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5시즌 볼 수 있다고 좋아했지만 지하철 신문에 실린 오늘의 운세도 퍽 좋진 않았고...
퇴근하기 30분 전에 이달 21일까지만 근무하라 통보를 받았어요.
그동안 여기 오래 있었지 않았느냐, 사무실 분위기를 바꿔보자 얘기가 나왔다, 그동안 싫어도 건성으로 다니지 않았느냐, 다른 좋은 직장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거다, 이딴 소리를 해서 실실 쪼개며 "알랐슈" 대답했지요. 속에서 화마가 펄펄 끓어도 제발 계속 일하게 해주세요 이 말은 죽어도 안 나오더라고요. 몇 가지 말은 더 했지만 그만 일 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에 그럭저럭 수긍하고 21일까지로 못 박았습니다.
덕분에 주말이 많이 비참하네요.
손가락 헤이리며 슈퍼내츄럴 드라마를 기다리는게 바보 같아졌구요.
사실 이 사람 저 사람이 돌아가면서 너 이제 그만둬야 할 거야 눈치를 줘서 오래 버틸 수 없을 거라는 건 짐작했어요. 그래도 추석 지나고 나서 얘기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알짤 없었다능.
나이도 많고, 가진 것도 없고, 경험도 부족해서 많이 불안해요.
제가 인상이 안 좋은가봐요. 성격은 나쁜게 맞고...;; 이건 부정할 수가 없어.
뚱뚱하고 음침한데다 나이도 많으니까 재취업을 하려면 정말 힘들 거예요.
그래서 살짝 울었다능.
올해는 나랏일도 복잡했지만 저에게도 굉장히 복잡한 한 해네요.
아부지 산소도 정리했고, 집은 팔겠다고 내놓았어요.
오빠는 겨울에 결혼을 할 예정이었는데 새언니가 될 여자분이 까다로워서 결혼을 취소할까 지금 그런 분위기가 되어버렸어요. 과부인 엄마랑 마흔이 다 되도록 시집을 가지 않은 시누이가 부담스럽대요. 맞는 말이죠. 저라도 부담스럽다고 했을 거예요. 엄마는 속상한 눈치예요. 옛날 같으면 화를 내면서 저더러 뛰어내리라고 한 마디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오빠 발목을 잡는다고요. 맞는 말이라 화를 내기도 뭐해요. 그런데 이젠 직장도 잃었네요. 더 미안하게 되었어요. 예쁘지도 않고 능력 없어서, 벌어놓은 돈도 없어서 식구들에게 정말 미안해요.
오늘은 이불 뒤집어쓰고 일찍 잘 거예요.
아무 생각 안 할래요. 그렇게 스위치를 내렸다가 월요일부터 부지런히 다른 자리 알아봐야죠, 뭐.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