트가 즐겨찾기로 등록되어 있어요. 남들 보라고 만든 신통찮은 은행 거래 내역이 좀 있고, 소액의 빚 독촉 메일도 보이게 해뒀습니다. 그리고 마우스로 작동하는 슈팅 게임도 들어가 있고요. 기록에 남는 거라 매일 20분 이상 꼭 게임을 하셔야 합니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사슴이나 토끼를 잡는 플래쉬 게임이에요. 조작법만 익히면 어렵진 않을 겁니다.』
『사슴이나 토끼...』
『누가 죽기라도 했어요? 얼굴 펴요. 정 마음에 안 들면 앵그리버드 게임 할래요?』
이 노트북을 해킹한 사람이 존 프라이드에게 킬링 체크-인 게임 초청장을 보내올 정도는 되어야 한다 - 핀치는「잊지 말고 포르노도 자주 보고 그러세요」주의를 주고는, 사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기생충 같은 존재, 무단침입과 기물파손 전적을 가진 존 프라이드 스페셜을 끝마쳤다.
리스는 방어하듯 양팔을 가슴에 두른 자세로 미비한 부분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지적했다.
『시키는대로 합니다. 다 좋아요. 당신이 골라준 사이트에서 유료로 결재한 포르노 동영상 열심히 보겠습니다. 그런데 플래시몹 게임에 열중하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은 안 듭디까.』
이런 장난을 즐기는 건 20대에서 30대 사이의 젊은 사람들이다. 그 사이에서 머리를 짧게 다듬은 40대의 존 프라이드는 눈에 띌 것이다.
『그게 재밌는 점입니다, 미스터 리스.』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작업 테이블로 돌아간 핀치는 오늘따라 몸의 균형 잡는 걸 무척이나 어려워하며 의자에 힘겹게 앉았다. 착석한 뒤에도 한동안 왼쪽다리 허벅지를 주물렀다.
그 동작을 눈여겨 본 리스는 핀치가 겪고 있을 오늘의 통증 수치가 6번 이상일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쩌면 이미 7번을 넘어 진통제를 복용한 상태일 수도 있다.
걱정스러워하는 시선을 의식한 핀치가 다리에서 얼른 손을 치웠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반신욕을 끝내고 욕조에서 일어서다 실수로 미끌어진 것뿐입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기를 써가며 바둥거렸더니 근육통이 왔어요. 적절히 조처했으니 금방 나을 겁니다. 아니아니, 제가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었고요.』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라며 핀치는 엉뚱하게 성을 냈다.
『예전엔 애들 장난이었는데 지금은 성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포르노가요?』
『무슨 포르노요.』
『성인 버전이라면서요.』
『오늘따라 주의력이 산만하군요, 미스터 리스. 이야기의 흐름을 부지런히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제가 얘기한 건 킬링 체크-인 게임이었어요.』
『의사에게 몸을 보였습니까. 당신의 주치의는 뭐라던가요.』
남의 집 대문을 노크하는 요령으로 핀치가 테이블을 톡톡 소리 내어 두드렸다.
『리스 씨. 집중해주세요.』
모든 사물은 진화한다.
좋은 쪽으로든, 좋지 않은 쪽으로든,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애들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질이 좋지 않게 변질되었더군요. FBI가 속칭 사탄이라고 불리우던 범인을 체포하자 뿌리가 뽑히기는커녕 제어력을 상실한 느낌입니다. 보다 과격하고, 보다 폭력적이고, 보다 선정적인 쪽으로 양상이 바뀌었어요. 승부를 두고 일종의 도박을 한다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이번에 카터가 체포한 젊은 친구의 모바일 쪽에서 승률이 어떻네, 거는 돈이 어떻네, 중계인에게 따져야 하네 기타등등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핀치가 힐끗 리스를 쳐다보았다.
『도박판을 벌리면 배 나온 중년 아저씨들은 환호하게 되어 있지요.』
그럼 나도 배 나온 중년이라는 건가. - 진통제 복용한 핀치는 싫다.
『당신은 열성적으로 돈을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게임에 참가도 해야 합니다.』
핀치의 눈이 더욱 벌겋게 달아올랐다.
『판을 휘저어놓아야 해요. 그래야 잠잠하던 물고기가 수면 밖으로 뛰어오를 겁니다. 그러면 우리 둘이서...』
뒷말을 흐린 그는 미끼를 문 물고기를 낚시대로 휙 잡아당기는 제스츄어를 취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