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져 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점심으로 먹은 치즈버거가 아무래도 문제를 일으키는 듯했다. 배가 살살 아팠다.
그렇기는 해도 카터 형사가 이마를 찌푸린 건 소화기관의 아우성 탓만은 아니었다.
길거리에서 대놓고 총질한 혐의로 멍청한 놈팽이 하나를 신나게 잡아놨더니 자기가 가지고 있던 건 페인트탄이 장전된 애들 장난감이었다고 우겼다. 그 장난감 총은 그럼 어디다 곱게 모셔두었느냐 추궁했더니 어렸을 적에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력이 나빠 잘 모르겠단다. 자기가 총을 쏘았다는 걸 보았다는 목격자도 있다 으름장을 놓았는데 아뿔싸, 기껏 확보한 목격자가 저 사람이 맞는지 안 맞는지 헷갈린다고 딴 말을 시작했다. 거기다 주변을 샅샅이 뒤졌음에도 흉기가 안 나왔다.
『화약잔류 테스트는요.』
『양성이었어요, 후스코.』
『제가 맞춰보죠. 전날 사격장에 다녀왔다고 하죠?』
『아니면 슈퍼마켓을 털었을 수도 있죠.』
『호오, 전과가 있는 놈인가요?』
후스코가 그녀의 말에 관심을 보이며 자기 책상 서랍을 열고 닫았다.
그는 컴퓨터 암호를 포스트잇에 적어 서랍 안쪽에 붙여두고 있다. 참으로 확실한 보안 태도이다. 게다가 문제의 책상 서랍에 열쇠도 안 채운다. 본인 말로는 서랍 안엔 필기구 외엔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다고 했다. 중요한 사건 파일을 복도에 흘리고 다닐 것만 같은 사람이다.
카터는 어느날 갑자기 전근을 온 그를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일단 소문이 좋지 않았다. 체포된 불량배 몇 명이 그를 알아보고 더러운 부패 경찰이 어쩌고 저쩌고 말을 흘렸다. 카터에게 조심하라 사적인 언질을 준 동료도 있다. 뇌물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의 전 파트너 스틸스는 생사도 모르는 채 행방불명이다 등등의 이야기가 추가로 더 흘러 들어왔다. 같은 경찰관 입장으로 뒷조사는 불가능했어도 카터는 후스코를 경계했다. 그가「우리가 같이 일한지도 꽤 되었잖아요. 친한 사람들은 저를 라이오넬이라고 불러요. 형사님은요?」물어봤을 적에 냉랭한 목소리로 함부로 이름 까지 말라 주의를 주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뭐, 정작 후스코는 그녀의 싸늘한 태도를 싱글 맘인 직장 동료가 이혼 경력이 있는 싱글 대디에게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으로 이해한 듯했지만...
카터는 짐짓 시선을 들어 후스코를 쳐다보았다가 보고 있던 자료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잡범이에요. 주차된 차량에서 오디오를 훔치고 빈집털이를 하고... 에스컬레이터(* 좀도둑이 갑자기 강도 살인을 벌이는 걸 일컬음)를 할 녀석으로는 안 보이지만 사람은 항상 예상이라는 걸 뛰어넘는 법이죠.』
『골목길에서 강도질을 꾸민게 잘못된 것 같습니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본인은 강도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우기고 있잖아요, 카터. 게다가...』
무슨 영문에서인지 병원에서 깨어난 피해자마저 입을 다물었다.
구체적으로는「충격을 받아 상세한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누가 나에게 총을 쏘았는지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라고 했다나.
후스코는 이런 건 좋지 않아, 좋지 않아 혼잣말하며 체중을 의자 등받이에 실어 속칭「앉은뱅이 기지개」를 켰다. 낡은 스프링이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굉음을 냈지만 두 다리를 쩍 벌린 채 고개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멈추지는 않았다.
『상황이 별로네요. 그죠?』
하여간 얄미워 죽겠다.
리스는 도와줄 수 있다, 없다 사전에 언질을 주지 않았다.
솔직히 카터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생리주기에 휩쓸려 답지않게 우는 소리를 해봤을 뿐이고, 쌓이는 업무 스트레스에 불평을 늘어놓았던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카터는「당신네들 능력으로 사라진 증거를 찾아줬음 좋겠어요」직설적으로 부탁하는 부끄러운 짓은 절대 안 했다.
그런데 은근히 그가 전화를 걸어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사실이다.
「형사님, 익명으로 신고할게 있어요.」
이렇게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약해졌다, 예전의 나는 이렇지 않았는데 - 씁쓸하게 웃으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슬슬 붙잡아둔 용의자를 풀어주어야 할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안녕하세요, 카터 형사님. 지금 형사님 책상으로 올라간 사건과 관련하여 좋지 않은 소식과 더 좋지 않은 소식이 있어요.》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리의 미스터 수트가 아니고 안경을 쓴 교수였다.
《어떤 소식을 먼저 들으실 건가요.》
교수는 차분하게 - 혹은 감정을 배제한 채 그녀의 의견을 구했다.
카터는 정말로 배가 아팠다. 으, 어쩌면 이건 망할 치즈버거 탓이 아니고 생리통일지도.
『잠깐만요. 보통은 좋지 않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잖아요.』
《보통은 그렇죠.》
『저는 좋은 소식부터 듣고 싶다고요.』
《유감이지만 불가능합니다. 지금 선택이 가능한 건 좋지 않음, 그리고 더 좋지 않음 두 가지밖에 없거든요.》
주먹으로 벽을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을 넘기고 카터는 가까스로 대꾸했다.
『하아... 좋아요, 그럼 좋지 않은 소식부터요.』
전혀 미안해하는 구석을 보이지 않으며 핀치가 말했다.
《용의자를 잘못 체포하셨습니다. 그를 풀어주세요. 그 사람은 더스틴씨를 총으로 쏘지 않았습니다.》
장소와 통화 내용을 고려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뭐라고 떠들었느냐 버럭 고함을 질렀을 것이다. 카터의 눈이 충혈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녀를 훔쳐보고 있는 후스코는 그녀가 아들이 다니는 학교 생활지도부 상담사로부터「댁의 자녀분이 왕따를 당하고 있어요」내용을 통보받았다고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카터는 눈치껏 벽을 향해 돌아서며 휴대폰을 부러져라 움켜쥐었다.
『그는 현장에서 체포되었어요.』
《압니다.》
『그런데 범인은 아니라는 건가요.』
《그는 정말로 장난감 권총만을 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총격 사건이 벌어지자 겁을 집어먹고 갖고 있던 장난감 총을 빗물 통로에 버렸어요.》
『그걸 왜 치운다는 거죠. 그건 자기가 사람을 쏘지 않았다는 직접적인 증거물이잖아요.』
《병원에 실려간 피해자가 아는 내용이 없다 입을 다문 것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무슨 이유요.』
핸드폰 저편에서 핀치가 잠시 숨을 골랐다.
《이쯤해서 형사님, 제가 보다 좋지 않은 소식을 알려드려야 할 것 같군요.》
핀치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 그러나 흡사「영주님이 방금 운명하셨습니다」소식을 고하는 듯이 느릿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들은 예의 킬링 체크-인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기억하시죠? 당국에서 불법으로 금지한 길거리 서바이벌 게임이오. FBI는 게임을 주관하던 오너, 자칭 사탄을 체포하고 케이스를 종결시켰습니다만... 아쉽게도 게임은 끝나지 않았어요. 누군가 서버를 열었고, 다시 킬링 체크-인 게임을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문제인데... 질이 매우 좋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형사님도 이 남자 이야기에 대해선 아실 겁니다. 그 사람은 장난감 페인트 탄이 아니라 실제 총을 들고 게이머들 틈새에 몰래 끼어들어 사람들을 일부러 다치게 하고 있지요. 양상으로 보아 우린 이 범인이 곧 FBI에게 체포될 거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와 통화를 하고 있던 건 핀치 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부터 우린 그 사람을 흰수염 고래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카터.》
갑자기 리스 목소리가 튀어나와 카터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것보다 흰수염 고래라고?!
『뭐라고요?』
반문하던 목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구석에 몸을 감추고 카터를 훔쳐보던 후스코는 그녀의 아들 테일러가 학교 라커룸에서 치어리더와 키스하다 걸린게 맞다고 확신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