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덥구먼유... 메롱메롱입니다.
마녀는 괘씸한 남자친구를 아주 뒈지게 만들 작정은 아니었나 보다.
극적인 효과까진 보지 않았지만 소금물 목욕 이후 샘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밸속에서 내몽이여. 형은 루즈랑케 아몽하고 닥락거릴능?』
음... 녀석은 이제 술도 마실 수 있다.
보다 위협적으로 보이게끔 허리에 손을 얹었다.
알다시피 마이애미 쪽으로 이 포즈로 아주 유명한 경찰이 있다. 음주난봉을 벌이는 취객을 제압하려면 능력 좋은 경찰관 흉내도 나쁘진 않을 터, 신분증을 보자고 요구하면 보여줄 수도 있다. 간단하다. 주차장으로 나가서 자동차 선반만 열면 된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 몸은 법집행 관련 쪽의 신분증은 다섯 개인가 여섯 개인가 갖고 있다. 물론 진품이 아니긴 하지만.
『하여간 못 말려. 네놈이 뭐라고 지껄이는지 알아들을 수 있음 미 합중국 대통령이다.』
『몽게몽게.』
『우리나라 대통령 이름은 몽게몽게가 아니야, 샘.』
『알랍니다. 벵길거리는 좀삭이긴.』
『아, 쫌~!!』
개구리 내장 맛이 난다는 콜라도 버전 업그레이드 되어 구토약이 섞인 탄산음료가 되었다. 그놈의 토기가 올라온다는 문제만 극복하면 먹거리 고민은 끝이다. 나는 냉장고를 향해「파이팅, 콜라!」응원하고 싶어졌다. 실제로도 그렇게 했고 샘은 날 바보 취급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콜라는 호날두가 아니다. 알게 뭐람. 나는 콜라 앞에서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 의향도 있었다. 샘은 더 기분이 나빠져 나를 향해 멍청이, 얼간이, 원숭이 별별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렇다 한들 특별히 화가 나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입에 넣고 씹던 감자 튀김을 샘이 내 침대 위로 고스란히 뱉어냈을 적에만 화가 났다. 젠장, 나더러 오늘밤 어디서 자라고.
기름기가 밴 시트는 진작에 벗겨냈기 때문에 내 침대는 포근함이라던가, 안락함이라던가 하는 단어와는 이미 거리가 멀었다. 곁눈질로 소파를 살폈다가 다시 황폐해진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라도 좋으니까 밖으로 나가 괜찮은 여자 한 명을 낚아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와 그녀의 침대를 마음껏 찬미하고 싶어졌다.
『묵말, 묵말어.』
위스키 석 잔에 구제불능으로 혀가 꼬부라져선 목이 마르다는 걸 저렇게 표현하고 있는 동생을 놔두고 그렇게 할 수 없다는게 속상할 뿐.
『엉아, 묵말...』
내가 아놀드 슈워제네거였음 말이지. 널 번쩍 들어 구석에 처박았어, 쨔샤.
그렇게 궁시렁대며 곤죽이 된 샘의 몸을 꽉 붙들었다. 녀석은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간다. 의식이 불분명하면 평소보다 곱절은 더 무거워진다. 휘청이지 않으려고 기를 쓰며 앞으로 이동해야 할 거리를 짐작했다. 바람이라면 다섯 발자국 미만이었음 좋겠다. 그 이상이면 둘이서 같이 나동그라질 확률이 높다.
『아놀더 슈어제거.』
빌어먹게도 샘은 재밌어 하는 눈치다. 킬킬 웃으며 엉겨붙었다.
『올랴~! 번들 들어 궁상 처바가라~!!』
제발, 샘.
더욱이 이젠 졸린 눈치다. 목덜미에 대고 얼굴을 부비부비 문지르더니 분명히 하품했다.
좋지 않았다. 좋을 리가 없잖는가. 목덜미 쪽으로 소름이 돋는 것과 동시에 발이 삐끗했고, 누가 밀고 누가 당겼는지 모르게 우당탕 굉음을 내며 고꾸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뭐가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크하하하 웃어댔다.
너나 실컷 웃으세요. 하지만 내 무릎은 무덤에 들어갈 날이 멀지 않은 영감탱이의 그것처럼 콕콕 쑤씨고 아팠다. 그것으로 주정뱅이를 보살피고 싶은 욕구가 말끔이 증발했고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 바닥을 기어갔다. 입으로는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 다 지겨워, 지겹다고, 이젠 다 포기할테다. - 항의하듯 께룩거리는 샘을 뒷발로 밀쳤다.
『혀-엉.』
『시꾸랍!』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샘은 내 발목을 잡고 징그럽게 늘어졌다.
이것도 역시 좋지 않았다. 좋을 리가 없잖는가. 네 발로 기어가는 사람을 뒤에서 덮치면 그림이 무척 상스럽게 되어버린다. 등으로 묵직한 체중이 실리자 나는 발톱을 세운 고양이가 될 지경이었다. 남들이 이 광경을 보면 천하의 딘 윈체스터가 덮쳐지고 있다고 착각할 거 아냐. 아, 짜증나.
『무겁다.』
『미안.』
『무겁다고!』
『미안.』
『너어~!! 미안한 줄 알면~!!』
튀어나온 말은 거기까지.
동생은 콧물을 훌쩍이며 이렇게 말했다.
포기하지 마, 형. 날 두고 포기하지 마.
뭐, 게슴츠레 눈을 뜨고 그런 말을 해봤자 이쪽에서 크게 감동받거나 그럴 일은 없지만...
충동적으로 몸을 돌려 동생의 몸을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
술기운 탓인가.
샘의 체온이 지옥의 그것처럼 불구덩이다.
Posted by 미야